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사이가 좋은(좋아보이는) 씨케이프의 지원, 슬비, 혜진>
문화예술연구소 씨케이프 인터뷰: 나나 잘하자, 힘 닿는 데까지
* 인터뷰이: 김지원, 이슬비, 최혜진
* 인터뷰어 :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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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처음 문화기획자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로 얼마나 많은 지원서와 기획서를 써왔는지 모르겠다. 한국 문화예술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끝없이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고 선택받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나를 선택한 누군가도 결국 다른 이의 선택을 받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렇게 이상한 구조 속에서 우리는 끝없이 경쟁하게 된다. 그 경쟁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데, 이긴다고 해도 찝찝한 마음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작년 진행했던 씨케이프의 라잎스페이퍼 인터뷰 부제가 ‘공생과 경쟁 사이에서’인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다른 단체들을 응원하는 마음과 동시에, 경쟁할 수밖에 없는 모순 속에서의 고민을 나눠주었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지속가능할 것이냐.’이다. 당장 구조를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어떻게 동력을 유지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을까? 라잎스페이퍼를 처음 만들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인터뷰를 핑계 삼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위로받기 위해서였다. ‘문화예술연구소 씨케이프’는 작년 인터뷰 이후로 올해 다시 만나게 된 유일한 팀이다. 2년 연속 시간을 내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한데, 다시 만난 씨케이프는 작년보다도 훨씬 반갑게 소똥과 나를 맞아주었다. 직접 말로 꺼내놓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인터뷰를 통해 용케도 사라지지 않고 버텨낸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내년에도 안산에서 씨케이프와 만나 서로를 응원할 수 있을까? 어떤 확신도 없지만, 그저 그러기를 바랄 뿐이다.


-충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우연히 만나 결성된 씨케이프의 2021 라잎스페이퍼 인터뷰가 궁금하다면?⛳
🤗 씨케이프! 1년 만에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나요?

슬비

네! 그냥 일하면서 바쁘게 지냈죠. 이번에는 운이 좋게 꿈다락도 하고 있고요. 올해 저는 학부형이 됐어요. 애가 학교에 들어가서요. 올해 초반에는 완전 좌충우돌. 학교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을 겪고 2학기가 되니까 적응을 해서 이제는 학교 잘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남편은 갑자기 육아휴직을 하면서 갑자기 벌이가 걱정이 되기 시작했고요. (웃음) 그 외에는 별다른 변화 없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지원
저도 비슷한데요. 작년에는 씨케이프가 시작 단계여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는데 올해 그래도 좀 정리가 되고 있죠. 물론 연초에는 공모 사업 지원도 해야 되고 힘들었지만, 점점 저희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술가들이랑 콜라보 하는 플랫폼 만드는 게 저희 목적이에요.

 

슬비
작년보다는 좀 안정화가 됐죠.

 

지원
단체로서는 좀 발전했다는 생각이 들고, 저희 목적에 맞게 이렇게 혜진쌤도 모시고 하고 있습니다.

 

충현

혜진님은 오늘 처음 뵙네요.

 

혜진

안녕하세요. 저는 최혜진이고요. 성악을 전공했고 예술 교육, 예술 행정에도 관심이 있어서 활동을 하던 중에 성남의 한 교육과정에서 지원쌤을 멘토로 만난 것이 연이 돼서 씨케이프에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씨케이프 외에는 주로 합창단에서 객원에서 노래 부르는 걸 많이 하고 있어요. 아기들 동요도 가르치기도 하고 그런 삶을 지내고 있습니다.


충현
반갑습니다! 작년 인터뷰 때 오셨던 현아님도 성남 교육과정에서 지원님을 만나 오시지 않았었나요?


지원

네네, 맞아요. 혜진쌤이 1기고, 현아쌤이 2기였어요.

 

혜진

제가 원조입니다. (웃음)

<제가 원조입니다.(진지)>

지원

문화예술 교육사로서 실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을 성남문화재단에서 하고 있고, 제가 멘토로서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멘토와 멘티를 배정해주는데 우연찮게 두 분 다 거기서 만나 함께하게 됐네요. 그 교육과정이 아무래도 같은 업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고, 또 일을 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들이잖아요. 언젠가 같이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서로 연락하고 지내다가 잘 맞아서 이렇게 섭외를 했죠. 고급인력입니다!

