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분더캄머의 뽕, 뿡, 말똥>
분더캄머 인터뷰: 우연을 즐겁게!
* 인터뷰이: 뿡, 말똥, 뽕
* 인터뷰어 : 소똥, 그리니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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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라잎스페이퍼 인터뷰를 진행하며 듣는 여러 고민 중 교육프로그램 홍보에 대한 고민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분명 좋은 내용의 프로그램이어도 참여자가 예상만큼 모집되지 않았을 때 밀려오는 아쉬움과 스트레스는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보았을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늘 어렵고도 어렵다. 참여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한 분더캄머는 전혀 다른 방식의 모집 방법을 생각해낸다. 햇살 가득한 주말 오후에 안양천에 돗자리를 펴고 나물을 다듬는다.

 

코로나 이후에 잦아진 산책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해보자. 저희는 안양천에서 같이 나물을 다듬는 활동을 해요. 교육을 진행하면 보통 참여자를 열심히 홍보해서 모집해야 하잖아요. 예전에 참여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을까?’ 하다가, 수업 장소인 안양천에 앉아서 지나가시는 분 중에 같이 나물 다듬고 싶은 분 있으면 나물 다듬어서 자연스럽게 참여자를 모집해보기로 했어요. (중략) 그 경험에서 제가 배웠죠. 예측 불가능한 우연을 설레할 줄 알아야지 훌륭한 예술 교육이 나오는 것을요. - 인터뷰 내용 중 뿡의 말-

 

그동안 예측할 수 있는 만남을 고집했던 것은 아닌지,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을 불안으로만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만날 방법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예측 불가능한 우연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말이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말똥

안녕하세요. 저는 이말용이고요. 주로 자연을 소재로 한 설치 미술 작업을 하고 있어요. 요즘은 도시에 흔한 플라타너스에서 떨어진 이파리를 채집해서 인간의 껍데기인 옷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인간의 유한성이 결국은 이파리로 대입되는 거거든요. 조금 더 주기가 짧잖아요. 우리 존재의 생애 주기가 더 길다고 해서 우울하거나 그런 존재가 아님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그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소똥

그 작업은 언제부터 하셨어요?

<플라타너스 이파리를 채집해 옷을 형상화 한 말똥의 작업>

말똥

2014년도에 8명의 자연 미술 작가들이 모여서, 그 도시 안에서의 자연을 재해석해 보는 ‘도시계’라는 전시가 있었어요. 제가 목동으로 처음 이사 갔을 때 너무 낯선 거예요. 내가 이방인인 것 같고, 정서적으로 힘들어했어요. 그러다가 그 전시를 통해 이 도시 안에서의 이방인인 내가 어떤 상태인가를 파고 들어가 봤어요. 가을에 이파리가 떨어지는데 ‘쿵’ 하더라고요. 그래서 “쟤를 지금의 나와 어떻게든 만나게 해야 하겠다.” 생각하면서 그때 도시 안에서의 나그네 같은 존재, 그 나그네 코트를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됐어요. 그 이후로도 도시 안에서의 잔여물을 가지고 사람 사는 이야기, 먹고 사는 이야기를 대입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승혜라고 하고, 제 별명은 뽕이라고 하고요.

 

말똥

저 어릴 때 별명 말똥.

 

승혜 작가님은 왜 뽕이에요?

 

우리 집에서 언니는 네모고, 저는 승뽕, 동생은 정지. 이렇게 이름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뽕!”이라고 불러요. 제가 하는 일을 얘기하면 되나요? 저도 설치 미술을 하고 있고… 음… 제가… 뭐라고 해야 하지…?

 

말똥

뽕의 작업을 제가 옆에서 많이 지켜봤었는데, 인간이 먹는 음식의 부산물과 식물로 블록을 만드셔서 집을 지을 계획도 가지고 계세요. 인간이 먹고자 하는 부산물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계시는 뽕 작가님이십니다.

