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인디밴드 프로필처럼. 문병재님, 남기용님, 한진규님>
창작집단 툭치다: 유머코드에 관하여 
  • 인터뷰이: 문병재, 남기용, 현진규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어제 유머 코드를 주제로 한 공연이 끝났어요보통 유머 코드를 설명할 때 웃긴 연예인을 예시로 들어요그것이 아닌 나의 유머코드를 소개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봤을 때 과거의 연인이나 트라우마가족관계성 등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유머코드를 묻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 쉽지 않다. 병재님의 대답처럼 유머코드를 소개하려면 개인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 나에게 유머코드를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자조적인 유머를 좋아한다. 찌질한 것도 좋아한다. 다만 찌질한데 귀엽지 않으면 끔찍하다. 아직까지는 이 정도의 대답정도만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더 정리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다른 이들의 유머코드도 듣고 싶다. 

노잼인간인 소똥에게 어렵지만 자극적인 물음표를 툭 쳐줬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각 팀원분은 단체에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도 소개해주세요.
문병재
창작집단 툭치다이기 전에, 대학 때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공동창작집단 툭치다를 만들었어요. 툭치다는 어떤 의미인지 작업할 때마다 대화를 나눴는데 각자마다 달랐어요. 각자가 나에게 툭치다는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면 좋을 것 같아요.
 
남기용
배우로 함께 하고 있는 남기용이라고 합니다. 별명은 용기남입니다. 이름을 거꾸로 해서요저는 대학 4학년 때 합류했어요. 미래가 불분명하니까. 바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단체에 소속하는 것이 저에게 전부였어요. 다른 친구들은 걱정하고 있을 때 나는 그래도 소속되어있다는 안도감이 전부였던 시기였어요.
 
충현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나요? 대표님이 제안한 걸까요?
 
남기용
대학교에서 같은 수업을 수강했어요. 같이 공연을 올리기도 했고요. 마음이 맞고,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요. 그것이 연장되어 팀에 합류했어요.
 
한진규
저는 같은 대학교의 전공 출신인데 가장 후배였어요. 두 형이 4학년 때 저는 1학년이었고요. 당시 툭치다의 작품이 완성될 때쯤 스텝으로 참여했어요. 툭치다의 공연은 다른 모든 공연과 비교했을 때 아직까지도 애정하는 연극이에요. ‘툭치다 청춘편이라는 공연이었는데 굉장히 좋았어요. 형님들과 스텝으로 함께 하는 것이 좋은 경험이어서 형들과 같이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가끔 스텝으로 도와주기는 했지만, 작업을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었고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대표님에게 제안을 받아서 기쁜 마음으로 합류했어요. 그 때가 2018년입니다.
 
충현
올해 벌써 4년 차시네요. 혹시 어디 지역에서 활동하셨나요?
 
문병재
지금은 대표로 있지만 원래는 저도 툭치다 소속 배우였어요. 툭치다의 이전 대표가 서울에 살고 있어서 특별한 의미 없이 가까운 곳에서 활동했어요. 그 친구가 원래 고향이 김포였는데 서울의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김포로 이사를 갔어요. 대표가 김포로 돌아가니까 자연스럽게 사업장 소재지도 김포로 이주했고요. 사업을 따내려면 서울권보다는 김포권이 경쟁률도 적고, 그 당시의 김포는 예술의 불모지다 보니 저희가 경쟁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둥지를 김포로 옮겼는데 저희가 하는 색깔과 김포가 원하는 색깔이 다르다보니 결국은 서울에서 작업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와 제가 공동대표였는데 그 친구는 경제적 고민으로 인해 앞으로 연극 활동을 안 하게 될 것 같아서 이제는 저 혼자 대표를 맡게 됐어요. 앞으로는 그 친구가 없는데 굳이 김포에 있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혜화에 위치한 아지트같은 공간에서>
충현
병재님이 생각하는 툭치다도 설명해주세요.
 
