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아트핑거스 현수막>
아트핑거스: 무조건 그네로 가요. 그리고 깔깔깔깔.
  • 인터뷰이: 우, 수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놀이터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공간이었다. 놀이터는 무엇이든 되어주었으며, 놀이터와 함께라면 나는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어떤 모험이든 할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쌓은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버린 (어른 된 거 맞나?) 이제, 놀이터는 별 볼 일 없는 공간이 되었다공부 따위 1도 관심 없던 내게도 과학의 원리를 몸소 가르쳐주던 시소도, 탈 때만큼은 올림픽 선수 부럽지 않았던 그네도, 중력의 힘을 느끼게 해주던 뺑뺑이도나무 위 원숭이를 방불케 했던 정글짐도 모두 시시해져 버린 것이다. 이제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뭐가 저렇게 재밌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저희가 되게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 중 하나가 취향이에요. 아이들의 취향, 청년들의 취향, 우리들의 취향. 그런데 요새는 나 이거 좋아해. 싫어해.”를 너무 규정짓고 살고 있어서 해보지도 않고 관심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지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 수업에 엄청 얌전한 아이가 있는데 수업시간에는 한 번도 안 웃다가 그네를 타는데 정말 깔깔깔깔 하면서 웃고 있는 거예요. 저 아이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는 새로운 걸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는 나이가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아트핑거스를 통해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싶어요.”

-인터뷰 본문 중-
 
새로운 예술놀이터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아트핑거스에게 당신들은 그 놀이터에서 무얼 하며 놀고 싶은지 물어보았을 때, 수는 위와 같이 대답했다.
 
무엇이든 되어 주고 어떤 모험이든 할 수 있는 놀이터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은 세상에서 깔깔깔깔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은 누구에게나 큰 힘이 된다. 어른이 되고 사회화되는 것은 필연적이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의 취향과 깔깔깔깔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좋겠다.

깔깔깔깔😆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함께 만나 팀을 만들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아트핑거스는 여러 장르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작년에 여러 어려움을 겪고 합쳐져서 뭔가를 좀 해보자 해서 생긴 단체에요. 생긴 지는 1년이 채 안 됐는데 운이 좋게도 첫 사업으로 꿈지에 참여하게 되었죠. 이번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그림책과 음악을 결합한 프로그램이에요. 그림책의 OST를 만들어보고 악기도 만들어보고 연주도 하는 초등학생 대상의 수업입니다. 다행히 아이들 반응이 좋아서 힘을 얻고 어려운 와중에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분은 아트핑거스 대표 이고 저는 부대표 에요. 둘만 있는 건 아니지만 난생처음꿈지는 저희 둘이 그림책과 음악으로 하게 됐어요. 만나게 된 계기는 저희가 초등학교 동창이고, 20년 뒤에 우연한 기회로 다시 알게 됐어요. 저는 음악교육을 하고 있었고, 이 친구는 영화를 하고 있어서 같이 활동을 하면서 우리가 같이 문화예술단체를 만들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면 재밌겠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너무 재밌는 무언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작년에 아트핑거스라는 단체를 만들게 됐어요. 아트핑거스라는 이름의 뜻은 모든 예술이 사실은 손으로 하는 거잖아요. 단순히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손이 아니라, 예술을 하는 손으로 바꿔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이름입니다.

<이야기 중인 수. 마스크는 사진을 위해 잠시 벗었다.>
저는 전공부터 얘기하자면 영화를 전공했고요. 연출이나 시나리오 쪽이에요. 영화의 끈을 놓지는 않고 있지만 너무 한 길만 보지 말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아트핑거스를 만든 거죠. 제가 만든 프로그램들이 단발성 사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연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거든요. 방구석에서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두들겨 보면서 지었다 만들어보고 무너뜨리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 꿈지를 통해 진행하는 사업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뒤에도 이렇게 현수막이 있다시피 프로그램 이름은 Play Picture and Music by My self. 그림책을 가지고 재밌게 노는 거예요. 천천히 그림책을 읽으면서 자유롭게 놀고, 두 번째 시간에는 그 동화책을 가지고 상상하면서 음악을 만들어보는 거죠. 악기도 직접 만들어보고 연주도 하고 연상되는 멜로디를 만들어보고 놀다가 마지막에는 그림책과 음악이 합쳐져서 그림책에 걸맞는 주제가를 만들고 있어요. 다른 단체도 그렇겠지만 저희도 코로나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다행히 저희가 수업을 진행하는 이 작은 도서관 공간에서 협조를 잘해주시고 방역수칙도 잘 지켜서 오프라인으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Play Picturebook and Music by My self>
형식적이긴 하지만 역시나 아이들한테서 배우는 게 정말 많죠. 나이를 먹다 보니까 사고라는 게 막히잖아요. 근데 아이들 만나면서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다른 부분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생각을 하다가 막혔을 때, ‘맞아. 아이들은 이렇게도 생각했었지.’ 하면서 해결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소똥
최근에 그렇게 아이들에게 배웠던 순간이 있나요?
 
