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 이분의일의 영랑,한진,수영>
이분의일 인터뷰: 명함 대신 내 책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 인터뷰이: 수영, 영랑, 한진
* 인터뷰어 : 소똥, 충현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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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2년 전 즈음 뒷북에서 ‘좋은 일 하시네요’ 라는 이름으로 책을 출간했다. 뒷북을 소개할 때면, 한창 뒷북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나를 소개할 때면 좋은 일한다는 인사말을 자주 들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 하면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데 곱씹을수록 알쏭달쏭해지는 이 기분을 아시는지. 이 책은 그 인사말로부터 출발했고, 편집팀과 필자로 함께 참여했었다.

 

필자로 참여한다고 말은 꺼냈는데 정작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했다. 막막했다기보다는 나를 밖으로 꺼내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큼 특별한 일상이 아니었거니와 책에 실릴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일지 걱정하느라 바빴다. 그럼에도 글을 써 내려갈 수 있었던 건,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고 반복적으로 말해준 편집자님 덕분이었다. 내 이야기는 귀담아듣는 존재로부터 밖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이분’의 ‘일’을 귀담아듣고, 대한민국 1/2 이상이 자기 책을 만드는 그날까지

 

이분의일의 공간 한 벽면에는 이런 문장이 존재한다. 이 문장처럼 자기 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기 위해선 귀담아듣는 존재가 꼭 필요하다. 대한민국 반 이상이 자기 책을 만든 날은, 자기 속에 있는 무언가를 꺼내는 것이 그만큼 편안하고 일상적인 문화가 됐다는 증거일 테다. 훗날 명함이 아니라 자신의 책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문화가 찾아온다면, 이분의일이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해본다. 퍽 민망하고 웃기겠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사무실이자 독립서점인 이분의 책>

한진

저는 이한진이라고 하고, 편집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팀원들과는 과천 축제에서 처음 만났는데, 과천이 워낙 좁은 동네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 같아요.

 

수영

저는 방수영이고요. 저희는 2014년도부터 어르신 자서전 쓰는 봉사활동을 하게 됐어요. ‘자서전 쓰는 봉사활동을 하자’라고 시작한 건 아니고요. 여행사 창업을 준비하던 때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고, 여행사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거 뭐 하지?’로 6개월간 카페에서 만나서 수다 떨고 놀았거든요. 그러면서 여행의 이유가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았던 거니까 사람을 여행하는 사람 여행을 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저희보다 옛날에 살아오신 어르신들을 만나는 거죠. 어르신들을 만나고 그냥 돌아오면 아무것도 안 남으니까 글로 쓰고 제본하다 보니 자서전이 됐고요. 그렇게 5년간 활동하다가 2019년도에 본격적으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충현

구술 생애를 다루는 건가요?

 

수영

네, 5년간은 구술 생애였던 것 같아요. 말씀하신 이야기를 써드리기도 하고, 어르신이 쓴 글을 저희가 엮어서 만들기도 했어요. 누군가 말한 거를 받아 적다 보면 저도 재미없고, 그도 재미없고,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더라고요. 저희가 18년도부터 자서전 수업을 진행했어요. 그게 기반이 돼서 창업했습니다. 영랑과는 아기 때부터 친구였습니다.

 

한진

본인 소개는?

 

수영

아~ 네, 죄송합니다. (웃음) 방수영입니다.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영랑

문화 기획자라고 당당하게 말하고는 싶지만, 엑셀을 더 많이 하고 있는 부대표 길영랑이고요. 방수영 대표님이 바깥일을 돌보신다고 하면, 저는 내실을 다지는 일을 주로 하고 있어요. 저희가 2000년부터 본격적인 친구였고.

 

충현

본격적인. (웃음)

 

한진

그때 계약서 쓰셨나요? 계약서 쓰고 이제 우리는 본격 친구다.

 

영랑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일동

깔깔깔

 

수영

아, 그러네요. 저 단체 소개만 했구나.

 

충현

주로 대표님들이 단체 소개만 하시더라고요. 내가 곧 여기다.

 

수영

대표가 단체 소개하려고 그러면 A부터 Z까지 멘트가 준비되어 있어요. 그 멘트가 길어서 자기소개하기 애매해요.

 

한진

그럼 지금 강제적으로 자기소개 한 번 해보세요.

 

수영

(뜸 들이다가) 네, 접니다. 대표와 부대표는 명칭만 그런 거고, 함께 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밌어요.