<뽕의 'veggie block project' 작업 사진>

저는 김진이고요, 저는 뭐 딱히 뭐 별명은 없는데 고등학교 친구들은 뿡이라고 불렀었어요. 방구쟁이 뿡뿡이.

 

말똥

너무 오픈하는 거 아니야?! (웃음) 똥이고 뿡이고… 

 

저는 일상에서 사용하고 버리는 부산물들을 수집하면서 작업을 했어요. 엄마가 버리는 물건들에 호기심이 생겨서 엄마가 사용하다 버리는 오만 가지를 수집했는데. (웃음) 수집한 물건들을 보니까 여성들이 주로 하는 가사 노동과 연결이 되더라고요. 이 작업이 자연스럽게 여성의 노동, 일상, 젠더와 이어져서 작업을 해오고 있어요. 근래에는 분더캄머에서 했던 활동들이 많은 영향을 줬어요. 분더캄머에서 활동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계속 먹을 거를 가지고 오세요. (웃음) 그런 거에 좀 영감을 받아서 지금 하는 작업은 흙으로 먹거리를 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흙은 무언가를 길러내기도 하면서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그게 ‘생’하고 연관되어 있더라고요.

 

분더캄머를 소개하자면, 분더캄머는 대학원 세미나 주제였어요. 호기심의 방이라는 뜻인데 박물관의 시초라고도 하더라고요. 그때 당시 대학교 졸업하고 친해진 두 언니와 같이 여행을 길게 간 적이 있었어요. 여행 다니면서 셋이 너무 잘 맞아서, 뭔가 일을 같이 벌여보자고 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다가 2015년쯤에 일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 지원 사업을 알아보는데, 단체 이름과 단체 ‘증’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때 제가 아는 단어가 분더캄머밖에 없어서. (웃음) 작업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같이 해보기 위해 시작했다가 개인 사정으로 함께 하지 못하게 되면서 저를 주축으로 제 주변에 아는 작가분들하고 자연스럽게 모여서 하게 됐어요. 그때그때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고 있습니다.

 
⛺ 분더캄머의 이름이 호기심의 방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호기심의 방에 무엇을 채워놓고 있는지, 호기심의 방을 어떻게 확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여기 분더캄머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제가 개인적으로 하는 작업은 아니고, 함께하는 작가들과 좀 더 많은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일인데요. 사람들을 만나서 여러 대화를 나누며 활동하면서 사회성이 풍부해진 것 같아요. (웃음) 활동 초기에는 갈등이 많았거든요. 제가 작업실에서 혼자 작업만 했다면 갈등을 쉽게 피할 수도 있었겠죠. 갈등을 마주하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갈등을 마주하는 것이 쌓일수록 절 풍요롭게 성장시켜주더라고요. 제 삶에 가장 많이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말똥

뽕님 하실 말씀 있으세요?

 

저는 제가 질문을 잘 이해했는지 지금 약간 의문을 가지고…

 

말똥

헛소리 좀 해도 돼. 그냥 하세요. (웃음)

 

그러니까 이 분더캄머 활동을 통해서 뭘 하고 있냐, 이 질문 맞나요?

 

소똥

네네.

 

그럼 이제 답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어떤 영향을 받고 계시죠?

 

작업은 주로 혼자서 하니까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하는 일은 별로 없어요. 근데 이건 팀 작업이니까 협업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뭔가 막 굴러가는 느낌?

 

그리니

같이 굴러가는 느낌이겠죠?

 

그렇죠. 그렇게 굴러가는 게 저한테는 새로운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또 쉽지는 않아요. 이렇게 같이 구르고는 있는데. (웃음)

<같이 잘 굴러가고 있는 분더캄머>

말똥

오늘 캐릭터 완전…

 

아니 실제로 구르는 게 좀 어렵기도 하고. 같이 구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정리가 되고… 네 그렇게 점점 알아가는 거죠. (웃음) 말이 되나요? 무슨 말 하는 건지.