최근에요? 봐봐. 형식적으로 얘기하니까 갑자기 훅 들어오면 할 말이 없어. (웃음)
 
꿈지 프로그램에 하나만 덧붙이자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시작하게 된 이유가 영화를 보면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잖아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그렇고요. “우리도 그림책을 가지고 OST를 만들어서 연상할 수 있는 그런 걸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어요.
 
배우는 것에 대해 더 얘기하자면 오늘 충현과 소똥에게도 놀랐어요. 계속 먹고사는 얘기를 말씀하시더라고요. 두 분의 먹고 사는 이야기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잖아요. 요즘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이 30대 후반이라는 나이로 들어가면서 성장에 대한 욕심이 없는 사람들이 제 주변에 더 많아요. 당장 일을 하고 돈을 버는 게 중요하니까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성장을 하면서 아프고, 쓰라리고, 어떻게 먹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그 성장통의 과정도 되게 중요한 것 같거든요. 그런 면에서 계속해서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두 분에게 오늘 놀랐고 배웠습니다. 응원합니다. (웃음)
 
소똥
저희가 아직 대단히 쓰라린 성장통을 겪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머쓱)좀 더 시간이 지나면 그럴 수 있겠죠.
 
충현
어쨌든 고민을 하고 있긴 하죠. 어떻게 먹고 살지? 누구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하면서 먹고 살지? 얼마를 버는 지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베리 임폴턴트(very important)한 문제에요.
 
충현
맞아요. 너무 중요하죠. 말씀하신 것처럼 당장을 처절하게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저희의 고민이 과분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업 중인 한 참가자의 모습. 동화책 속 그림은 단호박일까?>
💭 흩어진 예술들을 여러 색깔 클레이 만지듯 헤치고 비비고 붙이고 떼었다 하며 문화예술이 가진 무한한 즐거움의 형태를 만드는 단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지금까지 아트핑거스가 주물럭대고 붙이고 헤친 클레이들이 궁금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금의 아트핑거스는 무슨 색의 클레이인가요?
앞으로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단순히 장르만 클레이로서 붙이는 게 아니라 참여자, 대상의 폭도 넓히고 싶어요. 지역도 확장해서 섬이나 이런데도 가볼 수 있고요. 파이를 확장시켜서 클레이를 크게 만든다기보다는 저희가 뭉친 클레이를 가지고 여기저기 뿌리면서 같이 노는 거죠. 지금 저희 클레이 색깔은 아주 투명해요. 투명한 클레이는 사실 없잖아요. 슬라임에 가깝죠. 투명한 클레이에 여러 가지 색을 넣어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아주 흔하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가 만들어갈 완성형 클레이의 모토가 될 수 있을 것 같고요. 지금의 단계로서 클레이 색깔을 표현하자면 아주 싱그러운 초록색. 농익어서 단풍색이 되고 꽃을 피워 다채로워질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작의 단계니까 초록색인 것 같아요
💭사진질문지를 통해 예술놀이터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방금 대답해주신 것처럼 누구나 예술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 아트핑거스의 예술 놀이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분은 그 예술놀이터에서 뭐 하며 놀고 싶으신가요?
재밌게.
 
엄청 재밌게. 격렬하게. (웃음) 글쎄요. 지금 바로 뒤에 보면 작은 놀이터 하나가 있는데, 수업 중에 잠깐 쉬자 하면 아이들이 무조건 그네로 가요. 그네가 그렇게 인기인 줄 몰랐어요. 얌전한 아이든 까부는 아이든 무조건. 새삼 그네에 대해서 생각해봤죠.
 
충현
엄청난 발명품이었군요. (웃음)
 
다음번에는 그네로 뭘 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진짜로.

