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설레는 인의 수진, 정실>
설레는 인 인터뷰: 심장이 쿵쿵쿵 뛸 만큼 흥분되는 것이 아닌, 두근거리는 것
* 인터뷰이: 최수진, 주정실
* 인터뷰어 : 소똥, 충현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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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설레는 감정에 집착할 때가 있다. 사람들은 설렘이 옅어진 연애관계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며, 설레는 마음 없이 일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순간에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매일 설렐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설렘 없는 나날이 길어지면 변화를 꾀하려 노력한다. 왜 그토록 집착할까.

 

처음에는 ‘설레는 인’하면 띄어쓰기해야 하는지, ‘인은 사람 인자예요?’ 저희에게 이런 거 물어볼 때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물어보니까. 근데 지금 와서 이름이 되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게, 우리가 기획할 때 이런 걸로 기획하는 것 같더라고요. 뭔가 두근거려야 되고, 약간 새로움이 있어야 하고. 근데 심장이 막 쿵쿵쿵 뛰는 건 아니더라고. 뭔가를 딱 접했을 때 이렇게 두근거리는 걸 생각하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어요. 굳어지지 않고, 그렇다고 이렇게 흥분되는 거도 아닌. -수진

 

굳어지지 않고, 심장이 막 쿵쿵쿵쿵 뛸 만큼 흥분되는 것이 아닌, 두근거리는 것. 설레는 인은 언제나 두근거림을 우선시했다. 수진의 말을 듣고 정리되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왜 설렘에 집착하는지. 그 두근거림이 우리의 걸음을 가장 빠르고 가볍게, 꾸준히 이끌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다소곳한 수진의 발>

수진

저는 설레는 인 공동체를 함께 만든 최수진입니다. 전 대표였고, 현재는 기획 담당을 맡고 있습니다. 옆에 계신 정실 선생님은 합류하신 지는 한 1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정실

서류와 행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정실이라고 합니다.

 

수진

설레는 인은 초창기 멤버 중에 문화예술 쪽으로 활동하는 분들이 좀 있었어요. 모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같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아이들에게 제공해주면서 시작했고, 마을 활동까지 하게 됐어요. 공간이 필요해서 공간도 하나 만들었고요. 지역 활동이랑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똥

설레는 인의 초창기는 육아 공동체로 시작했다고 소개해 주셨는데요. 육아 공동체 같은 경우에는 어린이집이나 방과후학교의 성격일까요?

 

수진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우리끼리의 인력 나눔이죠. 아이들과 연극도 하고, 교육도 하고, 돌봄도 하고요. 품앗이 형태였습니다.

 

충현

근데 돌봄의 영역하고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은 굳이 안 엮을 수도 있는 영역이잖아요. 돌봄은 돌봄 대로 하고,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대로 할 수 있는데, 둘 다 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있을까요?

 

수진

양육적인 돌봄은 이제 부모들이 하는 건데, 저희의 전공이 문화예술이다 보니 단순하게 밥을 먹여주고 놀아주는 것보다 교육으로 같이 돌봄을 하자. 그렇게 정리했었어요.

소똥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들의 연령대는 어땠나요?

 

수진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소똥

그러면 이제 중·고등학교를 다니거나 고등학교를 졸업했겠네요.

 

수진

우리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서 이제 우리 아이들보다는 동네에 있는 아이들과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마을 활동으로 확장이 된 거죠.

💭 설레는 인은 아이들이 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마을문화예술교육공동체로 거듭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육아 공동체가 아닌, 마을문화예술교육공동체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수진

그렇죠. 육아공동체에서 마을문화예술교육공동체로 확장이 됐죠. 교육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강사 선생님들도 합류하고, 같이 활동하고픈 사람들과 함께 역량 강화를 하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부모와 아이들을 중심으로 만났었는데, 지금은 우리와 결이 맞는 사람들이 조금씩 많아지고 있어요.