 

충현

좋은 것 같아요. 저도 문화기획자로서 처음 시작할 때 문화기획 관련한 과정들을 많이 들었는데, 돌아보면 제가 그때 가장 고민했던 건 ‘이 시간들이 이후에 어떻게 내 커리어로 연결될 수 있을까?’였던 것 같아요. 나한테 일도 좀 주셨으면 좋겠고. (웃음) 지원님은 그런 면에서 좋은 멘토셨네요.


혜진
제 입장에서 너무 감사하죠.


지원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한지 어느새 10년이 넘었는데, 마음 맞는 사람 하나 만나는 게 진짜 힘든 것 같아요. 아시다시피 예술교육이나 기획 쪽은 사람이 너무너무 중요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계속 사람을 찾게 되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참 고맙죠. 올해는 수업 구성을 해보니까 음악이 딱 필요할 것 같더라고요. 저희가 갈대 습지에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동요를 불러야 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렇게 모시게 된 거죠.

 
🤔 작년의 씨케이프는 다른 문화예술교육단체와의 어쩔 수 없는 경쟁 관계 속에서도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셨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고민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했는지 궁금합니다.

지원
확실히 달라진 것 같아요. 그냥 팀이든 개인이든 경쟁력을 갖고 있으면 어떻게든 계속 지속된다는 걸 발견했거든요. 경쟁이 예전에는 불공평, 불공정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근데 민주주의에서는 어쩔 수 없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어느 순간 또 들었어요.

 

충현

납득하셨군요.


지원
안 그러면 지속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나라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생태계가 갑자기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민간단체로서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납득하고 받아들이면서 내 갈 길 가자, 남 신경 쓰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게 됐어요. 그 마음을 먹고 편해지니까 일도 더 잘 되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슬비
마이웨이 하는 거예요. (웃음) 지원쌤 말씀하신 것처럼 해탈을 했다고 그래야 되나? 마음을 놓으면 편해지잖아요. 굳이 경쟁을 할 필요가 있나? 자기 할 일 자기 자리에서 잘 찾아나가면 누군가는 알아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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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맞아요.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 저희도 사실 많이 떨어지기도 하거든요. 모든 게 다 잘 된다고 볼 순 없는 것 같아요. 맞는 자리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고 저희가 추천될 때도 있고 그런데, 그게 다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슬비

너무 결과에 연연해하지 말자. 결과도 중요하긴 한데 일단 우리가 과정을 자꾸 키워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좋은 게 더 많이 나올 수 있잖아요. 너무 집착하지 않기로 한 것 같아요.

 

충현
꼭 교육 쪽이 아니더라도 예술은 늘 선택받아야 지속되는 운명인 것 같아요. 성악 쪽은 어떤가요?


혜진
거의 오디션으로 이루어지죠. 이제 시립 합창단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있어요. 그런데 소프라노 한자리가 났어요. 그러면 이제 한 몇백 명이 오는 거예요. 와서 다 똑같이 ‘수선화’를 불러요. (웃음)

 

소똥

‘수선화’요?

 

혜진

네. ‘수선화’라는 가곡이 있어요. 소프라노 한 명 자리를 보는데 이제 똑같이 ‘수선화’의 ‘그대는 신의 창작지~’ 거기서부터 다 시작을 하거든요. 몇백 명이 똑같은 부분을 부르고 그중 한명이 뽑히는 거예요. 약간 지원 사업이랑 비슷한 개념이죠. 저도 똑같이 생각하는 게 이게 자신과의 싸움인 거지 남들과 경쟁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자신이 발전해야지 그만큼 또 인정받고 많이 부름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네, 그런 것 같아요.


충현
근데 본인이 경쟁에서 자유로워지는 영역과 별개로, 내 주변의 동료들하고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결로 있으실 것 같아요. 작년 인터뷰 제목이 ‘공생과 경쟁 사이’였잖아요.