<푸른마을 작은 도서관 앞의 작은 흙놀이터. 충현은 그네에 진심이다.>
워낙 이것저것 결합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까, 그 생각도 진짜로 한 거예요. 왜 저렇게 그네를 좋아할까. 뻔한 것 같지만, 새로운 거. 사실 새로운 건 없잖아요. 새로운 걸 찾아가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과정이잖아요. 새로움을 찾아가는 길 자체를 꿈꿉니다.
 
'By my self'라는 말이 되게 중요한 말이에요. 결과적으로 나를 찾아가는 문화예술놀이가 됐으면 좋겠고, 수업을 할 때도 강조하는 건 너 안에 있는 예술성을 발견하고 가지고 갔으면 좋겠어.”라는 이야기에요. 누구나 다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음악을 못 한다고 생각해도 분명히 안에 어떤 음악성을 가지고 있을 거고, 그림도 마찬가지고요. 이 예술놀이터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예술성을 발견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충현
두 분은요? 두 분은 아트핑거스라는 놀이터에서 어떤 걸 얻고 싶으세요?
 
아이들이 그네를 그렇게 좋아하듯이 저희도 그만큼 재밌는 거 하고 싶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그것만 생각하면 너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진짜로 놀면서 하고 싶네요.
 
저희가 되게 많이 이야기하는 주제 중 하나가 취향이에요. 아이들의 취향, 청년들의 취향, 우리들의 취향. 그런데 요새는 나 이거 좋아해. 싫어해.”를 너무 규정짓고 살고 있어서 해보지도 않고 관심 없다고 생각하고 넘겨지는 경우가 너무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희 수업에 엄청 얌전한 아이가 있는데 수업시간에는 한 번도 안 웃다가 그네를 타는데 정말 깔깔깔깔 하면서 웃고 있는 거예요. 저 아이가 새로운 즐거움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부러웠어요. 우리는 새로운 걸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는 나이가 지나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아트핑거스를 통해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싶어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하고 싶은 수와 우. 표정과 포즈가 어색하다.>
💭 현재 성남의 푸른마을 작은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주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하고 싶은 공간, 혹은 지역 있나요?
코로나 상황이다 보니까 장소가 정말 마땅치 않아요. 근데 가까운 곳에 답이 있다고 수가 이 아파트 단지 주민이거든요. 이런 곳이 있단 걸 알고 여쭤봤더니 굉장히 호의적이고 좋아하시더라고요. 활동하고 싶은 공간이라 하면 단지 내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요즘 단지 내 축제라는 게 없잖아요. 여전히 지역마다 축제를 하지만, 안타깝게도 특색 있는 축제가 정말 없어요. 축제라는 게 그냥 지역 사람들이 열심히 노는 거거든요. 괜히 일본 얘기를 해보자면 일본에서는 마을마다 불꽃놀이 특색있게 하려고 1년 내내 준비해요. 사실 불꽃놀이를 핑계로 그냥 열심히 놀고 싶어서 그런 것 같은데 저희도 그렇게 가까운 지역 단위로 축제를 열어보고 싶어요. 연결고리가 되어드리는 거죠.
 
소똥
공감이 많이 갔어요. 축제가 사는 지역 주민들이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데 사실 관광객들만 찾아오고 지역 주민들은 오히려 안 가게 되는 그런 축제들이 참 많잖아요.
 
외부 관광객들 유입만 하고 주변에서 시끄럽기만 하고 지역 사람들이 오히려 싫어하죠. 사실 진짜 좋은 축제는 마을 사람들이 노는 거잖아요. 열심히 노는 건데. 밤새도록 놀게 만들어 주는 건데.
 
수지, 분당이 신도시여서 그런지 사교육에 욕심도 많고 부모님들이 축제하고 그런 부분에 크게 관심이 없어요.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만 저희는 그래도 문화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 그 안에서 문화예술을 하나 꽃피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이 푸른마을 개인 도서관이에요. 만약 수업을 해서 아침에 하게 되면 늦잠을 많이 자니까 가까운 곳에서 하고 싶어서 여쭤봤는데 흔쾌히 협조해주셔서 하게 됐어요. 원래라면 만나지 못했을 동네 아이들을 만나고 친해지는 소소한 공간이 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소똥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은 코로나 터지면 바로 다 닫아버리니까 꿈지에 참여하는 다른 단체들도 고민이 많으시더라고요.
 