 

소똥

공동체 구성원이 되기 위한 조건 같은 게 있을까요?

 

수진

생각이 안 맞으면 못 하죠. 뜻이 안 맞아도 못하고요. 이게 돈이 되는 일도 아니잖아요.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꿈다락을 통해서 가족프로그램을 해요. 가족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여기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는 사람과 같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각이 같아야 하는 것 같아요.

 

충현

정실님은 이제 1년 되셨다고 하셨는데, 이 단체에 함께하기로 마음먹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정실

일할 수 있어서 왔다고 해야 되나? (웃음) 그냥 일할 수 있어서 왔다고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충현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실

동네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음 어떻게 얘기를 해야 하지... 말하는 거에 약해지고. (웃음) 사실은 저희 애도 여기 프로그램에 참여했었어요.

 

수진

아 옛날에~

 

정실

네네. 저희 애 덕분에 이 공간을 처음 알게 되었죠. 그 당시에는 저는 다른 일을 했었고요.


충현

어떤 일을 하셨어요?

 

정실

얘기해도 되나. 제가 장애가 있어서 일반 회사를 못 다녔어요. 그런 와중에 인연이 돼서 설레는 인에서 일자리를 제안받았어요. 사실 자신도 없고, 관계도 없고, 문화예술 분야는 전혀 모르기도 하고요. 근데 배워보고 싶더라고요. 모험이다, 배워보자. 옆에서 서포트하면서 배워 가보자.

 

충현

해보시니 어떠세요?

 

정실

너무 재밌어요. 여러 사람 보는 것이 좋아요. 애들 보는 것도 좋고요.


💭 꿈다락를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수진

설레는 인은 꿈다락 초창기부터 활동해왔어요. 초창기 때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함께 뮤지컬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좋은 효과도 있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중에 문화예술 프로그램에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좀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보니까 부모님과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친구들이더라고요. 이 친구들을 잘 안착시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다가 가족 프로그램을 떠올렸어요. 부모님하고 같이 수업에 들어왔을 때 문화예술을 잘 흡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단순히 그것만 가지고 잘 진행되는 건 아니더라고요.


수진

가족이 함께하니까 가족 간의 관계나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이 ‘무엇’이 문화예술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형성이 되고, 그러면서 가족의 구조가 새롭게 변화하는 것들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가족 내부에서 있을 수 있는 서열이 이 프로그램에서는 아이들이 서열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해요. 몸을 쓰면서 표현하는 건 아이들이 훨씬 잘하거든요.

 

충현

기존 가정에 위계를 박살 내는.

 

수진

네. 저희는 그런 걸 좀 관찰했는데,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인지하기도 하더라고요. 이전에는 그런 위계가 있다는 거 자체를 몰랐던 거죠.

 

충현

위계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소똥

그러면 매주 토요일에 이 공간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와 그 가족이 함께 와서 무엇을 하나요?

 

수진

저희는 연기도 하고, 스턴트 치어리딩을 섞어서 하거든요. 치어리딩인데 올라타기 같은 동작들이 들어가요. 외국 영화 보면 치어리더들이 서로를 하늘로 집어던지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스턴트 치어리딩이라고 하더라고요.

 

충현

약간 뭔가 난이도 있는 치어리딩이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소똥

서커스가 가미된 그런 느낌?

 

수진

네, 뭐 저희 생각은 그런데 그러면 또 서커스 팀이 절대 아니라고 할걸요?

 

정실

하하하

 

수진

치어스탠드에서는 서로 지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동작들이 있어요. 그 동작을 하면서 서로 관계가 좀 돈독해지죠.

 

충현

싸우는 가족은 없어요?

 

수진

싸운다기보다는 저희 처음에 시작했을 때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엄마가 아이한테 따라 나오라고 하죠. 엄마가 볼 때는 아이가 선생님의 말씀을 안 듣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근데 그런 아이들 워낙 많고, 그렇게 하다가 조금씩 나아지는 건데.

