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대부도에서 만난 양쿠라>
양쿠라 인터뷰: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처럼
* 인터뷰이: 양쿠라
* 인터뷰어 : 소똥, 그리니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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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윤슬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일컫는 단어다. 쉽게 눈을 떼기 어려운 장면.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게 만든다. 거친 파도가 밀려올 때는 볼 수 없다. 잔잔한 물결에서만 윤슬을 만날 수 있다.

 

신박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윤슬 학교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룹의 이름이기도 해요. 윤슬이라는 뜻이 바다에서 물결이 반짝반짝하는 그런 건데, 그게 좋더라고요. 예술가가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자연이 나한테 주는 어떤 자연스러운 신호 같기도 하고, 되게 아름다운 메시지 같기도 하고... 파도가 거칠 때는 안 보여서 신기루 같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지금 저희가 하는 행동은 미세할 수 있지만, 계속 유지된다면 외부에서도 우리를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_양쿠라 인터뷰 중

 

대부도에 있는 굴창고를 개조한 공간에서 윤슬을 좋아하는 양쿠라를 만났다. 그는 해양쓰레기를 이용해 작품을 만든다. 환경운동가는 아니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거대한 해양쓰레기 문제 앞에서 윤슬처럼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대부도 생활도 어느덧 10년 차를 맞이한 그는 ‘윤슬학교’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걸음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대부도에서 어떤 윤슬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소똥-

☀️ 본인과 본인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인터뷰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던 양쿠라의 전시 작품>

양쿠라

이번 신박한 실험과 도전에서의 활동은 양쿠라라는 작가의 작업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단체를 꾸린 건 아니고요. 주변에 환경이나 생태에 관심 있는 작가들과 같이 그룹을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양쿠라

신박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윤슬 학교’라는 이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룹의 이름이기도 해요. 윤슬이라는 뜻이 바다에서 물결이 반짝반짝하는 그런 건데, 그게 좋더라고요. 예술가가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데 있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자연이 나한테 주는 어떤 자연스러운 신호 같기도 하고, 되게 아름다운 메시지 같기도 하고... 파도가 거칠 때는 안 보여서 신기루 같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지금 저희가 하는 행동은 미세할 수 있지만, 계속 유지된다면 외부에서도 우리를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 또 그게 바다와 관련된 내용이었으면 좋을 것 같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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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니

특별히 바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양쿠라

뭐라고 딱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는데 제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일단 어릴 때 제주도 바닷가 바로 앞에 살았었고요. 제가 한강 하구 쪽에서 군 생활을 했어요. 그 군부대에서는 강에서 바다로 떠내려가는 쓰레기들을 유심히 관찰해요. 북한하고 인접한 곳이어서 북한이 남한으로 침투할 수 있는 경우를 대비해 물 위에 떠다니는 걸 정밀하게 관찰해요. 그거를 2년 동안 하니까 물 위에 떠다니는 것을 자유롭게 바라볼 수 없는 시선이 몸에 익었어요. 예를 들어서 축구공이 하나 떠내려간다면 군대에서는 비상이에요. 축구공 크기가 사람 머리 크기랑 비슷해서 간첩의 머리일수도 있거든요. 실제로 북한에서 떠밀려오는 것들이 많아요. 시체도 많고, 뗏목들도 많고 집이 무너져서 홍수 때 오는 경우도 많고. 겨울에는 순록도 넘어올 때도 있어요.

 

그리니

순록이요?

 

양쿠라

눈을 의심했어요. 진짜 엄청 커요. 한강이 얼어서 남한까지 건너왔더라고요. 충격이었죠. 군부대에서 서울까지 1시간 거리밖에 안 되는데, 거기서는 서울에서 전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니까 신기하더라고요. 또 국가 간의 경계선 지점이 어떻게 보면 제일 파괴되지 않은 지역이잖아요. DMZ도 그렇고요. 그런 지역에 쓰레기들도 많이 몰리게 되더라고요. 가장 깨끗해야 할 곳인데 오히려 쉽게 접근하지 못하니까 더 방치되고 위험한 상황들이 아이러니하더라고요.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2007년도에 서해 기름 유출 사건이 있었어요. 그때 자원봉사를 하러 갔는데 진짜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혹시 그때 가보셨나요?

 

소똥

네네, 저도 가서 기름때 닦았었어요.