온라인 전환도 고민했는데 온라인은 좀 아니지 않나... 운이 좋았어요. 바로 앞에 이런 공간이 있어서.
💭 코로나가 찾아오고 언택트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예술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는데요. 코로나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시점에 문화예술계는,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대안을 찾고 나아갈 수 있을까요? 아트핑거스는 안녕하신가요?
코로나가 아트핑거스를 만든 직접적인 이유죠. 없던 시간들이 갑자기 생기고 잉여 인력들이 되면서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좋았던 건 아니고 힘들었지만요.
 
문화예술은 언택트로 진행하는 게 대면할 때랑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잖아요. 소통을 하고 뭔가를 나누고 찾고 감성을 느끼고 생각이 섞이고 그래야 하는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문화예술사업 공모도 온라인으로 많아지는 추세라서 대비를 안 할 수도 없고 그래요. 하면서도 재미없겠다고 생각하지만 대안이 없으니까요.

<인터뷰 중인 우. 이디야 커피 PPL 아닙니다.>
기관에서 요새는 항상 온라인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는데 그러면 문화예술이 그냥 강의가 되어버리는 거거든요. 저는 강의가 아니라 아이들과 재밌게 놀고 싶은 사람인데 온라인은 일방향적인 소통만 하게 돼요. 힘들고 아쉬워요. 벌이는 많이 줄었지만 안녕한 것 같아요. 이 안에서도 피어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만의 재미를 찾고 있고 성장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어쩔 수 없지만 좀 무서운 게, 다들 온라인이 자연스럽고 편해진 거예요. 요새는 사람들이 점점 더 익숙해져서 온라인으로 하는 걸 첫 번째로 생각하게 돼요. 사람들도 지쳐서 그렇겠죠. 새로운 방안을 생각하고 시도해나갈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게 안타까운 것 같아요.
 
소똥
책임이라는 영역이 되게 아쉬운데, 공공기관을 닫아도 결국 카페로 가고 다 몰리잖아요. 상황에 따라 폐쇄할 수도 있는 거지만 그 전에 할 수 있는 노력들이 분명 있는 것 같은데, 그 노력을 안 하고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할 때가 있어요. 방역수칙 잘 지키고 열어서 대안을 마련하는 걸 원하는데 그런 자세가 없이 그냥 닫고 보는 태도가 많이 안타까운 것 같아요.
 
되게 우울해지고 있네? (웃음) 코로나 2년 정도 되며 느낀 건 결국에 개인 방역인 것 같아요.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닦고 개인 수칙을 지켜야 막아지는 거지. 4단계야. 집에 있어. 6시 이후엔 3명은 안 돼. 이런 식으로는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소똥
저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익숙해져버렸어요. 6시 이후에 두 명만 모인다는 것이 사실 말도 안 되는 환경인데 아무렇지 않게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게 새삼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마스크도 이제 안 하고 있으면 이상하잖아요. 너무 익숙해져 버렸어요. 수업하면 아이들은 물만 마실 때도 되게 조심해요. 오히려 저희보다 적응한 거죠.
 
마스크 벗은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까, 나중에 코로나 끝나고 길에서 마주치면 모를 것 같아요.
💭 사전 질문지를 통해 모든 예술은 심심함에서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저 또한 어떤 결핍을 느끼고 충족되지 않는 순간에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아트핑거스는 요즘 심심하신가요? 심심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아트핑거스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원래 심심함을 좋아하는 성격이에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있을 수 있는 날. 온전히 하루의 시간을 쓰는 걸 좋아해요. 사실 코로나가 왔을 때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었지만 그런 부분은 되게 좋았어요.
 
모든 만들어지는 것들, 노트북이나 커피나 다 목적이 있잖아요. 기능을 해야 하고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데, 이상하게 예술에는 별 이유가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영화도 보다가 왜 만들었지? 생각해보면 이유가 없잖아요. 살다가 심심해서 만든 거예요. 심심하다가 소재가 생각이 난 거죠. 문화예술은 심심함 그 자체. 텅 비어있지 않으면 무언가가 나올 수 없다는 저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텅 비워두고 심심한 상태를 유지해나가면서 살고 있습니다. 심심한 시간이 끝나면 열심히 달려야죠.
 
충현
심심함을 만들고 즐기는 노하우가 있으세요? 저는 심심함을 잘 못 참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최대한 심심한 순간들을 없애려고 하는데, 좀 다르잖아요. 생각을 할 수 있는 심심함과 그냥 괴로운 심심함은요.
 
말씀하신 후자는 심심함보다는 무료함이겠죠. 심심함은 해야 할 것이 없는 상태?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상태?
 
