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승혁님과 류문희님>
세컨드크랙: 별 거 아닌 일인데,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럴 듯한. 
  • 인터뷰이: 김승혁, 류문희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코로나 이후로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하는 일의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은 영상제작을 1도 모르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고 있는 나조차도 쉽게 체감할 수 있었다. 세컨드크랙 역시 코로나 이후로 많은 외주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코로나 이후로 바쁜 나날들과 먹고사는 이야기는 많이 나누었는데, 정작 세컨드크랙의 창작물과 활동에 대해선 많이 나누지 못한 것 같아 못내 아쉬웠다.

'있을 법한데 판타지가 섞여 있는 이야기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싶냐는 질문을 드렸을 때, 승혁 님께서는 위와 같이 답했다. 듣기만 해도 궁금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에 세컨드크랙에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면, 상영회도 조촐하게 진행된다면, 그 자리에 기꺼이 찾아가고 싶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김승혁
세컨드크랙을 만든 김승혁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잡다한 일을 많이 했어요. 일하다 보니 꼭짓점으로 모이는 게 2가지였는데, 기획하는 일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이었어요. 저의 쿈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서 영화를 선택했어요. 세컨드크랙 이라는 이름 자체는 우연한 계기로 지었어요. 문희의 친구가 카페를 창업했는데 이름이 퍼스트크랙 이었어요. 퍼스트크랙은 원두를 볶는 용어인데 그거와 상관없이 저는 두 번째로 창업해서 세컨드크랙이라 했고요. 창업하고 혼자 하는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일이 많아졌어요. 그 때 문희가 퍼스트크랙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문희를 카페에서 뺏어왔어요. (웃음) 빼 온 이유는 딱 하나였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기도 하고요. 문희가 연극영화과를 전공해서 콘텐츠를 제작할 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거보다 더 큰 이유는 이 친구가 재미있는 친구여서. 재미있게 같이 일해보고 싶었어요.
 
류문희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했어요. 무대에서 연기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까 돈에 관한 고민이 계속 이어졌어요. 어느 순간부터 남의 기준치에 맞게 하려고 변해있더라고요. 29살 때부터 36살까지 일반적인 일을 했어요. 재미도 없고 무료했어요. 예전에는 기발하다고, 재미있다고, 잘한다는 이야기도 주변 사람들에게 들었었는데... 그러다 승혁이 형이 퍼스트크랙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알바를 그만두고 과감하게 창업을 하더라고요. 맨땅에 헤딩하는 것처럼요. 속으로는 형이 나이 먹고 왜 저러지?’라고 생각했었어요. (웃음) 우리끼리 카페 홍보영상을 만들었는데 홍보영상도 재미있게 뽑히기도 했고, 영상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이후에 형이 세컨드크랙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을 했고, 저도 형이랑 같이 일해보고 싶어서 세컨드크랙에 합류하게 됐어요.
 
충현
어느 정도 활동했나요?

김승혁
영상 활동은 10년 넘게 했었어요. 외주 받아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고, 직접 기획해서 제작하는 경우는 3년 정도 되었어요. 정통 영화와 영상을 배워온 사람들과 다른 과정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의 작업물이 궁금하기는 해요. 그래도 직접 제작한 영상들을 보면서는 스스로 만족하는 편이에요. 퀄리티로 따지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은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 세컨드크랙의 메인 키워드인 '가족', '화해', '용서' 가 흥미롭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김승혁
바쁘게 살아왔었는데 가족을 잃었어요. 가족도, 재산도, 직장도 잃고 제로베이스로 돌아가는 일이 생겼었어요. 그 상황에서 받아주었던 것은 부모님. 37살 때 다시 부모님 집으로 기어들어 갔어요. 아무 말 없이 집에서 조용히 지냈어요. 어느 순간에 나도 모르게 내가 부모님에게 화가 났던 것들이나, 부모님이 나에게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표출하고 싶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영상 쪽이 아닐까 해서 잡은 키워드에요. 옛날에는 가족을 소홀히 생각했어요. 밖에서 놀고 하고 싶은 거 하며 사는 게 좋았죠. 어느 순간부터 부모님이 결국은 살아오신 날이 더 많기 때문에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면, ‘내가 지금조차도 밖에서 나돌아다니면 추억조차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최대한 부모님의 일정에 맞추려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부모님이 잔소리하고 화를 내는 것도 화해와 용서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요. 3가지 키워드는 의도적으로 잡은 키워드이긴 해요. 대주제는 사랑인데 사랑이란 주제가 너무 식상한 것 같아서. (웃음)  
💭 영상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각자와 세컨드크랙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류문희
지금은 외주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 시간을 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해야 하는데... 핵심은 우리가 기획해서 제작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 영상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재미있게 보여주고 싶어요.
 
