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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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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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이: 박신애, 박혜정, 이환 * 인터뷰어 : 충현, 그리니 * 인터뷰 편집: 충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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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라는 영화를 봤다. 다정함의 힘에 대한 영화였는데,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참 이상하고 공감이 많이 갔다. 나 또한 다정함의 힘을 믿고 있고, 다정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정말 좋아한다. 스스로도 편안하고 만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다정하게 구는 것에 매번 실패하면서 그것이 나의 자존감과 굉장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뮤러방의 신애는 ‘다정한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몸이 좋지 않음에도 진심어린 마음으로 인터뷰에 참여하는 신애를 보며, 잠시나마 그의 다정함을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음악인으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는, 다정한 음악인으로 남고 싶어요. 어렸을 때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 보면 피아노를 쳐도 작곡가의 곡을 들어봐도 성격이나 인생이 다 묻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고 싶은데도 그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나 봐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저 사람이 되게 다정한 사람이구나. 되게 재밌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다정한 사람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편안하니까 깊은 얘기도 하게 되고, 쉴 수 있는 그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음악도 사람들이 릴렉스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음악 것을 만들고 싶어요. - 뮤러방 인터뷰 중
-충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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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안녕하세요. 저는 뮤러방의 이환이라고 합니다. 본업은 뮤지컬 작가입니다. 뮤러방이라는 이름의 뜻을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데요. 우선 ‘뮤’는 뮤직, ‘러’는 그리고 러브(사랑), ‘방’은 방법입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방식. 음악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우리들이 모여서 활동을 해보고, 어떤 것이든 스토리만 있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 누군가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에서 스토리를 찾고 싶다면 도움을 주고, 그것이 그 사람의 여러 전환점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된 단체입니다.
충현
음사방이 아니라 뮤러방이라고 지으신 건 어감 때문인가요?
환
그렇죠. (웃음) 규칙을 따진 게 아니라 그냥 발음 때문에. 단체가 설립된 배경은, 코로나 시절에 이제 예술인들이 거의 집에만 있어야 될 때가 있었어요. 옆에 계신 박신애 감독과 제가 부부인데요. ‘공연도 교육 활동도 다 취소됐는데 집에서 뭐 하지?’ 고민을 하다가 시작하게 됐던 콘텐츠가 유튜브였어요. “우리가 그래도 음악을 만드는데 뭐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자.” 이러다가 우리가 요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요리 레시피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고 우리 부부의 일상을 오픈해서 재밌게 꽁트처럼 꾸려보자 해서 뮤직비디오처럼 만들어서 하나하나 했는데 조회 수도 조금씩 나오고 재밌더라고요. 그때 이제 유튜브명 겸 단체 이름을 정하다가 짓게 됐어요. 크게 의미를 두고 하나씩 따져보면서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어감이 좋아서 지은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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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
뭔가 그렇게 짓는 이름이 되게 고민하고 짓는 이름보다 오히려 재밌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쉽게 지은 이름이 길게 가기도 하는 것 같고요.
신애
작곡가이자 예술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신애라고 하고요. 예술 교육 강사로는 그래도 한 7년, 8년 활동을 한 것 같아요. 제가 클래식 작곡을 전공했어요. 처음에는 송도의 한 공연장에서 클래식 음악 감상 교육을 해달라고 제안을 받아서 시작했는데 너무 잘 맞는 거예요. 그렇게 건너건너 계속 활동하다가 이환 작가님을 만나게 됐고 뮤지컬도 같이 쓰고 문화예술 교육도 병행하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혜정
제 이름은 박혜정입니다. 원래 오르간 전공을 했고,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오랫동안 가르치면서 이제 아이들 음악 교육을 오랫동안 했어요. 그러다가 또 우연한 기회로 음향 쪽으로도 일을 하게 되면서 뮤러방을 만났고, 같이 프로그램을 하게 되어 음향 같은 것도 도움을 주면서 피아노도 치고 있고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서 꾸준히 했는데, 또 가족을 만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하니까 감정적으로나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피아노 교육은 정해진 틀이 있거든요. 이번 교육을 통해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음악의 힘을 좀 느끼게 됐던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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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떤 음악을 만들고,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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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너무 어려서부터 계속 음악을 해 와서 그런지 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일단 부모님이 저가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셨고, 어렸을 때부터 음악교육, 음악, 문화생활과 가까이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작곡 공부를 시작했어요. 음악이 좋다기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삶이었고 특별해 보이고 싶어서 예술 고등학교를 갔고, 대학교도 당연히 작곡과로 갔는데 오히려 대학교에서 ‘왜 음악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생겼던 것 같아요. 조금 크게 앓이를 한 다음에 그 답을 서서히 찾아가다가 보니까 결국에 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웃기게 하는 걸 되게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도구가 음악인 거죠. 사람들을 음악으로 재미있게 해주는 게 좋아요. 그것이 저에게 가치 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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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
우와 음악을 하려고 태어나셨다니...