 

한진

결국 자기소개는 못 들었어. 당신이 누구 사람인지 모르겠어.

📝‘이분의 일을 귀담아듣고, 대한민국 1/2 이상이 자기 책을 만드는 그 날까지라는 단체철학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분의일이 귀담아듣고 싶은 대상은 어떤 존재들인가요? 절반이 넘는 대한민국의 사람들이 책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진

저는 주로 영상 제작하는 작업을 해왔어요. 나중에 내 회사를 차리면 ‘휴먼스 오브 뉴욕처럼 일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하는 영상 회사를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했어요. 뉴욕에서 시작한 책인데 어떤 작가가 길거리 가는 사람을 아무나 잡고 인터뷰해요. 그리고 사진 한 장 찍어드리고요. 뉴욕은 워낙 다채롭잖아요. 다 사연이 있는 거예요. 그런 것처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드는 걸 생각했어요.

 

한진

또 제가 귀담아듣고 싶은 대상으로 항상 어른들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인생의 어떤 체크 포인트를 한번 찍고 가고 싶은 분들. 계속 활동하다 보니까 청년들도 체크 포인트가 필요하더라고요. 분기점이 될 때 한 번쯤 기록해 놓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록은 치유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 잘살고 있는 건가?’ 이런 질문이 많은 분에게 그런 기록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충현

사실상 모두네요. 모두 그런 고민을 하고 살잖아요.

 

한진

그렇죠.

 

영랑

저희가 ‘이분’이라고 ‘분’이라는 높임말을 쓰는 것이 그 사람을 높여주는 말인 건데, 나이를 다 떠나서 우리가 모든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접근하면 그 이야기가 무엇이든 우리가 담아내는 걸 생각했었던 것 같아요.

 

영랑

대한민국 이분의 일이 책을 만들었으면 하는 거는, 자기 속에 무언가를 밖으로 꺼내는 것이 편안하고 일상적인 문화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 슬로건을 만들었어요. 저희가 어르신을 만나다 보면 자기 얘기 꺼내는 걸 되게 부끄러워하시고 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저희 세대부터는 내가 중요하고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는 걸 오히려 스트레스일 정도로 많이 듣고 자랐는데, 저희와 대비되는 분들을 보면 결국에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인간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누구의 흉도 아니고, 자랑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은 우리 삶의 모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요.

<'이 분'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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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기 삶을 잘 꺼내며 재미있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 이분의일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수영

저는 수업 때 참여자마다 반복적으로 말하는 단어를 적어요. 자주 쓰는 단어가 있어요. 그 단어가 명사가 아닐 때도 있고, 어미가 계속 동일하다거나, 말할 때 표정이 딱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모습이 그분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그런 것들을 잘 캐치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해볼까요? 하면 아닌 것 같은 표정도 잘 캐치하는 것 같아요. (웃음)

 

충현

마스크 쓰면은 좀 어렵지 않아요?

 

수영

눈을 제일 중요시해요. 그분의 눈. 그 눈빛이 있는 것 같아요.

 

영랑

저는 제 얘기를 먼저 꺼내드려요. 별것도 아닌 제 이야기를 꺼내면 용기를 얻으셔서 본인도 같이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극 I여서 그런 이야기 하는 걸 즐기지는 않는데, 수업하면서 저도 좀 늘었어요. (웃음) 제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마음을 열어주시니까. 같이 성장하는 것 같아요.

 

한진

저는 특별한 노력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수영

그냥 타고 나셨어요. 타인의 이야기를 꺼내는 거에 타고나셨어.


한진

그게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과천 북살롱이라는 이름으로 과천 청년들과 책을 만들고 연극을 만들고 있어요. 제가 강사로 처음 참여하고 있는데, 저는 자기소개 시간을 좋아하거든요. 이번 자기소개는 관심사를 서로 이야기하는 걸 기획했는데, 다른 사람의 관심사를 듣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저도 그 자리에서 ‘여러분들의 관심사가 제 관심이에요.’라고 그랬는데. (웃음) 그게 여운이 많이 남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관심 가지고 있는 그 관심이 전 관심 있거든요. 


수영

관심에 관심이 있으신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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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에 관심 있는 한진>

충현

저도 뒷북에서 문화기획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자기 소개하는 게 늘 힘들잖아요. 저희가 하는 건 자기소개 소개거든요. 자기소개를 일단 한 다음에 자기가 왜 그렇게 소개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거죠.

 

한진

인셉션이네요. 한 단계 더 들어가네요.