문병재
사실 저는 상을 받은 계기가 컸어요. 처음 했던 작품이 상을 받는 바람에 그 뽕에 취했어요. 26살의 사회초년생들이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런 원동력으로 활동했던 것 같아요. 툭치다는 저에게 생각을 정리해주는 곳이에요. 밖에서 복잡한 정보들과 기억들, 자극들과 같은 흐트러진 생각들이 툭치다에서 서로 끄집어내며 정리가 되고, 다시 재조명해요.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툭치다에 오면 책을 한 권 쓰러 오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 창작집단 툭치다는 다큐멘터리연극을 표방하며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흥미로웠습니다. ‘다큐멘터리적인 연극은 무엇인가요? 그 방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병재
툭치다 청춘편작품이 다큐멘터리 연극이었어요.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연극이 저희도 뭔지 몰랐어요. 그 당시의 지도교수님이 제안을 해줬어요. 지도교수님은 다큐멘터리 연극을 공부하시던 분이었어요. 지도교수님이 수업을 진행하실 때 우리들의 자기소개와 꿈의 변천사에 관해 물어보더라고요. 우리의 이야기를 지긋이 듣더라고요. 그것이 공연으로 올라갔는데 우리의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사람들이 웃고 울더라고요. 그때 이게 다큐멘터리 연극이구나 느꼈어요. 실제 기억과 경험을 가지고 무대에 온전히 드러내는, 역할을 맡지 않고 역사를 드러내는 거죠.
 
충현
실제의 이야기와 극적인 요소가 합쳐진 걸까요?
 
문병재
예를 들면 나의 트라우마에 대한 연극을 한다고 해볼게요. 트라우마 중에 공포가 있으면 무섭다고 말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을 표현할 수도 있어요. 고무줄로 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죠. 개인의 이야기(기억과 경험)와 감각하게 해주는 퍼포먼스가 동시에 일어나는 거죠. 개인이 아닌 장소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몇 번 보시면 관객들은 이런 것도 연극이 될 수 있구나라고 소감을 말해요. ‘툭치다 청춘편작품에서는 본인의 어떤 이야기를 하셨나요?
 
남기용
툭치다 청춘편이라고 하지만 청춘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오지는 않아요. 이 친구가 어떻게 지냈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걸 느꼈는지, 이런 것들이 종합될 때 단어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저는 옛날에 혼자 방에서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이야기했어요. 쓸쓸하고, 고요하고, 외롭고, 근데 그 안에서 안정적이고, 굳이 벗어나고 싶지는 않고, 따뜻하고... 이런 것들이 섞여 있었어요

<'툭치다 청춘편' 공연사진>
문병재
공연의 컨셉은 사회초년생으로서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사회에는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려면 말할 수 있는 단상 같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불안했지만 방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그런 공간들이 지금도 필요하다. 의자라던가, 단상이라던가, 마이크라던가, 우리는 말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전하는 것이 컨셉이었어요. 각자가 아카이브 해서 표현했고요
💭 툭치다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서 혼자 이름의 뜻을 한참 생각했어요. 인스타 게시물을 구경하다 우리에게 툭 치는 것들을 감각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는 소개 글을 접했어요. ‘창작집단 툭치다라는 단체는 여러분들에게 치고 있나요? 단체가 여러분들에게 무엇을 툭 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병재
툭치다는 의미의 변천사가 있었어요. 극단 이름을 처음 정했을 때는 유치하지 않고 있어 보이게끔, 인디밴드 이름 만들 듯이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교수님에게 넛지 효과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넛지이팩트라고 해서 이거 한 번 맞춰봐.’ 하면서 툭툭 시비 걸듯이, 호기심이 들게 하면서 맞추게 하는 그런 개념이 있더라고요. 우리도 연극을 만드는데 우리의 의미를 관객들에게 주입하는 게 아니라 뭘까? 생각하게끔 하고 싶었어요. 작품을 만들면서 보통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나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 괜히 거대한 담론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진짜 내가 호기심이 들거나 흥미로워서라기보다는 이 시대에 필요할 것 같고, 관객이 흥미로워할 것 같은 쪽으로 가게 되면서 좋아하는 것이 일처럼 되어버리는 순간이 생겼던 것 같아요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문병재
유머 코드에 관한 이야기라던가, 중고나라 사기를 통한 인간 신뢰의 상실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같은 호기심이 제 스스로 툭 치는 것들이었어요. 관객들은 어쩌라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도 뭔가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스스로 툭 치는 것은 물음표에요. 툭치다는 그 의문을 해소해주는 것 같아요. 그것이 날 살아가게 하고, 세상으로 툭툭 밀어내는 것 같아요. 지금은 옛날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남기용
일상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어요. 단순하게 생각하는 순간들이 줄었어요. 예를 들면 다큐멘터리 연극이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기억해내고 떠올리다 보니 자꾸 나를 바라보게 만들었고, 이것이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일상에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걸 툭 쳐주는 것 같아요.
 