지원
저는 오히려 약간 거리 두기? 무관심한 거. 그냥 너의 삶을 잘 살겠거니, 해버리는 거죠. 불화가 생기는 이유가 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 데에서 온다는 심리학적 연구가 있더라고요. 오히려 거리를 두고 볼 때 인정하기 쉬운 것 같아요.

충현
‘나나 잘하자.’라는 기조가 깔려 있으시네요.


지원
너무 바쁘니까 마음 쓰고 있을 여력이 없는 거예요. 예전에는 잘 안되고 할 때 나를 원망했는데, 이제 그런 태도보다는 그냥 빨리 할 거 하자. 또 그럴 때 알아주시더라고요. 저도 이 업을 계속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맨날 고민하면서 10년을 이어왔는데 그 10년이 헛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올해는 좀 받았어요. 되게 많이 도와주셨고 좋은 기회를 주셨고 앞으로 그걸 발판 삼아서 나아가야지, 결심을 했어요. 적당히 거리 두면서 잘 친해져야죠.

<우리나 잘하자~>

슬비

그치, 내 삶을 살기도 바빠.

 

혜진

바쁘다.

 

슬비

시기하고 질투할 시간이 없어. 애 학교도 보내야 되고 남편 뒷바라지도 해야 되고 바빠, 바빠. (웃음)

 
🔍 꿈다락을 통해 진행하시는 수업을 소개해주세요.

슬비
일단 저희가 이번에 갈대 습지를 가죠.

 

지원

갈대가 물을 깨끗하게 하기 때문에 갈대 습지를 만든대요. 그걸 안 순간 느낌이 왔어요. 우리의 감정이 회복되는 것이 요즘 전체적으로 이슈잖아요.

 

슬비

코로나 때문에.

 

지원

애들도 학교도 못 가고 비대면 수업하고 이러니까요. 이번에 갈대 습지에서 자기의 이야기로 창작을 하면서,


슬비, 지원

(이구동성으로) 마음의 정화를 하자!

 

슬비

아이들과 같이 음악 활동도 하고 디지털 드로잉도 하면서 느낀 감정을 이야기로 써내려가고 미디어 그림책으로 만드는 거예요. 그걸 나중에 전시도 하고 그런 프로그램이에요.

 

충현

어떤 식으로 노래를 만들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나요?

 

슬비
일단 저희가 답사를 해요. 갈대 습지 공간에 가서 자연의 소리를 찾고 그 소리를 기반으로 아이들이 가사도 써보고 그런 다음에 개사도 하고요.

 

혜진
‘리듬악기노래’라는 게 있어요. ‘큰 북을 울려라~ 쿵쿵쿵~’ 아시잖아요. 어, 모르시나요?

 

소똥

알 것 같아요.


혜진
‘쿵쿵쿵’처럼 의성어를 쓰는 칸을 만들어서 애들이 갈대 습지에서 찾은 소리를 거기다 넣어보면서 “아, 나는 이런 소리를 찾았구나. 너는 이런 소리를 찾았구나.” 현장에서 개사를 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관련해서 노래 활동을 해요. ‘숲속을 걸어요.’라는 동요가 있는데, 가사를 보면 동물들이 등장을 하거든요. 갈대 습지에 나오는 동물들로 개사를 해서 불러보기도 하고요. 갈대 습지에 나오는 동물들이 대표적으로 금개구리, 수달, 그리고 삵.


충현
라인업이 장난이 아니네요?


지원
수달이 있대요, 밤에 나온대요.

<씨케이프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던 수업 사진. 라인업 장난 아닌 갈대 습지에서.>

혜진

수달이 습지에서 어떻게 행동할지를 아이들이 직접 상상해서 가사를 쓰죠. 그거랑 연계해서 디지털 드로잉을 하게 되고요.

 

지원

만든 노래를 일종의 OST로 사용해요. 지금 한창 진행 중이에요.


슬비
총 12회 차 중에 8회 차 오늘하고 왔습니다.


지원
1기는 끝났고 여름까지 해서 끝냈고, 2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충현
진행하시면서 생긴 노하우 같은 것도 있으세요?


지원
노하우? 저는 그건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 간의 유대관계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 신경을 쓰는 편이고요.


슬비
그리고 저희가 간식을 신경을 많이 써요.

