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 처음 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매주 두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심령사진 같지만 극당 문지방 단체사진. 이렇게밖에 찍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극단 문지방 인터뷰: 공룡기업 같은 극단이 될래요.
  • 인터뷰이: 휘령, 서휘, 정욱, 경빈, 한별, 태현, 세영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처음 라잎스페이퍼 제작을 위한 기획 회의에서, 한 극단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부산에서 서울 휘어잡으려고 온 극단이 있는데, 단원 9명이 한집에 살면서 생활하고 있대요!”
 
아니, 부산에 살고 있던 사람들이 연고도 없는 경기도로 올라와 한집에 살고 있다고요? 심지어 9명이세상에...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졌다.
 
621, 고양시의 한 아파트 상가 지하에 위치한 극단 문지방 연습실을 찾았다. 연습실은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가지고 있는 공간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넓고 깨끗했다. 7명이라는 역대 최대 인원과 진행한 우리의 첫 인터뷰는, 처음이라는 불안이 무색하게도 그들의 연습실만큼이나 쾌적하고 안전하며 편안했다. 한집에 살며 생활한다는 것은 알고 보니 소통의 문제로 발생한 오해 섞인 해프닝이었지만, 그 오해를 제외하고도 극단 문지방과의 솔직하고 유쾌한 대화에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또래의 문화예술종사자로서 극단 문지방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당신들의 바람처럼, 극단 문지방이 언젠가는 대중적이고 지속가능한 공룡 기업이 되기를!🦖🦕🦖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이번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통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나요?
한별
안녕하세요. 극단 문지방 대표 박한별이라고 합니다. 극단 문지방은 부산 경성대학교 연영과 학부 동문들이 주를 이뤄 구성된 극단이에요. 공식 창단은 2021년이지만 2015년부터 연극관이 맞는 동기들이 모여 부산에서 여러 작품을 만들고 올려왔습니다. 올해 3월에 부산을 떠나 현재는 경기도 고양시에 연습실을 두고 있습니다. 저희는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정서를 경험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극단 문지방이라는 이름은 문턱을 뛰어넘는 공연을 만들자는 의미에요. 일단 연극이 대중화되어야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육도 진행하려고 해요.

정욱
맞아요. 이번 난생처음꿈지 교육 프로그램의 대상은 40대 이상의 중년분들이에요. 4회 차로 진행되는데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지만 결국 편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연극을 하는 우리는 결국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거든요.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경험들을 나누고 연령대가 다른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에요.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아닌 상호작용하고 삶을 공유하는 서로로서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런 경험들을 나눌 수 있다면 저희 극단은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극단 문지방에서 공연한 사천의 선인, 댄스씨어터 줌 포스터>
💭 관객들에게 좋은 작품을 선사해 세상을 바꾸어 보자는 취지가 인상 깊어요. 연극은 어떻게 어긋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또 극단 문지방을 통해서 구성원 여러분이 넘고 싶은 문턱은 무엇인가요?
휘령
문턱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요새 부모님에게 먼저 전화를 걸려고 해요. 독립을 하면서 부모님과 싸우는 빈도가 늘어났거든요. 나만의 문턱을 가족으로 잡았다면, 부모님에게 먼저 전화를 하며 조금씩 문턱을 넘으려고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극단의 영역으로 확장시켜보면 부모님을 관객으로 생각하고 작품에 들어가요. 부모님처럼 연극을 잘 보지 않는 사람들도 이해하고 가치관이 움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대중적이면서도 본질을 찌를 수 있는? 본질을 찌르는 게 지루할 수도 있지만요.

충현
휘령이 생각하는 본질은 뭔가요?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본질이 있나요?

휘령
사람을 한 명도 안 만나고 있어요. 사람이 사람을 안 만나고 살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안 된다는 거를 최근 한 달간 뼈저리게 느꼈고, ... 어제 자기 전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만약 24시간 뒤에 죽는 약을 먹고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이 뭘까 생각을 했을 때 일단 춤을 추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저의 본질은 같이 살아가는 것인 것 같아요.

한별
만약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근간을 꼽자면 인간의 정신인 것 같아요. 인간의 정신을 가장 쉽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 대면하고 교류하는 것이고요. 정신이 바뀌면 세상은 그것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지금 형태의 연극은 세상을 바꾸기 힘들다고 봐요. 왜냐하면 정신을 바꾸기 쉽지 않은 장르이기 때문에? 휘령의 부모님이나 내 공대생 친구처럼 기존에 문화를 향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만큼 유희와 교류가 무대에서 작용된다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변화된다고 생각해요.