한진규
드라마 연극 같은 경우에는 캐스팅하고, 배역을 맡기 위해서 시대의 상과 성격을 생각하는데 툭치다에서는 현시대와 일상적인 것들을 만들기 위해서 한 배역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의 개념을 찾아서 연구해보기도 하고, 뉴스도 찾아보고,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인터뷰하기도 해요. 그런 다양한 작업을 하며 단체가 저를 툭툭 치는 것 같아요. 그 감각이 좋아요.
 
충현
최근에 받았던 자극이 있나요?
 
한진규
최근에 유머 코드를 주제로 한 작품을 무대에 올렸는데 나의 유머 코드는 무엇일지, 지금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저도 중고나라에서 사기당한 경험이 있어요. (웃음) 저는 대표님처럼 신뢰를 잃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내가 멍청하거나 성급했다고 생각해요. 신뢰를 잃은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 창작집단 툭치다가 보여주고 싶은 면은 유머 코드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실제로 유머 코드에 관련한 작품을 만들고 계시고요. 창작집단 툭치다를 관통하는 유머 코드는 무엇인가요? 단체와는 별개로 각자의 유머 코드도 궁금합니다.
문병재
어제 유머 코드를 주제로 한 공연이 끝났어요. 보통 유머 코드를 설명할 때 웃긴 연예인을 예시로 들어요. 그것이 아닌 나의 유머코드를 소개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생각해봤을 때 과거의 연인이나 트라우마, 가족, 관계성 등등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남중을 나와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유머들을 즐겨했어요. 이후에 대구지하철화재참사, 세월호, 미투 운동과 같은 사회적인 사건들을 겪으면서 저의 유머도 많이 변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여자들 치마를 들추는 게 그들의 유머였고 그 유머를 인정했는데 지금 그러면 큰일 나잖아요. 시대가 변하면서 유머 코드도 당연히 변하고 있고, 앞으로 우리의 유머는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문병재
유머 코드를 설명하려면 단기간에 이야기하기에는 어렵고 스타일적인 걸 이야기해야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대부분 상황극 같은 것도 많이 하고요. 함께 지나왔던 세월이 있으니까 거기서 오는 유머 코드도 있어요. 우리끼리는 웃기는데 제3자 입장에서는 안 웃기는 그런 것들. 연극에서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어요. 예를 들면 서로 말하고 있는데 끼어든다거나, 방해한다거나, 약속되지 않은 것들을 한다던가. 자유롭게 연습하면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걸 실수가 아닌 의도적으로 하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남기용
툭치다의 유머 코드 중심을 잡고 있는 건 대표님이에요. 저희도 시도하지만 9할은 대표님 덕이에요. (웃음) 예를 들면 대사를 일부로 까먹은 척 하거나 다른 배우의 연기를 방해하는 것은 관객들 앞에서는 할 수 없으니까 연습 때 자유롭게 해요. 연습 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그때그때 공연에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자유롭다는 것이 아무렇게나 한다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하는 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아닌 건 확실히 아닌 거로 하고요.
 