 

말똥

저는 삶에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모든 관계에서 끈끈한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말로 하는 게 의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결과적으로 에너지와 에너지가 닿아야 하고, 지켜볼 때 지켜보며 기다려줄 수 있는 게 진정한 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와 있는 거예요. 그래서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도 하고, 우리가 이렇게 서로를 알아가면서 채워지고 있는 이 에너지들이 분더캄머를 지금 채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 신박한 실험과 도전 프로그램 준비를 위해 안양천과 배수지공원을 방문하여 해당

장소(자연)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고 하셨습니다. 자연과 가까워지거나 친해지기 위한 각자

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말똥

자연 안에서 교감하는 일은 힘을 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도시에서 살면 자본, 법 테두리, 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생각하다 보면 힘이 잔뜩 들어가거든요? 자연에 가서 배우는 것은 결국 우리가 여기서 순응하고 살면 사실 이 속도를 늦출 수도 있고 괜찮게 살아갈 수 있어요. 자꾸 뭘 세우면서 안전장치를 하면 그만큼 보호막이 강력해지고, 서로 대치 상태가 되니까 자연스럽지 않죠. 저는 그런 면에서 힘을 빼면 훨씬 우리가 우리답게,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힘을 빼고 자연을 관찰중인 말똥과 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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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박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진행하시는 '왁자지껄 흔한 여행'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분더캄머는 안양천에서 같이 나물을 다듬으며 참가자를 모집한다>

코로나 이후에 집에 갇혀 있으면 너무 답답하니까 안양천에 나가서 산책했거든요. 거기서 모티브를 얻어서 코로나 이후에 잦아진 산책에서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해보자. 저희는 안양천에서 같이 나물을 다듬는 활동을 해요. 교육을 진행하면 보통 참여자를 열심히 홍보해서 모집해야 하잖아요. 예전에 참여자를 모집하고 관리하는 것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을까?’ 하다가, 수업 장소인 안양천에 앉아서 지나가시는 분 중에 같이 나물 다듬고 싶은 분 있으면 나물 다듬어서 자연스럽게 참여자를 모집해보기로 했어요. 근데 아무도 안 모이면 교육을 못 하잖아요. (웃음)


너무 불안한 나머지 첫 번째 기수 참여자들을 사전 홍보해서 모집했는데 사전에 신청하신 분과 우연히 지나가시던 분이 딱 반씩 채워져서 성황리에 끝이 났어요. 그 경험에서 제가 배웠죠. 예측 불가능한 우연을 설레할 줄 알아야지 훌륭한 예술 교육이 나오는데, 저는 우연한 설렘 없이 걱정과 불안으로 보냈었잖아요. 그래서 이번 기수에는 참여자 사전 모집을 할 때 스트레스가 덜했는데, 이번에는 한 명도 안 모인 거예요. (웃음) 근데 오늘 딱 가니까 현장에서 열 몇 명이 갑자기 모이신 거예요. 이게 제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잖아요? 저는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예측 불가능한 우연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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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

아까 이야기했던 힘 빼기랑도 연결되어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소똥

나물 다듬기는 안양천에서 나물을 다듬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건가요?

 

거의 다 어머님들이세요. 집에서 요리해야 하는 분들은 나물을 보면 이제 다 난리가 나시는 거죠.

 

그리니

이렇게 펼쳐져 있는 건가요?

 

펼치기도 전에도 다 아세요. (웃음)

 

말똥

보여드릴까요? (사진을 보여준다) 소쿠리에 나물을 올려놓으면 다듬어서 분더캄머 스티커가 붙여진 종이봉투의 크기만큼 담아 가세요. 오늘 수업에 참여하신 분들이 서로 초면이신데 오랜 친구들처럼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도란도란>

소똥

그러면은 이 나물 다듬기를 통해 만나신 분들과 이후에 그 ‘왁자지껄 여행’ 프로그램을 쭉 진행하시는 건가요?