 

충현

관심에 관심 있는 거랑 비슷하죠. 자기를 소개하는 게 상황이나 어디냐에 따라 누구냐에 따라 다 달라지잖아요. 그것도 매력 있더라고요. 저도 이런 거 좋아해요. 한 번 더 들어가는 거.

 

한진

한 번 더 들어가는 게 재밌어요.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는 게 재밌고, ‘이게 별 얘기이지만 별 얘기가 아니구나.’ 생각하게 해주잖아요. 그래서 저는 오늘 5시까지 얘기 나누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웃음) 그리고 수다는 항상 3시간 이상부터라고 이야기해요. ‘근데 사실은-’ 이런 이야기가 3시간 이후부터 나오더라고요. 보통 친한 친구를 만나더라도 서로 회사에서 힘든 얘기, 무슨 얘기, 그런 얘기는 주변 얘기고. 근데 이제 3시간 이상 이야기를 나눠보면 가족 이야기 나오고, 겉으로 봤을 때는 든든한 회사 다니는 것 같지만 불안하고, 이런 얘기들은 3시간 이후에 나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관심과 진득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수영

20년도에 과천 북살롱이라는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이번에도 과천 북살롱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올해 상반기는 청년들을 만나고, 하반기는 어르신들과 만나는 거로 준비했어요. 집을 매개체로 과천에 새로운 주민들과 원래 있던 주민들이 자신의 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거에 관한 창작 공연과 책을 만드는 것으로 흐름을 잡았어요. 16번의 수업을 통해서 그것을 해내는 과정입니다.

<과천 뿐만 아니라 충남 서산과 서울 관악에서도 북살롱을 진행하는 이분의일>

영랑

저는 수업 기획도 하면서 수강생으로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어요. 우리가 기획한 의도를 정확하게 구현을 잘 해냈는지를 제가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참여하고 있어요.

 

영랑

배운 점이 있다면 저는 항상 고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저에게는 항상 휴식처이자 도피처인 집이 있었거든요. 근데 이번에 수업하면서 대부분 참여자에게 집은 정신적으로 안정을 주는 공간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에 당연히 ‘이렇게’라고 말했던 것을 당연하게 누리지 않았던 사람들한테는 상처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어떤 얘기를 하고 뭔가를 표현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고 해야 하나?’ 생각했다가, 다 처음 본 사람들이 이번에 만나서 친해진 건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꺼내놓는 걸 보고, 누가 다치고 힘들어하는 것까지 생각할 게 아니라 난장으로 꺼내놓고, 다 같이 ‘그랬다, 잘했다, 못했다.’ 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겠더라고요. 제 안으로 좀 움츠러들었다가 오히려 쫙 펴졌어요.

 

한진

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나눌 때 에너지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교회를 오래 다녔었는데 교회에서는 기계적으로 나눔을 하거든요. 20대 후반일 때는 맨날 똑같은 이야기 하는 것에 반감이 많았어요. 교회를 떠나고 사회에 나가 보니까, 세상 사람들이 다 서로 정기적으로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사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다 각개 전투로 살고 있더라고요.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없는 거죠. 이 프로그램이 다들 필요했구나.

 

소똥

그 결과물은 공동으로 작업해서 나오는 책인가요?

 

한진

네. 한 권의 책으로 출판됩니다. 그리고 종이 인형극으로 만들어서 영상으로도 제작됩니다. 9월 2일 출판기념회를 하는데 그때 상영회도 같이 해요. 수요반, 금요반 같이 만나서 결과를 공유해요.

<한 권의 책으로 제작된 '과천, 누군가에겐'>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한진

제 친구들은 저한테 항상 혀 없는 애라고 그러거든요. 저는 적당히 조미료 들어간 제육볶음, 돈까스, 남자들이 좋아하는 김치찌개 이런 거 먹어요. 저는 먹는 거에 대해서 항상 자신이 없어요. 먹는 거 이야기할 때는 아내가 생각나요. 아내는 식감이 좋거든요. 아내가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제가 ‘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그러면, ‘하, 그게 아니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싶다고.’ 이래! 무슨 느낌인지 아시겠어요?

 

충현

저는 잘 모르겠어요.

 

한진

잘 모르겠어요? 맛 있는 거 말고 맛있는 거.

 

수영
이분이 말하는 맛 있는 거 말고 진짜 맛있는 거.

 

충현

아 돈까스, 제육볶음 같은 거 말고?