 

소똥

그런 경우일 때는 진행이 약간 곤란하시겠어요.

 

수진

썰렁하죠. 근데 그런 부모님들이 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고 나면 달라지거든요.

 

충현

사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 (웃음)

 

소똥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수진

아이들한테 배우는데, 배운다기보다 ‘아차, 아차.’ 자각시켜줘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다 보면 세팅한 대로 가려고 하는 습성이 있죠. 세팅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오면 또 새로운 걸 만드는 거죠. 계속, 계속 학습인 것 같아요.


정실

저 같은 경우는 설레는 인을 알게 되면서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수진

사이버대도 다니시고.

 

정실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사회복지 분야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계속 배우는 것 같아요. 누굴 보면서 배우는 것도 있겠지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라고요.

 

충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 뒤로 변한 무언가가 있나요?

 

정실

생활이 조금 바뀌는 것 같아요. 생각이 바뀌니까 생활도 조금 바뀌고, 아이들한테 대하는 게 조금씩 바뀌어요. 대화하는 게 조금 바뀌더라고요. 그전에는 화가 먼저 났다면...

 

충현

아까 그 ‘나와, 나와!’ 하는 부모님.

 

정실

저는 그쪽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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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쪽이 아닌 정실>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수진

저는 연극으로 시작했어요. 연극에서 기획으로 넘어오는데 조금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제가 문화기획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저는 요즘은 이제 문화예술기획이 제 중심인 것 같고 연극 강사, 가정에서의 모습, 설레는 인을 운영하는 것 등등이 나머지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충현

설레는 인을 운영하다 보면 부모라는 것이 중요한 자아 중의 하나일 것 같기도 하고, 정체성이 다양하실 것 같아요.

 

수진

그럼요. 우리한테 큰 덩어리는 가정이죠. 근데 애들이 다 크면서 분리? 정리? 되는 것 같아요.

 

충현

자녀들이 크니까 좀 나아요?

 

수진

어... (한숨)

 

소똥, 충현

하하하

 

수진

소똥과 충현의 부모님들은 뭐라고 그러세요?

 

충현

잘 모르겠어요. (웃음) 저는 최근에 연극팀에서 배리어프리 관련한 작업을 하거든요. 어제 공연이 있었는데 부모님을 초대했어요. 부모님은 제가 일하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거든요. 그러다가 어제 제가 일하는 모습을 본 거죠. 제가 너무 바빠서 어제는 부모님에게 피드백을 못 받았는데 어땠을지 듣고 싶더라고요. 크니까 좀 나은지도 궁금하고요.

 

수진

제가 스무 살 때 연극을 한다고 집에 안 들어가고 그러면 삐삐에 음성 3통이 들어와요, ‘어디냐, 안 오냐, 죽을래.’

 

소똥, 충현

하하하

 

수진

이렇게 3개가 늘 똑같은 멘트. 그러다가 제가 처음 공연할 때 부모님이 보러 오셨는데 그때는 용돈을 주고 가시더라고요. 우리 집에는 고등학생 하나 있고 성인이 있는데, 무언가를 착실하게 하고 있으면 마음이 좀 편하고요. 갈피를 못 잡으면 저도 같이 흔들리죠. 호호호

 

정실

제 본캐는 그냥 설레는 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충현

자신답다고 느끼세요?

 

정실

네. 즐거우면 된 거죠. 일하는데 즐거우면 본인한테 제일 좋은 거로 생각해요. 그 외에는 다 부캐죠. 엄마? 근데 사실 이걸 부캐라고 해야 하나. 그것도 요즘에는 잘 안 해요.

 

소똥, 충현

하하하. 엄마가 부캐인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정실

근데 저는 부캐 활동을 안 한 지 좀 됐어요. 그게 서로 좋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내가 끝까지 같이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요. 다들 알아서 살아야 하니까.

