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뒷북 공간을 방문한 김늘아름, 권민희>
민씨어터 창작연구소 : 문화재단도 없는 의왕에서. 
  • 인터뷰이: 김늘아름, 권민희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인터뷰 준비를 위해 18개 단체의 사업실행계획서를 읽고 있었던 중에 익숙한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경기도 의왕시
 
뒷북 외에 의왕시에서 활동하는 청년단체는 거의 없다. 있어도 특정 정당과 연결되어있거나, 활동 소식이 뜸해지면서 조용히 사라졌거나. 둘 중 하나다. 하물며 문화재단도 없는 의왕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는 건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무척 반가웠다. 왜 하필 의왕일까? 궁금했다. 아직 만나지 않았음에도 걱정과 응원의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혼자 주책맞게 인터뷰를 기다렸다.
 
72, 권민희님과 김늘아름님이 의왕시 위치한 뒷북 공간을 방문했다. 급하게 준비한 히비스커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2시간 정도 나눈 이야기 속에서 의왕은 일부분이었지만, 느슨하게 우리를 묶어주었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권민희
저는 연극이나 영화배우로 활동을 해왔고, 부업으로 연극교육 강사를 5~6년 정도 했어요. 작년에 단체를 만들었어요. 단체의 정체성은 공연예술과 문화예술교육 두 가지를 분리해서 가져가려 해요. 문화예술교육은 난생처음꿈지가 처음이고요. 아울러서 가져가고 싶은 색깔이나 주제는 사회적인 이슈나 문제들, 문제라고 하기에는 무겁지만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 단체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공연을 통해, 교육을 통해서 말이죠. 연극을 기반으로요.
 
충현
민씨어터 창작연구소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신 것은 올해일까요?
 
권민희
단체 활동은 올해가 처음입니다. 배우는 아무래도 기다림의 직업이거든요. 누군가 불러줘야 하고, 오디션을 늘 봐야 하고, 자꾸만 수동적으로 되는 것 같아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작년에 했었어요. 그래서 작년에 사업자 등록을 했는데 이름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상호는 이라고 냈어요. 올해 초에는 사업자 주소를 의왕 주소로 바꾸고 이름까지 정했어요.
 
충현
민씨어터라는 이름은 권민희에서 민을 따온 걸까요?
 
권민희
... (웃음)
 
충현
너무 파고들었나요? (웃음)
 
권민희
사실은 희를 쓰고 싶었어요. ‘라는 게 희망할 때 희, 희노애락의 희, 유희의 희가 될 수 있고, 뜻이 여러 가지로 많더라고요. 그래서 극단 로 하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다들 말렸어요.
 
충현
왜요, 왜요, 왜요.
 
권민희
좀 별로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너무 단순하다고 하고. 친구 중에 극단 정이라고 본인 이름을 따서 만든 극단이 있는데 그거 따라 했냐 해서... 조금 다른 걸 생각하다 민씨어터로. (웃음) 극단 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그냥 극단으로 넣으면 너무 연극에 국한되는 그런 느낌이 있어서요. 씨어터도 연극이긴 한데...
 
충현
그래도 창작연구소가 들어가니까요! (웃음)
💭 두 분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김늘아름님이 민씨어터 창작연구소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늘아름
민희는 저랑 대학 동기예요. 20살 때 대학교 연극영화과에서 만난 친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교육 극단에 몇 개월 같이 있었어요. 저는 졸업 이후에 바로 서울에 올라온 케이스고, 배우와 연극 강사로 지금까지 프리랜서로 지내고 있어요. 민희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면서 더 가까워졌고,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우정의 관계를 쌓고 있었어요. 민희가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이 단체를 만들었어요. 단체를 만들 때 저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단체의 소식은 알고 있었어요.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선정되면서 저를 주 강사로 초청을 한 거죠. 단체가 처음 시작하니까 같이 해보고 싶었고, 저는 사실 거리가 멀어서 내가 희생한다는 마음도 있거든요. (웃음) 이건 아주 사적인 마음이고.
 
충현
알고 있었나요, 희생하고 계신 거?
 
권민희
네네... (웃음)
 
김늘아름
제가 은연중에 이야기해서 알 거예요. 그래도 단체의 취지도 좋았고 같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합류를 하게 되었어요.
 
