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예술해윰의 수업 사진. 집에 있는 것처럼 편해보인다.>
예술해윰: 솔직하게, 머쓱하게, 자신있게~!
* 인터뷰이: 정윤, 호선, 태섭, 선영
* 인터뷰어 :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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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세상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수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뒷북에 있을 때, 다른 집단에 있을 때, 라잎스페이퍼를 진행할 때, 이 글을 쓸 때, 집에 있을 때, 고양이와 놀 때, 일을 할 때, 친구를 만날 때, 또 다른 친구를 만날 때 언제 어디서나 어느 정도는 다른 성격과 말투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때때로 다른 세계관의 지인 둘과 동시에 만나는 일이라도 생기면 마치 로봇처럼 삐걱거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나답다는 건 뭘까? 이 수많은 가면들을 벗어던지고 온전하고 솔직하게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가면을 벗어보면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만 같다. 가면을 쓰고 있다고 해서 행복하지 않다거나 솔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사실 이건 가면이 아니라 모두 나의 얼굴인 걸까? 그 사이에서 정답을 찾지 못했다.
 
어찌됐던 좀 더 솔직해지고 싶긴 하다. 솔직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는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열망하는 것들을 그때그때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다. 솔직하지 못하는 이유들은 사회적 체면의 문제이기도, 책임의 문제이기도, 윤리의 문제이기도, 관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솔직한 욕망을 털어내고 싶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도 잘 모르는 때가 더 많다.
 
예술해윰이 진행하는 수업의 이름은 샤인머쓱햇 콘서트이다. 나의 샤이하고 머쓱한 모습들을 솔직하게 내보이기 위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샤이하지 않게 그 머쓱한 순간들을 맘껏 표현할 수 있도록 예술해윰의 멤버들은 각자의 머쓱한 순간들을 첫 수업에 먼저 꺼내놓는다.
 
정윤은 예술해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솔직함을 뽑았다. 그 솔직함 덕분인지, 예술해윰과 인터뷰하는 두 시간 동안 정말 많이 웃었다. 인터뷰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웃고 떠드는 친구로서 함께할 수 있었다.
 
요즘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나다움을 찾기 위해 정말 중요한 것은 이다. 사실 다 나 행복하자고, 잘 살자고 그러는 건데,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나를 타인에게서 찾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욱 솔직하게, 머쓱하게, 자신있게 나다움을 스스로에게서 찾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사회적 체면 챙기며 마무리)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프로젝트곳곳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정윤
저희는 예술 해윰이라는 문화예술 교육 단체이구요. 젊은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예술 교육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팀은 각자 가지고 계신 장단점들이 굉장히 확실하세요. 장점은 서로 최대한 끌어주고 단점은 서로 보완하는 게 이번 해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누고 있구요. 그때그때 유연하게 각자의 아이디어나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수업의 형식을 바꾸기도 하고 다양하게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어요. 젊은 걸 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충현
저희도 아직은 열심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웃음) 주로 어떤 작업들을 많이 해오셨어요?
 
정윤
각자 개인 예술활동을 다양하게 하고 있고, 팀으로서는 교육을 주로 하고 있어요. 가지고 계신 예술 장르를 접목시키는 융합 예술을 추구하려는 편이고, 저도 라잎스페이퍼 같이 그런 말장난들이나 언어적 표현들을 사용해서 교육 제목 짓는 걸 좋아해요. 이번 교육 제목도 샤인머쓱햇 콘서트거든요. (웃음)
<예술해윰 멤버들의 셀카. 왼쪽부터 호선, 정윤, 선영, 태섭>
충현
다양한 예술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어떤 작업들을 하고 계시나요?
 
정윤
저 같은 경우 예술활동로는 성우 활동을 하고 있고, 극작이랑 연출 쪽에도 관심이 많아요. 다양한 활동들을 많이 하는데 주는 결국 교육인 것 같아요. 교육하는 게 너무 재밌고 학생들을 만났을 때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는 느낌이 들어서 교육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요. 제가 예술해윰의 대표인데, 이 단체는 어떤 큰 목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한 번 쓴 기획서를 공모로 수줍게 넣어봤던 게 다행히 합격으로 이어져서, 그 이후로 그냥 계속 마음 맞는 분들을 만나면서 팀을 꾸렸어요. 올해는 원래 멤버인 호선과 더불어 연이 있지 않지만 같은 의미와 의지를 가지고 계신 태섭과 선영을 모시고 함께 하고 있습니다.
 