 

지원

아 맞아, 간식! 간식을 잘 챙겨야 돼. 애들이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요. 갑자기 먹고 사는 얘기네~ 애들이 간식 기대하면서 많이 와요.

 

혜진

먹는 게 제일 중요해.


슬비
저희가 제일 많이 연구하는 게 요즘 간식이에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충현
문화예술교육과 먹는 것과의 연관성을 발견하신 것 같아요. 음식을 잘 대접 받으면 존중받는 느낌을 받기도 하잖아요.


슬비
먹는 걸 대접받는 거는 정말 대접하는 사람도 즐겁고 대접받는 사람도 즐겁고 참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밥벌이로 생각하자면 비수기가 조금 있으면 다가오니까 거기에 대한 좀 걱정이 좀 있네요.


지원

근데 올해는 내년 지원사업들이 빨리 뜨더라고요. 내년으로 갈 마음의 준비가 안 됐는데. (웃음) 사실 올해는 적게 일할 생각이었어요. 슬비쌤이 바쁘실 것 같아서. 아이가 1학년일 때 부모가 제일 바쁘다고 하더라고요.


슬비
학교가 너무 일찍 끝나요. 유치원 때는 5시 정도에 끝났는데 이제 2시가 제일 늦게 끝나는 거야.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아이가 학원을 가게 되는데, 학원 가기 싫다고 요새 소심한 반항을 하네요.

 

지원

어머니 또 교육열이 높으셔서. (웃음).


슬비

이것저것 다 시키다 보니까 애가 그냥 질려가지고. 지금 해야 되는데 아직 아기니까 이해를 못 하죠. 왜 내가 이걸 하고 있어야 되냐, 항상 따져요. “엄마 내가 이 구몬을 왜 해야 돼?”


충현
주체적인 아이네요. 항상 의심하는 태도.

 

슬비

독립적이고 의심이 많아요. 의심이 많고 질문이 많아.


충현
좋은 어른이 되겠네요. (웃음) 문화예술교육자의 덕목이잖아요, 항상 의심하고 질문하는 거.


슬비
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힘드네요.

 

충현

그쵸, 그럴 만하죠.

<잘 먹고 잘 살자는 대화를 하고 있지만, 정작 저녁 시간에 밥도 못 먹고 인터뷰에 참여한 씨케이프 멤버들>

지원
암튼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바쁘고 저는 제 개인 프로젝트나 강의나 여러 가지가 많아서 시간을 쪼개서 쓰고 있죠. 워커홀릭이기도 하고 그냥 그게 익숙해요. 일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고 뭐 해야 할 것 같고 약간 그런 게 있어요.

 

충현

그 불안이 공감돼요.


지원
프리랜서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항상 바쁜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사는 편이고, 대신에 쉴 때는 팍 쉬어요.

 

슬비

혜진쌤은 어때?

 

지원

먹고 살만한가?


혜진
요즘 물가가 올라서. (웃음). 농담이고, 저는 먹고살려고 예술을 한다기보다는 그냥 이 일로 먹고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러니까 먹는 게 먼저가 아니라 예술이 먼저인 거죠. 회사생활도 해봤는데 안 되겠더라고요.


지원
저도 다시 회사로 가라고 그러면 안 가죠. 9 to 6 안 살죠.

 
🍚 모든 공모가 끝나고 다시 시작되기까지의 기간인 12월~2월. 그 기간은 공모사업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생계를 유지하는 많은 문화예술교육자들의 보릿고개라고 불리는데요. 여러분은 그 보릿고개를 어떻게 보내고 견뎌내고 계시나요?

지원
그냥 계속 일하는 것 같아요. 다만 들어오는 돈이 없는 거죠. 그런데 저희가 뭐 월급식으로 받는 것도 아니니까요. 비수기에 대한 고민보다는 코로나가 언제쯤 완화될까, 요거만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언제쯤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건가. 그래도 올해 많이 나아졌죠.


충현

이 질문은 다른 단체들이 많이들 궁금해하시더라고요. 본인들이 그 시기가 너무 힘들어서 다들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 요령이 있으신지요.