 

한진

네네. 짜장면 먹던 중국집이라면 깐풍기를 먹는 게 맛있는 거 먹자는 의미인데 그게 나한테 충격이었어. 맛있는 거? 그러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면 되지. ‘그거 말고, 맛있는 거.’

 

충현

(수영을 보며) 한 수 가르쳐 주시죠.

 

수영

네, 일단 라면을 제일 좋아하고요. 신라면만 취급합니다. 라면을 가리진 않는데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진라면 순한 맛 이런 걸 왜 먹지?

 

소똥

엇? 진라면 순한 맛이 제일 맛있지 않아요?

 

영랑

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한진

저는 순한 맛이 유전자적으로 우성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수영

(모두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불닭볶음면을 한 번씩 먹어줘요. 스트레스 확 풀려요. 어제 이분(영랑) 앞에서 불짬뽕을 먹었더니 희열이 막.

 

한진

못 먹게 하는 사람. (영랑을 바라보며)

 

충현

왜 못 먹게 해요? 걱정되시는 거예요?

 

영랑

아까 이야기한 제 책의 서문이 ‘간장 찍지 않고 먹는 튀김’이거든요. 저는 음식을 싱겁게 먹는 걸 좋아해요. 어떤 양념이나 간 때문에 재료 본연의 맛을 해치는 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입맛에 맞추려고 뭔가를 더 참가하는 게 음식으로도 싫고, 그런 게 저의 삶에서도 싫더라고요. 만약에 내가 싱거운 재료라고 하면 난 그냥 싱거운 대로 살고 싶은 거예요. 사람의 입맛에 맞춰서 결국에는 뭔가를 첨가하는 건데, 그런 알량함을 가지고 싶지 않고.

 

수영

알량함입니다. 방알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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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랑과 알량>

일동

하하하

 

영랑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 이런 질문도 있었잖아요. 저희는 ‘밥은 먹고 산다! 근데 밥만 먹어요.' 라고 대답을 하거든요.

 

수영

반찬을 못 먹어요. 저희가 사회적기업이니까 돈을 어떻게 버냐고 물어보면 딱 이렇게 표현해요.

 

영랑

맞아요. 근데 전 그걸 좋아해요.

 

수영

최악이에요.

 

영랑

밥만 먹는 거 좋아해요.

 

수영

전 반찬만 먹거든요.

 

영랑

좋은 쌀을 먹는 거죠.

👟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운동복을 좋아하는 수영과 영랑, 자신에게 별로 관심 없는 한진>

한진

이대로 맨날 입고 다녔어.

 

수영
사람을 향한 관심밖에 없는 것 같아.

 

한진

저 자신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저는 항상 시선이 항상 외부 세계에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죽으면 다 없어질 뿐. 옷은 무채색 계열이랑 어두운 색깔을 좋아하고, 걸리적거리는 거 되게 싫어해요.

 

수영

저는 오늘 입고 싶은 옷은 이건 아니었고, 인터뷰 이후에 다른 자리를 가야 해서 이렇게 입었어요. 저는 원래 색이 강하고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좋아하고요. 운동복 입고 다니는 것도 좋아합니다.

 

영랑

가장 나다운 옷에 대한 정의가 어려웠어요. 내가 가장 편하게 입는 것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인가, 나의 성향을 잘 드러내는 옷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 세 가지가 다 들어있는 게 운동복이어서 운동복을 입고 왔어요.

 

수영

흰색도 많이 입더라. 흰색은 아무나 감당할 수 있는 옷이 아니잖아요. 잘 감당하더라고요. 먹으면 다 튀는데.

 

영랑

그래서 저는 라면을 안 먹는 거예요.

 

한진

밥만 먹으면 튈 일이 없대. (웃음)

 

영랑

맞아. 흰색 옷을 좋아하는 건, 흰색 옷을 입으면 조심하는 제가 좋아요.

<흰색 옷을 입으면 조심하는 스스로가 좋은 영랑>

수영, 한진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영랑

어쨌든 저를 잘 챙길 수 있잖아요. 제가 운동복을 좋아하는 것은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운동할 때 가장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평소에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운동할 때는 다칠 수도 있을 정도로 과감하게 내놓아요. 그래서 저는 운동복을 입었는데, 실제로 맨날 운동복을 입고 출근하기는 해요.

