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노랑의 인영,지현,단,슬기>
노랑 인터뷰: 손바닥과 무릎이 만나면 장단을 쳐요
* 인터뷰이: 권단, 슬기, 지현, 인영 
* 인터뷰어 : 소똥, 혜진
* 인터뷰 편집: 소똥
💬 음성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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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덩덩 덩덩 더더덩덩덩 딱! 징~’

 

풍물이나 사물놀이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인사 장단이다. 이 장단이 어디선가 들릴 때면 나도 모르게 무릎 앞으로 손이 가 있다. 그냥 몸이 반응한다.

 

봉산탈춤을 배운 적이 있다. 봉산탈춤을 배울 때 인상적이었던 건, 장단과 장단 사이에 연주자들과 관객들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이었다. ‘얼쑤!’ ‘좋다!’ ‘잘한다!’. 박수와는 에너지가 다르다. 그 자리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더 열심히 몸을 휘적일 수 있었다.

 

양평에 있는 어느 면사무소에서 무릎과 손바닥이 만나면 장단을 치는 이들을 만났다. 전통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은 누구도 빠짐없이 장단을 배운다. 그 장단 위에서 근사하고 흥겹게 논다. 장단을 연주하는 것, 장단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거우니까.

 

노랑은 전통 예술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호흡과 분위기를 널리 알리고자 한다. 특유의 호흡과 분위기를 텍스트로 설명하기란 퍽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장단을 느끼는 것이다. 노랑은 쉼 없이 장단을 깔아주고 있다. 추임새도 분명 기깔히게 넣어줄 것이다. 노랑이 깔아주는 장단에 맞춰 노래 한 소절 하며 춤 한 자락 얹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얼쑤!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권단입니다.

 

슬기

이슬기라고 합니다.

 

지현

심지현이라고 합니다.

 

인영

최인영이라고 합니다.

 

노랑은 2018년도에 만들었어요. 저희는 어린 시절부터 다 알고 지내던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었고, 슬기와는 중학교 때부터 같이 양평에서 자라온 친구였는데, 어느 날 먹고 살길이 막막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지원 사업을 알게 되어서 슬기와 함께 시작했어요. 문화예술교육이 저희 적성에 잘 맞더라고요. 일반적인 어떤 기능을 가르치는 것과 문화예술교육은 다르기 때문에 공부하면서 알아가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둘만으로는 힘에 부쳐서 다른 예술가 선생님들을 모시게 되었어요. 슬기 선생님과 지현 선생님은 같이 춤을 추는 사람들이었고, 인영 선생님은 음악 하는 친구여서 알고 지냈었죠.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소소하게 시작했습니다. (웃음)

 

혜진

단님과 슬기님은 파트너로서 잘 맞았나 봐요.

 

주변에서 부러워해요. 성격이나 각자 잘하는 것도 다른데 상호 보완이 잘 되는 편인 것 같아요. 저희는 서로 기분 나쁜 것도 금세 까먹어요. 일하는 파트너보다 친구가 먼저니까.

 

슬기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바로 이야기해요. 그리고 일이긴 하지만 마냥 일처럼만 하지는 않아요. 서로 고민이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면서 일을 하니까 더 재미있게 하는 것 같아요.

 

좀 부족한 모습이 들켜도 부끄럽지 않으니까 오히려 편하게 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슬기

우리만 즐거운 거 아니야? (웃음)

 

인영

즐거워요.

 

0.1초 만에 나왔어. (웃음)

 

슬기

AI 아니에요? (웃음)

<즐거운 지현과 인영>
💭전통 예술은 마주치면 재미있고 마주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장르고, 전통 예술이 가득한 공간에서 전통 예술의 호흡과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이 전통 예술과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방법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전통 예술의 호흡과 분위기가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보고 싶습니다.

전통 예술이 그런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알지 않으면 전혀 모르지만, 알면 재미있는 예술인 것 같아요. 물론 모든 것이 아는 만큼 재밌겠죠? 저는 봉산탈춤 연희자니까 봉산탈춤이 저에게는 재미있었어요. 아니까 재밌는 거죠.