신애
거창하죠? (웃음) 저는 어떤 음악인으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는, 다정한 음악인으로 남고 싶어요. 어렸을 때 같이 음악 하는 친구들 보면 피아노를 쳐도 작곡가의 곡을 들어봐도 성격이나 인생이 다 묻어나게 되는 것 같아요. 안 그러고 싶은데도 그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나 봐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들었을 때 저 사람이 되게 다정한 사람이구나. 되게 재밌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다정한 사람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편안하니까 깊은 얘기도 하게 되고, 쉴 수 있는 그늘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요. 음악도 사람들이 릴렉스할 수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면서 살아갈 수 있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는 그런 음악 것을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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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하기 위해 태어난 신애는 피아노가 없어도 피아노를 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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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저는 뮤지컬 연출을 전공했거든요. 실기로 들어가서 학교 때는 배우 생활을 하다가 졸업을 하고 한 회사의 뮤지컬 연출팀으로 한 3~4년 정도 근무했어요. 그리고 나와서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려고 한 케이스였고, 어떤 음악인으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은 이번에 처음 해보는 생각이에요. 제가 만들었던 작품을 떠올리면서 생각을 해보니까,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나서 자신의 이야기로 갖고 올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감을 많이 얻고 싶습니다.
충현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사실 갑자기 어디서 떨어져서 하게 되는, 보편적으로 선택하게 되는 장르는 아니잖아요. 뮤지컬 연출과를 선택하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환
원래는 체육과였어요. 2년 다녔는데, 대학로 극장에서 알바를 했거든요. 극장 청소요. 저는 시골 출신이어서 공연은 연예인들이 하는 줄 알았는데, 정작 보니까 다 모르는 사람들이고 일반인들 같더라고요. 근데 또 신기한 게 무대에 서면 완전 달라지는 거죠. 그걸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 할 수 있겠다는 욕구가 올라오면서 청소를 하다가 대표님한테 슥 물어봤어요. “저도 이런 거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어요?” 정말 순박하게 여쭤봤던 것 같아요. 그분이 웃으면서 본인이 교수로 있는 학교로 오라고 하셨고 거기가 뮤지컬과였어요. 그거 듣고 진짜 가야겠다. 그 생각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그리니
그 한마디를 듣고 결정하신 거예요?
환
그렇죠. 그냥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에라 모르겠다. 되나 안 되나 보자. 안 되면 군대나 가야지.’ 딱 그 생각으로 했는데 된 거죠. 사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잘 몰랐었고 대학로 문화가 그냥 좋았는데, 그런 계기로 뮤지컬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흡수된 느낌? 그렇습니다.
혜정
저는 어릴 때부터 계속 피아노를 쳤었는데, 오르간은 교회에서 봉사를 하면서 치게 됐어요. 하다 보니까 내가 가진 재능이 음악이라고 생각을 했고, 전공도 하면서 진로는 그냥 자연스럽게 정해진 대로 가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래서 음악은 저한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산소 같은 느낌.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힘들 때나 항상 음악은 내 옆에 있었기 때문에 친구 같은 느낌이어서, 전공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충현
이거는 제가 인터뷰 질문지에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썼는데, 말씀들 하시는 거 들어보니까 되게 궁금해져서요.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음악이 가진 힘이 무엇인가요? 저도 사실 음악을 진짜 좋아하거든요. 음악에서 힘도 많이 얻고요. 어떻게 보면 그냥 단어를, 음을 나열한 이것이 도대체 무슨 힘을 가졌길래 우리가 이렇게 음악을 사랑하는 걸까요?