지원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방학처럼 생각했거든요. 또 돈벌이라는 게 꼭 공모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강연이라든지 다른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지나왔고, 인간관계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슬비

착하게 살아야 된다. 착하게 살자.

 

지원
왜냐하면 올해 같은 경우도 아는 기획자님이 연락을 주신 것이 연결이 되어서 올해 겨울에 하게 될 것 같거든요. 이 비수기를 앞두고 심란한 와중에 너무 감사하게도 작은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그게 남는 예산으로 하는 것 같더라고요.

 

슬비

남는 예산을 잘 찾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여러분이 가장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인물이나 순간이 있나요?

슬비
저는 아들? 그냥 아들이 있는 곳이 집이 아닐까. 가족이잖아요. 내 핏줄. 그게 집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결혼 초반에는 친정 같은 경우가 더 우리 집 같고 그랬거든요. 근데 살면서 저만의 가족이 생기고 가정을 꾸려나가다 보니 이제는 이쪽이 저희 집 같아지더라고요.


충현
저는 늘 그게 궁금한데, 진짜 자기 자신의 핏줄이라는 것이 엄청난 애정을 불러일으키나요? 궁금했어요. (웃음)


슬비

그거는 근데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충현
저도 그럴 것 같은데 영화나 보면 가족에 대한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 이야기 되게 많잖아요. 공감이 잘 안 가더라고요.

 

슬비
모두 그런 건 아니죠. 뉴스를 봐도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하니까.

 

충현

그럼에도 거기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 같은 것이 있는 건가 싶었어요.

 

슬비
그게 있긴 있어요. 없을 수는 없어요. 근데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은 아니고 내가 그만큼 걔한테 애정을 쏟아야 돼요. 애정을 쏟아야 애착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모정도 그냥 생기는 건 아닌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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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슬비님은 이제 모성애가 많이 있죠. 저 같은 경우는 그냥 집이 어쨌든 돌아오는 곳이잖아요. 이렇게 말하기 되게 싫은데, 저한테 집은 (작아지는 목소리로) 예술이다. (웃음)

 

슬비, 혜진

우와아아~

 

지원
되게 싫은데, 돌아오게 돼.


슬비
예술가다 역시 예술가~

 

혜진

Artist~

<지원은 ARTIST~★>

슬비

‘싫지만’이 전제야, 정말 싫지만 돌아오는 거.

 

지원

싫은 게 진짜 싫은 건 아니고 반반이에요. 혜진쌤은?

 

혜진

슬비쌤이랑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저도 사랑하는 사람들. 제 MBTI가 사교적인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에 의해서 좀 좌지우지되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제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의 집 같아요. 같이 있으면 행복한 그 시간들이 저의 집 같습니다.

 

소똥
MBTI 이야기하신 순간 아, E시구나. ENFP인가요?

 

혜진

저요? 저는 ESFJ에요. 사교적인 외교관인가 그렇더라고요.


충현

MBTI 먼저 이야기하는 사람들 다 E잖아요.


혜진

아 그래요?

 

소똥

먼저 얘기하면 보통 그런 것 같아요.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들이 있나요?

충현

지원님은 왠지 예술인이 본캐이실 것 같은데.

 

슬비

크~ 멋있어! 언니 멋있어.

 

지원

아니야, 진짜 좋은 얘기라고 생각하고 그런 게 아니야!


충현
부끄러운데도 예술가로서의 나를 포기할 수 없는 게 진짜 멋진 거죠.

 

슬비

어쩔 수 없어, 싫은데도 해야 되는 예술. 멋있어.

 

지원

창작을 안 하더라도 예술을 향유할 수도 있으니까.


슬비
저는 집에 있을 때가 본캐 같아요. 밖에 나오면 부캐 같아요. 집 안에서는 내가 자유롭게 활동하고 본 모습으로 그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데 밖에 나오면 사회적인 인간이 되어야하기 때문에 부캐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나를 덜 표출할 수밖에 없어.

 

지원
저는 예술가가 그냥 본캐입니다. 어쩔 수 없어요. (웃음)


혜진
저는 제 성격 자체가 겉과 속이 비슷해요. 많이 비슷한 사람이라서 본캐 부캐가 나뉘기보다는 여러 개의 본캐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슬비

어떤 식으로?