권민희
저는 지금 극단을 1인 체제로 하고 있어요. 아름이가 연극교육 쪽에서 10년 넘게 일을 한 전문가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들이 분명 있을 것 같아서 연락했어요. 경기도 사업이다 보니까 집과의 거리가 꽤 되는데도 흔쾌히 수락해줬어요. 아름이는 저보다 먼저 서울에서 자리 잡고 있었고, 저는 늦게 서울에 올라와서 아름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김늘아름
그냥 있는 거죠. 자리 잡는 건 아니고 그냥 있는 거.
 
충현
서로가 서로에게 많이 의지하시는 것 같아요

<소똥의 어색한 촬영요청에도 불구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김늘아름, 권민희>
💭 사전 질문지의 내용 중 '연극을 통해 잠시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바라보며, 사유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던져주고 싶다.' 는 문장이 인상 깊었습니다. 각자에게 잠시 멈추어 자신을 돌아보았던 순간이 있었는지 또는 그러한 시간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권민희
이 문구는 블로그를 만들고 어떤 극단인지 몇 문장으로 간략하게 보여줘야 할 때 생각했던 말이에요. 각자의 삶에 치여서 달려가다 보면 주변을 잘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도 돌아보지 못하는 때가 많더라고요. 잠깐 멈춰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어요.
 
권민희
저도 대구에 있을 때는 그런 시간이 없었거든요. 20대 때는 저를 몰아붙이다시피 하면서 쉴 틈 없이 공연했고, 하나 끝나면 바로 하나 들어가는 식으로 해서 작품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남는 시간에는 부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고요. 그 시간을 지나고 보니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래서 강사 일도 그만두고 다 내려놨거든요. 아무 것도 안하고 내려놓고 있는 시간이 1년 정도 있었어요. 1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이 서울로 올라오게 된 동력이 되기도 했고요. 그런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충현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생각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까요?
 
권민희
글쎄요. 그래서 연극을 만드는 것도 더 어려워진 것 같아요. 그냥 아무거나 만들고 싶지는 않거든요. 물론 감동을 주고 힐링을 주는 공연들도 좋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공연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만드는 과정이 어렵고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좋게 봤던 건 『동물농장』 소설을 연극으로 만든 것이 있었어요. 권력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누군가가 권력을 가졌을 때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가 아니라 누구나 그 위치에 서게 되면 그렇게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어요. 살면서 가지고 있는 편견과 생각들이 이런 연극을 보면서 다른 측면에서의 생각을 할 수도 있고,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 연극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저 또한 그런 연극을 만들고 싶어요.
 
충현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민씨어터를 통해서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싶으신 거네요. 또 잘 표현하고 싶으신 것 같고요.
 
권민희
그게 자칫 잘못하면 어떤 정답을 알려주는 것 같은 선동하는 듯한 연극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연극은 제가 싫어해요. 그건 각자가 생각할 몫이고, 그런 생각을 던져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지점이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로 환경오염과 동물보호복지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난생처음꿈지에서 진행할 프로그램도 그 관심을 바탕으로 기획하신 것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각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이슈나 영향을 많이 받는 이슈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민씨어터 창작연구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권민희
애니메이션 중에 인상 깊게 봤던 것이 E’ 거든요. ‘E’ 에서는 미래의 지구 모습이 나와요. 미래 지구 사람들이 걷지 않아서 비만이 되고, 앉아서 먹기만 하고 쓰레기만 버리니 지구는 쓰레기장이 되고. 지구가 쓰레기장이 되는 건 쉽게 상상하지만 그걸 치우는 로봇들이 있다는 상상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고기로 태어나서』 라는 책을 읽었어요. 작가가 공장식 축산 현장에서 직접 일해보고 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인데 너무 적나라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읽으며 불쾌한 부분들도 너무 많았지만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채식은 각자의 판단인 것 같고, 우리가 먹는 것이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알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진행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또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권민희
우리가 하는 수업에서는 첫 번째로 플라스틱 문제를 다뤄요. 내가 오늘 하루 동안 쓴 플라스틱을 버리지 않고 모으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놀이처럼 진행하지만, 친구들이 각자 느끼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늘아름
앞에 질문을 생각해보면,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권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결국에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마음을 기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수업할 때도 그런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수업, 몸으로 부딪치며 경험하는 것을 서로 나누는 수업을 진행하고 싶어요.
 
