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매력적인 재미의 공간>
재미: 고양이들이 뒹구는 2층짜리 마을
* 인터뷰이: 이현식, 전혜주
* 인터뷰어 : 혜진, 소똥
* 인터뷰 편집: 혜진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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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는 이웃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 이후로 이사를 많이 다녔고, 줄곧 빌라에 살게 된 탓도 있을 것이다. 고작 계단에서 만나는 게 전부이니 마주치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들이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재미의 인터뷰 도중 엄마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에게 혜주는 “OO이 왔어?”라며 인사를 건넸다. 별것 아닌 그 장면이 내게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웃의 이름을 언제 불러봤던가. 나에게 이웃은 드라마, 영화에서나 있는 환상의 존재가 된지 오래였다. 


재미는 곧 마을이었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있는, 풀과 꽃이 자라는, 고양이들이 뒹구는 2층짜리 마을. 재미의 먹고사는 이야기에는 ‘이웃’과 ‘주민’들이 여러 번 등장했고, 다들 누군가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희가 만든 수업 중 드로잉반이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요. 저희는 그냥 공간을 내서 사람을 모으고, 강사를 초청했을 뿐인데, 이제는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저희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고, 그림을 엽서화 시켜서 판매를 하고, 판매 수익으로 미혼모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해요. 그 자발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혜주 


이제 그들의 마을은 재미의 바깥으로까지 넓혀지고 있다. 현식과 혜주는 그렇게 재미가 품은 마을을 지킨다.

                                                                                                                                                  - 혜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현식

순수회화 전공의 예술인 단체로 출발해서 지역 공공미술 활동을 하다가 한 폐가를 발견했어요. 독특한 구조에 매료되어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경기문화재단의 창생 공간 조성사업에 지원해서 선정이 되었죠. 그 폐가를 개조해서 지금의 공간을 만들었고 ‘재미’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창생 공간이라는 게 창작을 하는 메이크 스페이스 공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지역 장인들과 협업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실제로 장인들은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현직에 종사하고 계시더라고요. 신박한 기술을 가지고 계시는데, 시간적 여유는 없으신 거죠. 저희와의 작업도 일의 연장선이 되고요. 그래서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작문화 확산을 도모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다양한 공예작가들이 참여하여 지역주민들과 협업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교육 프로그램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호회가 결성되면 이곳을 메이크 스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있어요.

<드로잉 수업이 진행중이었다> 

혜진

작업 공간 말고도 다양한 공간이 있는 것 같아요.

 

현식

1층 앞쪽에 아주 작은 공간이지만, 전시장을 만들었어요. 보통 전시회를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데, 청년 작가들이 부담 없이 릴레이 전을 구성하면서 경력을 쌓았으면 해요. 그 외에도 목공 교육이 가능한 작업장도 있고요. 여기 오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곳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2층에는 커뮤니티 카페를 만들었어요.

<커피를 내리는 혜주의 뒷모습> 

혜진

여러분의 소개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식

저는 이현식입니다. 고향은 마산이지만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성남에 처음 와봤어요. 학교를 마치고서는 이런저런 상황들 때문에 제 꿈을 접고 낙향해서 돈을 벌어야 했었죠. 그러다가 성남에 있던 친구가 지역 공공미술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면서 다시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문화예술 기획자이자 작가로서 문화예술의 보편적 확산에 힘을 쓰고 있어요.

<현식과 꽃과 혜주> 

혜주

저도 대표님과 같은 85학번 동문이고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무렵 성남에서 입시 화실을 운영했어요. 그때 한 시민단체를 통해 성남이라는 도시에 대해 알게 되었죠. 집-학교-화실의 단순한 삶의 형태에서 사회를 보는 시각이 생기기 시작한 게 그 시점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되었죠. 그러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흘렀어요. 인생을 후회 없이 사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나이가 50인 것 같아요. 굉장히 두려우면서, 위기감도 들었어요. 지금부터 잘 살지 않으면 정말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 시점에서 대표님과 창생 공간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다른 방식으로서의 삶이 시작된 것 같아요.

 

혜진

혜주 선생님께 창생 공간은 어떤 곳인가요?