난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외로움이랑 고독은 다르잖아요. 외로움은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거고, 고독은 방문을 닫아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거죠. 심심함은 자기가 만들 수 있는 거고 무료함은 자기가 만들 수 없는 거예요.

<아트핑거스에서 촬영한 사진. 아마 심심해서 찍은 것 같다.>
심심함이라는 단어도 되게 심심해요. ㅅ이랑 ㅁ밖에 없어. (웃음) 되게 잘 만들었어. 심심함을 느끼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심심함을 못 견뎌 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심심한 순간들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심심한 순간들이 아까 말했던 것처럼 정말 모든 걸 찾아낼 수 있는 시발점이 되는 것 같아요. 심심한 순간에 결핍이 찾아오고, 결핍하니까 심심한 걸 수도 있고요. 그러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는 것 아닐까. 사랑도 결핍과 결핍이 합쳐지면서 더 이상의 결핍이 없어지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심심함도 심심한 시간과 사람과, 공간이 합쳐지면서 싹트는 무언가가 있는 거죠.
 
충현
작년에 되게 무료했어요. 하던 일도 잘 안 풀리고 연애도 끝나고 후유증이 찾아왔어요.
 
맞아. 그런 것들은 다 한꺼번에 몰려와.
 
충현
오늘 당장 할 게 없는 거예요. 연락도 안 오고, 아무것도 할 게 없어지니까 스스로가 필요 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제가 살면서 혼자 있었던 순간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연애뿐만이 아니라 관계에서 오롯이 혼자라고 느낄만한 순간들이 없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혼자가 되어버리니까 대처가 안 됐던 거죠. 순간을 견뎌내는 것이 절박해지니까 뭐라도 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혼자 있는 연습을 했어요. 무료함을 심심함으로 바꾸는 능력이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은데, 혼자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소똥
충현이 그 무료함을 견디는 걸 되게 힘들어했었죠.
 
충현
상당히 못 했죠. 사람들 만나는 거 좋아하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하면 자괴감 찾아오고.
 
여행을 혼자 가보신 적이 있나요?
 
충현
가본 적은 있는데 여전히 두려움은 있어요. 가서 심심하면 좋겠는데 무료할 것 같아서요.
 
저는 심심함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근데 또 혼자 여행은 안 가요. 혼자 여행을 왜 가. 혼자 밥을 왜 먹어.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심심한 거 좋아하는데 굳이 여행을 안 가도 돼요. 말씀하신 것처럼 무료가 심심으로 바뀌는 건 습득해야 해요.
 
그 포인트를 찾는 거예요. 혼자 있을 때 재밌는 포인트. 혼밥이 싫었어도 어떤 순간 그 포인트를 찾으면 혼밥도 즐거워지는 거겠죠.
 
같이 있어도 무료한 경우가 있잖아요. 그게 최악인데. (웃음) 그럴 바에는 혼자 있는 게 낫지 않나. 연인과의 관계도 그렇고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어렸을 때는 별명이 프랜차이즈강이라고, 프랜차이즈화 되었을 것 같은 핫한 곳은 다 가야 되는 사람이었어요. 그 정도로 맛집을 어렸을 때부터 많이 가서 파워블로그 하란 말도 많이 들을 정도였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그때는 취향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명확하게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 뭐고, 저건 내 스타일이 아니니까 안 가도 돼.
 
맛만이 아니라 분위기, 친절함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이건 아니지.’ 싶은 태도의 사장님이 계시면 식사 자체가 와르르 무너지고, 반면에 정말로 친절하게 대해주시면 그런 집들을 찾아가죠. 해냈다. 찾았다. 맛도 중요하지만 분위기도 굉장히 중요해요. 오래된, 친절한, 소담한 집들을 맛집으로 꼽는 편이에요.
 
소똥
식사는 잘 챙겨 드시는 편인가요?
 
코로나가 되고 더 잘 챙겨 먹고 있어요. 코로나가 시작되고 몸무게가 많이 늘었더라고요. 건강검진 할 때 깜짝 놀랐어요. 일할 때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못했어요. 일하다보면 몰아 먹거나 거를 때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심심함을 즐기다 점심 먹고 심심하다가 저녁을 먹고 더 건강하게 챙겨 먹긴 해요.
 
충현
아침에 일어나세요? 전 요새 오후에 일어나서.
 