김늘아름
배운다는 건 아이들한테도 많이 배우거든요. 제가 배운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대화할 때인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과 태도를 만났을 때 배우는 것 같아요.
 
충현
최근에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김늘아름
배우들로 구성된 영어스터디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배우에 대한 각자의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그중에 자기가 작업하는 방식과 연기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가진 사람이 있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연극을 할 때도, 교육 할 때도 자신감이 많이 부족했거든요. 나 자신에게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하는데, 스스로에게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자극을 받았던 것 같아요.
💭 민희님은 대구와 서울에서 15년 동안 배우로 활동을 이어왔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본인만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또 배우로서 먹고 살아온 역사도 궁금합니다.
권민희
저는 하나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어가지고...
 
충현
저도요. (웃음)
 
권민희
그래서 연극을 계속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얼마 전에도 공연했었는데 그때 나눈 이야기가 뭐냐면, 공연 연습을 2~3개월 정도 하고 공연하면 작품은 끝나잖아요. 그러면 또 새로운 작품을 하고. 지겨울 틈이 없어요. 연극이라는 하나의 포맷은 있지만 계속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민씨어터 창작연구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권민희
대구에 있을 때는 부모님과 같이 살기도 하고 부업도 열심히 해서 돈이 많이 모였었어요돈을 좀 모은 상태로 서울로 올라왔는데 일은 없고점점 통장에서 잔액이 줄어드는 걸 볼 때 좀 막막했어요혼자 사니까 생활비도 많이 나가고요그때 처음으로 경제적인 것에 대해 걱정을 했었어요그럴 때 신기하게도 일이 들어오기도 하더라고요저는 제가 가진 능력에 비해 운이 좋게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해요.
 
충현
아무리 운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15년 동안 한 가지 장르의 일을 꾸준히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특히 연극의 경우에는 매번 몰입해서 작품에 집중하다가도 연극이 끝나면 바로 팀이 해체되는 경우가 많잖아요바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요그런데서 오는 허무함은 없었나요?
 
권민희
관계에서 오는 허무함을 초반에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공연하면서 배우들 간에 굉장히 끈끈해지거든요몇 개월 동안 같이 고생하면 되게 끈끈해지는데끝나고 나서는 언제 끈끈했지싶을 정도로 연락이 뜸해져요특별한 일이 없으면 굳이 연락하지 않는 그 상황이 처음에는 서운했었어요직업병일 수도 있는데그런 상황을 몇 번 겪고 나서는 정을 크게 주지 않아요같은 극단 식구들이면 그렇지 않겠지만 그냥 한번 만난 팀이면 적당히 공연이 잘 흘러갈 만큼만 마음을 주게 되더라고요그런 방어기제가 생겼어요.
 
김늘아름
개인 성향인 것 같은데저는 공연을 하게 되면 공연 자체에 의미부여를 많이 해요허무함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적었던 것 같아요저는 글을 써요공연을 끝내고 난 뒤에 본연의 나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글을 쓰면 저의 생각이 잘 정리되는 것 같아요
💭 많은 예술가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흔히들 ‘n잡러라 많이 표현합니다. ‘n잡러라 하면 보통 자유로운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한편으로는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여러 개의 일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김늘아름님은 프리랜서로 10년 넘게 활동하며 어떠셨나요? 본인만의 요령이 생겼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김늘아름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일반 직장인보다 저를 더 몰아쳐야 하는 생활패턴으로 살고 있어요. 직급이 올라간다거나, 수입이 많아진다거나, 일이 일정하다거나 그런 부분이 없어서 일 중심적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어떤 목적지 없이도 일이 들어오면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하고 그런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멘붕이 오는 것 같아요. 쌓이고 쌓이면 지치고 아프고. 요즘에는 그게 없어졌는데 예전에는 학교를 졸업한 뒤 겨울에 항상 아팠어요. 예술 강사로 일을 하는 것도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에는 끝이 나는데 겨울에는 특히 공연이 많잖아요. 교육한 친구들의 공연을 올리거나 제 공연을 올릴 때도 많았고요. 그렇게 공연이 끝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몸이 아프고, 자아 성찰을 하게 되고 그랬어요.
 