 

저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전통 예술을 시작했어요. 애매하게 시작하기가 어려운 장르이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훈련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요. 내가 왜 이걸 지금까지 하고 있는가를 고민해봤을 때 그때 그게 정말 재밌어서, 사물놀이를 다 같이 연주하는 그 순간이 좋아서, 장구 소리가 좋아서, 무용하는 친구들은 장단에 맞춰 움직이는 내 발과 팔이 멋있어서, 다들 그거 하나로 여태까지 하고 있어요. 그거에 흥미가 떨어지는 순간 그만두거든요. 그렇죠? (웃음) 그런 거여서 분위기와 호흡을 설명해 드리기가 참 애매해요. 그래서 전통 예술이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어요. 뭔가 딱 응집된 바이브가 있는데. (웃음)

<뭔가 딱 응집된 바이브를 표정으로 설명하는 단>

슬기

저희는 잘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예술을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무대가 아닌 이런 자리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죠. 아이들에게 살짝이라도 전통 예술의 호흡과 분위기를 기억 속에 남기고 싶어요.

 

저희는 전통 예술 선생님들과 지내는 사람들인데요. 저희가 멋지고 근사해야 하는 것이 선생님들의 첫 번째 요구 사항이세요. 그게 어릴 때는 되게 멋있었거든요. 근데 10년을 했는데도 아직도 근사하게 하라고 하시니까 힘든 거예요. (웃음) 그런데도 이걸 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그 이야기가 나온 것 같아요. ‘내가 근사하게 하려고 한 게 아니었지. 그게 재밌었던 거였지.’

 

소똥

다들 어렸을 때부터 전통 예술을 접하면서 그 길로 가기로 마음먹은 건가요?

 

지현

저는 5살 때부터 무용을 배웠어요. 어릴 때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어요.

 

인영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사물놀이를 시작했어요.

 

슬기

저는 8살 때부터. 단 선생님은요?

 

저는 7살쯤부터 이제 가야금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배웠어요. 옆집에 대금을 부는 선생님 사시고, 옆집에 장구 치는 선생님이 살고 있었거든요. 또 친오빠가 풍물패를 하는데 어릴 때는 오빠 연습실을 맨날 쫓아다니기도 했고요. 근데 내가 이걸 언제부터 업으로 삼을까를 고민했는가 하면 그것도 되게 애매하지 않아요? 뭔가 결정적으로 '이 길이야!' 이런 게 없었어요.

 

슬기

워낙에 어렸을 때부터 이거만 했으니까 이것만큼 잘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생각으로 계속하게 됐죠. (웃음)

💭 예술을 향유하는 것은 삶의 질이 올라가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그 예술을 향유하는 방법도 학습이 필요하다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예술을 향유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요? 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향유하는 방식을 학습해야 하는 의미는 향유하지 못하는 이유랑 같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이 많고 예술성이 강한 민족임에도 그러지 못하고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대에 들어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너무 시급한 시절이었잖아요. 저희 부모님과 어르신 세대에는 당장 굶어 죽지 않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장단이 들려도 거기에 노래 한 소절이나 춤 한 자락 출 겨를이 없었던 거예요. 그게 저희까지 이어져 온 거죠. 그 사이에 문화재 보존 발굴이나 무형문화재 계승과 같은 것들이 이루어지고 체계화되긴 했지만,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거예요. 체계화될수록 대중들과 예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 더 멀어지는 거죠.

 

혜진

분리되고요.

 

맞아요. 아예 분리돼버린 거예요. 그래서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도 사실은 학습되었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는 거고요.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예를 들면 제가 미용하는 친구랑 같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한 커플과 어느 가족이 지나갔어요. 지나간 가족이 아리랑을 부르고 있었거든요. 저는 '아리랑 부르면서 지나간다.' 이랬는데 제 친구는 '저 앞머리 봐.' 이러는 거예요. 제 친구는 아리랑을 듣지도 못했대요. 저는 그 사람 앞머리 볼 생각도 못 했거든요. (웃음) 그런 것처럼 내가 경험하고, 학습해 본 적이 있다면 훨씬 쉽게 눈이 가고 귀가 갈 거라는 거죠. 그 학습이 '앉아, 지금부터 장단 세 장단 쳐봐.' 이게 아니라 그냥 한번 느껴보는 거죠.