저도 안 일어납니다. (웃음) 저희 수업이 10시에 시작하면 저는 5분 거리고 이 친구는 멀리서 오는데 항상 우가 먼저 와있어요. 아침도 먹고 와요. 나는 겨우 일어나서 오는데.
 
습관이에요. 아침 안 먹으면 일이 안 돼요. 만약 4시에 촬영 있다 그래도 3시에 일어나서 시리얼이라도 먹고 그런 타입입니다. 아침 식사 안 하면 현기증 날 정도입니다.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올림픽 얘기만 쏟아부었고요. 모든 종목을 챙겨봅니다. 일 얘기는 잠깐 하고 밥 먹으면서 서로 관심사 얘기해요.
 
우가 올림픽 썰을 푸는 걸 정말 좋아해요. 2021년 썰만 푸는 게 아니라 1994년 월드컵 얘기도 하고 저한테 별명을 아냐고 얘기하는 거예요. 서정원 선수 별명 아냐. 이런 얘기.
 
날쌘돌이. (웃음)
 
처음 몇 번은 받아주다가 짜증나서 요새는 잘 안 받아줘요. (웃음) 가끔 싸우고. 쓸모없어 보이는 이야기. 거기서 쓸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얘기들 주로 해요.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인식들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하나의 주제를 놓고 비슷한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요. 정치얘기는 안 해요. 나머지 얘기는 거의 다... 왜 살아가느냐.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얘기를 나누죠.
 
색이나 결이 비슷해요. 사실 저희는 다른 점밖에 없거든요. 모든 면에서 반대인 점이 많은데, 그럼에도 결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결이 있는 거죠. 딱 그거 하나만 보고 밥 먹을 때나 뭐할 때나 쓸데없는 얘기 열심히 하는 편입니다.

<이야기 중인 수와 우 그리고 소똥.>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충현
두 분 복장이 오늘 너무 달라요. 한 분은 슬리퍼 신고 한 분은 자켓 걸치시고. (웃음)
 
저는 오늘 인터뷰라 그래가지고 나름 자켓 걸치고 이러고 왔는데.
 
혼났어요. 만나자마자. (웃음) 최대한 맞춰서 나답게 입고 왔는데. 턱시도 입고 올 걸 그랬어.
 
충현
지금 복장도 너무 좋아요.
 
저도 원래는 편한 복장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운동화 좋아하고 후드티 좋아하고. 옛날부터 레깅스에 큰 후드티 좋아했어요. 수업 중에 그게 제일 편하더라고요. 거기에 운동화? 그게 사실 제일 저다운 복장이에요.
 
옷을 입는다는 게 자기가 좋아야 되는 거잖아요.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것도 그렇고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건데도 불구하고 되게 객관적으로 보려는 경향들이 있어요. 이게 맛있는 것 같으니까 이게 예쁜 것 같으니까 그냥 먹고 입죠. 저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장 주관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의 문제이겠지만, 왜 그렇게 객관적으로 보는지.
 
아마 우한테는 가장 이해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 저일 거예요. 유행에 되게 민감해가지고. 옛날에는 아디다스 저지를 그렇게 모았어요. 우는 이해를 못 하죠. 보고 있으면 신기해하고요.
 
신기해하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니야.

<슬리퍼를 신은 우와 자켓을 입은 수. 우는 오늘 수에게 혼났다.>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코로나 때문에 그렇지만 소통이 잘 안 되잖아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저희끼리 회의하고 얘기하고 그러고 있죠. 오늘처럼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 만나면서 많이 배워요. 이런 대화의 장이 아예 이루어지지 않는 게 이번 꿈지의 가장 아쉬운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들구요. 소통의 창구가 어떻게든 열리면 좋겠고, 같이 기획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요. 아무래도 예술을 하고 예술교육을 하시는 분들이라 어려움이 너무 많은 시기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으니까 다 같이 이겨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21년도 22년도요.
 
저희는 많이 열려있으니까 다른 단체들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뒷북을 만났는데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같이 뭔가 만들고 싶어요.
 
소똥
뒷북의 욕심도 인터뷰를 하면서 이후에 연결될 수 있는 접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든요. 저희도 강좌나 수업 같은 것 많이 여는데 그때 함께 한다던가. 아예 기획을 같이 한다던가. 그런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있는데, 이후에 계속 연결될 수 있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아트핑거스: 무조건 그네로 가요. 그리고 깔깔깔깔.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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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우, 수
  • 장소: 푸른마을 작은 도서관
  • 인터뷰 발행일: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