충현
연극인들이 말도 안 되는 스케줄을 소화한 다음에 많이들 아프신 것 같더라고요.
 
김늘아름
성격적으로, 생활 패턴 적으로 억지로 집에서 쉬는 게 안 되는 삶을 살았던 거죠. 이런 일을 쭉 하다 보니까 계속 불안하고... 그러다 보니 항상 움직이면서 있었던 거죠. 계속 집에서 일하게 되다보니 공간의 분리도 잘 안 되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산책을 해요. 산책을 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그런 식으로 쉼을 많이 가져요.
 
충현
일하는 방식으로 직장을 다니는 게 힘들더라고요. 5일 내내 한 곳에서 8시간을 일한다는 게 힘들어서 올해는 프리랜서로 살아보고 있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온종일 일하는 느낌이에요. 직장이 있을 때는 일에 집중하는 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20분씩 10번을 일하게 되더라고요. 프리랜서의 요령을 잘 쌓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김늘아름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생각의 흐름이 다양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예술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교육 활동도 병행했기 때문에 먹고 살 수 있었어요. 항상 고민은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수 있는 건 아직 좋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충현
조직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김늘아름
조직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 하죠. 혼자 살고 혼자 일하는 게 너무 익숙해서 같이 부대끼고 싶은 욕구가 엄청 큰데 가치관은 맞아야 하는 것 같아요. 상하 관계가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하는 것 같아요. 어떤 형태로든요
💭 서울이 아닌 경기도 의왕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의왕에 자리 잡게 된 배경과 의왕에서 벌이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권민희
충현과 소똥은 의왕에 오래 사셨어요?
 
충현
의왕에서 13년 살았어요. 오래 살았죠.
 
소똥
군포에서 살기는 했는데 중고등학교를 의왕에 있는 대안학교를 다녀서 생활권이 의왕이었어요. 그러다 3년 전에 의왕으로 이사를 왔어요.
 
권민희
저는 의왕을 잘 몰라요. 뒷북이 있는 내손동도 처음 와봤어요. 의왕역 바로 앞에 있는 동네에 살아요. 주거 단지처럼 보이지 않아서 동네에 사람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어요. 근데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쏟아져 나오더라고요. 장사 안 되는 식당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요. 또 청소년들도 많이 보여요. 집 옆에 PC방이 있는데 애들이 늘 거기에 모여 있어요. 저는 조용한 동네에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시끄러운 동네에 정착하게 된 거죠. 제가 사는 동네에 청소년 문화의집이 있더라고요. 차를 타고 조금만 가면 청소년수련관과 도서관도 있더라고요. 의왕이 문화적인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이런 시설들이 잘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늘 골목에서 방황하고 있었고, 1년 동안 살면서 그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어요. 문화의 집과 청소년수련관에 연락해봤는데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난생처음꿈지 교육 장소를 어쩔 수 없이 군포로 정했어요

<민씨어터 창작연구소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권민희
그리고 의왕이 길잖아요? 그래서 동네마다 다른 것 같더라고요. 동네마다 너무 달라서 재미있는 동네라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더 알고 싶어요. 결혼하고 처음 정착한 곳이기 때문에 애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더 알고 싶고,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어요.
 
충현
뒷북에서도 그런 수업을 열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적당강좌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적당한 기술을 나누는 프로그램인데, 거창한 거 없거든요. ‘귀도리도 만들고 그랬어요.
 
김늘아름
귀도리는 왜 만들어요?
 
충현
추우니까요. (웃음) 추워서 만들어서 쓰려고요. 그런 거 말고도 PPT 수업도 진행한 적이 있고, 저도 기타 수업을 열기도 했는데 수강생이 없어서 취소되기도 하고. (웃음)
 
소똥
의왕에서 활동하는 단체가 있다고 해서 사실 너무 반가웠어요.
 
권민희
의왕에서 활동하는 팀은 저희밖에 없죠?
 