 

양쿠라

말로 표현이 안 돼요. 그때 뭔가 예술 작품으로 환경적인 메시지를 던져봐야겠다 싶어서 ‘WHO’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기름 유출 사건 자원봉사를 할 때 수거했던 것을 ‘WHO’라는 큰 조각 안에 넣고, 여러 바닷가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기름 유출된 바다가 아닌 또 다른 바다에서는 그런 거 관심 없이 놀기 바쁜 거예요. 괴리감이 들더라고요. ‘바다를 보는 시점이 다 다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예술로 환경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WHO 프로젝트>

양쿠라

대학원 때 “환경운동가가 되지, 왜 예술가가 되려고 하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환경운동가가 활동하는 걸 봤을 때 저는 감히 따라 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저와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요. 저는 윤슬처럼, 아니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있는 듯 없는 듯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길 원해요.

 

양쿠라

바다는 그냥 좋아요. 수영도 좋아하고, 낚시도 좋아했어요. 그래서 대부도에 작업실을 얻고, 집도 근처로 얻었어요. 수도권에 가까운 괜찮은 바다는 대부도 만한 곳이 없더라고요.


소똥

그럼 대부도에는 언제부터 정착해서 활동했나요?

 

양쿠라

저는 13년도 9월에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했고, 그때부터 쭉 살았어요. 내년이면 10년이 되네요.

 
🗑️ 환경 문제도 다양한 키워드들이 있는데, 그 중 쓰레기를 주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양쿠라

백령도에 가면 중국의 쓰레기가 많다고 하잖아요? 대마도에는 엄청난 양의 한국 쓰레기가 있어요. 해류가 그렇게 흐르거든요. 모두 쓰레기를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 이기심이 있어요. 선진국들이 쓰레기를 가지고 또 다른 식민지화를 만드는 걸 볼 수 있어요. 일반 쓰레기 하나에서부터 그런 스토리까지 이어지는 걸 보면서 화가 나면서도 내가 더 집중해서 작업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흥미롭다고 표현하면 안 될 것 같고, 저한테 자극적이었어요.

 
✨ 신박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진행하는교육프로그램 윤슬 학교를 소개해주세요.
<쓰레기로 만든 악기로 감미롭게 연주 중인 양쿠라>

양쿠라

근처 바닷가에서 해양 쓰레기를 주워서 악기를 만들고, 악기를 연주해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어요.

 

그리니

가야금 같은 거네요.

 

양쿠라

맞아요.

 

(연주 시작)

 

양쿠라

헤헤.

 

(연주 끝)

 

소똥,그리니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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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쿠라

이런 식으로 가능하더라고요. (웃음) 참여자가 만든 악기예요. 사람들은 바닷가에 있는 쓰레기들 보면 그냥 더럽고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일상생활의 쓰레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편견을 좀 깨보고 싶었어요. 쓰레기가 악기가 되는 순간 사람들의 애정도가 확 달라져요. 

<가야금 같은 이 악기에는 계이름이 친절하게 적혀있다>

양쿠라

원래는 ‘음악’과 ‘미술’ 두 종류의 커리큘럼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악기를 만들고, 만든 악기로 같이 연주하는 방식으로 결정했어요. 저희가 한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차시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환경에 관한 생각을 환기해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미술이라는 수업 커리큘럼을 진행하는 것이 어렵더라고요. 미술은 악기를 제작하는 것에 녹였어요. 나름 신박한 실험을 한 거죠. (웃음)

 

양쿠라

대부도에 있는 근처 해변에서 쓰레기와 오브제들을 주워서 악기를 만들었죠. 앞으로도 이러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계속하면 어떨까 해요.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예술가들을 모아서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참가자 모집도 바닷가에 캠핑하러 온 사람들에게 직접 찾아가서 “참여해 보실래요?” 해서 정말 불특정 다수와 수업을 진행했어요. 그중에는 술 취한 사람도 있었고요. (웃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되게 재밌게 했어요.

<어느 대부도 바닷가>

양쿠라

지금 이 공간에서 진행하는 전시가 끝나면 간단하게 리모델링한 후에 윤슬 학교를 통해 제작된 결과물을 전시해보려고 해요.

 

소똥

1년 전인가 2년 전에 친구들하고 대부도에 갔는데, 사실 대부도하고 제부도가 되게…

 

양쿠라

맞아요. 헷갈려요. 저 대부도에 산다고 하면, “어 제부도~” 제부도 아니라고 대부도라고. (웃음)

 

소똥

대부도하고 제부도는 펜션 하나 잡아서 그냥 술 마시고 바다 구경하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양쿠라

거의 99.9%가 다 그렇게 하죠.