 

혜주

예술가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자기만의 방, 영역이 중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여기는 그 영역을 넓혀주는 곳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깨뜨리고 확장시키는 공간? 다른 사람의 삶을 마주하면서 내 사고의 영역이나 편견들도 넓힐 수 있고요. 저 자신도 그랬어요. 알고 보니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았더라고요. (웃음) 여기 이름은 ‘재미’인데 수익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마냥 재밌지만은 않아요. (웃음) ‘과연 이렇게 실리적이지 않은 공간이 지속 가능할까’라는 의문점을 가지면서도 계속 활동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버티시는 능력이 대단하세요. 그래서 ‘굳세어라 창생 재미’하면서 6년 차에 접어들었고 올해도 잘해보고자 힘을 내고 있습니다.

 

혜진

재미와 함께 인생에서 새로운 챕터를 열게 되신 거네요.

 

혜주

네. 생각지도 않았던 거였고, 이 모든 걸 다 알고는 시작하지도 못했을 거예요. 저희가 기획을 공부했던 것도 아니고요. 그냥 이 공간이 주는 매력이 상당히 컸어요.  

💪🏻 공모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과 리스크로 고민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현식

어쨌든 우리가 만든 이 공간이 돌아가게 해야 하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게 아니라 저희가 직접 꾸몄거든요.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요. 여럿이서 추운 겨울까지 엄청나게 고생을 해서 만들어 놓았으니 버릴 수도 없고, 자식 같은 느낌이 들어요. 지원금 받은 거 가지고 ‘이렇게 해주세요’하고 구경만 했으면 쉽게 버릴 수도 있었겠지만요.

 

혜진

피와 땀이 들어간 공간이군요.

 

현식

그렇죠. 처음에는 우리가 이 동네에 완전히 이방인이었어요. 사업을 받아냈을 때도 질투하는 눈빛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았고요. 나중에는 오해였다고 털어놓기는 했지만. 그렇게 아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서 활동하려니 맨땅에 헤딩이었어요. 첫해에는 여러 가지 수업을 했었고, 그다음 해부터는 공모사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첫 해 기억나는 행사는 ‘마토 장터’예요. 시의 지원금을 받았었죠. 마지막 토요일이라 ‘마토’였어요. 저희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수제작 한 제품들을 벼룩시장처럼 팔기도 하고, 영화 상영도 하고, 공연도 하면서 300만 원으로 세 차례나 진행했어요.

 

혜진

그 계기로 재미가 알려진 건가요?

 

현식

그렇게 하면서 혜주 선생님께서 주민자치 위원으로 들어가고, 저는 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주민센터랑 협력 관계가 되었죠. 자연스럽게 동네 주민과 어울리게 될 기회가 많아졌고, 우리가 뭘 한다고 하면 이제는 주민들이 참여하고 도와주세요. 주민센터 행사를 여기서 진행할 때도 있고요.

 

혜주

이 공간이 주는 힘이 큰 것 같아요. 마을 활동이나 기획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공간이 이렇게까지 좋은 곳은 없더라고요. 여기가 호기심스러운 공간이잖아요? 구석구석 목공실도 있고, 다락방도 있고, 식물도 있고, 동물도 같이 어우러지는 공간이죠. 열린 공간으로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들은 식물에 관심이 있어서 오시기도 하고, 또 어떤 분들은 고양이 간식을 챙겨주러, 장난감을 사 오기도 해요. 저는 익숙한 공간이라 잘 보이지 않는 정돈 되지 않은 것들을 이웃분들이 정리해 주시기도 해요. 전에는 동네 커플분이 찍어주신 고양이 사진을 제가 널브러트려 두니까, 이웃 아기엄마가 와서 저렇게 액자에 붙여주고 가셨어요. 어떤 분은 지저분한 의자를 천으로 리폼해주시기도 하고요.

<고양이 이웃, 치치패밀리> 

혜진

여러 사람의 애정이 들어간 공간이네요.

 

혜주

네, 저기 있는 고양이 그림도 이웃분이 여기서 드로잉 배우셔서 직접 그려주신 거예요. 또 저희가 실질적으로 상업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오시는 분들께서 ‘여기는 캣 카페 분위기를 내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하시면서 의견을 주시기도 해요. 마을 문화공간이면서 조금 더 수익을 내서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주시고요. 많은 분이 이렇게 함께해 주시니까 같이 잘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진행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현식

이번 지역 특성화 프로그램은 드로잉, 목공, 정원 수업 세 가지가 연결돼요. 전체적인 토대는 ‘텃밭 정원’과 ‘자연과 함께’에요. 첫 번째 드로잉 수업에서는 동네를 탐방해서 그림으로 기록해요. 장소에 담긴 기억들도 적어보고요. 드로잉 능력이 있어야 설계 능력이 생기잖아요. 