태섭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충현
공모를 하셨어요?
 
태섭
치열한... (웃음)
 
정윤
면접을 진행했어요.
 
충현
대단한 분들이셨군요.
 
정윤
. (웃음) 작업을 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고, 앞으로도 연속성을 가지고 만났으면 좋겠다는 대표의 바람이 있습니다. 호선과는 대학교 선후배 사인데, 그때도 이제 뮤지컬 페임이라는 대학 공연에서 만났습니다.
 
호선
그때 정윤은 기획팀이고 저는 조명팀이었거든요. 그런데 기획팀에서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제일 놀고먹고 막내였던 저를 데려다가 일을 시키기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죠.
 
충현
후회하진 않으시죠?
 
정윤
흐핫하!
 
호선
아 그럼요. 그럼요. (웃음) 저는 배우로 활동하고 있구요. 연극도 계속 했었는데 최근에는 연극보다 매체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어요. 내일 촬영도 있고 오디션도 보고 그러고 다니고 있거든요. 요즘에 감사하게 매체 쪽에서 많이 불러주셔서 어떻게 어떻게 밥 벌어 먹고살고 있긴 하죠. 요즘에는 교육을 나가다 보니까 아이들이 항상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게 "선생님 TV에 어디 나와요? 치면 나와요?" 약간 이런 것들을 항상 물어봐요
 
충현
솔직히 저도 좀 궁금했어요.
 
호선
그래서 아이들한테 "우리 선생님 여기도 나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죠. 항상 수업 처음 나가면 어디 나오냐고, 인터넷에 선생님 치면 나오는지 물어보더라고요. 저도 처음 연기를 배울 때 선생님들이 TV에 나오면 되게 멋있어 보이고 자랑스럽고 자랑하고 싶고 그랬거든요. 저는 그 사람보다 더 잘나가야죠.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태섭
저는 이 치열한 경쟁률 속에서 살아남은... (웃음) 저도 배우 생활을 꾸준히 하려고 하는데 현재는 연극 장르와 거리극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뭐가 있지. 저는 아이들 만나면서도 연극을 하면서도 중요한 키워드는 ‘내가 얼마만큼 감각하고 있는지’인 것 같은데 제가 엄청 우울하고 깊게 빠지고 할 때는 주변에 아무것도 감각되지 못하고 완전 색채도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죠. 하다못해 여행을 가도 하루하루 모든 게 감각되고 너무 재밌는데,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순간 내가 멈춰 있다는 느낌이 너무 많이 들더라구요, 삶에 있어서 늘 감각을 하고 싶고, 이 직업을 택하면서 감각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터득하고 경험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래서 즐겁게 수업도 임하고 있고 연극도 하고 있고 그런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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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감각을 차단시키고 기뻐보이는 감각인간 태섭>
선영
저는 팀 내에서 정적인 활동 및 세심함을 담당하는 조선영입니다. 뮤지컬 학과를 졸업하고 하이틴 아이들, 10대 아이들 대상으로 찾아가는 공연을 진행하고 있고요. 저도 예술 해윰에 사실 합류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원래도 어렸을 때부터 교육에 되게 관심이 많았었던 것 같아요. 내가 예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이전에도 나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고 싶다고 생각을 많이 했었고, 연장되어 교육에도 관심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되었죠. 내 길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고 좋은 기회가 되어서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충현
이건 진짜 딴 얘긴데, 두 분은 어떤 경쟁률을 뚫고 들어오신 건가요?
 
정윤
20~30명이 공모를 했어요. 그중에서 뽑히신 거죠.
 
충현
대단하신 분들이시네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겠습니다.
 
💭 꿈다락를 통해 진행하시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정윤
우선 샤인머쓱햇 콘서트 설명을 드리자면 과연 예술가들이 멀티버스라는 매개체를 활용해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도 멀티버스를 다루는 프로그램들이거든요. 이번에 대상자를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잡았는데, 모집을 하다 보니까 중고등학생 친구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줘서 다 함께하고 있어요 지금.
 