 

말똥

네. 탑승하시는 거죠. (웃음)

 

그리니

모집 방법이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보통 공지를 보고 신청하는 거는 이런 데 관심이 있어서 찾아보고 신청한 사람이겠지만, 이렇게 지나다니다 오시는 분들은 정말 생활 속에서 그냥 참여하시는 거잖아요.

 

말똥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이걸 공짜로 줘? 공짜로 준다고?’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이분들이 나물을 다듬고 가져가시긴 하는데, 다음 프로그램까지 연결이 될까...

 

그리니

1기 때는 어땠어요?

 

첫 번째 기수 때는 나물을 다듬으며 모집하신 분들과 저희 팀원이 각각 기획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번에 진행할 두 번째 기수는 매주 나물 다듬기와 예술 프로그램을 접목해볼까 해요.

 

말똥

저희 교육에 참여한 어머님들이 다듬기 쉬운 나물 말고 어려운 거 갖고 오라고 그러시더라고요. (웃음) “뭐가 어려워요?” 물어보니 “고구마 줄기 이런 거 한참 걸려~” 그러시더라고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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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을 걱정하는 말똥과 뿡>

너무 군것질을 열심히 한 결과, 제가 후유증이 되게 심했거든요? 그래서 추석 때 가족들이 잘 먹으라고 난리를 쳐서 많이 먹고 몸이 좀 좋아졌어요. 하여튼 중요한 것 같아요.

 

소똥

추석 땐 음식 드시고 좀 괜찮아지셨다고 느끼셨으니 다행이네요.

 

말똥

보통 명절 음식이 소화가 굉장히 안 되는 음식이거든요. 기름지고 과도하거든. (웃음)

 

추석 마지막 날 결국 배탈이 났어요. 식어서 딱딱해진 송편을 욕심내서 입에 막 욱여넣다가 배 아파서 새드 엔딩.

 

저는 먹는 거 하면 음식을 만드는 노동이 생각나요. 먹는 즐거움은 너무 큰데 준비하는 거는 진짜 고되잖아요. 식당 노동 강도가 진짜 세거든요. 솔직히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아요. 저는 누군가 노동을 먹는다고 생각하거든요. 기분이 좋은 일만은 아니에요. 먹는 걸 되게 좋아하지만 (웃음) 경기가 안 좋을수록 TV에서 그렇게 먹기만 한대요. 저희가 즐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문화이기 때문에.

 

말똥

제가 6년 전에 마을 학교를 만들었어요. 아이들 텃밭을 만들어서 농사를 짓게 하는 걸 했었거든요.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독일의 어린이집은 의무적으로 다 농장을 갖추고 있어야지만 허가가 난대요. 이게 가장 기초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제가 최근에 인상 깊었던 책의 주된 내용이 인류 진화의 핵심은 돌봄이라고 하더라고요. 독일에서는 왜 농장이 있는 곳만 유치원으로 허가를 내줄까 하면은, 농사를 짓는 게 돌봄이 주된 거잖아요.

 

말똥

저는 아이들한테 제일 필요한 교육이 섭생 교육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을 어떻게 먹고, 나를 어떻게 존재시킬 건지에 대해 본인이 감각하고 느끼며 살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 같아요.

 

소똥

제가 초등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초등 대안학교에서는 밥 먹기 전에 항상 부르는 노래들이 있어요. ‘한 톨의 쌀에도 만인의 노고가 깃들어있으며~’ 이런 식으로 학교마다 다 그런 노래들이 있어요. (웃음) 이야기 들으면서 그 노래가 생각났어요.

 

말똥

그리고 누구는 베지테리언이기도 하고, 그런 정체성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건데 “편식하지 마!” 이렇게 얘기하면은. (웃음) 그렇게 천편일률적으로 바라보며 강요하는 것이 위험한 것 같아요.