문병재
기성세대 선배들과 작업하면 절대 이렇게 할 수 없어요. 그분들은 안 웃길 수 있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근데 서로 유머를 뿜어내지 않으면 본 실력이 안 나온다고 생각해요. 유머는 나를 위한 것도 있지만 타인에게 보여주는 것인데 그것은 명백한 의도가 있는 거죠. 배우가 기계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적어도 이 사람은 웃기겠다는 마음. 그 에너지가 묘하고 좋은 것 같아요.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한진규
다른 일반적인 연극을 하게 되면 연습실에 갈 때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연출님에게 피드백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연습실에 가는 순간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어요. 툭치다에서 연습실을 가는 순간은 그런 부담은 없고 즐거워요. 자유로운 연습 속에서 재미있는 게 나오면 너무 좋고요. 늘 연습실 오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 공동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작년에 공동을 이름에서 제외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많은 고민과 논의가 있었을 것 같다고 추측합니다. 이전과 어떤 지점들이 변화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문병재
공동이 빠졌다고 해서 작업 방식이 달라지는 건 아닌데 공동이라는 이름에 얽매여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의견을 내야하고, 좋은 생각을 해야 하고, 똑같이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역량이 다른데 공동이라는 이름이 모두가 2인분씩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줬던 것 같아요.  의무처럼 활동하지 말고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 공동이라는 단어를 이름에서 뺐어요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소개해주세요.

<항상 모자를 챙기는 진규, 일을 위해 검은색 바지를 입고 온 병재, 슬랙스를 산 기용>
문병재
계절의 특성상 반팔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요. 저 같은 경우는 이따 일을 하러 가야 하는데, 일할 때 검은색 바지를 입어야 해서 검은색 바지를 입고 왔어요. 보통은 실용성에 초점을 두는 편이에요. 봄과 가을은 패션에 신경 쓰는 시즌이고 여름과 겨울은 실용성을 기준으로 입어요. 옷 입으려고 시간 쓰는 게 싫어요. 옛날에는 튀려고 말도 안 되는 옷을 입었어요. 흔히 느와르물에서 볼 수 있는 옷을 입기도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보수적으로 변했는지 튀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옷이 단색으로 변하고 있어요.
 
남기용
원래는 트레이닝 복을 많이 입어요. 몸무게가 3~4kg 정도 자주 왔다 갔다 해서 면바지는 잘 안 입어요. 교육 일을 하다보니까 슬랙스를 샀어요. 오늘도 오전에 바디퍼커션 수업을 해서 이렇게 입고 왔어요.
 
현진규
옷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요. 옷을 사는 것도 별로 관심 없어요. 사실 대한민국이어서 이렇게 입고 다니는 거지, 마이애미에서 살고 있었다면 수영복만 입고 다녔을 수 있어요. 옷으로 표현하는 건 모자인 것 같아요. 제가 배달 알바를 하고 있는데 헬멧을 써야하다 보니 머리가 눌려요. 그래서 항상 모자를 챙겨요

<인터뷰 도중 먹고 살기 위해 일하러 떠난 병재>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남기용
못 먹고 다닐 정도는 다행히 아니어서. (웃음) 치킨 먹고 싶을 때 시켜 먹을 수 있어서 안녕한 것 같아요. 요리하는 걸 좋아해요. 혼자는 잘 안 해 먹는데 사람들이 놀러 오면 요리해줘요. 주로 볶음밥을 자주 해요.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볶아요. 그리고 술을 자주 마셔요. 안주는 많이 먹는데 밥은 잘 안 챙겨 먹어서 그런지 그래서 밥을 챙겨주는 것 같아요.
 
충현
대표님이 3명이 식사 코드가 잘 맞는다고 하던데요?
 