태섭
7살부터 19살까지.

정윤
세대가 가지고 시선이 다르잖아요. 7세가 보는 세상과 19세가 보는 세상이 다르고 저희도 다르니까 이것만으로도 멀티버스가 완성이 되는 것 같아요. 연극으로 놀이하듯이 수업하고 있어요.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놀고 그걸 연극으로 실현한다는 주제를 두고 있고, 연극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것만 이루어져도 이 프로그램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다 보니까 우리가 비록 부끄럽고 머쓱하지만 반짝반짝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샤인머쓱햇이라고 했습니다. 달콤한 뭔가를 만들겠다.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요.
<7살과 19살이 함께 참여하는 수업에서는 무슨 일들이 벌어질까?>
충현
아이들이 처음에 샤이하고 머쓱한 순간들을 꺼내기에는 너무 샤이하고 머쓱한 상태일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고 결과물로 연결시키세요?
 
정윤
저희가 먼저 모든 걸 내려놓고 뭔가를 보여줘요. 아이들이 선생님은 이런 특징과 성격을 가지고 있구나.’를 금세 파악할 수 있게 열어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뛰어놀게끔 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누구보다 재밌게 놀려고 노력하는 편이구요. 텐션을 정말 불태우죠. 저는 개인적으로 청소년기에 꼭 생각나는 어른이 한 명 있거든요. 부모님 외에 저에게 도움을 주신 어른이 한 분 계시는데 그런 비빌 구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영
저는 교육을 해본 경험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늘 많이 배우려고 하는 편이에요. 예술해윰 자체도 좀 자유롭게 같이 배우고 이런 걸 추구하기 때문에 배우고 있죠. 제가 영감을 받는 경우는 아무래도 저도 이제는 20대 중반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려고 하는 중이고 하다 보니 요즘 애들이랑 거리가 확실히 거리감이 느껴지고 유행에도 조금씩 둔감해져 가고 있는 거 같아요. 7세 아이도 있잖아요. 그 친구가 하는 말도 꼼꼼히 들었는데 되게 새로워요. 내가 7살 때도 저랬나? 저희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렇게 영감을 받지 않나, 교육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요.
 
충현
최근에 유행하는 거 하나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호선
밈 같은 거
 
선영
...갸루피스?
 
충현
그건 저희도 알고 있는... 저희가 모를 만한 것도 있을까요?
 
선영
! 우 투더 영 투더 우! 이거? 어제 배웠어요. (웃음) 이거 모르시죠?
 
소똥
압니다. (웃음)
 
선영
아아악! 아 정말요? 뭐 있지.
 
호선
옛날에 저희는 '짱나네' 이런 표현을 썼는데 요즘에 '킹받네' 이런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태섭
요새 그런 거 있어요. 킹받네랑 파트라슈를 섞어서 킹받트라슈.
 
호선
파트라슈를 거기다 넣는다고요?
 
정윤
언어적 발음 표기가 좀 비슷하니까 그런가 봐요.
 
태섭
감사링, 감사합니다람쥐 이런 거죠. 그게 또 돌고 돈다~
 
정윤
직접적인 표현보다 더 좋은 것 같아요. 장난스럽게 표현하고.
<갸...가루피스?>
호선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경험을 하면서 계속 배우거든요. 지금 선생님으로도 살고 있지만, 배우라는 직업을 갖고 있는데 항상 경험 많이 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정말 그 경험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근데 그게 또 사실 무섭긴 해요. 진짜 안 좋은 순간이나 정말 슬픈 순간에도 이 감정을 좀 기억해놓으면 언젠가 이걸 연기할 때 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들도 들거든요.
 
충현
일종의 직업병이네요.
 
호선
그렇죠. 이제 또 여자친구랑 좀 오래 만났는데 지금 그 친구랑 정말 많이 헤어졌거든요. 30번 넘게 헤어졌어요. (웃음) 이게 첫 번째 헤어질 때랑 두 번째 헤어질 때랑 또 30번째 헤어질 때랑 또 다르더라고요. 이쯤되니 헤어지는 것도 경험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게 진짜 무서워요. 그리고 또 제가 경험들을 하고 느끼는 감정들을 저장을 해놓을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운율이나 이런 거 따지지 않고 그냥 시처럼 쓰는 걸 되게 좋아해요. 메모장에도 항상 시를 쓰고 다녀요.
 