충현
네네 맞아요. 의왕에는 문화예술단체가 없어요. 말씀하셨던 청소년 문화의 집이나 청소년수련관 같은 게 있기는 한데 그곳을 문화적이라고 할 수 있나? 라는 고민은 있어요. 확실히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시고 저희가 많이 제안해도 답을 안 하시고 그래요. 그러다 궁금한 거 있으면 저희한테 물어봐요. 그래서 저희가 답하면 또 답이 안 와요. (웃음) 소똥도 이야기했지만 저도 민씨어터가 진짜 반가웠어요. 의왕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희한테 힘이 되는 것 같아요
💭 연극을 보고 싶다고 생각해도, 영화나 뮤지컬처럼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만약 주변 사람들 중에서 연극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어떤 연극을 추천하나요? 좋은 작품을 찾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김늘아름
노하우는 없고요. (웃음) 저는 단순하게 국립극단 작품을 추천해요. 국립극단 작품들은 다 좋았어요. 시놉시스나 사진을 보면서 마음에 드는 거 예매하는 편이고, 그러면서 취향이 생긴 것 같아요. 서울은 극장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 같아요. 명동예술극장과 두산아트센터에서 하는 공연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받은 공연들이더라고요.
 
충현
제가 배리어프리 매니저로 참여했던 연극이 국립극단에서 공연했어요. 혹시 액트리스 시리즈 보셨어요?
 
김늘아름
. 시리즈 다 봤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충현
배리어프리 회차를 보셨나요?
 
김늘아름
그건 못 봤어요.
 
충현
아쉽다. (웃음) 국립극단에서 하는 다른 작품들도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다 표가 일찍 매진되서 본 적은 없어요.
 
권민희
코로나 때문에 더 티켓팅이 어려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 정도는 아니었는데. 국립극단에서 본 작품들은 별로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일반 관객들이 많이 보는 공연은 웰메이드 작품들을 많이 보는데 잘 만들어진 공연이기도 하지만 비싸고 전공자들은 잘 안 보는 것 같아요.
 
김늘아름
못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웃음) 특히 뮤지컬.
 
권민희
저는 소극장 연극을 좋아해요. 소극장 연극을 보다 보면 좋았던 공연은 연출자나 극단을 알아봐서 다음 작품을 찾아가요. 연출과 극단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요.
 
소똥
영화와 비슷하네요. 취향을 잘 찾는 게 중요하겠네요. 연극하면 대학로에서 봐야한다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했는데 감사합니다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권민희
오늘 아침부터 일이 있어서 시리얼 먹고 나왔어요. 빵도 조금 먹고 왔어요. 사실 먹는 거를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전보다는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둘이 만나면 먹는 장소는 아름이가 정하는 곳으로 가요.
 
김늘아름
제가 가자는 음식점을 같이 가니까 민희에게 항상 물어보면 국밥을 이야기해요.
 
권민희
후루룩후루룩 잘 먹혀서 국밥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요즘에는 집에서 요리해요. 어떤 음식재료로, 어떤 양념장으로 요리를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같이 먹는 시간이 재미있다고 해야 하나?
 
충현
만들었던 음식 중에서 가장 자신 있는 음식은 뭔가요?
 
권민희
그거까지는 없어요. (웃음) 요리가 조금 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레시피 보면서 했는데, 지금은 느낌대로 해요. 아직 메뉴가 다양하진 않아서 요리학원에 다녀볼까 생각도 해요. 모험심이 크게 없어요. 특히 먹는 것에 대한 모험심. 밖에서 먹는 것도 아는 것만 먹어요. 그래서 요리할 때 뭘 해야 할지 모르고. 다양하게 요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건강한 음식을 해보고 싶어요. 먹는 건 늘 어려운 것 같아요. (웃음) 엄마들이 저녁으로 뭘 먹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게 쪼금 공감이 가요.
 
김늘아름
저는 아침에 빵과 커피를 항상 먹어요. 식빵에 다양한 잼을 발라서 먹어요. 카야잼 이런 거. (웃음) 그 시간이 저에게 정말 행복한 시간인 것 같아요. 제가 손으로 하는 게 둔한 편이어서 요리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지는 편이에요. 밖에서 많이 활동해서 사 먹거나 포장한 음식을 많이 먹었어요. 패턴이 있는 것 같아요. 요리하는 시기, 냉동식품을 먹는 시기, 반찬가게에서 반찬과 국을 사 먹는 시기. 최근에는 요리하려고 해요. 냉장고도 텅텅 비어있었다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조미료를 하나씩 채워놓고 있어요.
 
충현
기본적인 조미료는 무엇인가요?
 