 

소똥

제 친구들은 술 마시는 친구들이 아니어서 그냥 놀러 왔거든요. 섬도 크고 좋은데 부동산하고 칼국숫집만 많더라고요. 뭔가 있을 법한데 뭔가 없더라고요. 그때 이 공간을 알았더라면 저번 여행이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양쿠라

이제 기대해주세요. 여기서 얼마나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가려고요.

 
🐣 예술이라는 행위 혹은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양쿠라

정의하기는 물론 어렵죠. 공공성을 띤 예술가를 봤을 때 저도 그렇게 살면 멋있겠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게 쉬운 건 아니에요.

 

양쿠라

두 분도 분명히 나중에 그런 고민을 하실 거예요. 나이가 들면 일단 건강이 옛날 같지 않고, 내가 몸으로 갈아 넣을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이러면... 쇼부를 한번 봐야 해요. (웃음) 뭔가 한번 정리하고 가야 해요. 이전에는 저도 떠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작업했지만, 이제 이걸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게 뭘까 고민하다가 이 공간을 구하게 됐어요. 문화 공간 겸 같이 협업할 수 있는 거리를 활발하게 만들어보려고 해요.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것들, 공공성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소똥

그래서 사전 질문지에도 예술가는 사회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그런 용기가 필요한 옷이라고 이렇게 써주셨던 것 같아요. 그 용기는 어디서 얻고 계시는지도 궁금했어요.

 

양쿠라

스스로 예술가의 책임을 지면서 사회적 환원 같은 걸 하고 싶지만, 이것 또한 내가 생각을 잘못해서 섣불리 행동했다가는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괜히 내가 잘 알지 못하는데 실수한 걸 수도 있고요. 복합적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데, 지금까지는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에서만 움직였던 것 같아요. 혼이 나도 내가 혼날 정도? 쫄보라서. (웃음)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양쿠라>

양쿠라

제가 하고 싶은 범위와 역할 내에서 최대한 하는 거죠. 용기나 다짐하게 되는 계기는 더 있지만, 그거를 억누르고 있어요. 내가 실수할까 봐. 실수하면 오히려 지금까지 했던 것들도 다 무의미해지는 경우들도 워낙 많고, 욕심을 많이 내다보면 탈이 나는 경우도 있어서 조심스럽더라고요. 좋은 콘텐츠가 있고 좋은 취지로 한다고 해서 다 좋은 사람만 모이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예술가의 정의는 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눈치껏 잘 살피면서 몸을 사리면서 하고 있다. 이런 거죠.

 

소똥

이야기 들었을 때는 오히려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계신다고도 느껴졌던 것 같아요.

 

양쿠라

네네. 그러니까 더 조심스러워지는 거죠.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실수한 부분이 있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개선해 나가면 되는데 그게 안 통하는 사람이 있어요. 어떤 환경단체 관계자가 저번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예술가들이 제일 위험하다고요. 자기 딴에는 환경 보존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이 환경에 안 좋은 것들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예술가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들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조심스러워지긴 했어요.

 

양쿠라

제가 2019년도에 DMZ에서 생태 리서치 사업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경기문화재단 상상캠퍼스에서 세미나를 개최했거든요. 그때 환경운동가분이랑 스리랑카에서 온 생태학자랑 와서 이야기하는데, 서로의 관점이 다르더라고요. 나중에는 둘이 싸우시더라고요. 난 같은 팀인 줄 알고 같이 모여서 으쌰으쌰 하려고 했는데. (웃음) 그 상황에서 예술가의 위치는 어디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됐어요. 활동가와 학자의 중간 어디쯤이겠구나. 그 간극을 좁히는 역할이 예술이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봤고요. 그래도 예술은 유동적인 게 아닐까 해요. 좋게 말하면 그렇고, 어떻게 보면 박쥐나 거북이 같은 수륙양용이 다 가능한 입장이 예술가의 역할이 아닌가.

 

소똥

표현이 재밌네요. 박쥐, 거북이.

 

양쿠라

근데 둘 다 매력 있잖아요.

 

그리니

꼭 필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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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와 거북이만큼 매력적인 전시 작품>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작업복을 입은 양쿠라>

양쿠라

작업복! 다 작업복입니다. 일할 때 보면 금방 더러워지고 하니까 좋은 옷을 살 필요가 없어요. 저는 작업할 때는 집 입구에서 벗고 들어가요. 집 입구에 옷을 거는 데가 있어요. 마치 실험실에서 방역복 벗고 나오듯이. 근데 저는 옷을 입으면 좀 오래 입어요. 중학교 때 입던 것도 있어요.