신애
일단 음악은 보이지 않잖아요. 되게 영적인 것 같아요. 제가 아기를 낳고 100일 됐는데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음악만 틀면 그렇게 반응을 해요. 학습이 되는 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사람은 음악을 즐기고, 음악을 느끼고, 음악에서 기쁨을 얻는다는 걸 알았어요. 또 최근에 한 살짜리 아이들이랑 같이 수업을 했거든요. 마이너의 개념을 설명해 주면서 ‘이건 슬픈 거야.’ 이 단어에 대한 것도 잘 이해 못하는데 음악을 딱 이렇게 슬프게 쳐주니까 애들이 우는 거예요.
충현
와... 진정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
신애
사람은 그렇게 태어나나 봐요. 신이 그렇게 설계를 한 것 같아요. 저도 아직은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음악의 힘이라는 게 본능적인 감정을 건드리고 인간의 뭔가를 건드리는 그 힘이 있지 않나, 본능적인 것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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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다락을 통해 진행하시는 수업을 소개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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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저희가 하는 ‘가가 프로젝트’는 저희가 앞에 대문짝만하게 걸어놨듯이 나라에도 애국가가 있고, 학교에도 교과가 있고, 군대에도 군가가 있는데 집안에는 왜 가가가 없느냐.
충현
아, 가(家)가(歌)?
환
네. ‘가족 가’자에 ‘노래 가’자로. 이제부턴 우린 대대손손 내려오는 가가 문화를 만들어보자. 우리가 할머니가 됐을 때, “내가 꼬맹이 때 우리 가족이 만든 노래인데 이거는 계속 대대손손 내려오는 노래다. 우리의 추억을 잊지 말거라.” 그런 것들이 문화처럼 내려오면 어땠을까, 어떨까? 그런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던 프로그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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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직전,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뮤러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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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
환님과 신애님 부부의 집에는 가가 있으신가요?
신애
대표하는 노래는 없지만, 그 뮤러방 유튜브에 여러 가지 만들어 둔 게 있어요.
환
아이가 태어났으니까 이제 슬슬 만들어야죠.
신애
음악이라는 거는 영원히 기록되어 있고 영원히 남는 거잖아요. 참여해주셨던 어머님이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엄마 아빠는 보통 자식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게 되니까 자신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음악이 혼자 있는 딸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근데 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사명감을 느끼게 됐어요. 엄마 아빠가 이 세상에 없고 추억하고 싶을 때, 음악으로 치유 받을 수 있겠구나. 저도 딸을 낳고 나니까 그게 더 마음으로 와닿더라고요. 그래서 영원히 남는 기록물을 만든다는 게 되게 좋은 취지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충현
가가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신애
총 5차시로 진행이 되는데 첫 번째는 수업에 대한 설명을 하고 가족에 대한 여러 가지 소스를 찾는 작업을 해요. 2차시에는 노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송 폼(Song form)에 대한 것들을 알려줘요. 3차시 때는 가족마다 노래를 같이 만들어보고 노랫말을 만들어보고 연습해보는 시간을 가져요. 그다음에는 음향 감독님이 오셔서 같이 노래를 녹음해보고 사진작가님이 가족사진을 다 찍어드려요. 마지막 5차시 때는 함께 만든 음악에 간단하게 포토 사진 같은 거 넣어서 같이 뮤직비디오도 시청해보는 시간입니다. 음악은 보여지는 기록물로 남는 게 아니잖아요. 미술 같은 경우는 유형의 작업물이 남는데 음악은 들고 갈 게 없으니까 뭔가 안 한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가족 액자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가족 우리 사진도 찍어주고 하니까 그거 인화해서 사진도 넣고, 그 노래에 악보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악보도 넣어서 액자 같이 만들어서 같이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네 그래서 그렇게 5차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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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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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저는 뭐 하나 먹어도 허투루 먹는 건 없거든요. 많이 먹지는 않지만 지금 수업하는 여기 군포에 있어도 꼭 맛집을 사전에 찾아야 되고요. 여행을 가도 찾아야 하고 맛집을 찾으러 여행을 가는 경우도 많고요. 하는 행위가 제가 글 쓸 때랑 비슷한 것 같아요. 맛집에 대한 부분도 예술의 영역이다. 창작의 영역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먹고 살만한가는 별개의 문제지만, 살든 죽든 한 번 먹어도 아트를 담자. 저는 그러한 주의입니다.
