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수지와 윤정>
제이크루 음악커뮤니티: 앞으로도 이렇게 지금처럼만
* 인터뷰이: 권수지, 고윤정
* 인터뷰어 : 그리니, 충현
* 인터뷰 편집: 그리니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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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함께 할 동료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 원피스라는 만화를 봤다. 해적을 동경하는 주인공 루피는 해적왕이 남긴 보물 '원피스'를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의 길에서 여러 동료들을 만나 함께하게 된다. 원피스에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루피 해적단의 끈끈한 우정이었다. 루피가 혼자였다면 미지의 보물을 찾기도 전에 이야기가 끝나버렸을지도 모른다. 기네스 북에 오를 만큼 긴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아직도 쓰여지고 있다.


그날 만난 수지와 윤정의 우정도 만만치 않았다. 


“함께 하는 사람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둘이 하면서 100%로 서로의 모든 것이 잘 맞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조금씩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면서 해가고 있는데. 또 모르죠, 아마 선생님 없이 혼자 하는 일이었으면 진짜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같이 하는 일이고 또 즐겁게 하고 있어요. 이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죽을 때까지 이런 사람?(인연?) 이라고 해야 할까요. 못 만날 수도 있겠다, 되게 운이 좋았다.’” -인터뷰 중 수지의 말 -


둘은 늙어서 죽을 때까지 제이크루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 대단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펼쳐질 모험을 통해 그들이 찾고 싶은 보물은 무엇일까. 어쩌면 이미 찾은 걸까. 


원피스는 현재 25년간 연재 중이다. 제이크루가 루피 일당 우정을 능가할지 궁금해진다. 

                                                                                                                                                -그리니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대학원 동기에서 제이크루 음악커뮤니티를 결성하기까지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윤정

제이크루 음악커뮤니티는 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 단체예요. 음악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음악만을 고집하지는 않아요. 때로는 문학, 때로는 무용이나 다양한 예술과 융합해서 재밌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해요. 저는 고윤정이고요. 언니를 맡고 있어요. (웃음)

<언니를 맡고 있는 윤정> 

윤정

저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고, 권수지 선생님은 실용 음악, 건반을 전공하셨어요. 당연히 피아노를 배우면 연주자가 되거나 가르치는 사람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음악 치료 대학원에 들어갔고 거기서 권수지 선생님과 만났어요. 4학기 때까지는 겹치는 일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인턴을 같이 하게 되면서 친해졌어요. 학교를 졸업하려면 논문을 써야 했는데 그때 서로 의지가 많이 되었고요. 맨날 도서관에서 ‘밥 먹으러 나갈래? 커피 마시러 나갈래?’ 하면서 앞으로 졸업을 하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공통된 관심사나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잘 맞는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고, 같이 문화예술 교육을 하게 됐어요.

 

충현

어떤 논문을 쓰셨어요?

 

윤정

저는 지하철 기관사님들께 음악이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실험을 하는 연구 논문을 썼어요. 선생님은 어떤 거였죠?

 

수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웃음) 음악 치료를 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에 대해 조사를 하는 연구였어요.

 

윤정

졸업을 하려면 시험과 논문 중 하나를 택해야 했어요. 저는 외워서 공부하는 거에 자신이 없어서 논문을 선택했는데, 선생님은 왜 논문을 쓰셨어요?

 

수지

저는 깊게 생각하는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대학원 왔는데 논문 한 번 써 봐야지, 라고 쉽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희 둘이 졸업을 한 번에 못 했어요. (웃음) 우리 한 학기 미뤄졌잖아요.

 

윤정

맞아, 맞아. 그래서 그때 그렇게 커피를 그렇게 많이 마셨구나.

 

충현

그 한 학기가 제이크루를 만들었네요.

 

윤정, 수지

맞아요.

 

그리니

단체 이외에 여러분의 소개도 잠깐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수지

단체가 곧 개인인 것 같아요, 저희는.

 

윤정

맞아요. 쉽게 분리가 안 되는 것 같아요.