 

저 우유 너무 싫었어요.

 

저는 안 먹었다고 하면 혼날까 봐 몰래 버리면서 버텼어요.

 

저희 반은 그거 몰래 버린 사람 색출해서 때렸었어요.

 

저도 늘 그렇게 걸렸었죠. 근데 전 다 반항했어요. ‘내가 먹기 싫은데 왜 자꾸 먹으라고 하냐. 이거 먹으면 배 아프다.’ 계속 선생님이랑 싸우고, 맞고, 맞으면 왜 때리냐고 하고. 저는 입을 가만히 두지 않는 학생이었어요. (웃음) 저는 반항심이 되게 컸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뭔가를 잘못해서 저희 반 모든 학생이 책상에 올라가서 무릎을 꿇라고 하는데 또 반항심이 생긴 거예요. ‘이거는 조금 정의롭지 않은데?’ 손을 들면서 “선생님!”, “왜!”, “저희가 이러고 있는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떡해요?”, “참아!”, “못 참으면요?”, “그래도 참아!” 무조건 참으래요! 열 받아서 그냥 오줌 싸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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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대단한 용기인데요?

 

오~ 선생님 놀랐겠는데요?

 

놀랐죠. 그 선생님이 그 일 이후로 대놓고 저를 못되게 굴었어요. 그 때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저희 엄마가 선생님께 더 뭐라고 했어요.

 

말똥

캬~ 결국 뿡을 만든 건 어머니의 에너지가 컸던 거야.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개 엄마?

 

개 엄마 진짜 어울리네요. 


말똥

그럼 나는 인간 개 엄마야? 우리 애들은 아직 미숙하거든. (웃음) 왜냐면 걔네는 자기네가 되게 멋있고 막 그런 줄 알아.

 

그래도 자존감 높으면 좋은 거죠.

 

자존감이 다죠~ 성공한 거죠. 저 머리 뜯긴 거 보세요. 그렇게 오래 길렀는데…

 

그리니

머리가 왜요?

 

말똥

긴 머리였어요. 추석에 잘렸대요.

 

한 1년 전인가? 만날 때마다 머리를 자르라고 했어요. 한 번 치고 빠질 땐 괜찮았는데, 명절에 5일 연속으로 들으니까 저도 돌아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잘랐죠. (웃음)

 

그리니

직접 미용실 가서 자르신 거예요?

 

엄마가 가위를 들고 오시는 거예요. “여기서 하자!!!” 막 이러면서.

 

말똥

만화 애니메이션 같아. 

 

그래서 미용실로 도망쳐서 자른 거예요. (웃음)

<추석 때 많은 일이 있었던 뽕>

슬픈 사연이다. 뽕이 기분 좋게 자른 줄 알았거든요. 저는 샤머니즘 추종자 같아요. 제가 사주, 타로, 꿈 이런 거 엄청 좋아하거든요. 근데 이게 약간 좀 지금 나라에 계신 어떤 분 때문에 또 이미지가 안 좋아지기도 했고, 이런 걸 안 좋게 보는 사람한테 얘기할 수도 없고요. 이런 걸 좋아하는 작가분들이 많아서 작가님들하고 이런 이야기 많이 나누는 것 같아요.

 

그리니

소똥 사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요?

 

소똥

맞아요. 사주 한번 보고 싶어요.

 

사주는 정해진 내 글자여서 해석은 어딜 가든 비슷하게 해줄 거예요.

 

저는 매번 다르게 나오던데?

 

분명 뽕은 사주에 엄마하고 이슈가 있을 것 같아요. 


일동

(웃음)

 

그런가?

 

말똥

눈빛을 꼭 그렇게 하고 말씀해야 해요? “분명 그래요.” 이러면서 콱콱! (웃음)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수업을 위한 전투복장!>

뿡이 옷은 많으시잖아요. 예쁜 옷 좋아하고.