충현
혹시 최근에 쓰셨던 좋은 시 하나 읽어주실 수 있어요?
 
일동
오오~ (환호성과 웃음)
 
정윤
가끔씩 영상 전화가 옵니다. 눈물을 떨어트리면서 시를 읽어요. (웃음)
 
호선
어디 있지... 다 지웠나. (웃음) , 이때 제가 아마 헤어지고 썼던 거 같은데.
 
일동
(웃음과 박수)
 
호선
이때가 25번째인가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 나요. 처음에 주변 사람들이 세줬어요. 30번째 넘어간 다음부터는 안 셌어요. 100번 채우면 파티 한 번 하려고요. , 근데 이게 되게 오글거리거든요.
 
태섭
미리 몸 꼬아놓고 들을게요.
 
호선

집 가면서 다들 욕하실 거 같긴 한데...어 하하핫 잠깐만. (마음을 가다듬는 호선)   


약간 이런 것들을 쓰는데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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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섭
왜 등단을 못 하셨지...
 
충현
25번째에도 이런 감정을 유지하는 게 대단하시네요.
 
호선
아 너무 부끄럽다.
<25번째 이별 후 쓴 시를 낭독하는 호선. 솔직히 저도 웃었습니다.>
 
💭 예술해윰에서는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시는 것 같습니다. 아까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아이들의 샤인머쓱함을 꺼내놓기 위해 먼저 여러분의 모습들을 꺼내놓는다고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태섭
저는 일단 자기소개 때 저희가 이제 춤을 좀 연습을 해서 소개를 마무리하며 춤을 일단 췄고요. 노래 틀고 모자 쓰고 그렇게 춤추고... 근데 그거를 통해서 저도 제가 좋아하는 거를 솔직하게 완전 오픈해서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고 아이스브레이킹 과정을 되게 단축할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정윤
춤췄던 것 외에도 아이들이 임태섭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게 된 저는 순간이 기억이 나거든요. 첫 수업 때 의자가 좀 부족했는데 선생님이 딱 멋지게 그냥 바닥에 아빠다리로 앉으시는 거예요. 이게 별거 아닌데도 아이들이 가지게 된 선생님의 첫인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거기에서 갑자기 모자를 딱 쓰고 춤을 춘 거죠. 선생님 임태섭은 굉장히 다정하고 섬세하고 약간 부끄부끄한 느낌이 있었지만, 퍼포먼스를 할 때만큼은 색깔도 변하고 눈빛도 변하고 가지려는 태도도 변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이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나 신뢰가 높아졌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의 포지션을 선정하시는 방법이 전 되게 좋았거든요.
 
태섭
그날 한 5분 정도 늦게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사실 문 앞에서 아 첫인상을 어떻게 찍지.’를 좀 고민했어요. 근데 마침 의자가 딱 없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그냥 가로질러서 털썩 앉았죠.
 
정윤
늦어서 죄송해요. 미안해요라고 하는 것보다 이런 부분이 훨씬 스며들기 편해서 좋은 아이스브레이킹이 아니었나, 꼭 놀이로 보여주는 것보다 선생님을 소개하는 형식이 좀 마음에 들었어요. 역시 연기자다, 이런 생각을 좀 했던 것 같아요.
 
충현
201을 뚫고 오실만했네요
 
태섭
어우. 제시간에 왔으면 어쩔 뻔했어. (웃음) 감사합니다.
<내가 그! 20대 1도 뚫은! 임태섭이야!!!>
호선
선영 같은 경우는 나머지 셋과 다르게 되게 차분하세요. 7세 친구가 있다고 그랬잖아요. 그 친구를 좀 더 주의 깊게 봐주세요. 아이들이랑 수업하다보면 어떤 아이들은 텐션이 높고 어떤 아이들은 텐션이 낮을 거예요. 근데 그 낮은 친구들이 텐션이 높은 저희한테 다가가기보다 자기랑 비슷한 선영선생님한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매력을 느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선영
하하
 
호선
텐션이 낮은 친구들은 오히려 선생님한테 훨씬 매력을 느끼고 고민이나 이런 게 있어도 다가갈 수 있겠다. 편안한 언니 같은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에 딱 받았어요.
 