충현
정말 진심이시네요. 별개의 문제라고 말씀하신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좀 괜찮으세요?
환
지금까지는 그런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면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 사는 데 있어서는 크게 문제가 없이 재밌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자식한테도 이런 부분을 알려주고 싶은 거죠. “대기업 몰라도 돼.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 정도만 느꼈으면 좋겠어요.
신애
전 먹는 거에 그렇게 막 진심은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주면 먹는 스타일? 이게 관계나 사람들이나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나 이런 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제가 별로 사람 가리는 것도 없고 유하거든요. 그래서 먹는 것도 ‘이것도 저것도 다 먹을 수 있겠다.’
환
제가 데리고 가면 그냥 “맛있네~“ (웃음)
신애
음악 안에서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음식이 삶에 연결이 되어 있단 걸 느꼈고, 잘 먹고 사냐? 괜찮은 것 같아요. 엄청 부하지는 않지만, 사람마다의 기준이 다 다르잖아요. 제 기준에서는 그래도 잘 만족하면서 사는 것 같고, 근데 확실히 책임져야 할 사람이 생기니까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더 많은 걸 경험하게 해주고 싶고 그러려면 돈이 들어가니까 더 현실적인 예술가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근데 또 그게 마냥 싫지만은 않고 좋아요.
혜정
저는 결혼은 했지만 아기가 없어서 책임감은 조금 약한 것 같긴 해요. 이제 나이가 점점 들면서 노후라는 것이 내 머릿속에 생겨나긴 했는데, 그래도 뭐 걱정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냥 적당하게 먹고 적당하게 살아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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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가장 많이 되뇌게 되는 말이나 생각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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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제 카톡 상태메시지가 ‘평범하고 담대하게’거든요. 이 두 가지가 언뜻 보면 반대의 성향을 가진 건데 저는 평범하게 사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을 해요. 평범하면서도 내 안에서는 담대한 뭔가가 있어야 평범해지는 것 같아요. 평정심이라고 하죠. 그것을 가장 좀 우선시하려고 해요. 신애님 왜 그런 눈으로 보지. 아닌가요? 갑자기 찔리네.
신애
가족이다 보니까 그럴듯한 얘기하면 짜증나요. (웃음) 뭔지 아시죠?
충현
저는 가족끼리 일을 어떻게 하시나 싶었어요. 제가 되게 좋아하는 뮤지션의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가 이랑의 ‘평범한 사람’이라는 노래인데, 그 노래가 세상에서 평범한 사람을 찾기 너무 힘들고, 본인이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내용이거든요. 저 또한 평범함이 비범함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어서 되게 공감했던 것 같아요.
신애
평범함의 기준점이 어떤 것인지 항상 궁금해요 각자가 생각하는 평범함이라는 게 있겠죠?
충현
다들 생각보다 높은 것 같아요.
신애
맞아, 굉장히 높은 거 같아.
그리니
신애님은 요즘 하시는 생각이 있나요?
신애
저는 인생에 대해서 떠올려봤을 때, 유퀴즈 보다가 이동진 영화 평론가께서 ‘매일매일은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이렇게 얘기하셨는데 그게 너무 와 닿는 거예요. 사람마다 잘 되는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그거를 기다리고 언제 오나, 이러는 게 아니라 그냥 매일매일 성실하게 살다 보면 결국에는 운이 따르는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인생을 살다 보니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더라고요. 계획대로 안 될 때가 더 많고, 그래서 인생 전체적으로 봤을 때로는 되는 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지만 매일의 성실함은 놓지 말자. 삶의 태도도 그렇고 예술 작품을 만드는 데도 그렇고요. ‘작품을 하나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잘 되겠지, 운 때 안 맞아도 괜찮아. 그 과정 과정에 매일매일이 행복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되게 좋더라고요.