남기용
엄청나게 먹고 싶은 건 없는데? 그게 큰 것 같아요. 그래서 대표님이 주로 메뉴를 정해요. 그런 개념으로 잘 맞는 것 같아요.
 
한진규
저는 먹는 것도 별로 관심이 없어요. 먹는다는 행위 자체가 귀찮은 느낌이랄까요. 집에서도 배고파서 먹는다기보다 그냥 한 끼 정도는 먹어야 해서 루틴처럼 아무거나 먹어요. 못 먹는 것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없어요. 먹는 거에 즐거움을 느낀다거나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그런 건 없어요. 대신 술은 형들하고 자주 마셔요. 술을 먹기 위해 안주를 시키는 느낌이에요. 음주 코드가 통해서 식사 코드가 통한다고 하지 않았나 싶네요. 저희의 유머 코드 중에 하나인 것 같기도 한데 연습 끝나면 집에 갈 때 서로 눈치를 봐요.
 
남기용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재채기하면 진규가 아 오늘은 안 돼요~’ 해요. 상황극처럼요. (웃음

<아 오늘은 안 돼요~>
충현
그리고 무조건 마시는 거죠?
 
한진규
맞아요. 음식 코드는 통하는 것 같고요. 저는 먹는 행위도 귀찮은데 배달 알바를 하다 보니까 먹는 것이 또 업이 되어버려 귀찮기도 해요. 배달 주문하는 고객들은 주문한 음식을 빨리 받기를 원해요. 오토바이 운전은 위험해서 안전운전을 하는데 가끔가다 늦게 왔다고 욕을 듣기도 해요. 식 자체가 성가신 존재랄까요? 저는 사람들 관찰하는 걸 좋아하는데, 배달 일을 하면서 많이 관찰하게 돼요. 배달 일은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투하는 일이거든요. 문이 열렸을 때 눈에 보이는 현관의 모습을 보며 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까? 왜 이 음식을 시켰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한 번은 똑같은 집을 하루에 4번 이상 배달한 적이 있어요. 신기하더라고요.
 
남기용
티엠아이를 말씀드리면 진규에게 약 8년 동안 배고프다는 말을 한번 들어봤어요. 한번 듣고 깜짝 놀랐어요.
 
충현
그날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어요? (웃음) 정말 관심이 없나 봐요.
 
한진규
그냥 배고프다고 이야기했는데 형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진짜 먹는 거에 관심 없어요.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남기용
때와 장소, 누구와 있는지에 따라서 매번 다른 것 같아요. 동료들끼리 있으면 연극의 위치나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해요. 저희끼리 있을 때는 다른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해요. 그래도 작품 이야기하려고 만난 게 아니기 때문에 이야기가 삼천포로 많이 빠져요.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오고가요.
 
충현
아무말도 자주 하시나요?
 
남기용
아무말 정말 많이 해요갑자기 10분 동안 아무도 말을 안 하기도 해요.
 
충현
그건 아무 말을 안 하는 거 아닌가요? (웃음)
 
남기용
아무거나 해요. (웃음)
 
충현
10분 동안 아무말도 안하는 건 서로 인지를 하고 있었던 걸까요?
 
한진규
10분 동안 말을 안 하는 걸 인지 못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인지했던 순간부터 유머가 작동하는 거죠. 누가 못 참고 이야기하는지 보자.
 
충현
그런 에피소드가 작품이 될 수도 있겠네요.
 