태섭
선영은 쉬는 시간에 되게 강한 스타일. 쉴 때 각자 공간에서 있으면 선영이 정말 아이들이랑 컨택을 너무 잘해 주시고 사소한 이야기를 잘 나누시죠. 정말 다 역할이 참 잘 배분돼 있는 것 같아.
 
호선
만약에 선영이 없으면 놀자판 됩니다. 그리고 대표님 같은 경우는 성우 활동을 하신다고 그랬잖아요. 그러니까 아이들한테 처음에 점수를 엄청 따죠. 이것도 약간 비겁해

정윤
그렇지. 인정해

호선
완전 명확한 게 있는 거예요. 성대모사를 아이들 게임 캐릭터를. 게임 캐릭터. 티모! 한번 담아 주시죠~
 
일동
(웃음과 박수)
 
정윤
(헛기침) 읏흠 읏흠. 혹시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 하시나요?
 
충현
네 소똥과 저 둘 다 열심히 해요. 매일 밤마다.
 
정윤
 
호선
 
충현
 
태섭
 
정윤
 
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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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런 것들을 통해서 아이들이랑 라포가 형성되는 것들이 빨라요. 쉬는 시간에 와 갖고 막 선생님 뭐 할 수 있어요? 또 뭐 있어요?“ 하면 또 거기서 또 성대모사를 하는 거예요.
<비겁한 정윤은 오늘도 종이를 들었다.>
정윤
아무래도 소개를 할 때 강사들의 색깔이 한 번에 내리 탁 꽂힌 순간 호감이 생긴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게임이나 여러 가지 아이들이 친근한 것들로 접근을 하는 게 좋더라구요. 선생님이라고 해서 좀 멀리 느껴졌던 사람이 우리처럼 게임이란 걸 하고 있네. 그런 일종의 벽 같은 것들이 허물어질 수 있는 거죠. 그래서 무기를 써요.
 
충현
각자 무기가 있으시네요
 
호선
저만, 저만 없어요!
 
소똥
! ! !
 
충현
아까 그 시를 첫 시작에 읽으면, 아니 7살 아이가 딱 들었을 때,
 
호선
아 저 뭐라는 거야!” 게임 성대모사하고 레벨 차이가 많이 나죠
 
충현
약간 마지막 수업에 듣기 좋다. 마지막에 아이들하고 시를 나누는 거죠.
 
태섭
마지막 소감 얘기할 때쯤.
 
호선
파도가 일렁이지만...”
 
태섭
여러분과 안녕...“ (웃음)
 
정윤
 
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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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태섭
저는 본캐라고 느끼는 거는 어떤 형체로 담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임태섭이라는 이름부터도 좀 부캐고, 연기를 하는 배우로서도 부캐고, 작년에는 연기를 잠깐 쉬면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해서 꽃을 종종 만지거든요. 그런 부캐도 있고 그런 어떤... 도구들? 은 다 부캐라는 생각이 들어요. 형체가 없고 잘 잡히지 않고 이런 본캐의 속성 때문에 혼란을 겪을 때가 많아요. 그래서 감각하려고 하는 거죠. 감각하는 능력을 성장시키고 싶고 하는 게 잘 보이지 않는 본캐를 잘 보이게 만들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아요.
 
소똥
저도 본캐 부캐를 딱 나누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었요. 저는 작년에 백수로 지냈는데 그때는 러닝하고 산책하는 게 제 본캐였거든요. 거기서 얻는 힘이 되게 컸어서. 근데 올해는 안 하고 있어요. (웃음) 그러니까 작년에는 저한테 중요한 어떤 정체성 중 하나였는데 올해는 또 아니게 된 거여서 시기마다 아 이게 나다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충현
왜 요즘 산책 안 하세요?
 
소똥
작년에 한창 하다가 발에 물집이 잡힌 거예요. (웃음)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안 뛰게 됐는데...
 