 

혜진
그냥 동요 강사로서의 저도 있고 아니면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원으로서 저도 있고, 옷도 나답게 입고 오라고 하시길래 제가 검정색으로 다 입었거든요. 근데 이게 사실 음악 하면 항상 검은색으로 맞춰 입고 오거나 이럴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런 옷을 입었는데 각각의 모습이 다 본 모습인 것 같아요. 여러 정체성이 빠짐없이 다 저인 것 같습니다.

<역시나 검은 옷을 입고 합주에 참여하는 혜진>

지원
저도 오늘 복장 조금 고민하긴 했어요. 그냥 저는 셔츠. 수업할 때 너무 포멀하게 입을 수도 없고 너무 활동적으로 할 수도 없고 경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늘 세미 정장 느낌으로 입게 돼요.

 
📱 씨케이프는 제가 아는 문화예술교육단체 중 가장 활발하게 SNS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귀찮으실 만도 한데 이렇게 꾸준히, 활발하게 SNS를 하고 계신 이유가 있나요?

지원
저희 염탐하셨어요?

 

충현

염탐했죠. 늘 보고 있죠.


슬비
사전 조사 장난 아니네. 지원 소장님이 엄청 신경써주시고 계세요. 근데도 지금 모자라다고 해요.

 

충현

이게 귀찮으실 만도 하잖아요. 저는 SNS 하는 게 너무 귀찮거든요.


슬비
제가 옆에서 봤는데 그냥 사진 찍잖아요. 바로 그냥 올리세요. 틈틈이. 바로 올리면 일이 안 밀리니까.


지원

밀리는 거 안 좋아해요. 프리랜서 하다 보면 일 밀리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SNS가 너무 일이 되는 건 싫고, 그냥 틈틈이 노는 것처럼 하죠. 그냥 씨케이프 자체에 애정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은 거죠. 그렇게 활동하니까 그거 보고 일이 들어올 때도 있고요. 저희 참여하는 아이들 부모님이 늘 아이들 활동 궁금해하시는데, 후기 같은 걸 사진으로 만들어서 업로드하면 좋죠. 포트폴리오도 되고요. 선투자를 하는 거죠. 근데 이게 문화 쪽이라 그런지 팔로워 수가 막 늘진 않더라고요.


슬비
그래도 많이 늘었어. 감사한 분들도 계세요. 되게 좋게 써주시잖아, 댓글을.

 

지원

네, 어머님들이 댓글을 좋게 써주시면 큰 도움이 되고.


슬비
기분이 좋고 힘이 나는 것 같아. 보람을 좀 느끼지.


지원
그냥 정말 소통 창구로 쓰는 느낌인 것 같아요.

<씨케이프 인스타그램. 구독, 좋아요, 알림 설정까지~!>
 
👶 언제까지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슬비
그런 건 생각을 안 해봤는데.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밑받침이 돼준다면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만약에 하다가 정말 고비가 와서 정신적으로 갑자기 힘들어지거나 체력적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이렇게 되지 않는 이상은 간간이라도 하지 않을까요.

 

혜진

성취감이 너무 좋아서요. 애들을 가르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고 발전하는 과정도 볼 수가 있고 그런 부분들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지원
저도 그냥 똑같습니다. 별로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근데 안 그래도 요새 50대 선배님들이 자꾸 은퇴 얘기하시고 그러셔서 정말로 그런 게 있나? 이게 저는 의문이었거든요. 예술에 정년이 있겠어? 공무원도 아닌데. 계속 나이대에 맞는 다른 걸로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는데, 나이에 막 연연치 않는 것 같아요. 청년이 끝났을 때는 그런 생각이 들긴 했는데, 지금은 그런 거는 없어요.

 

충현

저는 근데 신기해요. 어떻게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계실까. 저는 늘 확신이 별로 없거든요, 물론 즐겁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원
저도 30대 초반까지는 진짜로 언제까지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았거든요. 근데 한 30대 중반 넘어오고 씨케이프 하고 10년 이상 경력이 쌓인 상황이 돼버리니까 이제는 돌아갈 수 없잖아요.

 

슬비

돌아갈 수 없다. 후진을 못 해, 이제.