 

수지

일을 시작하면서 제이크루 활동도 바로 시작 했거든요. 어디서 다른 일을 하다가 시작한 게 아니라 졸업을 하고 아무런 경험 없이,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사회생활을 조금 늦게 시작한 거라 문화예술을 하는 나를 소개함에 있어서 제이크루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제이크루의 소개가 곧 고윤정, 권수지의 소개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요.  

🎵 음악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친숙하게 만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음악을 어떻게 즐기는지에 대한 차이는 있겠지만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좀처럼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제이크루가 말하는 음악과 가까워지기란 어떤 것인가요?

수지

음악은 아이부터 어르신분들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예술 장르 중 하나잖아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제일 낯선 장르 중 하나인 것 같기도 해요. 음악을 듣는 거에는 익숙한데, 듣기 이외의 것들에 있어서는 음악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려워하세요. 단순히 악기를 가르치는 교육뿐만 아니라 음악을 같이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음악으로 할 수 있는 풍부한 교육 중 하나인데, 그런 것 없이 개별적인 감상 또는 악기 연주로 그치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제이크루는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활동들을 하려고 해요.

 

윤정

수지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음악을 매개로 많이 사용해요. 악기를 연주하더라도 일반적인 악보가 아니라 숫자, 도형만 보고 그 자리에서 쉽게 악보를 읽고 연주할 수 있는 경험을 한다든지, 음악을 통해서 또 다른 방식으로 서로 소통을 해보기도 하고요.

 

그리니

음악을 매개로 다양한 장을 펼치고 계신 거네요.

 

윤정

네, 음악에는 우리가 흔히 듣는 멜로디가 있는 음악 외에도 다양한 장르가 있거든요.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음악을 좀 더 가깝게, 쉽게 느꼈으면 해요. 음악을 만드는 것도 처음에는 되게 어려워 하시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막상 해보시면 재미있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고 하시거든요.

 

그리니

여기 충현도 음악을 만들거든요. 충현은 어쩌다가 음악을 만들게 되었나요?

 

윤정

어떤 음악을 만드시는 건지도 궁금해요. 약간 인디 음악 같은 걸 만드실 것 같은데.

 

충현

인디 음악일 수밖에 없는 게, 소속사가 없어서. 주로 인디 음악을 듣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노래를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저는 일기를 쓰지 않아서 머릿속에 지나가는 생각들을 어떻게 잘 보관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가사에 본인의 생각을 잘 담아내는 사람들을 동경하기도 했던 것 같고요. 그렇게 처음 만들게 되었어요. 원래 기타를 오래 쳤거든요. 그래서 쉬운 기타 코드를 반복하면서 가사를 막 때려 박아요. 아니면 밤에 혼자 누워서 멜로디를 흥얼거리다가 그 멜로디에 꽂혀서 가사를 얹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도 궁금했어요. 사람들과 어떤 과정으로 음악을 만드실까, 하는 것들이요.


윤정

딱 ‘음악을 만들자!’ 이렇게 시작하지는 않고요. 처음에는 저희도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 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만남을 통해서 라포를 형성하고, 주제가 정해지면 쉽게 쓸 수 있는 방법들로 글을 써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가사가 나오면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음악을 파악해서 분위기도 정하고, 그 곡들을 레퍼런스 삼아서 저희와 코드 진행 같은 것들을 같이 만들어 나가요. 그 위에 흥얼거림이 쌓이면서 노래로 만들어져요.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진행할 교육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가을날 도일 시장의 풍경> 

수지

‘FM 도일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작년에 도일 시장 상인분들이랑 음악을 만들었어요. 그때도 굉장히 의미 있었는데,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상인분들에게는 장사가 1순위이시기 때문에 지속적인 참여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오시지 않더라도 어떻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라디오를 만들게 되었어요. 저희에게 사연을 보내주시면, 참여자들이 라디오에서 그 사연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거죠. 꼭 자리에 오지 않으셔도 참여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들고 싶었어요. 올해는 상인분들뿐만 아니라 그 지역의 청소년 아이들과도 같이 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시장은 어떤 느낌인지, 시장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것들을 느끼는지 담아내고 싶어요.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노래로 만들어 낼 생각이에요.