 

저희 봉산탈춤 하시는 선생님들이 나이가 많으신데 그 선생님들 자녀분들이 인제 와서 봉산탈춤을 배우려고 해요. 어릴 때 엄마 아빠가 하는 걸 봤거든. 학습된 거죠. 그 친구들이 대학생이 돼서 저에게 배우러 와요. 저희는 그거 하려고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거거든요. 그게 나중에는 저희가 먹고사는 길이 되는 거예요. 이 친구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학습하고, 이들이 성인이 되고 경제력이 생겼을 때는 스스로 돈을 써서 향유하게 될 것이고요. 나중에 나한테 돈 써라. (웃음)

 

혜진

씨앗을 심어 놓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말씀이네요. 제가 너무 세속적으로 표현했네요. 나한테 돈 써라 취소. (웃음)

💭 꿈다락를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탈춤꿈꿈이 아닌 탈꿈춤꿈>

슬기

저희 탈꿈춤꿈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얼마나 됐죠?

 

경기문화재단과는 3년째 하고 있죠. 아이들을 전통 예술과 함께 놀게 하고 싶어서 기획하게 됐어요. 아이들에게 재밌는 순간을 만들어주고, 그 순간에 우리가 전통 예술을 얹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재미있을 만한 프로그램을 매일 해요. 저희는 동화를 주로 활용해요. 동화책을 아이들과 읽고 그 동화에 나오는 배경, 인물, 사건 같은 것들을 움직임이나 놀이로 풀어내요. 아이들이 그렇게 놀고 있으면 저희가 옆에서 꽹과리 치고, 장구 치고, 피리 불고하는 거죠.

<나는 혹부리 영감입니다>

슬기

이제 똑같은 프로그램이어도 저희도 변하고 상황도 변했어요. 중간에는 코로나도 있었고요. 처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는 정말 이것저것 다 넣었어요.

 

대학교 커리큘럼이었어요. (웃음)

 

슬기

우리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경험하기를 바랐지만, 사실 저희가 자연스럽지 못했죠. (웃음) 그런 저희의 모습을 발견한 후에는 투머치한 부분들을 덜어냈어요. 그러다 보니 정리가 되더라고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우리의 의도나 수업 이름은 같지만 저희가 달라지고 있는 거죠.

 

소똥

수업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친구들의 유입보다도 기존에 참여하고 있는 친구들이 지속해서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 3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아요. 3년 동안 꾸준히 만나면서 아이들의 변화를 느낀 적이 있을까요?

 

올해 들어서 아이들이 표현하는 것을 전처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어요.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맞아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했어요. 작년에 그 질문을 많이 하길래 '그런 건 없어. 너희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계속 말했거든요. (웃음) 올해는 그런 질문을 하는 친구가 없는 거예요. 적어도 여기서는 내가 하는 어떤 행위에 맞거나 틀린 건 없다는 걸 알고 더 자신 있게 표현하더라고요.

 

슬기

저도 친구들처럼 표현하는 걸 어려워했어요. 아이들한테 원하면서 정작 저는 그러지 못했죠. 한 번은 아이들에게 나무를 표현해 보라고 했는데 어떤 친구는 힘이 없는 나무를 표현하고, 어떤 친구는 잎이 떨어지는 나무를 표현하더라고요. 친구들에게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아이들과 힘을 풀고 가까워지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혜진

지현 님과 인영 님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시나요?

 

지현

슬기 선생님과 비슷한 것 같아요. 아이들이 표현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내가 더 갇혀 있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숫자를 표현하라고 하면 저는 손만 움직이는데 아이들은 온몸으로 모든 공간을 사용해서 표현하더라고요. 틀을 깨야 하는 건 나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인영

저희는 뭔가 '이거 해' 이렇게 하면 그냥 '네!' (웃음) 기계처럼 하잖아요. 근데 아이들은 다르게 행동할 때도 너무 많고, 저는 문화예술교육을 여기 있는 선생님들이랑 같이 시작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제가 방과 후 수업이나 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할 때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얘들아, 앉아.', '조용히 해.', '밀치지 마.', '가만히 있어.' (웃음) 여기 선생님들은 부정적인 말도 안 하고, 아이들이 뭔가를 했을 때 많은 방법으로 다 받아주더라고요.

👏 전통 예술가인 노랑 멤버들의 직업병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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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를 몸소 보여준 지현과 너무 웃긴 단>

소똥

장단이 항상 있군요.