충현
저도 정말 성실하고 싶은데 매일매일 게으른 게 더 즐겁더라고요. (웃음) 누워 있는 게 좋고, 해야지 해야지 해도 닥치기 전까지는 안 하는데 신애님은 되시나 봐요.
신애
아니요. 초 게으름뱅이인데, 게으른 저 자신이 더 싫더라고요. 그래서 성실함의 기준점을 좀 아래로 낮추는 것 같아요. 하루에 5분 만이라도 글쓰기. 이런 거 있잖아요. 사실 정말 호기로웠을 때는 하루에 1시간 이상 운동하고, 독서하고 엄청 많아서 하나도 못 지키고 엄청 죄책감 느끼고 그랬는데 기준점을 좀 낮추고, 하나하나 쌓이니까 나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삶의 긍정성도 높아지고 그렇게 극복했던 것 같아요.
충현
요새는 그 성실함의 기준이 어떻게 되세요?
신애
아이를 위해 육아 일기라고 하잖아요. 매일매일 걔랑 함께 느꼈던 것들 한 줄이라도 기록하기. 그거예요.
충현
하고 계세요?
신애
네.
충현
성실하시네요.
신애
아니요. (웃음) 네, 성실하죠. 저 성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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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요즘 많이 되뇌는 생각은 안전입니다. 제가 원래 안전에 민감한 성격이긴 한데 요즘에 특히나 더 민감해진 것 같고, 그래서 가족들한테 잔소리를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이 지금은 머릿속에 떠나질 않아요.
충현
그렇죠. 요즘은 진짜 그렇죠. 최근에 있었던 일들도 있고요. 다들 무탈하세요?
신애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저와 제 주변은 괜찮습니다. 두 분은 괜찮으신가요??
충현
맞아요, 그게 참 다행이라고 하기엔... 다행인 일이 애초에 아니니까요. 내가 괜찮아도 괜찮은 게 아니니까, 그래서 더더욱 안부를 묻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이런 세상에서 안전하신지, 안녕하신지.
환
뭐 하나부터 이렇게 조심스럽게 되는.
신애
너무 조심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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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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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음...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런 성격이다 보니까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그 자리에 충실한 편이에요. 내가 어디 있든지 거기서 적응하고 잘 흡수돼서 어떻게든 내 책임을 다하는, 그게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집에 가면 주부가 되고 밖에 나가면 또 다른 존재가 되고, 모르겠어요. 그냥 그렇게 사는 거지.
충현
그 순간순간이 본캐시군요.
혜정
맞아요. 그럼에도 제일 편한 순간은 나 혼자 넷플릭스를 보는 순간. 그때가 제일 편한 것 같기도 하고요. 여러 가지 내 자신이 그냥 다 좋은 것 같아요. 재미있고.
신애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부캐와 본캐는 본이 먼저고 부가 달려 있는 거잖아요. 무엇을 하든지 그게 다 동등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눌 수 없을 것 같고, 예술가가 저는 그게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삶의 무엇이 됐건 그게 다 예술이고, 이야기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요소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든 다 본캐죠.
환
저는 두 가지 정도로 구분해서 말씀드리면 본캐는 음주 전, 부캐는 음주 후. (웃음) 낮에는 어쨌든 예술 관련한 일을 하지만, 야간만 되면 술이 먹고 싶어져요. 혼자 먹는 편이고 그렇게 먹는 게 맛있고. 맥주 한 잔을 마셔도 그 시간을 남 몰래 독립적으로 즐기고 싶고 그런 게 있어요. 그게 이상하게 이유를 모르겠어. 아마 그날의 나를 좀 소화시키고 싶어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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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부캐의 세상으로 떠나고 싶어 보이는 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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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
저는 잠옷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래도 자신다운 옷은 갖춰진 옷인 것 같아요. 딱 단정한 느낌이 좋아요. 인생도 단정하고 깔끔하게 군더더기 없이 살고 싶고요.