<작년, 도일시장 상인분들과 함께 만든 노래,  '희망찬 도일시장'> 

그리니

도일 시장이 있는 시흥시와는 어떤 인연이 있나요?

 

윤정

제가 시흥에서 초·중·고를 다 나왔어요. 제가 오래 살다 보니 아무래도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이전에는 거주지로만 생각했지만 이런 일을 하게 되면서 내 주변을 좀 다르게 바라보게 돼요. 여기서 문화예술로 어떻게 이 사람들과 재밌게 어울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니

도일 시장은 시흥에서 활성화된 시장인가요?

 

수지

오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그렇게 느끼실 텐데, 그때가 아니면 시장이 왜 이렇게 죽었지, 라고 느끼실 거예요. 이번에 프로그램을 같이하는 청소년 참여자가 있는데 여기서 유치원을 나왔대요. 근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왜 이렇게 시장이 한산하지? 제가 유치원 다닐 때는 나름 사람도 많고 북적북적했어요, 라고요. 그 친구와의 인연도 신기한 게, 저희가 시흥에서 아이들과 음악 놀이 프로그램을 했을 때 초등학교 1학년으로 만났었는데 6학년이 되어서 다시 만났어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저희는 그대로인 것 같은데 아이는 많이 컸더라고요. 우연히 만난 인연이 훗날 또다시 이어지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충현

나중에 그분이 제이크루 멤버가 되신다면?  
<미래의 제이크루 멤버가 여기 있을까?> 

윤정

그때까지 저희가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근데 아이가 더 좋은 곳으로 취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일동

하하하.

📝 제이크루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데요. 여러분 자신의 이야기는 어떻게 기록하고 계시나요?

수지

저희가 기록을 진짜 못해요. 지인짜 못해요. 어렸을 때부터 일기도 맨날 밀려서 썼거든요. (웃음) 그 성격이 어디 가지 않아요.

<기록을 지인짜 못 한다고 고백한 수지> 

윤정

저희는 제이크루로 활동하면서 되게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SNS나 기록을 잘 못 해서 사람들은 활동을 안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희 성향 자체도 자신을 드러내는 것과 거리가 멀기도 하고요. 필요성은 너무 느끼는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니

개인 SNS는 하시나요?

 

윤정

저는 전혀 안 해요.

 

수지

저는 1년에 하나 정도 올려요. 이전에는 기록을 담당하셨던 선생님이 계셨거든요. 계속 제이크루를 같이 하셨는데, 결혼하시면서 지방으로 가게 되셨어요. 그 선생님께서 기록을 굉장히 잘하셨어요. 이제는 저희 둘 중 한 명이 해야 하는데. 둘 다 우리 어떡하지, 지금 이러고 있는 중이에요. 올해가 저희 둘이 하는 첫 해여서 마음을 다잡고 겨울부터는 기록을 열심히 하기로, 약속만 하고 있어요.

<사진 찍히는 것이 어색한 제이크루> 

📊 문화예술교육은 여러분의 삶에서 몇 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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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저는 절반을 추구하고 있어요. 제이크루가 일이기도 하면서, 저희가 워낙 친하니까 완전히 일은 아닌 느낌이거든요. 투자하는 시간의 비율만 따지고 본다면 제이크루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겠죠. 근데 언니와의 관계는 삶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일로만 본다면 절반 정도로 유지하고 싶어요.

<절반을 추구하는 수지와 100%인 윤정> 

수지

저는 절반을 추구하고 있어요. 제이크루가 일이기도 하면서, 저희가 워낙 친하니까 완전히 일은 아닌 느낌이거든요. 투자하는 시간의 비율만 따지고 본다면 제이크루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겠죠. 근데 언니와의 관계는 삶이라고도 생각하기 때문에, 일로만 본다면 절반 정도로 유지하고 싶어요.