<새집을 만드는 시간> 

현식

그 후에는 머릿속에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목공 수업이 연결되죠. 옥상 텃밭과 연계해서 플랜트 박스와 새집을 만들어요. 도심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녹지를 보존하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생태계를 고민했으면 해요. 마지막 정원 수업에서는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 우리 동네에서 방치되는 공간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식물들에 대해 배우고요.

<식물과 함께하는 정원 수업> 

혜진

참여자가 이 세 가지를 다 하는 건가요?

 

현식

그렇죠. 기본적으로는 세 가지를 다 해요. 일부 과목만 듣는 분들은 연결되는 재미를 못 느끼죠.

 

소똥

설명해 주실 때 그 맥락이 느껴졌어요.

 

혜진

참여자분들의 연령대는 어떻게 되나요?

 

현식

20대 후반부터 60대까지 있어요.

 

소똥

아까 작업실에 계시는 분들을 보았는데 중년여성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혜주

그 나이대가 자기 행복을 찾고 싶은 때잖아요? 결혼하신 분들은 아이들 키워 놓고 뭘 하면서 살아야 내 삶의 질이 높아질까 생각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연령이 있으신 분들이 나를 위한 놀이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세요.

👩‍👩‍👧‍👦 재미는 문화예술, 제작문화를 기반으로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재미가 꿈꾸는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인가요? 그러한 커뮤니티가 되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요?

혜주

우리가 자연 속에 있을 때 마음이 치유되고 충만함을 얻는 것처럼, 우리 커뮤니티에도 생태적인 것들이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마을 주민들과 마을 기업이든, 사회적 기업이든 어떤 기업을 만든다면, 식물과 동물이 함께하는 생태적인 기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수익을 다시 환경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곳에 기여한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지금은 아직 구체화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주민분께서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저희 카페에는 아이들이 마실 수 있는 음료들이 별로 없는데, 그런 것들을 판매해서 남는 수익금은 마을 기금이나 사회기부 쪽으로 돈을 모으면 어떻겠냐고요. 여기를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의미의 기금 마련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어요. 그래서 제가 어저께 그 어머니 얘기대로 주문을 했어요. 뽀로로 음료와 복숭아 아이스티가 인기라고 해서요.  수익도 중요하지만 조금 재미있고 의미 있는, 가치 있는 이런 것들을 좀 만들어가야, 더 신나고 재밌게 가난하더라도 버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난한 거는 끝없이 가난할 것 같고. (웃음)

 

일동

(웃음)

 

혜주

조금 더 의미 있으면 그래도 보람이라도 있으니까? 가난한 것도 참아가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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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뽀로로 음료가 도착했다> 

🐈 재미와의 인연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여러 사건이 생기기도 할 텐데요. 성남의 주민들과 함께 했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세요.

혜주

에피소드는 크고 작은 것들이 소소하게 많긴 한데.. 고양이들과 얽힌 에피소드가 최근에 많았어요. 사라졌다가 찾게 된 사례들이요. 잃어버렸다고 중고 거래 앱에 올렸더니 오만가지 사진이 다 올라오더라고요. (웃음) 얘가 우체국을 돌아다니는 사진부터 해서 엉뚱한 사진들이 막 올라왔어요. 그래서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도 있고, 잃어버렸다고 대자보를 붙였더니 저 멀리에서 찾아서 데리고 오시는 분도 계시고요.

 

현식

간택당했다고 데리고 가셔서 중성화 수술까지 시킨 분도 있었어요. 근데 동네 주민이 이 고양이 저희 고양이인 것 같다고 알려주셔서 찾으러 갔는데 정들어서 못 주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혜주

원래 좀 허리가 길고 날씬한 애들이거든요? 우리가 굶긴 것 같다고 학대한 사람 취급을 하셨어요. 이제는 자기 고양이다, 수술비도 20만 원이 들었다 하시면서요. 저희도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결국에는 지구대장님까지 오시고, 저희도 20만 원을 준비해 가서 협상을 했던 적이 있어요. 마을 일로 커졌죠. 이 고양이 사건이. (웃음)

 

소똥

그 고양이가 어떤 고양이인가요?