 

지현

그 늪에 빠지면 나오기 힘들어요.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슬기

예술하는 사람들은 돈 버는 부분에 있어서 좀 힘들거든요. 저도 단 언니랑 같이 대학교 생활 마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거예요. 특히나 자리를 잡기까지가 오래 걸리는 게 예술 분야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어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시작한 것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되게 막막했는데, 이제는 경험이 쌓여서 어떻게 해야 내가 먹고살 수 있을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더라고요.

 

혜진

지현 님은 재단에서 일하고 계신 거예요?

 

지현

작년 12월 말까지 일하고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2년 정도 일했었죠. 예전에는 대학교 졸업하고 무용단을 다녔어요. 무용단에서 공연할 때 출연자분들하고 스태프분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제가 중간다리 역할을 했었는데, 출연자들이 더 잘하려면 서포트하는 것도 중요하겠더라고요. 그때의 경험이 무용공연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전통 예술 선생님들이 전통예술을 배워서 어떤 진로가 있는지 안 가르치세요. 다양한 진로가 있는데 말이죠. 왜냐하면 그들은 그것만 하셔도 됐던 시대에 사셨거든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보기에 저희가 하는 다른 행동들은 다 딴짓이라고 생각하세요. 뭔 딴짓을 하는 거야. 먹고 살겠다는데. (웃음)

 

슬기

처음에는 선생님들이 문화예술교육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셨던 것 같아요. 그게 무슨 교육이냐고 말씀하신 적도 있었어요. 그런 게 없었던 세대였기 때문에. 근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혜진

인영 님은 먹고살 만하신가요?

 

인영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저희는 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없잖아요. 건수가 늘려야 돈이 되니까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는데, 쓰는 만큼 버는 돈이 따라가지 못하니까 부모님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냐, 생각을 하기는 하냐.' (웃음) 주변에 학교를 졸업해서 취업 못하고 그만두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살아남은 친구들도 많이 없고요. 국악계는 항상 존버가 승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선생님들이 존버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거죠. 어른들이 그냥 계속 버티라고만 하면 우리가 무슨 돌덩이도 아니고. (웃음) 그래서 저희 세대가 그 역할을 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잘 정립해놔야 우리 다음 세대에 예술을 하는 친구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예술을 하지 않을까.

<존버하는 방법(?)을 잘 정립하고자 하는 단>
💭 여러분의 본캐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캐가 있나요?

내가 어떤 것으로 경제활동을 하느냐를 굳이 본캐와 부캐로 나누자면 탈춤 추는 탈꾼이 저의 본캐고, 본캐 같은 부캐는 교육하는 사람, 노래하는 사람 정도가 될 것 같아요.

 

지현

요즘 들어서 저의 본캐는 고양이 엄마인 것 같아요. 동네에서 길고양이 밥을 주고 있는데 지나다니시는 아파트 주민들이 ‘고양이 어머니 오셨네’ 그래요. (웃음) 본캐가 고양이 엄마고 부캐가 예술 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냥 전공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거의 백수죠. (웃음)

 

슬기

저는 계획러가 본캐인 것 같아요. 항상 계획을 생각하고 있어요.

 

완전 극 J.


인영

저는 지금까지 자유가 없는 단체에 속해 있었어요. 기계처럼 '이거 해' 그러면 하고, 쉬는 날도 '이거 해' 그러면 하고. 그래서 혼자 있을 때 뭘 해야 할지 몰랐었거든요. 누가 시키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강아지를 키운 지 1년 반이 됐는데 너무 즐거워요. 내가 마음대로 데리고 다닐 수 있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고.

 

인영

저한테는 일도 너무 중요한데, 강아지도 너무 중요한 거예요. 둘 다 없으면 안 되는 거고요. 부양을 해야 할 가족이 생겨서 더 일을 찾아보고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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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KNOWRANG>

연습복 아닐까요?

 

슬기

잘 모르겠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옷을 이렇게 입으니까. 요즘에는 너무 연습복만 입고 다니니까 그 모습이 싫을 때가 있어요.

 

혜진

색다른 뭔가를 입고 싶다?

 

슬기

그런 건 아닌데 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까 집에서부터 연습복을 입고 나와서 집에 들어갈 때까지 계속 연습복을 입고 있는 거예요. 효율적이기는 하죠. 편리한데 가끔은 이제 이런 내 모습이 형편없는 거죠. 가끔은 드레스업을 해야 기분 전환이 되기도 하잖아요.