김승혁
어떤 영상을 만들던 2가지의 기준이 있어요. 재미와 지루함.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지루하면 이미 끝난 거고. 코미디가 기본이긴 하지만 코미디가 아니더라도 재미있고 지루하면 안 된다는 게 저희가 영상을 만드는 기반이에요. 행사 스케치 같은 외주 작업도 최대한 재미 포인트를 넣으려 해요.  
💭 코로나 이후, 영상을 다루는 일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 같습니다. 세컨드크랙 역시 본의 아니게 다양한 영상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해주셨는데, 영화를 만드는 일과 다른 영상들을 제작하는 일 속에서 만족스러운 점과 고민 지점이 궁금합니다.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류문희
현재 많이 하는 외주작업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작년 11월에 세컨드크랙에 합류해서 배우는 중이에요. 배운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답답하거나 그렇지는 않아요.
 
충현
그럼 돈은 많이 버시나요
 
김승혁
돈을 많이 못 벌어요. (웃음) 문희를 작년 11월에 합류시킨 계기가 결국은 관 주도하에 진행되는 행사의 문제들 때문이에요. 관에서 주도하는 사업들은 다 11월에 종료돼요. 작년 9-11월까지는 하루에 2시간 이상 잠을 자지 못했어요. 한번은 번아웃이 돼서 일을 놓치기도 했어요. 그러고 나서 인력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게 하나 있고요. 그리고 대부분의 일은 자신의 프로젝트에 영상이 필요하니까 그 쪽에서 저희에게 연락을 줘요. 미리 이야기하지 않은 예산으로 작업해야 하는 도의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요. 세컨드크랙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마음은 없어요. 도와야 할 일을 돕다 보니 일은 많은데 돈이 되지는 않는 현재 상황이에요. 만족스러운 건 영업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도 일이 많이 들어와서 만족스럽고, 또 불만족스러운 건 일이 많은 건데요. (웃음) 일이 많다 보니까 저희의 작업을 하지 못해 아쉽죠.
 
충현
어떤 작업을 하고 싶나요?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싶나요?
 
김승혁
소소한 아이디어를 자주 메모해요. ‘작은 이야기들이 어떻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에 집중을 많이 해요. 세컨드크랙은 영상이 메인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기획과 시나리오가 저희의 특화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작은 에피소드를 개연성 있게 풀어낼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어요.
 
김승혁
다루고 싶은 이야기는 있을 법한데 판타지가 섞여 있는 이야기. 별거 아닌 이야기인데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좋아해요.
 
충현
그런 영화가 있었나요?
 
김승혁
모든 영화는 거짓말로 시작해서 거짓말로 끝난다고 생각해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도 결국 픽션이잖아요. 대표적인 영화는 빅 피쉬였다고 생각해요.
 
류문희
외부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데 그 수업 중에 인상적이었던 말이 있었어요. ‘빡빡한 세상을 복수하는 것 속에서 지루하지 않게 살기.’ 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일상적이지 않고 정석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깰 수 있는 것들을 영상에 표현해보고 싶어요.
 