호선
저는 배우로서 활동을 하게 되면 무조건 나쁜 역할만 들어와요. 살집도 좀 있고 연기를 할 때 센 연기들을 많이 시키시고, 사실 스스로 자신 있기도 하죠. 근데 솔직히 저는 로맨스나 멋있는 역할들을 되게 하고 싶어 해요. 또 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멋있는 건 아니지만 되게 섬세까지는 아니지만 뭐라고 그래야 되지. 섬세까진 아니지만. 아 뭐라고 해야 되지 아 약간.
 
태섭
로맨틱, 감성?
 
호선
네네. 나름 세상에 때 묻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그게 본캐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계속 나쁜 역할들만 하다 보니까 어 이게 내 본캐인가.?‘ 착한 역할로 지원을 해서 오디션 보면 항상 떨어지고 나쁜 역할로 보면 항상 계속 붙더라고요.
<의자만 들어도 무기를 들고 위협 중인 것처럼 보이는 순수 호선. 뒤에 이미 한 명 쓰러져있다.>
충현
아까는 무슨 오디션을 떨어지셨나요?
 
호선
로맨스였습니다. (웃음)
 
정윤
저는 어쨌든 메시지 전달하는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 사적인 관계들에서도 소통에 문제가 있었거나 오해가 생겼을 때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어하거든요. 그리고 내가 줬던 에너지가 어떤 형식으로든 돌아왔을 때 가장 의미를 느끼는 편이어서 그런 활동을 하려고 본캐, 부캐가 둘 다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정윤
오늘은 요즘 제일 많이 입고 다니는 코디 그 자체를 그냥 입고 있는 거거든요. 예전에는 강의할 때 무조건 핏하고 화려한 옷을 입었던 기억이 나는데 점점 활동하기 편한 옷이 더 좋아졌고 캐주얼함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학생이든 저든 더 편안하게 하는 것 같고, 예전에 정장도 많이 입었어요. 좀 격식 있고 제가 전문성 있어 보이는 것 같아 느껴가지고 그래 보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면 이제는 편안한 순간이 더 좋아서 편하게 입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선영
저는 색깔에 많이 치중해서 골라봤는데 복장도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복장을 갖추는 게 생각보다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저희가 인터뷰하는 이 공간이 저희에게는 일단 교육의 장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너무 저의 스타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청바지로 조금 약간 죽여주고 위에는 제가 평소에 좋아하는 옷을 입었죠. 사실은 지금 공연하고 있는 의상을 입을까 하다가 그냥 조선영으로 접근해서 골라본 의상입니다.
 
태섭
저는 정말 많이 입는 스타일 그대로 입고 왔어요. 포켓 있고, 주머니 무조건! 여기는 버스 카드, 보조 배터리.
 
충현
각 물건들마다 자리가 있군요?
 
태섭
있어요. 나름의 루틴이 있고 셔츠를 되게 선호하는 것 같아요. 특히 내구성 좋고 가성비 좋은 재질을 좋아하죠. 회의를 하다가도 움직이는 일이 있고 공연 연습을 하다가도 움직이는 일이 있고 그러다 보니까 활동성, 기동성이 편한 스타일을 선호하고 있고요. 사실 이번에 수업을 들어서면서 어떤 옷을 입어야 되지? 선생님이 입을 법한 옷들은 아무리 뒤져봐도 없는 거예요. 다 막 뭐 주렁주렁 이렇게 고무줄이라도 달려 있고 이러니까 어떡하지 하다가 그나마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하면서 슬금슬금 눈치 보면서 입었는데, 이제는 저도 제가 가장 편하고 저다울 수 있는 옷을 입었을 때 나다울 수 있는 호흡으로 아이들과 만나면 통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하면서 고수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피어싱이나 악세사리로 항상 마침표는 찍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호선
저는 태섭과는 다르게 피어싱처럼 몸에 뭘 걸치는 걸 되게 싫어해요. 가방 이런 것도 싫어하고 자유로운 걸 좋아해서 이렇게 차 있고 걸려 있고 너무 불편해요. 옛날에는 한참 귀도 엄청 크게 확장도 하고 그랬었는데 최근 몇 년은 그런 것들은 아예 없어요. 옷 같은 것도 세미 정장 아니면 검정 티에 검정 바지, 포인트는 흰색 신발 이렇게만 입었죠. 그런데 요즘에는 계속 오디션을 보러 다니다 보니까 그렇게 입어서는 튀지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은 색감 자체를 좀 밝게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자신다운 복장을 입고 모인 예술해윰 멤버들. 소똥은 아무래도 사진 찍는 법을 배우는 게 좋겠다.>
 