김늘아름
간장. 간장도 하나밖에 없었는데 국간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국간장도 사고, 다진 마늘도 사고.
 
권민희
굴소스를 사라. (웃음) 볶음밥에는 굴소스지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뒷북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 4인>
충현
서로 지긋이 바라만 보고 있네요. (웃음)
 
김늘아름
일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웃음) 관계적인 면들을 많이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교회공동체 학교공동체로 묶여 있는 게 있어서, 그런 이야기들 많이 나눈 것 같아요.
 
권민희
어떻게 살아야 하지? 라는 고민을 많이 나눴던 것 같아요.
 
충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너무 궁금해요. (웃음)
 
권민희
늘 고민인 것 같아요. 이 이야기 1년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김늘아름
그래도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게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권민희
어렵더라고요. 나다운 게 뭔지… (웃음) 지금은 편안한 걸 좋아해요. 예전에는 스키니하고 타이트한 걸 좋아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았는지… (웃음) 제가 좋아하고 스스로가 느끼기에 잘 받는다고 생각하는 색은 베이지색. 옷장에 베이지색 옷들이 많은 편이에요. 하나씩 포인트 되는 색깔들도 있고, 오늘은 빨간색 스니커즈로 포인트를 줬어요. 편안하면서도 TPO에 맞게끔 입는 것이 저 같은 것 같아요

권민희
나이 때문인가? 난 나이 때문인 것 같아. (웃음)
 
김늘아름
저는 원래 그랬어요. 때와 장소에 맞게 입기는 해요. 평소에는 더 편안한 것을 추구해요. 박시한 옷이나 롱 원피스 같은 것들.
 
충현
가장 편안한 복장은 무엇인가요?
 
김늘아름
잠옷. (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은 집시 스타일이에요. 자유로워 보이는 그런 거. 오늘 충현과 소똥의 의상이 그래 보여요. (웃음) 학교에 수업하러 갈 때도 그렇게 입고 싶은데 그렇게 다니면 스스로 눈치를 보는 편이어서 일할 때는 편안하되 튀지 않는 옷을 입으려 해요

<검은색 운동화와 빨간색 스니커즈>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충현
서울보다 경기도는 특히 더 단절된 것 같아요. 연결성을 만들고 싶어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기도 해요.
 
김늘아름
워크숍 때 만났는데 그게 사실 좋았어요.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처음 시작하는 그룹이다 보니까 그런 소통의 장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더라고요. 이 인터뷰 역시 그런 의도인 것 같고요.
 
충현
연결되고 싶은 욕구가 있으세요?
 
김늘아름
. 있어요. 잘 모르니까 있어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충현
저희 인터뷰를 열심히 봐주셔야겠네요. (웃음)
 
소똥
공모사업 네트워킹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면 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이 인터뷰도 소개자료 달라고 하질 않나,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달라고 하지 않나, 해달라는 건 많고.. 그렇죠?
 
김늘아름
준비가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해요. 오늘 인터뷰가 되게 좋았어요.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의 정체성을 가진 걸 돌아보게 하는 구성이 좋았어요. 아무 준비 없이 네트워킹 하는 것에 대한 피곤함에 공감돼요. 네트워킹 할 수 있는 준비는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권민희
다른 팀들의 활동은 경기문화재단 인스타 홍보 게시물을 통해 확인했어요.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가 다시 확산되면서 각각의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고, 다들 안녕하신지? 참여자들을 모집하는 단계인데 어려운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충현
혹시 필요하시면 뒷북 공간도 사용하세요.
 
권민희
진작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웃음) 의왕에 있는 공간들을 많이 찾아봤는데, 없더라고요.
 
충현
의왕 공간 리서치를 많이 했는데 진짜 없어요.
 
소똥
다음에 쓰실 일 있으면 뒷북 공간 사용하세요. 비용이 있긴 합니다만 인원과 상관없이 시간당 만 원입니다.
민씨어터 창작연구소 인터뷰: 문화재단도 없는 의왕에서.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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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기획: 청년협동조합 뒷북 @doitbuk_official
  • 인터뷰 참여: 민씨어터 창작연구소
             @mintheatre_artlab
  • 사진: 소똥, 권민희, 김늘아름
             @gommini@kimneulareum
  • 장소: 청년협동조합 뒷북
  • 인터뷰 발행일: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