 

혜주

그 고양이가 또 사라져버렸어요.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누가 데리고 가는 게 CCTV에 찍혔어요. 그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서 여러 번 실랑이했지만 결국은 포기했어요. 이렇게 없어진 친구들은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면서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했죠. 차라리 20만 원 안 주고 안 찾아왔으면 처음 분이 잘 키웠을 텐데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소개해주세요.

혜주

대표님 지금 쓰고 계신 카우보이 모자, 개성 있지 않아요?

<고양이를 돌보는 카우보이> 

현식

저는 그냥 편한 복장이요. 언제 어떤 험한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괜찮은 새 신을 신고 이틀만 지나도 항상 기스가 나거나 뭐가 묻어요. 티 같은 것도 어느 순간 페인트나 물감이 묻어 있는 상황이 발생해서. 그러면 그냥 아무거나 입자! (웃음)

 

혜주

절대 비싸거나 좋은 옷을 입을 수 없죠. (웃음) 저는 최근에 우연히 몸빼바지를 입게 됐는데 너무 편한 거예요. 왜 몸빼바지를 입는지 알 것 같아요. 펄럭거리는 옷들은 편하긴 하지만 작업하기에는 걸리적거릴 때가 있는데 이건 이렇게 밑이 조여 있어서 좋아요. 몸빼바지의 매력에 빠져서 모든 바지가 몸빼화 될 것 같은 느낌? (웃음)

 

혜진

지금도 몸빼 바지이신가요?

 

혜주

네. 지금도 몸빼바지에요. 꽃무늬는 아니지마는. (웃음)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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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식

대충 아무거나 먹는 사람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서이지 않을까요. ‘아, 배고픈데 뭐 먹어야지’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하니까 그 과정을 못 견디는 거죠. 만드는 동안 배가 고픈 걸 참을 수 있는 사람들은 정성껏 만들어서 맛있는 음식을 만끽하고요. 쫄쫄 굶어서 배고픈 상태에서 맛있는 걸 먹으면 더 맛있을 텐데..

 

혜진

맞으신가요, 혜주 선생님?

 

혜주

글쎄요. 그렇다네요, 제가. (웃음) 근데 혼자 먹을 때랑 여럿이 함께 먹을 때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현식

저희가 코로나 전에는 여기서 포틀럭 파티를 자주 했었어요. 각자 하나씩 가져와서 같이 먹는 게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 가기에도 좋은 것 같아요. 여럿을 위해 소수가 엄청난 노동을 해야 하는 건 너무 힘드니까요.

<파티를 하고 싶어지는 공간> 

혜주

그랬네요. 그렇게 번개 모임을 자주 했었네요. 여기가 그런 모임을 하기에 참 안성맞춤인 공간이에요. 겨울에는 난로도 피우고 군고구마도 구워 먹어요. 난로 때문에 여기에 오시는 분도 계세요.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난로가 자기한테는 너무 힐링이 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여기 난로 앞에서 다 사라진다고. 군고구마를 사 오시기도 하고, 저기 쌓여있는 통나무들도 그분이 가져오셨어요. (웃음)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가장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대상 또는 순간이 있나요?

혜주

여기가 집처럼 우리의 놀이터고, 주민들의 놀이터이기도 한데, 월세가 지출이 되니까.. 월세가 나가지 않는 집이면 좋겠죠. 저는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요. 한 뙈기의 땅이라도 있는 마당에서 내가 키운 농산물과 이웃이 키운 농산물을 같이 나눠 먹기도 하고요. 근데 아파트만 생기고 자꾸 주택들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현식