<이야기하는 한별>
휘령
제가 연영과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부모님은 연극을 보지 않았을 거예요배우들이 훌륭하고연출과 홍보를 획기적으로 해내도 제 부모님은 그런 일들이 이뤄지고 있단 걸 전혀 몰랐겠죠부모님 같은 사람들이 찾아온다면 세상이 바뀔 것 같은데어떻게 찾아올 수 있을까요?

한별
그래서 이렇게 교육을 하는 것 아닐까요그냥 내 옆집 사람이 야 저기 지하에서 연극한대보러 가자.” 하면 그게 연극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거구요그것 말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지만 결국 문화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문화생활의 방식이 전환되어야 하겠죠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연극이 생활 속에 스며든다면 지금과는 다른 방향이 되지 않을까요.

충현
실제로 누군가를 변화시켜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서휘
저는 아직 저 스스로에게 포커스 되어 있는 것 같아요스스로가 계속 변화되는 것 같아서 연극을 합니다사실 평소에 그럴 기회가 많이 없는데 연극을 하다 보면 인간에게 집중하고제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객관화시켜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벅차오르는 걸 조금 느껴요내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연극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 연극 3요소 중 하나가 관객이라고 이야기될 만큼 연극에서는 관객들과의 호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오고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아요. 코로나 시대의 관객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서휘 
코로나 이후로 엄청나게 바뀌긴 했어요. 부산에서 활동하던 중에 코로나가 터졌는데, 다 같이 커뮤니티방에 모여서 앞으로 연극 어떻게 할 거냐. 건물에서 건물로 보자. 3D 형태 4D 형태의 연극을 만들어보자. 뭐 이런 온갖 아이디어들이 나왔어요. 반쯤 미쳐있었죠. (웃음)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의 내적 성장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더 좋은 소통방식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경빈 
대학교 졸업 작품으로 연극을 하게 됐어요. 보통은 변수가 없는 안전한 선택으로 극장을 섭외하게 되는데 불가피하게 야외로 나가게 된 거예요. 학교 앞에 있는 광장에 음향기기 설치하고, 조명은 스탭들이 손으로 들고 있고, 관객들도 멀찌감치 떨어져서 앉아 있다가 산책하다가 서서 보다가 그런 식으로 야외 경치를 배경으로 연극을 했었거든요. 스트레스였던 건 매일 기상청 체크하고 비가 오는지, 미세먼지가 심한지, 벌레, 지나가는 차 소리 등등 그런 것들이었죠. 그런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나니까 엄청난 것들을 발견하게 되더라고요.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일로 느껴지고, 실제로 사람들의 소리들, 차 소리, 아구빠따 소리 이런 갖가지 소리들과 온도와 습도들이 관객들에게 현장감을 주고. 배우들도 에너지를 얻어 더 나아가 본질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사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안하지 싶은데, (웃음)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후에 변수가 생기더라도 겁 없이 뛰어들 수 있을 것 같아요.
💭 부산에서 고양으로 거점을 옮기신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처음 모인 과정과 고양으로 거점을 옮기게 된 이유, 한집에 다 같이 사시게 된 스토리 등등이 궁금해요. 대학을 울타리라고 표현하셨는데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회로 나와 가장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별
한집에 다 같이 사는 것에 대해서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서휘 
용인에 팀원이 한 명 살고 있는데 아파트 형태였거든요. 근데 부산에서 올라와 자금이 없다 보니까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여유롭게 한두 달 일찍 와서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용인 팀원 집에서 잠시 같이 살았어요. 그걸 멘토님들이 오해한 것 같아요.

한별
아파트니까 5-6명이 방을 나눠 살고 있는 와중에 꿈지 인터뷰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같이 산다고 이야기했었죠. 당시 멘토님이 같이 살아요? 부산에서 서울 휘어잡으러 왔네!”라고 외치셔서 정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웃음)

충현
이미 멘토님들 사이에선 부산에서 서울 휘어잡으러 다 같이 올라온 대단하고 이상한 사람들이 되어있더라고요.

한별
시기 맞춰서 다 같이 올라오긴 한 거고... 웃긴 상황이 됐죠 뭐.

충현
근데 왜 부산에 안 계시고 오셨어요? 하필 고양으로 오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한테 왜 의왕에 있느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기는 한데, 서울도 있고 숙소도 용인이었잖아요?