 

수영

근데 일이 많아서 야근하죠. 불쌍해. 저희가 9월 8일에 뒷북에 가면 말씀드리겠지만 과천 러닝 크루도 운영하고 있거든요. 러닝 할 때는 퇴근하고 바로 가야 하니까. 러닝 크루의 자세한 얘기는 9월 8일에 계속하겠습니다.

📚 여러분들이 각자 책을 만든다면 어떤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나요? 그 책의 제목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영

뒤에 있는 저 파란색 책이 제가 쓴 책이거든요. ‘산티아고 술래잡기’.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하고 와서 쓴 여행기였는데, 다음으로 쓰고 싶은 책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같은 제목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면서 저의 수많은 관심사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 같거든요. 아까 달리기라든지, 라면이라든지, 그걸 왜 좋아했고 왜 끝냈는지를 한번 하고 넘어가면 그것들의 이유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실제로 몇 개 썼어요. 달리기를 한 번 썼는데 A4 한 장이 넘어가더라고요. 그 뒤에는 라면을 시작했는데 끝이 안 나더라고요. 천천히 써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수영이 제작한 산티아고 술래잡기>

한진

저는 쓰고 싶은 책 아이디어를 계속 메모해요. 비교 문화 같은 책을 한번 쓰고 싶어요. 한국의 형님 문화 같은 집단적인 문화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비교 문화라는 게 보통 어느 한 문화를 판단하려면 기준이 필요하잖아요. 근데 그런 기준이 어디에도 없으니까 해외의 어떤 사례라든가, 우리 안에서의 상대적인 부분을 통해 없어졌으면 하는 문화들에 대해 고찰해보고 싶어요.

 

영랑

저는 자서전이라고 하면 살면서 제가 가장 공을 들인 무언가를 담은 책을 쓰고 싶었는데, 그게 아까 말씀드렸던 ‘간장 찍지 않고 먹는 튀김’인데 또 시리즈가 있거든요. 초장 찍지 않고 먹는 회.

 

수영

최악이야.

 

영랑

제가 공들이고 노력해서 하려고 하는 게 일, 사랑, 먹는 거 이렇게 세 가지인데요. 먹는 걸로는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는 슴슴한 맛집을 모은 책을 써보고 싶어요. 거기에 저의 이야기를 얹어서 만들어보고 싶은 게 있었고요. 일로는 창업에 굉장히 어울리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친구랑 일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은 책도 언젠가는 한번 써보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사랑은 저를 거쳐 간 사람들, 제가 사랑했던 사람들에 관한 책도 써보고 싶어요. 그 세 가지를 꼭 쓰고 죽고 싶어요.

 

한진

이분의일은 자서전 만드는 회사인데 이분의일의 자서전을 만드는 것도...

 

영랑

그 얘기 항상 몇 년째 하고 있는데 못하고 있다.

 

수영

언젠간 되겠죠.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영랑

20살로 돌아가서 내가 하는 일을 다시 결정할 수 있는 시점으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이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으신지 궁금해요. 항상 스스로한테 하는 질문이기도 하거든요. 결국 다시 돌아가도 나는 이 일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항상 결론이 나요. 다른 분들도 그러신지 궁금해요. 솔직히 까고 말해서 그렇게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분야는 아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사는지 궁금해요.

 

소똥

한진님과 수영님은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똑같은 선택을 하실 것 같나요?


수영

전 차라리 더 빨리 선택했을 것 같아요.

 

한진

이 시점이 다 최선이고 최고고 그러지 않았을까.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는 또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뒀을 것 같아. 이상 재미없는 답변이었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질문 생각났어요. 요새 불안할 때 뭐 하시는지 궁금해요.

 

수영

어떻게 하시나요?

 

한진

그때그때 달라요.

 

충현

다음에 이 질문 한 다음에 이거 금지해야겠다. 그때그때 달라요.

 

한진

불안할 때 저는 목욕탕을 가거나 사진 찍을 때 생각을 제일 안 하는 거 같아요. 어딘가에 몰두해버리면 다른 생각을 안 해버리니까. 어디에 몰두하는 게 방법인 것 같아요. 근데 또 불안의 종류에 따라 다르잖아요. 회사 경영에 대한 불안이면 사실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고요. 각자의 해소법이랑 회사의 불안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시는지 궁금하네요.

<MAKE YOUR OWN BOOK>
이분의일 인터뷰: 명함 대신 내 책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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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이충현, 이분의일
  • 녹취록 작성 : 김도연
  • 장소: 과천시 독립서점 이분의 책 
  • 인터뷰 발행일: 2022.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