김승혁
이후 질문을 통해 이야기하겠지만, 여유 있는 시간이 있으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면서 개인의 시간을 보내잖아요? 20년 동안 알고 지낸 동생인데도 너무 다르더라고요. 인간이 다른 느낌? 저는 드라마는 안 봐요. 연속성 있는 걸 안 보고 한 편으로써의 영화들 위주로 보는데 문희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더라고요.  
💭 넷플릭스나 왓챠를 구독하고 계신가요? 최근에 가장 흥미롭게 본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류문희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지는 않아요. (웃음) 수원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교육을 수강하고 있어요. 제작하는 다큐멘터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나이를 먹고 다시 찾은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어요이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려 했는데,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만난 주변 친구들이 다 돈 이야기를 해서 열정이라는 주제에서 돈으로 주제가 의도치 않게 바뀌었어요. 요즘 자주 시청하는 건 일찍 자려고 자기 전에 유튜브로 SBS시트콤을 모은 채널영상을 봐요. 시트콤 한편 보면 잠이 잘 오더라고요.
 
김승혁
딱 떠오른 작품이 넷플릭스 시리즈 퀸스 갬빗인데요. 저도 보통 자기 전에 영상을 틀어놔요. 시작은 봤지만, 끝을 못 본 작품들이 많아요. ‘퀸스 갬빗은 제가 좋아하지 않는 시리즈물과 체스라는 소재를 가지고 있어서 그냥 틀어놓고 자려고 했는데 끝까지 다 보고 잤어요. 제가 만약 누군가에게 체스영화를 만들 거야. 재미있겠지?’라고 이야기한다면 아무도 달라붙지 않았을 거예요. 제작과정을 설득하는 건 어려웠겠지만 결과적으로 재미있게 만들어서 놀라웠어요. 사람을 동화시킨 것인데 짧은 미니시리즈로 끌어낸 게 대단한 것 같아요. 예전에 『고스트 바둑왕』이라는 만화책을 봤는데 바둑도 못 두는데도 어릴 때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이런 부분이 이야기가 주는 힘인 것 같아요. 남들이 모르는 걸 쉽게 이해시키고 재밌게 만든 작품들이 좋아요
💭 김승혁 님이 빅 피쉬라는 영화에 나오는 아버지와 아들의 역할을 빗대어 자신을 소개해주셨던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고민 역시 많아질 것 같습니다. 현실과 타협하며 겪는 괴리나 다짐, 변화의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김승혁
항상 열정적으로, 뭐든지 해보며 경험해야 하고, 무리 속에서 우두머리여야 하고, 그렇게 바쁘게 살았어요. 예전에 결혼했을 때에는 하루에 18시간 이상을 일했었어요. 그러다 보니 가정을 지키지 못했어요.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면서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지키지 못해 괴리감을 느꼈어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저를 받아준 건 부모님이었어요. ‘나는 30년 넘게 살면서 부모님을 얼마나 챙겼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거로 내 이야기를 만들자고 시작한 게 영화에요. 지금은 좁은 삶을 살고 있어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문희를 데려온 이유도 같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었거든요. 제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 제 욕심이고, 저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집중하려고 해요.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인데 중요한 건, 가장 재미있던 문희가 재미없어졌다는 사실이에요. (웃음)
💭 연기를 전공했지만, 현재는 영상 제작 일을 하고 계신 류문희 님의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기를 다시 해보고 싶지는 않나요? 그리고 왜 조금 재미없어졌는지도...
류문희
첫 번째 질문은 제 소개할 때 설명해 드린 내용과 동일해요. 그리고 재미없어졌다는 것은 형이 잘 몰라서 그래요. 이제 나이가 마흔이신데... (웃음) 저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충현
여전히 재미있지만 승혁 님이 감각이 없으시다?
 
류문희
그런 것도 있고요아무래도 학교 선후배 관계에서 동료 관계로 변화하다 보니 어려운 지점도 있는 것 같아요. 절대 재미없어지지 않았어요.
 
충현
두 분을 따로 인터뷰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웃음)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류문희
연기를 하고 싶기는 한데, 우리가 영상 만들 때 소소하게 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연기는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도 연기라 생각해요.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승혁
대부분은 헛소리하고 아무 말 하고 농담하는 게 일상이에요.
 