 

그리니

저 사실 오늘 이 옷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수학여행 갈 때 입었던 청자켓이에요. (웃음)

 

소똥

옷 오래 잘 입는다.

 

그리니

저는 옷을 잘 못 골라요. 대신에 마음에 들면 무조건 10년 이상 입어요.

 

양쿠라

저도 10년 이상 가요. 안 입는 건 아예 안 입고.

 

그리니

맞아요. 저도 약간 그런 스타일. 제 친구들이 어떻게 그 옷은 낡지도 않냐고. (웃음)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양쿠라

저는 먹는 거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혼을 올해 했지만, 그전에는 혼자 오래 살아서 너무 억울한 거예요!

 

소똥

어떤 부분이요?

 

양쿠라

혼자 사는데 밥도 부실하게 먹는다? 그럴 수 없어요. 그래서 혼자 스테이크 사서 먹고 그랬었어요. 그게 익숙해지니까 이제 너무 많이 먹게 되는 거죠. 지금도 대충 끼니를 때우려 하지는 않아요. 저는 선배들이나 선생님들 밑에서 일할 때 밥 부실하게 주면 일 안 했어요. 같이 일하는 후배들도 밥을 잘 챙겨주려고 해요. 뭐 다 먹자고 하는 건데. (웃음) 저는 음식에 신경 쓰시는 선생님들이 좋더라고요. 그게 또 고맙고.


그리니

맞아요.

<고양이의 밥도 잘 챙겨주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쿠라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 집에서도 자주 요리해서 먹어요. 이 동네에는 아시다시피 배달 안 와요. (웃음)

 

소똥

대부도에서 칼국수는 많이 드셨나요? 

 

양쿠라

안 먹어요. (웃음) 절대 안 먹어요! 칼국수를 왜 먹어!

 

소똥

예술을 통해 먹고살 만하신지도 궁금했습니다.

 

양쿠라

계속하는 거 보면 그래도 먹고 살 만하지 않을까요? 만약에 생계가 유지가 안 되면 접었겠죠. 혼자 생활할 때는 지출을 다른 곳에서 줄일 수가 있는데, 결혼하고 나면은 꼭 지출해야 할 부분들이 있더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아내 분이 아주 훌륭하게 돈을 잘 벌고 계셔서...(웃음) 또 모르죠. 둘 다 예술가니까. 분명히 비수기라는 시즌이 있기도 하고요. 

🕹️ 특히 프리랜서는 쉴 때 잘 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프리랜서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양쿠라 작가님만의 루틴이 있는지, 쉼의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양쿠라

일은 일이고 작업은 작업이고, 저는 딱 두 개로 확실하게 나누려고 하거든요. 처음에는 그 모드 전환이 안 됐어요.

 

그리니

저도 너무 힘들어요.

 

양쿠라

충분히 이해되는데 그 훈련이 필요해요. 일은 일한 만큼만 돈이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작업은 일한 만큼도 안 들어올 때가 많아요. 그래서 에너지를 더 쏟아야 할 수도 있어요. 시간과 에너지는 정해져 있으니까. 어느 순간 하나에 올인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힘들어도 나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그것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리니

요즘에 쉴 때는 무엇을 하나요?

 

양쿠라

스타크래프트라고 아세요?

 

소똥

알죠. (웃음)

 

양쿠라

그만한 게 없어요. 혼자 산책하는 거는 평상시에 작업할 때 바다를 많이 가니까 전혀 필요 없고요. 어릴 때 했던 그 스타… 너무 잘 맞는 게임이야.

 

그리니

요새도 하는구나.

 

양쿠라

옛날 같지 않죠. 요즘에는 엄청 털리죠.

 

그리니

나이가 들면 손이 느려진다고 하더라고요. 20대 초반만 지나가도 확실히 다르다고 하던데요?

 

양쿠라

엄청 느려져요. 손목이 너무 아프고. 왜 게이밍 마우스를 사는지 알겠어요. (웃음) 다행인 거는 와이프가 이해해줘요. 그게 소소한 낙이죠. 철부지였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와 기운이 있잖아요? 환상처럼 그 시대로 잠깐 빠지는 건지 모르겠는데 재밌어요.

 

소똥

저도 쉴 때 게임을 많이 해서. (웃음)

 

양쿠라

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할 줄 아는 여자를 무조건 만나야 된다고 생각했었어요. 다행히 와이프도 옛날에 ‘와우’라는 게임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고요. 게임을 하는 걸 한심하게 쳐다보는 친구를 만나면 정말 힘들었을 거 같아요. 다른 분들은 뭐라고 하나요? 게임 한다는 사람 없어요?