 

윤정

제가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어디선가는 저도 교육을 받거나 문화예술을 누리기 위해 찾아다니기도 하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본다면 100%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살면서 보고 느끼는 것들이 문화예술교육과 연결이 되기도 하고요.

 

충현

100%인 것인 만족스러우신가요?

 

윤정

만족스럽냐고 물어보신다면, 모르겠어요. 어떤 것이든 100%의 만족이라는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인터뷰에서 종종 ‘제이크루는 어떤 가치관을 중심으로 두고 계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는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그때그때 바뀌기도 하고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거는 이 일을 계속 지금처럼 하면서 같이 늙어가는 거예요. 미래를 생각했을 때도 이런 삶이 그려지고요.

 

충현

저도 프리랜서로 살다 보니 놀다가도 일 얘기 하게 되고, 어떤 일을 하다가도 또 다른 일이 떠오르기도 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문화기획자가 아닌 순간들도 필요하더라고요. 계속 일을 생각하다 보니 아침에 불안해서 깨는 일도 많고요.

 

윤정

왜 불안해요?

 

충현

뭔가를 안 한 것 같은 느낌이 있는 거죠. 그 일들이 100%인 것에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일상 속에서 그런 것들이 계속 있으니까요. 때때로 거기서 벗어날 필요성을 느끼고 계신지도 궁금했어요.

 

윤정

저는 그렇지 않아요.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받지는 않아요. 그냥 이게 익숙한 것 같아요.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고요. 책을 읽다가도 문득 오, 이런 거 해보면 재미있겠다, 이걸 어떻게 실현해보면 좋을까, 하면서 당장 선생님한테 전화를 하기도 해요.

 

충현

다행이네요. 그게 즐거우신 거니까요.

 

윤정

그렇다고 해서 이거 즐겁다! 신난다! 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들이 떠오를 때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지 않나 라는 생각이 지금 문득 드는 것 같아요. 그런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선생님한테 연락을 하거든요. (웃음) 그러면 그것들이 나중에 또 실현되기도 하고, 안 되더라도 그냥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해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 제이크루는 시흥뿐만아니라 여러 지역을 다니시면서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언젠가는 정착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우리만의 공간'이 주는 안정감은 꽤 크다고 생각해요. 제이크루가 꿈꾸는 공간은 어떤 곳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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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했던 꿈을 회상하며 즐거운 수지와 윤정> 

충현

기준이 많이 낮아지셨군요.


수지

전에는 지하면 듣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가격이 일단 얼마인데?’ 물어보고 한 번 보러 가기도 해요.

 

윤정

외적인 공간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었죠, 옛날엔 우스갯소리로. 지금 저희가 꿈꾸는 공간은 크기를 떠나서 그 지역의 사람들과 더 깊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곳이에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시작해서 조금씩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면서 자리를 잡는 단체들을 보면서 저는 좀 부러웠던 것 같아요. 저희도 그 시간 동안 발전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점이 늘 조금 아쉬웠어요. 여기저기서 많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희가 어느 지역과 맞을지, 거기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 지역에서 뿌리를 내려서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그 지역을 찾고 있어요. 이번 가을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해요.

 

충현

어디일지는 몰라도 그 공간에 어떤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보신 것은 있으신가요?

 

윤정

우리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그걸 가지고 음악이 되었든 책이 되었든 어떤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 내는 활동을 하다 보니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이룰 수 있는 공간? 편안한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뭐라고 하지? 너무 옛날 표현인가요, 사랑방?

 

충현

저 알아들었어요. 살롱. 사랑방.

 

윤정

맞아요. 약간 살롱 같은. 그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하고 있었어요.

📢 제이크루가 인터뷰를 통해 나누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 종사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일에 대한 어려움이었어요. 요즘은 여러분을 어떻게 소개하고 계시나요?