충현
서로는 아무 말을 많이 하시는군요. 저도 아무 말 하지 않는 삶이 힘들거든요. 아무 말이 제 삶에 꽤 중요하기도 하고요.
 
김승혁
저희 둘의 주된 주제를 찾는다면, 누군가 만났던 사람의 특징을 캐치해서 3주 정도는 그 이야기만 해요. 그걸로 스토리를 만들어요. (웃음) 일종의 밈을 만드는 거죠.
 
충현
제가 오늘 말을 좀 줄여야겠네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김승혁
혼자 먹는 식사와 같이 먹는 식사 2가지로 구분해요. 혼자 먹는 건 철저하게 에너지 보충이에요. 원 푸드로 3년까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질리지 않고 먹는 편이고요. 누군가와 밥을 먹을 때는 최대한 맛있는 걸 사줘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살았으면 좋겠는데 잘 먹는 부분은 제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나의 취향보다는 같이 밥 먹는 사람의 취향에 맞추는 편이에요. 잘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류문희
저는 식욕이 많지는 않아요. 먹는 건 습관 같은 거예요. 때 되면 먹는 거. 밥은 승혁이 형이 많이 챙겨줘요. 먹고 싶지도 않은데 억지로 먹게 되는 상황도 있어요. (웃음)
 
김승혁
거짓말이에요. 제가 만약 충현에게 밥을 산다고 했을 때 피자 괜찮냐고 물어보면 안 땡겨도 보통 괜찮다고 하잖아요? 문희는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물어봐야 해요.
 
충현
역시 따로 인터뷰했어야. (웃음)
 
류문희
평소 먹고 싶은 메뉴가 분명하지 않아요. 분명한 게 있다면 술 먹고 난 뒤에는 해장국 먹는 정도? 밥을 빨리 먹고 쉬는 게 더 좋아요.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소개해주세요.

<흐릿하게 보이는 검은 옷과 디렉터 티셔츠>
김승혁
옷을 안 산 지가 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오늘 입은 티셔츠는 제가 감독이라고 해서 생일선물로 받은 옷이에요. 옷에 디렉터라고 쓰여 있어요. 이런 인터뷰 자리 같은 경우에 이 옷을 입어요. 모자 같은 경우는 자주 듣는 그것이 알기 싫다라는 팟캐스트의 굿즈인데요. 시즌별로 굿즈를 파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굿즈를 구매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구매했어요.
 
류문희
질문을 듣고 고민해봤는데 딱히 없더라고요. 오늘은 장례식장 갈 일이 있어서 까만 옷을 입었어요. 평소 옷은 2일 연속 입지는 않아요. 옷 사는 걸 좋아하고 나름 신경 쓰는 편인데 나를 대표하는 옷은 잘 모르겠어요.
 
충현
그러면 어떤 감각의 옷을 선호하세요?
 
류문희
이동휘 배우를 좋아해서 이동휘 배우가 옷을 어떻게 입는지 항상 챙겨봐요. 그렇다고 변화는 딱히 없어요. 이동휘 씨는 고가의 옷이니까. (웃음) 비슷한 디자인에 싼 옷을 찾아요. 
💭 은 다른 무엇보다도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승혁
모순되는 이야기지만, 핸드폰이 없는 상태가 가장 안정적일 것이라 상상해요. 핸드폰 없이 사는 게 소원이에요. 농담 삼아 이상형도 핸드폰 없는 여자라고 이야기해요. 제가 느끼는 안정감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가능할지는 모르겠어요.
 