 

맞아요. 옷으로 컬러 매치를 재미있게 하는 걸 좋아해요.

 

말똥

저는 의상을 껍데기라고 생각하는 게 이 껍데기가 옷의 형태일 뿐이지, 인간을 아우르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컨테이너 정도라고 생각해요. 오늘은 수업이 있으니까 편하게 입고 와서 짐 옮기고, 나물 나르고 하니까 가장 편한 복장. 전투 복장처럼 입고 왔어요.

 

그리니

뽕님은 어떠세요?

 

옷이 사실 안 보이잖아요. 앞을 보고 있고, 위 보고 바닥 보고 하니까... 눈에 보이는 건 신발? 신발에는 관심 있어요. 근데 옷은 제 눈에 안 보이니까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옷 입고 나올 때까지 눈 감고 나오세요? (웃음)

 

소똥

그래도 좀 보이지 않아요? 


일동

(웃음)

 

저는 잘 안 봐서.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교복을 입었어요. 그러니까 그 옷을 입고 계속 산 거예요. 나중에는 게을러짐이 합쳐져서 그냥 그거 입고 자고 다음 날 학교 가고 막 이런 식으로 일체 되어서...

 

오늘 인터뷰를 통해서 정말 많은 걸 알게 되네요. 뽕님에 대해서.

 

말똥

뽕의 새로운 발견인데? 진짜 되게 독특해.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사람이 모여서 일하면 아무리 팀워크가 좋아도 약간의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궁금해요.

 

소똥

갈등은 혹시 어떻게 풀어가시나요?

 

저는 다 말해요. 말을 안 했을 때 분노가 폭발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스트레스가 심해지거나, 아니면 어느 날 갑자기 말도 안 되는 포인트에서 감정을 쌓아뒀던 사람한테 분노를 잘못 표출하기도 하고. 이걸 알고 나서 계속 연습했어요. 바로 그 순간에 다 말해야 한다. 그러고 나니까 훨씬 좋아졌어요.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사실 이 교육활동으로도 해결이 안 되니까. 어떻게들 하시고 계시는지.

 

말똥

아까 저희 셋이 소똥하고 그리니를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작가들의 패턴이라는 게 있거든요. 보통 다른 일로 돈을 벌어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좋은 가치를 실천하면서 사는 사람들은 많은 시간을 돈 버는 데 쓰거든요. 아까 본캐와 부캐 이야기할 때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아서 말을 안 했는데, 저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또 선생님이기도 해야 하는 거죠. 돈을 벌어야 작업을 할 수 있으니까. 가끔은 몸이 4개쯤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짜 그 생각 많이 해요. 돈 버는 몸, 작업을 하는 몸, 놀고 쉬는 몸… 그래서 건강도 많이 안 좋은 것 같아요.

 

말똥

서른 즈음에 대학원을 다녔는데 학교 등록금이 너무 비싼 거예요! 그래서 쓰리 잡을 뛰었어요. 케이크 굽고, 오후에 방과 후 수업을 나가고, 저녁에는 입시 미술학원에 가고. 그걸 하면서 ‘좋은 퀄리티의 작업을 할 수가 없다.’라는 결론을 냈죠. 그래서 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본인은 스스로 잘 돌보고 있는지… 에너지가 있어야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그 에너지 원동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 건지 같이 고민하며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다들 건강이 안 좋아. 그렇죠?

 

말똥

에너지를 너무 뽑아 쓰니까! 잘 먹고 잘 쉬고 해야 하는데, 아픈 사람이 과자나 먹고 되겠냐고!

<우리 모두 잘 먹고 잘 쉽시다!>
분더캄머 인터뷰: 우연을 즐겁게!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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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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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김혜진, 분더캄머
  • 녹취록 작성 : 엄희은
  • 장소: 경기 광명시 배수지공원 일대
  • 인터뷰 발행일: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