 

수진

나도 정말 혼자 살고 싶거든. 나 혼자 자취하고 싶어요. 그런 욕구가 부모들도 있답니다.


💭 수진님은 자신의 소개를 예술가에서 문화교육가로, 문화활동가로, 문화기획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하고자 하는 예술과 본인의 역할이 디테일하게 변화하고 있음을 추측해봅니다. 예술가에서 문화기획자가 되기까지, 변화의 포인트가 되는 사건들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진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나를 표출하는, 내가 매체가 되어서 무언가를 하는 걸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내가 하는 거를 누군가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육(문화교육가)으로 넘어갔어요. 아픈 친구들 보면서 생각이 강해졌어요. 처음에 방과 후 아이들 연극 지도해 줄 때는 계속 예술가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근데 정서적으로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친구들하고 작업을 하면서는 이 친구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교육으로 넘어갔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이 친구들이 아프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료하지 않을 수 있는 단계를 고민하면서 문화활동가로 넘어갔어요. 근데 혼자 활동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도 있어야 하고, 전체적인 구조도 봐야 해서 기획을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시야가 좀 넓어졌어요. 마을도 보이고, 사람도 보이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정실 선생님에게 같이 하자라고 제안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분야가 다르니까요. 이제 함께하는 사람들을 흡수하는 방향도 좀 달라진 거죠.

 

충현

수진 님이 생각하시는 문화기획자는 어떻게 정의하세요?


수진

제가 할 수 있는 건, 예를 들면 내 눈에 보이는 저 친구한테 노래랑 견학이랑 연결해주면 이 친구가 조금 행복하겠다. 이렇게 섞는 걸 문화기획이라고 생각해요. 온전한 삶을 향해 가는 것. 그걸 위해 이것저것 섞는 것. 이게 문화기획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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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불끈 수진>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수진

정실 선생님 식사는 안녕하죠?

 

정실

남자애들이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을 때는 아이들이 살림을 다 해요. 저는 주로 밥을 사다 먹어요. 애들도 저한테 ‘이제 집에서 요리하지 마세요.’라고 해요. 조금 더 설명하자면, 저는 전업주부였어요. 전업주부였다가 일자리를 찾으려 하니 할 줄 아는 게 없었어요. 일할 수 있는 곳이 식당밖에 없어요. 식당에서 일을 좀 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져서 지역 자활센터에서 굉장히 오래 있었어요. 근데 그 당시에 애들은 어리니까 살림도 해야 하고, 밥도 주구장창 만들어야 해. 애들이 그렇게 컸단 말이에요. 이제는 제가 시간상으로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또 나름 사무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애들이 저보고 “이제 밥하지 마세요. 살림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거죠.

<정실의 팔에는 자녀의 이름타투가 새겨져 있다.>

수진

아이 훌륭하다.

 

정실

간단하게 그때그때 필요할 때 사다 먹고 그래요. 먹는 거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애들도 배달시켜 먹자고 하고요. 이제는 밥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수진

하지만 삼시 세끼는 잘 챙겨 드시잖아.

 

정실

그럼요. 먹어야죠. 연료에 가까운 거죠. 배가 고파 먹는 거지 맛있는 걸 먹자는 건 아니에요.

 

수진

근데 먹으면 맛있잖아요.

 

정실

뭘 먹어도, 라면을 먹어도 맛있잖아요. 그러니까 무엇을 먹느냐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소똥

정해진 때에 먹는 게 중요한 거.

 

정실

그렇죠.

 

수진

저는 지금 같은 활동을 시작하면서는, 일이 안 끝나면 밥을 안 먹는 형태가 오래 유지됐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밥을 혼자 먹는 게 제일 좋아요. 그래서 사실은 밥 한 끼 먹자 그러면 저에게 편안한 밥은 아니에요. 식사는 집에서 혼자 먹거나, 차 안에서 혼자 먹거나, 혼자 먹는 게 제일 좋아요.