한별
연습실이 있어서가 맞죠. 막 여기저기 찾다 보니까 여기가 조건이 맞았어요. 그래서 이곳에 오게 되었고 제일 중요한 질문은 이건 것 같아요. 왜 부산에서 왔는가. 각자 다 이유가 다르긴 한 것 같은데.

세영
저는 2년 전에 먼저 서울에 올라왔어요. 치기 어리고 성공에 대한 야망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 가족(문지방 팀원)들을 잠깐 버리고 먼저 서울에 올라와서 계속 있었고, 서울에 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얘네 부산에서 했으면 좋겠다. 근데 뭐 올라왔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제가 올라온 이유는 야망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부산에서는 내가 제일 잘한다. 더 이상 여기서 할 게 없으니 서울에서 씹어 먹어 봐야겠다. 근데 2년 동안 제가 씹어 먹혔죠. (웃음) 그래서 거기서 해도 될 것 같다. 더 행복할 것 같다. 얘기한 거죠.

<서울에 올라온 야망가 세영>
충현
실제로 부산과 서울의 인프라가 많이 차이 나던가요?

세영
엄청나죠. 거의 한 10배 되지 않을까요? 제가 그냥 어림잡았을 때는... 

한별
제가 어림잡았을 때는 한 30배. 

서휘
제 생각에 100배는 돼요. (웃음)

한별
부산에서 활동을 하는 극단은 10팀 내외인데 서울에서는 최소 100팀 이상이니까요다들 서울로 올라가서 살아남기에는 부산이 쉬운 구조인 것 같아요저희도 극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면 부산에 있었을 것 같은데연극을 통해 지속 가능하고 대중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고연극의 생활구조를 바꾸겠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에 왔죠.

태현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부산이 나쁘지는 않지만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저에겐 부산이 우물 안 같았어요극단이 서울로 거점을 옮긴다고 했을 때 같이 서울 가서 재미있게 지내야겠다는 마음으로 올라왔어요

경빈
저의 경우는 연극 자체를 좋아하고 배우라는 직종이 서울에 간다고 갑자기 잘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 해도 좋고 상관없었어요그냥 박한별이라는 친구가 좋고이 친구가 만든 집단이 좋고집단에 소속된 사람들이 좋고그 사람들이 올라가자그러길래 나도 가자! (웃음해서 서울로 올라온 거죠.

정욱
새로운 환경에 대한 낭만이 컸던 것 같아요우리나라에서 제일 치열하다고 하는 도시에서 살아남아 보고 싶다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항상 서울에 대한 환상과 동경 같은 것이 있었어요.

한별
그것이 경상도지방인들의 열등감과 환상인 것 같아요서울~ 이야 서울 다르다서울 크다. (웃음

서휘
근데 한편으로는 지역 예술을 안 살리고 왜 서울로 갔냐원망하는 분들도 계세요주로 교수님이나 어른들이 많이 말씀하세요.

충현
정말요? 그건 교수님들이 할 일이죠.

서휘
맞아요교수님들이 할 일인데... 그리고 사실 장기적으로 꿈꾸는 것은 잘되고 나서 부산을 살리고 싶은 마음도 있거든요.

한별
가면 맨날 섭섭해하세요대학교 선생님들이 페이스북에 그런 글을 많이 올려요젊은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다선생님그게 아닌데요. (웃음)

충현
그럼 이제 올라온 지 3달 정도 된 건데괜찮으세요먹고살 만하세요?

서휘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가만히 있어도 계속 출금이 되더라고요저번 주에 이사하면서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지금 목 끝까지 차오르긴 했는데 그렇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아요공연도 많이 보러 다니고 작업할 때 극단 사람들과 가까이 만날 수 있어서 삶의 만족도는 좋고 좀 더 정착하면 좋지 않을까요.
💭 이야기를 듣다보니 고양에서 거점을 옮기는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가 굉장히 중요하고 의지가 되는 것 같아요. 함께 단체를 꾸리고 창작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가요? 때로는 각자의 방향성과 이상향을 가진 독립된 개인으로서, 때로는 공동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나아가는 우리로서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서로를 존중하고 계신가요? 극단 문지방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나요?
한별
외부 작업자들이 저희와 일을 하면 늘 저희한테 너무 착하다고 이야기해요. 저도 그것이 저희 극단 팀원들의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의 효율을 중시하는 편인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제가 그 결정권을 쥐고 있거든요. 팀원들에게 그때그때 요청했을 때 구김살 없이 수락해주고, 자기 책임감을 가지고 해주고 있어요. 그 덕에 더 쉽게 일을 진행시키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생겨나가는 것 같아요. 자기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는데도 극단의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 혹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서로 힘을 합치고 있어요.