 

그리니&소똥

게임 못 들어본 것 같아요.

 

양쿠라

그래요? 되게 솔직하지 못하다~

 

그리니

저는 쉴 때 서핑하러 가거든요. 보드에 앉아서 윤슬 보는 거 진짜 좋아해요.

 

양쿠라

어디로 가세요?

 

그리니

만리포로 제일 자주 가요. 서퍼 중에서도 바다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도 꽤 계시잖아요. 서퍼들을 바다를 돈 내고 이용하는 게 아니니까 그 근처 쓰레기를 줍는 캠페인도 많이 하더라고요.

 

양쿠라

좋네요. 사실 그런 사람 많죠. 바다에서 액티비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그런 캠페인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계속하고 싶으니까. 근데 생업과 연결된 분들은 의외로 그런 거 안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게 생업과 레저의 차이 같기도 해요.

 

양쿠라

그리고 저기 있는 작품도 돌멩이 같지만 쓰레기에요. 바닷가에서 소각하고 남은 플라스틱이 돌에 눌어붙어서 저렇게 되는 거죠.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해녀 문화 중에 ‘불턱’이라고 해서 같이 불을 쬐는 문화가 있어요. 그런 터들이 있는데, 거기가 다 쓰레기 태우는 곳으로 바뀌었어요. 그게 너무 심각한데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죠.

<바닷가에서 소각하고 남은 플라스틱이 돌에 눌어붙어서 탄생한 '플라바'>

그리니

소각 행위 자체가 불법 아닌가요?

 

양쿠라

불법이죠. 다 불법인데, 집에 있는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태우는 장면을 엄청 많이 봤어요. 환경 문제는 일반 시민들을 교육하는 것보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게 우선순위에요. 일반인들이 얼마나 버리겠어요.

🌊 집이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장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대상 또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소똥

대부도가 집이라고 느껴지시나요?

 

양쿠라

아직 집이라고 느껴지진 않아요. 저는 기회가 되면 더 좋은 곳으로도 가고 싶어요.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자취하면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 보니까 ‘내 집’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어요. 지금 사는 집이 이제 내 집이라고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중간에 한 주민분이 공간에 방문하셨다. 양쿠라 작가님 대부도에서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남기고 유유히 사라지셨다.)

 

양쿠라

지금도 사실 더 좋은 데 있으면 언제든지 떠나고 싶은데… 이제 쉽지 않겠죠?

 

일동

(웃음)

<대부도를 지키시리라 믿는다>

그리니

대부도를 지키셔야죠. 만약 가능하다면 가시고 싶은 지역은 있으신가요?

 

양쿠라

저는 오세아니아. 남반구가 좋아요. 공기도 좋고, 미세먼지 없고, 바다도 너무 예쁘고, 환경에 대한 인식도 너무 좋고, 낚시해도 큰 물고기 잘 잡히고. 너무 좋아요. 혹시 가보셨어요?

 

그리니

호주 워킹홀리데이 진짜 가고 싶었는데 이제 나이가… (웃음) 전 제주도로 워홀을 갔었어요!

 

일동

(웃음)

 

양쿠라

뭐죠? 귤 땄어요? (웃음)

 

그리니

22살인가? 당시에 휴학 중이었어요. 저도 그냥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여행 다니고, 그렇게 6개월 있었거든요. 그때 서핑을 처음 해보고 서핑에 완전히 빠졌었는데.. 아무튼 저도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넘어갔을 수도 있어요. 저도 잠깐 다녔던 회사를 퇴사한 시점에도 코로나가 계속 있었거든요. 다른 나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소똥

어디 못 가십니다. (웃음)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양쿠라

교육 프로그램이나 예술 활동을 하는 게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공성을 위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많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 분들이 이런 사회적인 부도덕함이나 한순간의 파괴되는 큰 사건을 마주했을 때, 그거를 끝까지 동기부여를 부여잡고 갈 만한 게 있다면 그게 무엇일지 궁금해요. 제가 아무리 뭘 한다고 한들 전쟁 일어나고, 코로나도 터지고. 제가 이걸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도 그런 것까지 감안해서라도 지속하는 큰 동기부여가 있다면 무엇일지?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다른분들에게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대부도의 문화공간이 될 이곳>
양쿠라 인터뷰: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윤슬처럼.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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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김혜진, 양쿠라
  • 녹취록 작성: 엄희은
  • 장소: 문화공간 윤슬
  • 인터뷰 발행일: 2022.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