 

소똥

공연 의상은 어떠세요? 내 옷이라고 느껴지나요?

 

의상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데, 의상을 입으면 자신감이 생기는 느낌이긴 해요.

 

소똥

저는 예전에 단 님과 탈춤을 했어요. 저는 탈춤 출 때 탈에서 오는 안정감이 컸던 거 같아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는 편인데, 탈을 쓰는 순간에 자신감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맞아요. 그게 진짜 존재해요. 공연이 끝나고 탈을 딱 벗었을 때의 쾌감도 있어요. 탈을 딱 벗는 순간에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잖아요. 그 쾌감이 있어요. 그걸 의식해서 벗을 때도 있어요. (웃음)

🎪 다양한 무대에 서고, 만들고, 보고 싶은 꿈은 모든 예술가의 꿈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가장 꿈꾸며 원하는 무대의 모습과 그 무대에서의 역할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단의 봉산탈춤 공연>

저는 파워 ENFP거든요. 그런 상상하는 시간을 너무 좋아해요. 최근에는 엄청난 대자연을 무대 삼아 공연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저는 탈춤으로도 공연하지만 밴드로도 공연하기도 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공연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요. 권단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공연. 전통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무대에 서는 기회를 선생님들로부터 얻어요. 선생님들의 통제 아래서 무대를 만드니까 그거에서 좀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선생님들의 통제나 관리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무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강하죠. 아무튼 그런 상상 속에 늘 대자연이 들어가요. 여행이 가고 싶은 것 같아요. (웃음)

 

소똥

생각나는 대자연의 장소가 있나요?

 

스위스 융프라우산을 배경으로 탈춤을 추거나 노래하면 너무 멋지지 않을까.

 

슬기

저는 선생님들의 통제하에 긴장감 속에 무대에 서는 경우가 많다 보니까 편안한 상태로 춤을 추는 모습을 상상할 때가 있어요. 저는 제가 춤을 출 때 '너무 잘하는데?'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몸이 편안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어요. 춤을 출 때 내 몸을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어떤 무대이건 간에 편안하게 춤을 추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무대가 찾아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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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의 무용 공연>

선생님들은 저희한테 욕심이 있으시다 보니 부족한 점을 말씀하시는 일이 더 많잖아요. 저희도 그 마음을 알죠. 그러니까 선생님들과 공연을 같이하면 바짝 긴장해요. 내가 예술을 하는 이유는 이 무대에 서 있는 게 너무 행복해서인데 왜 이렇게 고통받으면서... (웃음) 선생님들도 저희를 워낙 어릴 때부터 보신 분들이라 계속 어리다고만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도 이제 저희가 커감을 느끼실 것이고, 저희도 선생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순간이 존재하니까 중간 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소똥

올해 앞둔 공연이 있을까요?

 

탈춤 공연도 앞두고 있고, 밴드 공연도 앞두고 있어요. 밴드는 선생님들의 관리와 통제 없이 제가 자발적으로 시작한 활동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요. 그 순간이 진짜 미치도록 좋을 때가 있거든요. 거기서는 저 잘한다고 하는 사람밖에 없어서. (웃음) 근데 학습되온 것이 있어서 자꾸 검열해요. 좀 지나치게 할 때가 있어요. 조금 즐겨도 되는데.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예술을 안 했다면 어떤 직업을 했을지 궁금해요. 저 스스로한테도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당연하다는 듯이 예술을 해왔으니까.

 

혜진

서로 어떤 직업이 어울릴 것 같아요? 

 

슬기는 제과제빵사. 제과제빵사는 계량을 아주 정확하게 해야 하거든요.

 

슬기

언니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어울려.

 

슬기

무용을 하지 않았더라도 잘 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무용하는 제 모습이 가장 만족스러울 것 같아요. 언니는?

 

나도 그래. 무대에서 만족스러운 공연을 했을 때의 기쁨보다 큰 기쁨을 못 만나봐서 그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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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 인터뷰: 손바닥과 무릎이 만나면 장단을 쳐요. .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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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김혜진, 노랑
  • 녹취록 작성 : 조웅희
  • 장소: 경기 양평군 강성면사무소 만민회관
  • 인터뷰 발행일: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