예전의 집은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고, 커뮤니티의 공간이기도 했잖아요. 담장도 낮고, 우리 집에서 옆집 친구 이름을 부르면 대답을 하기도 하고요. 또 집 앞 평상에 모여서 누가 지나가면 밥을 먹고 가라고 하고, 막걸리 한잔 같이 하기도 하면서 떠들며 놀았었죠. 저희 동네는 여름에 버스를 대절해서 다 같이 해수욕장에 놀러 가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문화가 없어져 버렸죠. 휴식을 위한 주거 공간이 완전히 독립되어 있고, 문화 복합 공간이나 카페들이 커뮤니티 공간을 대체하게 되었고요. 인간답게 재미나게 살려면 주거와 커뮤니티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개인적으로 저는 편하게 텐트를 칠 수 있으면 그것도 주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캠핑장이라는 개념 때문에 텐트도 아무 데나 칠 수가 없지만요. 요즘 캠핑장은 집보다 더 삭막해요. 캠핑 가서 만난 사람들과 통하는 부분이 있으면 모닥불 피워놓고 늦게까지 노는 게 캠핑의 묘미였는데, 지금의 캠핑장에서는 못해요. 시간 되면 ‘아 잠 좀 잡시다!’ 이러죠. 근데 잠자러 밖에 나온 거 아니잖아요. (웃음)

👨‍⚕️ 여러분들이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셨을 것 같아요?

현식

저는 어릴 때부터 의대에 가야 한다고 어머니한테 세뇌당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1학년 때 미술 선생님이 죽기 살기로 따라다니면서 미대에 가라고 했죠. 그렇게 그림을 시작하게 됐어요. 만약 공부만 했으면 부모님 말씀대로 의사가 되지 않았을까..

 

혜주

현식 선생님은 만능이에요. 정말 못 하는 게 없어요. 전기, 용접, 노래까지 두루두루 잘하셔서 제가 문득 놀랄 때가 있어요. 엉덩이 무겁게 공부를 열심히 하셨으면 정말로 의사도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손으로 작업하시는 것도 워낙 잘하시고 냉철한 면도 있으시고요. 우리는 누군가 아프면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면서 마음만 졸이는데, 선생님은 담담하고 대범하세요. 남의 배를 가르는 것도 충분히 눈 깜짝 안 하고 했겠다. (웃음) 그런 생각도 들고요.

<새집 설치도 척척> 

혜진

혜주 선생님은 어떤 직업을 선택하셨을 것 같나요?

 

혜주

저는 여행가요! 한 군데 정착해 있기보다는 세계 모든 곳을 돌아보면서 자연이 주는 충만감, 경이로움을 느끼고 싶어요. 그런 걸 다 보고 죽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아직도 있고요. 그래서 여행가가 되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희망 사항. (웃음)

 

소똥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으신가요?

 

혜주

저는 시골 마을에 가고 싶어요. 예를 들면 고흐가 밝은색을 쓰기 시작했다는 프랑스의 ‘아를’이라는 시골 마을이요. 우리나라도 시골에 가면 햇살부터 다르잖아요. 공기도 다르고요. 해외의 시골 마을도 그럴 것 같아요. 사진작가들이 찍은 사진들은 실은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잖아요. 네덜란드의 어느 거목들이 우거진 작은 집 이라든지, 사람을 압도하는 가로수길이 있는 풍경이라든지. 그런 곳들을 보면 동경이 일더라고요. 관광지 같은 데는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아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마음을 벅차게 하는 풍경들을 만나고 싶어요.

💬 재미는 지금까지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혜주

저희가 만든 수업 중 드로잉반이 창립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요. 저희는 그냥 공간을 내서 사람을 모으고, 강사를 초청했을 뿐인데, 이제는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그림을 그려서 저희 전시장에서 전시를 하고, 그림을 엽서화 시켜서 판매를 하고, 판매 수익으로 미혼모 단체에 기부를 하기도 해요. 그 자발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회적인 기여를 하면서 이제는 드로잉반이 자원봉사 단체화가 되었어요. 대외적으로도 알려져서 성남시장 상을 받기도 했어요. 저는 우리 커뮤니티의 자발성을 높이 사요. 그런 것들이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어요. (웃음)

 

현식

이제는 자생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죠. 어디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설 수 있도록. 이제 이곳 주민들과 협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마을 기업 또는 사회적 기업 쪽으로 꾸준히 마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점들을 찾아가고 싶어요.

🎤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현식

이거 왜 해요?

 

일동

(웃음)

 

현식

대부분 비슷한 입장일 테니, 이런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먹고살 만한 단체가 있다면, 어떤 식으로 그렇게 될 수 있었는지, 비결 좀 알려주세요.

<새 이웃도 환영합니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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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소재용, 재미
  • 녹취록 작성: 엄희은
  • 장소: 성남시 창생 공간 재미
  • 인터뷰 발행일: 20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