 

소똥

예술을 통해 먹고 살 만하신가요?

 

수진

지금은 아니죠. 모르고 살면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일할 때 가지는 사회적인 위치가 있잖아요. 금액적인 부분도 있고요. 근데 지금 우리나라 예술도 그렇고, 예술 강사도 그렇고, 우리가 백날 해도 도달할 수 없는 부분이 있죠. 예술인 고용과 예술인 연금 제도가 생기기는 했지만, 우리가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검정 옷을 입고온 수진과 정실. 이들이 원하는 옷은 따로 있다.>

정실

오늘 입은 옷은 출퇴근용 옷입니다. 편하게 입는 걸 좋아해요.

 

수진

우리는 살이 쪄서 편하지 않으면 안 돼.

 

소똥

둘 다 검정 옷을 입고 오셨네요.

 

정실

제 옷은 다 검정이에요. 색깔 있는 게 드물어요. 빅 사이즈의 옷들이 다 무채색이더라고요.

 

충현

다 상관없이 진짜 입고 싶은 옷이 있으세요?

 

수진

비키니? 정실샘 비키니 입고 싶다고 그랬잖아요.

 

정실

맞어. 비키니도 그렇고 화려한 원피스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옷 입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소똥

여름이니까?

 

정실

네, 여름이니까. 젊은 사람들을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젊은 사람들 옷을 이쁘게 잘 입더라고요. ‘뚱뚱해도 저렇게 입으니까 예쁘네.’라고 생각하죠. 그래서 밝은색 옷을 한번 입어 보고 싶더라고요.

 

충현

비키니를 최근에 입고 싶어 하셨어요?

 

정실

왜 이제야 그런 생각을 했지 내가?

 

소똥, 충현

하하하.

 

정실

외국 사람들도 배가 이렇게 막 나와도, 배가 3겹 4겹이 접혀도 비키니를 입는 모습을 몇 번 봤더니 자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입는 사람도 편하지만, 주위 사람들도 별로 신경을 안 쓰더라고요. 난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우리는 아직 그렇게까지 좀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게 좀 바뀌면 전 입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진

전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어릴 때 집에서 나시를 못 입게 했어요. 제가 나시를 입으면 아버지가 가만두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어릴 때 나시나 짧은 옷을 못 입어봤어요. 결혼하고, 애 키우고, 신랑이랑 살다 보니까 집에서 끈나시를 입는 게 너무 편한 거죠. 그러면서 느낀 게 나는 노출이 강한 옷을 좋아하는구나. 노출되니까 숨이 안 막히는구나.

 

충현

두 분 비키니 입고 어디 놀러 가셔야겠어요. (웃음)


🎈 설레는 인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싶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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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콩닥콩닥.

<콩닥콩닥을 손으로 표현중인 수진>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수진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요즘 제가 하는 거라서요.

 

충현

저는 아침에 항상 불안함에 눈을 떠요. ‘내가 지금 놓친 게 뭐지?’라는 생각을 일어나자마자 해요. 그러고 바로 그냥 노트북 앞에 가서 해야 하는 일이 뭔지를 계속 생각하거든요. 수진님 말이 와닿았어요. 그런 얘기들 재밌을 것 같아요.

 

소똥

수진님은 아침에 일어나서 어떤 생각 하세요?

 

수진

저는 요즘 꾸준히 못 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게, 어디 책에서 본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세 가지, 오늘 나는 어떤 일을 하겠다 세 가지를 정리하면 불안함이 조금 사라지더라고요.

<여러분들은 아침에 일어나서 무슨 생각을 하나요?>
설레는 인 인터뷰: 심장이 쿵쿵쿵 뛸 만큼 흥분되는 것이 아닌, 두근거리는 것. .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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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이충현
  • 녹취록 작성 : 김도연
  • 장소: 부천 역곡문화의 집
  • 인터뷰 발행일: 2022.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