세영
좋은 리더와 책임감 있고 이타적인 멤버들이 있어요. (웃음) 왜 부끄러워?

서휘
꾸준히 공유를 많이 해요. 경제 상황, 각자의 계획, 극단의 미래 등등. 이렇게 3-4년이 시간이 쌓이니까 말을 하지 않아도 암묵적으로 서로 이해하며 행동하게 된 것 같아요

한별
어릴 때 같이 작업해본 경험이 큰 것 같아요.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함께 일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돈이 되는 일을 할 때도 서로 나서서 하지 않나 싶습니다.
💭 용인에서 함께 지냈던 시기에, 또는 극단 문지방에서 특별히 챙기는 날이나 일정, 규칙이 있나요? 
서휘
챙기는 날은 딱히 없지만, 용인에서 3개월 정도 같이 지냈을 때 매일이 파티였죠. 근데 그게 너무 반복되니까 어느 순간부터 화가 나더라고요. 밤늦게까지 맨날 놀다 보니까 우리 일상이 무너진 거죠. 그래서 앞으로 그러지 말자고 했는데, 결국 다시 그렇게 됐어요. 이사 가는 날에는 마지막 작별파티를 했답니다.

경빈
작별파티를 했어? (웃음)

충현
아니 이거 경빈만 빼고 하신 거예요?

한별
아니 아니. 이 친구가 용인에서 좀 일찍 나가서 그래요. 멀리 살다 보니 부르기도 좀 그렇고.

경빈
제 특성이 외로움이에요. 팀원들이 보통 저를 안 부르더라고요. 맨날 나 없을 때 고기 먹고 맨날 나 없을 때 맛있는 거 먹고. (웃음)

충현
오늘 괜찮으신 거 맞죠? 내일부터 없어지는 거 아니에요?

한별
그니까요. 해체. 해체.

<늘 외로운 경빈>
💭 오늘 가장 자신답다고 생각하는 복장을 입고 와주시길 부탁드렸는데요. 설명해주세요.
휘령
저는 일단 편한 옷을 좋아하구요. 단추가 너무 예쁘더라고요. 나무 단추. 직접 만든 팔찌도 착용했어요. 가벼운 재질을 좋아해요

서휘
질문을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거, 손에 집는 거 입고 왔는데, 저도 편안한 옷 좋아해요. 청바지 좋아하고, 여름이니까 좋아하는 흰 셔츠 입고 왔어요.

정욱
저는 색깔 있는 옷이 없어요. 까만색 아니면 흰색. 그래도 오늘은 스페셜한 날이니까 3주에 한 번 입는 청바지를 입고 왔어요. 청바지는 긴장하는 날에 입어요. (웃음)

경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착장, 보들보들한 재질과 눈이 안 아픈 색깔을 좋아해요. 눈이 예민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봤을 때 눈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한별
저는 옷에 딱히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그냥 옷장에 있는 옷들 중 옷다운 옷. 눈살 안 찌푸리는 옷을 입고 왔어요. 삼색 이상 섞여 있는 옷을 입고 오면 욕을 먹죠. (웃음)

태현
꾸안꾸 느낌 좋아해요. (웃음) 저다울 수 있는 옷은 아직 찾아가고 있는 중이에요. 거울로 봤을 때 내가 맘에 들면 제일 나다울 수 있는 옷이라 생각해요. 최근에 마음에 들었던 스카프를 가지고 왔습니다.

<꾸안꾸 태현>
세영
고민 많이 하고 입고 왔어요진짜로옷을 항상 잘 입고 싶거든요근데 옷 안 사고 공부도 안 하고결국 욕망만 있는 거죠그래서 남들이 많이 입는 거 입고 다니는 것 같아요오늘 색깔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양말이 이상한 거예요근데 이게 전거죠.

정욱
신경 썼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충현
다들 이렇게 복장에 자신이 없으신데 연극할 때 의상은 누가 담당하세요? (웃음)

한별
그나마 저희 중에 감각이 있는 서휘와 태현이 담당합니다.
💭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연극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한별
요즘 패턴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연극작업이 모두 저녁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게 되는데 그 패턴을 바꾸려 하고 있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이 아침 먹기에요. 아침을 먹으려면 집에서 해 먹어야 하는데 제가 유일하게 요리할 수 있는 건 미역국이에요.