신애
저는 옷에 대한 욕심이 하나도 없어요. 이것도 어렸을 때 영향이 클 수도 있는데 항상 엄마 아빠가 어두운 색깔을 많이 사줬어요. 옷에 뭘 묻혀도 오래 입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옷이라는 것은 저에게 편리한 거. 장롱에서 옷 매칭하고 꺼내 입고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인생도 되는 대로 살아가는 것 같고, 가장 저다운 옷도 되는대로 입는 옷입니다.
환
보이는 옷 꼭 그렇게 생각 안 해도 되죠? 저는 커피가 제 옷이라고 생각해요. 늘 먹거든요. 커피가 없으면 못 살아요. 제가 한번 위염 같이 온 적이 있는데 커피를 먹으면 안 된대. 근데 커피를 안 먹으니까 어딘가에 막 숨고 싶었어요.
충현
엥? 커피를 못 마셔서 숨고 싶어져요?
환
그러니까 이게 자신감이 없어진다고 그래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상황, 커피 따위를 내가 못 먹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정말 더울 때는 시원한 아메리카노 꼭 먹잖아요. 옷처럼 나를 시원하게 해주잖아요. 그리고 또 겨울에는 따뜻한 커피를 꼭 먹어야 해요. 오늘도 벌써 커피를 한두 잔 먹었고요. 그래서 옷은 저에게 커피다.
충현
먹는 것에 진심이시네요.
환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되네요.
충현
환님의 아이는 맛있는 걸 잘 먹으면서 살 수 있을 거 같네요.
신애
요리를 잘해요
충현
요리도 하세요? 와~ 이 정도면 진짜 본캐가 요리 연구가, 음식 먹는 사람 아닌가요?
환
그러고 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요즘 유주를 키우면서 요리를 못 해서 그런 생각을 못 하고 있었는데, 유튜브도 다 제가 요리하는 레시피로 만들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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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단정한 모습의 혜정. 대화에서도 단정함과 깔끔함이 느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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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러방이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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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해온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정리하려니 되게 어렵네요. 딱 간단하고 일목요연하게 말씀드리자면 ‘인풋 아웃풋’이었다. 꿈다락이든 지특사업이든 예술교육을 통해서 일반인들에게 재미도 주고 가르쳐주며 아웃풋이 있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서 제가 인풋을 받기도 했어요. 그 이야기들은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더 많았어요. 저랑 아예 환경이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업 결과물이나 과정들에서 제 창작에 도움이 되게 많이 됐어요.
신애
뮤러방의 뜻이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방식이잖아요. 제가 음악을 되게 사랑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 자꾸 함께하고 싶고 나누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뮤러방으로 활동하는 2~3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같이 나눈 것 같아요. 사람들도 반응이라는 게 오잖아요. 행복했고, 만족했고, 뿌듯했고 그런 피드백을 받아서 되게 행복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생각했을 때 옛날에는 되게 거창했거든요. 이제는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것들, 음악을 도구로 소소한 즐거움들 나누고 소소한 이야기도 듣고 그런 것들을 계속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혜정
저는 일단 뮤러방을 이끌고 있는 두 분이 너무 좋으신 분이고 다정하고 친절한 분이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함께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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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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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
재밌어요? 즐거우세요? 여러 가지가 담겨 있는 질문인 것 같긴 해요. 그냥 정말 즐거워요.’이럴 수만은 없는, 그렇다고 마냥 안 즐거워요. 할 수도 없는 질문이니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요?
신애
저는 단체를 이끌어가는 데 원동력이 뭐냐고 물어보고 싶어요. 복합적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걸 묻고 싶은 것 같아요.
충현
다들 제일 궁금해하시는 것 같아요. 원동력. 다들 힘드니까.
신애
스스로에게 계속 그 질문을 하잖아요. ‘내가 왜 이거 하고 있지.’ 이런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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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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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김혜진
- 녹취록 작성 : 조웅희
- 장소: 군포시 평생학습원
- 인터뷰 발행일: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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