(다른 일정으로 윤정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지

제가 결혼을 하거든요. 시부모님께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제가 설명을 해도 두 분 표정이 (웃음) 도저히 모르시겠다는 표정이신 거예요. 엄청 길게 설명했는데. 그런데 사실 저희 부모님도, 제 주변 사람들도 제가 무슨 일 하는지 모르고 이걸 완벽하게 이해시키기도 쉽지 않아요. 처음엔 그게 진짜 스트레스였어요. 제 직업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충현

그렇다고 시부모님, 부모님을 모셔서 10회차 수업을 할 수도 없고요. (웃음)

 

수지

네. 강사, 음악 치료사, 기획자라는 이름이 다 제가 하는 일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않는 느낌인 거예요. 윤정 선생님도 그런 자리가 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제는 그래, 그냥 이 모든 게 내가 하는 일이다, 라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이해 못하시면 그냥, 이해가 잘 안되시죠? 이렇게 하고 넘어가고요. (웃음)


충현

오늘 제이크루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를. 진짜 쉽지 않죠.

<이날 수지는 과연 뒷북을 이해했을까>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본캐를 지탱하는 부캐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수지

본캐는 집에서 누워 있는 나. (웃음)


충현

좋죠. 너무 좋죠.

 

수지

그게 본캐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런(밖에 있는) 모습은 부캐인 것 같고. (웃음) 저는 제 방 안에 있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일주일 중 하루라도 밖에 안 나가는 날이 꼭 필요해요. 안 씻고 집에서 혼자 그렇게 거렁뱅이처럼 있는 걸 너무 좋아해서. (웃음) 그럴 때 제일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그게 있어야 또 6일을 열심히 밖에서 돌아다닐 수 있고요. 그 하루를 위해서, 부캐로 6일을 살아요.

<본캐인 날 누워 있는 수지의 시선으로 추정된다> 

 

충현

뭐 하세요? 그렇게 거렁뱅이처럼 계실 때?

 

수지

진짜 아무것도 안 해요. 그런데도 하루가 너무 빨리 가요.  
💬 제이크루 음악커뮤니티는 지금까지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수지

저희가 매년 얘기하는 게 ‘내년에도 올해만큼만’이에요. 지원 사업은 사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거잖아요. 이렇게 추워질 때가 오면 내년에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하거든요. 진짜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셋이서 시작해서 막 우당탕탕 굴러오듯이, 진짜 말 그대로 우당탕탕 해왔는데, 그런 것 치고 나쁘지 않았다, 운이 참 좋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더 커지는 꿈을 꾼다기보다는 지금처럼 지역에서 사람들 만나고 이런 재밌는 프로젝트들 하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늙어서 죽을 때까지. 그리고 지금은 지원 사업에  너무 기대고 있으니까. 그렇지 않기 위한 대책이랄까, 그런 걸 마련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게 제이크루의 계획, 기대하는 바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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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현

저는 되게 신기한 게 어떻게 늙어 죽을 때까지 이대로만, 이라는 말을 쓰실 수 있는지.

 

그리니

엄청 즐거우신 것 같아요. 이 활동이.

 

충현

그게 너무 부러워요.

 

수지

윤정 선생님과 할 수 있게 되어서인 것 같아요. 함께 하는 사람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물론 둘이 하면서 100%로 서로의 모든 것이 잘 맞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조금씩 서로 양보하고 맞춰가면서 해가고 있는데. 또 모르죠, 아마 선생님 없이 혼자 하는 일이었으면 진짜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했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래도 같이 하는 일이고 또 즐겁게 하고 있어서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얘기 많이 하거든요. ‘죽을 때까지 이런 사람?(인연?) 이라고 해야 할까요. 못 만날 수도 있겠다, 되게 운이 좋았다.’ 

 

충현

한 학기 늦게 졸업 하셔서.

 

수지

네네. 운이 좋았어요, 참.

<내년에도 올해만큼만>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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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이충현, 제이크루 음악커뮤니티
  • 녹취록 작성: 김도연
  • 장소: 마포구 함께일하는재단
  • 인터뷰 발행일: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