지원
저는 솔직히 지금 교안 자판기여서 교안도 진짜 잘 짜거든요. 많이 하기도 했고, 잘하려고 노력하고 공부도 많이 했기 때문에요. 그러니까 이제 잘하는 거를 계속해야지, 그 생각을 하니까 별 고민이 안 생기는 것 같아요.

 
📰 문화예술연구소 씨케이프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지원

질문이 거창하다. (웃음) 대표님이 말해주세요.

슬비
그냥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다 같이 즐겁게 살면 좋겠다. 참여자도 즐겁고 저희도 즐겁고. 그런 생각은 좀 해봤어요. 앞으로 그렇게 하면 좋지 않을까요, 소장님?


지원

(웃음) 네, 그러세요~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즐길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해요. 저는 요새 확실히 예전에 일했을 때보다는 뭔가 필드가 생긴 느낌이 들거든요. 아직 더 만들어야 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부모님들도 ‘꿈다락’하면 ‘어?’ 딱 아시고.


슬비
자리가 잡힌 것 같아요.

 

지원

맞아요. 그게 그 많은 시간이 있었으니까. 많은 분들이 각지에서 노력을 하셨기 때문에 쌓여서 덕분에 같이 온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슬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아이는 저희의 다음 세대잖아요. 다음 세대는 우리랑은 좀 다를 것 같아요. 예술에 대하는 태도가요. 쉽게 접근하고 쉽게 예술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혜진

그 경험이 어릴 때 되게 중요하니까.

 

슬비
저희도 거기에 이제 좀 부응 해야죠.

 

지원
사회가 계속 변하니까 변화에 뒤처지는 건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저도 미디어 계속 공부하고 있어요.

 

슬비

기술이 힘이다. (웃음) 기술이 힘이야, 진짜. 기술 배워야 돼.

 

지원

예전에는 과학이랑 예술을 되게 멀게 느꼈는데 결국은 다 같이 가까이에 있더라. 장르도 꼭 한 가지만 하지 않고 융합적으로 하려고요. 그랬을 때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슬비쌤도 관심사가 있고 혜진 쌤이 관심사나 전공 분야가 있고 그러다 보니 그게 만나지면 재밌는 게 나오더라고요. 씨케이프는 그런 걸 지향하죠.

<씨케이프가 직접 촬영한 사진. 가을의 모습을 제대로 담았다.>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슬비
당신들은 그걸 왜 하세요? 물어보고 싶어요.


지원
왜 하세요?


슬비
저요? (웃음)

 

혜진

공격, 공격.


슬비
모르겠어요. 나름대로 사회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자기만족?


지원

되게 술술술 나온다~

 

혜진
준비된 자!


슬비
사람이라면 사회적인 인간이 되고 싶잖아요. 그런 욕심 다들 있잖아요. 관계 속에서 사람들 사는 것도 볼 수 있고 이야기도 듣고 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도 해보게 되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이 일을 하는 게.

 

혜진

저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응원을 해주고 싶어요. 다들 얼마나 노력했을지도 알고 얼마나 참여자들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을 줄도 알고 그냥 서로 응원하면서 잘 나아가고 싶은 마음. 이게 경쟁이라고 생각하다기보다는 다들 잘 돼야 사업이 더 커지고 문화예술계가 확장이 될 수 있는 거다 보니까요. 그냥 서로 잘하고 싶은, 응원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 가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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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
너무 착한 마음이다. 응원해 주세요, 다른 팀을. 저희도 응원해 주세요! 부탁드릴게요.


지원
질문 생각났는데, 언제 힘들었을까? 어떻게 극복했을까? 뭐 이런 거 있잖아요. 오늘 저희도 계속 그걸 얘기를 했잖아요. 경쟁이 힘들다든지, 아니면 사는 게 힘들다든지. 그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주변에 지인들한테도 팁을 듣긴 하는데 궁금합니다.

문화예술연구소 씨케이프 인터뷰: 나나 잘하자, 힘 닿는 데까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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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소재용, 이충현, 문화예술연구소 씨케이프
  • 녹취록 작성 : 도로롱
  • 장소: 안산의 한 카페
  • 인터뷰 발행일: 202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