한진규
산발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대표님이 이런 것들을 캐치해서 작품으로 들어가기도 해요.  
💭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남기용
나의 다큐멘터리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친구들과 함께하려고 해요. 다큐멘터리 연극을 하면서 결국에는 나의 경험과 기억을 생각해내고 찾아보면서 정체성을 확립할 수도 있고, 생각들도 정리되는 순간이 생기다 보니까 이런 걸 청소년들과 한다면 친구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부분에 있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어요. 8월부터 수업을 시작해요. 첫 수업은 열린 공간에서 서로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데 시국이 어렵다보니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될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는 또 어떻게 환경을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현진규
이 수업에서는 자기소개를 만들려 해요. 친구들이 평소 면접이나 입시 준비에서도 자기소개를 해야 할 텐데, 일반적인 자기소개의 틀이 아닌 저희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을 통해 색다른 소개를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카드 소비내역을 쫙 뽑아서 설명한다던가, 좋아하는 물건을 가져와서 소개한다거나. 친구들이 자기소개에도 다른 방식도 있구나.’ ‘나의 삶을 들여다보는 게 흥미로운 경험이구나.’ 생각하게 만들고 싶어요.
 
현진규
저는 배우는 걸 진짜 좋아해요. 자전거를 사고 싶으면 자전거에 대한 공부를 시작해요. 브랜드를 공부하는 게 아니라 자전거의 작동 원리를 공부하는 거죠. 사전적 정의부터 찾아보면서 분해를 해보는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공부하고 구매해요. 정보를 얻는다는 즐거움이 좋아요. 최근에는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스스로 만들 방법을 연구해서 구매하기도 하고, 만들어보기도 하고 있어요. 또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제 방을 극장처럼 만들고 있어요. 빔을 달면 끝날 것 같지만 빔도 스펙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공부해야 해요. 빔의 스펙, 블루레이, 영상 소스도 공부해야해요. 하나하나 꾸밀 때마다 공부하는데 그게 너무 재미있어요.
 
남기용
배웠다고 느끼는 것은, 배우라는 직업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순간순간에는 억지로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결국, 시간이 흘러 인지하는 것 같아요 
💭 창작집단 툭치다의 하반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진규
술을 많이 마실 것 같아요. (웃음)
 
남기용
작년에 진행했던 연출의 탄생이라는 작품이 좋은 성과가 있어서 7월 말에 밀양 축제에 초청받아서 공연하게 됐어요. 8월에는 꿈지에 몰두하고, 연말에는 재공연을 하게 될 것 같아요. 확정된 일정은 이렇게 있어요.
 
현진규
8월에 꿈지 끝나면 잠깐의 여유가 있어서 같이 여행을 가자고 이야기했어요. 여행지는 아직 정하지는 않았어요. 제주도 같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들은 안 가려고 해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여행 일정 중 하루씩 각자 돌아가면서 여행 가이드를 하거나, 아니면 숙소만 공유하면서 각자 여행할까 싶기도 하고.
 
남기용
여행 코드도 맞는 것 같아요. 맛집이나 관광지를 찾아가지 않고 쉼을 느끼는 공간을 좋아해요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남기용
공연을 만들면서 필요한 부분이 많잖아요. 꿈지 네트워크 행사에 참여했을 때 다양한 문화예술종사자분들이 있더라고요. 우리를 필요로 할 때 또는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어떻게 같이 작업하는 순간들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데 기약이 당장에 없으니 제안하지를 못해요.
 
충현
당사자들을 위한 연결이 필요한데 보통의 지원사업에서는 그런 연결이 없었죠. 이번 꿈지사업이 당사자들의 느슨한 연결을 지향했고 그 방식이 저희의 라잎스페이퍼에요. 연결의 방식이 협업의 방식일 수 있지만 협업하기 전에 서로를 잘 알아야 하잖아요. 저희는 이 인터뷰를 통해서 서로 잘 알게 되었으면, 공감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들 소식 보시고 서로 응원했으면 좋겠어요.
 
남기용
첫 만남에서 깊은 이야기를 하기에는 자칫 실수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염려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모두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모두 파이팅입니다!

<창작집단 툭치다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창작집단 툭치다: 유머코드에 관하여.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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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소똥, 문병재, 남기용, 현진규
  • 장소: 대학로 인근 공간
  • 인터뷰 발행일: 2021.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