🏠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가장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대상 또는 순간이 있나요?
<집은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입니다.>
정윤
저는 안정감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안정감을 주는 존재가 강아지거든요. 강아지는 화를 내든 혼을 내든 뭘 안 해 주든 저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줘요. 제집은 그런 무조건적인 사랑인 강아지를 위해서 존재해요. 그 아이를 위해서 일부러 독립해서 나왔고 반지하가 너무 좁고 이 아이가 뛰어놀지 못하는 것 같아서 열심히 돈 벌어서 집을 무리하게 넓혔고, 그 아이를 위해서 집도 더 편안하게 꾸며주고 있고 저에게 집인 강아지를 위해 물리적인 집을 변화시키는 것 같아요.
 
충현
엄청난 사랑이네요.
 
정윤
진짜 강아지가 내 전부야..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호선
사실 예술을 통해서 풍족하게 먹고 살 수 있는 건 소수의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일단 거의 먹는 거에서 돈을 다 써요. 예를 들어 100만 원이 있다고 하면 그중에 90만원은 먹는 걸로.
 
태섭
진짜로?
 
호선
혼자 혼술로 하루의 마무리를 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도 보통 사람들 같으면 김치 밥 아니면 뭐 찌개 이런 거 먹는데 저는 저에게 주는 하루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참치를 먹는다던가.
 
충현
참치회요?
 
호선
네네
 
충현
참치캔인가 하고 생각보다 선물이 작네.’ 생각했습니다. (웃음)
 
태섭
90만원 씩. 동원참치 90만원 씩.
 
호선
... 진짜 그렇게 먹고 싶은 거 그때그때마다 생각나는 것들은 돈을 안 아끼고 그냥 다 쓰는 편이에요. 그리고 현장 가서도 촬영장이나 이런 데 가서도 밥 안 주면 잘 안 되잖아요. 무조건 밥차가 제일 맛있어! (웃음) 밥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뭘 하든.
 
태섭
저는 최대한 집밥을 먹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소비를 많이 가져가지 않으려고 하고,
 
호선
나랑 안 맞네. (웃음)
 
태섭
기를 모았다가 호선이 참치회 한 번 드실 때 저도 껴서 한 번 같이 먹는 거죠. 그리고 저는 몸이 되게 정직한 편이었어요. 먹으면 찌고 좀 조절하고 운동하면 빠지고 그 속도가 엄청 빠르고 확실하게 보이는 편이었어서 그걸 많이 신경을 쓰죠. 건강하게 먹으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고, 보통은 하루에 1.5식 하는 것 같아요. 공연팀을 들어가거나 하면 잦은 회식과 술자리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또 비워두는 것도 있고요.
 
호선
미안해. 이제 술 먹자고 안 할게. (웃음)
 
태섭
아냐아냐. 하루에 한 끼 먹고 이제 기를 모았다가 안주로 맛있는 걸 먹고.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호선
그냥 왜 이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건지, 왜 예술을 택했는지, 도대체 왜 수많은 직업들 중에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
 
태섭
그게 좀 궁금하긴 해요. 약간 각자 인생에서 첫 예술, 첫 예술의 기억. 그 첫인상? 언제 그게 시작됐는지.
 
선영
교육을 하게 된 게 자의인지 타의인지가 궁금해요. 내가 뭔가 원해서 해야겠다고 했던 건지 아니면 지금 현실에 치여서 교육을 선택했을 수 있잖아요.
예술해윰 인터뷰: 솔직하게, 머쓱하게, 자신있게~!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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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소재용, 예술해윰
  • 녹취록 작성: 조웅희
  • 장소: 광명 동굴연습실
  • 인터뷰 발행일: 2022.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