충현
매일이 생일이시네요. (웃음)

한별
네 매일이 생일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결국 미역국을 먹었고, 저녁에도 먹을 예정이에요.

경빈
개인적으로 최종적인 목표가 심야식당을 차리는 거예요. 오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배우로서 인지도를 쌓고 싶은 이유도 이 심야식당을 운영할 때 이용해먹으려고 그런 건데, 음식이라는 게 단순히 영양분 섭취가 아닌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는 기반이라 생각해요. 어릴 때 배웠던 식문화를 생각해보면 밥 먹을 때 핸드폰 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도 밥 먹을 때 대화를 나누려고 어른들이 돌려 말하는 거잖아요. 표현이 안 되니까. 그런 영향을 많이 받았고 그런 맥락 속에서 처음 자취를 했을 때 밥 먹는 사진을 찍어서 공유를 했어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공유했고, 그런 이유에서 밥을 만들고 먹고 치우는 행위의 연속성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서휘
연극하면서 삶이 무너지는 경험을 많이 했어요. 너무 늦게 자고 너무 늦게 일어나고 아침 점심 다 거르고, 그런 것들이 제 삶을 힘들게 하더라고요. 페스코(채식)를 지향하기 전까지는 먹는 알약이 있다면 밥을 안 먹고 알약을 먹고 싶다고 생각까지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여러 기회를 통해 요리를 하게 되고 먹는 거에 즐거움을 느끼다 보니까 활력이 생기고 일에도 집중하게 됐어요. 그리고 채식을 지향하면서 관련된 정보를 많이 얻게 됐죠.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다시 알게 되면서 연극을 만들 때 고려해야 할 것도 많음을 알게 되었어요. 이 연극을 공연하면서 불편한 사람은 없을까 이런 것들이요.

<극단 문지방>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세영
연기, 연극, 예술, 우리의 전망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

한별
다른 콘텐츠가 없으면 연극 이야기를 해요

충현
연극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그 이야기만 해도 이미 충분한 건 아닐까요?

한별
연극에 너무 심취해있는 건 아닐까. (웃음)
💭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어떤 사람들과 어떤 교육을 하고 싶나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정욱
저는 제 상태가 달라질 때. 예를 들면 오늘도 츄리닝이 아닌 살짝 쫄리는 바지 입었는데 아, 내가 이런 상황에서 이런 선택을 하는구나. 싶어요. 지금도 앞에서 두 분이 말씀하시는 걸 듣다 보면 이런 목소리와 이런 부드러움을 가진 분들이 이런 일들을 하시는구나. 그냥 모든 것들이 다 배움이에요. 이번 꿈지에서는 평소에 잘 못 뵙는 어른들을 만나고 싶어요. 직업적인 것이 아닌 사적인 만남들이 다 제게는 배움의 순간들이라고 확신해요.

휘령
오늘 버스에서 오다가 이건 조금 나쁜 생각이긴 한데 왜 어른들한테 자리를 양보해야 하지이런 생각이 갑자기 드는 거예요. 근데 그냥 그렇게 배워서, 교육이 되어서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자신보다 힘들고 약한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 거죠. 그래서 뭐가 배우는 일이냐고 한다면 기존에 나도 의식하지 못했던 틀을 깨는 작업. 그 틀을 깨기 위해서 사람도 만나고 책도 읽고 해야 하는 거죠.

<때로 나쁜 생각을 하는 휘령>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경빈
서로 각자의 존재를 알고 있나? 다른 팀이 뭘 하고 있는지 몰라요.

충현
그래서 저희가 이거 하고 있는 거죠!

서휘
난생처음꿈지 인터뷰 시간 때 4-5팀 만났던 적이 있어요. 딱딱할 줄 알았는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라이트하게 본인들의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 내가 모르는 분야인 음악, 조형예술 등의 이야기들을 통해 도움도 많이 되고 에너지도 많이 얻었죠. 그런 의미에서 다른 팀들에게 에너지를 받고, 조언도 얻고, 그런 사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주 만나는 커뮤니티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단 문지방 인터뷰 : 공룡기업 같은 극단이 될래요.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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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조휘령, 김서휘, 양정욱, 표경빈, 박한별, 임태현, 정세영
  • 장소: 극단 문지방 @mjb_theater
  • 인터뷰 발행일: 2021.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