류문희
예전에 일을 했을 때는 퇴근 후에 집에 가까워질수록 안정감을 느꼈어요. 집이 좋았어요. 집 안에서도 내 방. 지금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대학교 친구 중에 지금까지 연기하고 있는 친구들의 존재들인 것 같아요.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도전하는 친구들하고 이야기할 때 안정감을 느껴요
💭 세컨드크랙의 공간을 소개해주세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승혁
이 공간은 원래 아무것도 없었어요. 일단 사무실 공간이 있고요. 남은 절반의 공간은 나만의 상영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이 건물이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못질을 못하더라고요. 가벽을 설치했는데 방음이 안 돼서 영화를 자주 못 봐요. 그 외에는 어릴 때 좋아했던 건담, 캐릭터, 게임기로 채워져 있어요. 전체적으로는 특정 인테리어 느낌을 내고 싶다기보다 나에게 아늑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물건들을 채워놨어요.  
💭 경기상상캠퍼스는 어떻게 입주하게 되었는지, 상상캠퍼스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는지, 이곳에서 만나는 동료(다른입주단체)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승혁
작년과 올해가 분위기가 아주 달라요. 작년에는 입주 기간 3(최대 입주기간 3)을 꽉 채운 팀들이 많다 보니까 끈끈했어요. 한두 분만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확장되며 관계 맺을 수 있었어요. 올해는 새로운 팀들이 많이 들어왔어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새로 입주한 분들의 사업 아이템들이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은 것들이 많아요.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욕심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건물 안에서 서로 부딪히는 상황도 있어요. 상주하던 직원분들도 많이 줄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직원분들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친했는데, 올해는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게 워낙 많아서 소통을 많이 하지 못했어요.
 
충현
에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네요.
 
김승혁
맞아요. 에너지가 깎이고 있어요. 소소하게 들어오고 있는 일들이 주변에 소문이 나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일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일이 들어올 땐 사람을 보고 결정하는 편이에요.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되면 일을 진행해요. 근데 거절을 잘 못 해서 웬만한 것들을 하죠. (웃음) 무례한 일들이 특히 이 상상캠퍼스라는 공간에서 벌어진다는 게 안타까워요.
💭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통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김승혁
여름, 영화, 2021’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에요. 7~8월 동안 함께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수강생 모집은 끝났어요. 원래 모집계획은 8명의 대학생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 모집 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어서 16명의 수강생과 함께하게 되었어요. 제가 문화교육 경력이 있지 않지만, 소비자 입장의 교육과정들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한 번 정도는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의 교육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잘 나오면 좋겠다는 욕심은 있지만, 많은 작품을 만들며 재미있게 추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김승혁
배웠다고 한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걸 일깨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더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류문희
실수와 실패를 하는 게 배웠다고 생각해요. 옛 어른들 말 틀린 게 없다고 느껴요. 몸으로 느끼고 경험을 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내 것이 되는 것 같아요
💭 세컨드크랙의 하반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김승혁
저희에게 1월부터 3월까지가 비수기에요. 그때 보통 시나리오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시나리오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싶어요. 단편 영화 시나리오는 많이 써봤는데 장편 영화 시나리오는 한 번도 안 써봤어요. 올 하반기에는 장편 영화 시나리오의 초석을 다지는 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류문희
몸이 피곤하다 보니 실행하지 못하는 게 많아요. 그 핑계를 접어두고 시간 날 때는 외주 작업 말고도 제가 기획한 영상을 만들고 싶어요

<세컨드크랙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김승혁
보통 지원사업을 공모하는 편이 아니에요. 근데 이 난생처음꿈지 사업은 좋다고 생각해요. 케어를 받고 있다는 것을 피부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지원사업을 처음 경험한 단체들은 이후에 다른 지원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엄청나게 실망하실 것 같아요. 신생단체들에게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많이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지원사업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김승혁
세컨드크랙은 다른 팀과 협업해본 적이 없어요.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막연함은 있는데 이야기하기 쉽지 않아요. 허심탄회하게, 깊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술자리가 그런 역할을 많이 하지만 현재 코로나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세컨드크랙: 별 거 아닌 일인데, 거짓말 같으면서도, 그럴 듯한. 끝.
다음 주는 소똥과 충현의 행복을 위해 한주 쉬어갑니다.
구독자분들의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푹 쉬고 8월 13일에 돌아오겠습니다😎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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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소똥, 김승혁, 류문희
  • 장소: 경기상상캠퍼스 세컨드크랙 사무실
  • 인터뷰 발행일: 2021.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