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유투브 한사랑 산악회를 따라하는 소똥, 충현>
청년협동조합 뒷북 대담: 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대담 진행자: 유진, 동준
  • 대담 참여자: 소똥, 충현
처음 라잎스페이퍼 0호로 뒷북을 소개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결정했을 때, 곧바로 동준쌤(이하 동준)과 유진쌤(이하 유진)에게 인터뷰 진행을 의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뒷북에게 이 일을 의뢰한 난생처음꿈지 사업의 담당 멘토라는 이유도 한몫했지만, 사실 나는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우리와 우리의 기획이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했다.

완벽한 사람보다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들을 좋아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본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 삶의 태도로 드러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늘 실수하고, 그 실수를 통해 변화한다. 본인이 언제나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의견을 말하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2019년 윤리적인 문화기획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교육에서 멘토로 처음 만난 뒤 2년 넘게 지켜본 동준과 유진은,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본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선배 문화기획자였다.

선배로서, 동료로서, 의뢰인으로서, 친구로서 우리를 관찰해준 동준과 유진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또 앞으로 진행될 10주간의 라잎스페이퍼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윤리적인 문화기획이 되길 간절히 바라본다.

-충현-
* ‘[ㄹㅇㅅㅍㅇㅍ-0호] 청년협동조합 뒷북: 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에는 라잎스페이퍼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소똥과 충현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후 발행될 인터뷰 형식의 뉴스레터와는 다르게 대담회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대담 참여자들이 추가적으로 궁금하신 분들은 뉴스레터 하단의 sns 링크를 통해 대담 참여자들의 소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을 소개해주세요.
유진
청년협동조합 뒷북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뉴스레터를 읽게 될 분들을 위해 먼저 충현과 소똥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충현
네. 안녕하세요. 문화기획자이자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이충현이라고 합니다. 독립기획자로서 주로 서울과 경기권을 오가며 이런저런 일들을 해나가고 있습니다. 국립극단에서 공연한 연극 ‘액트리스 시리즈’의 배리어프리 매니저, 문화기획 교육과정 ‘문화기획찍어먹기’ 기획 및 진행, 서울문화재단 지원 사업 [Blank] 협력 PM, 그리고 지금 진행하는 라잎스페이퍼 기획 및 제작 등이 2021년에 주로 맡아 진행한 프로젝트들이에요. 작년 한 해 스스로 실패라고 느낄만한 경험들을 겪으며 올해는 저의 방식, 저의 태도, 저의 재미를 찾는 데에 집중하고 있어요. 프리랜서로서 운이 좋게도 제 삶을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꾸려나가는 경험을 하고 있고 지금의 삶이 즐겁고 좋은데 언제까지 이렇게 독립 문화기획자로 먹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하.

소똥
안녕하세요. 저도 청년협동조합 뒷북 조합원이고요. 소똥입니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오랫동안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크래프트링크라는 소셜벤처에서 5년간 일했고, 퇴사한 뒤 2년간 뒷북에서 실무자로 근무했어요. 흔히들 말하는 ‘좋은 일’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도 이 영역에서 계속 활동할 것 같아요. 청년과 관련한 담론들, 캠페인, 스포츠, 남이 쓴 글을 읽는 걸 좋아합니다. 올해 초부터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매년 뭐 하고 살아야 할지 상상하는 것을 어려워하지만 적어도 올해는 근근이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며 지내보려 하고 있습니다.

동준
청년협동조합 뒷북은 어떤 단체인가요?

소똥
청년협동조합 뒷북은 ‘내가 자란 지역에서 놀며 재미있게 학습과 자립을 고민할 순 없을까’라는 취지에서 2016년 설립되었어요. 경기도 의왕시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지역의 청년들이 이것저것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실행과 실패의 장이 되길 희망해요. 현재 60여 명의 조합원과 함께 우리(청년)가 하고 싶은 일들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찾고 벌여나가고 있어요.

동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고 있나요?

소똥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우선 학교와 직장 외에 관계 맺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풋살, 페미니즘, 드로잉 동아리 등등 조합원들의 취향을 중심으로 소모임들을 만들고 지원해요. 청년 정책 네트워크, 수익사업팀, 이사회, 강좌 사업팀처럼 뒷북이 생각하기에 필요한 사업 혹은 활동을 하기도 하구요. 우리가 있는 곳이 곧 무대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작은무대, 매호 하나의 주제로 청년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리는 소식지 뒷구르기, 조합원들끼리 만나고 연결되는 밥 먹는 날 등 조합원들이 시도하고 벌려볼 수 있는 플랫폼도 운영합니다. 이외에도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충현
라잎스페이퍼도 뒷북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이죠.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고 있어요.
<뒷북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포스터>
동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뒷북이 2016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잖아요. 출발점이 같았던 사람들이 모여 계속 유지되려면 정체성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는 뒷북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떻게 지속되고 유지되고 있나요?

충현
음... 정말 어려운 질문인데 뒷북은 오히려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 유지되고 있는 단체인 것 같아요. 돈 얼마 벌 거고, 10년 뒤에는 이런 사업 해서 성공할 거야. 같은 목표가 없는 거죠. 오히려 당장을 잘 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 싶어요. 각자의 수많은 욕망을 포용하고 도와주기 위한 단체입니다.

동준
기존의 이해 구조를 놓고 보면 일종의 노인들을 위한 노인 복지관,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 복지관처럼 민간이 만든 청년센터 같은 건가요?

충현
처음에는 그런 생각으로 만든 것 같아요.

유진
그럼 지금은 달라졌나요? 변화한 지점이 있어요?

충현
달라졌죠. 일단 뒷북이 예전보다 유명해졌어요. 5년 동안 지역에서 순전히 민간의 힘으로 지속되는 청년 단체가 전국에 거의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뒷북을 찾기 시작했죠. 알려지는 것만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영역에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동준
이야기를 듣다 보니 뒷북은 기존의 사고구조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단체의 형태겠다 싶어요.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돈을 벌거나 명확한 리워드가 있거나 다 같이 하나의 가치를 공유하거나 그래야 하는데 뒷북은 꼭 그렇지는 않네요.

충현
네 맞아요. 60명의 조합원 각자에게 뒷북은 다른 존재에요. 저에게는 뒷북이 공동체이고 집 같은 존재인데 누군가에게는 가끔 놀러 오는 곳 정도겠죠. 누군가에게는 그냥 응원하고 후원하는 단체고요. 참여자로서 기획자로서 후원자로서 이사회로서 피고용자로서 일하고 놀고 마시고 자고 회의하고 영화 보고 돈 벌고 노래 부르는 이상한 단체입니다.

<뒷북에서 놀고 있는 조합원들>
동준
뒷북은 그냥 살아가는 공동체인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활동이 중심인 기존의 단체들의 연장으로 생각하면 설명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 싶네요.

유진
5년 동안 지속되어온 청년 단체가 별로 없었다는 거로 뒷북의 대표성은 설명이 되지 싶어요. 

소똥
작년에 사회적 경제 리더 과정이라는 1년짜리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늘 뒷북에는 대입하기 어려웠어요. 의미 있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수익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뒷북의 상황과는 묘하게 달랐거든요. 경영하는 입장에서나 저희나 서로 설명하기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업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정말 틈이 많은 곳이지만, 뒷북의 주체인 조합원들은 이 단체를 사업체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 너머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저는 그게 의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좋은 일 한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어요.

동준
시대가 변한 것 같아요. 일종의 당사자 공동체 같은 거잖아요. 목적 공동체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에게는 당사자 공동체를 이해하기 참 어렵죠. 제게는 교회와 역할이 비슷해요. (웃음)

유진
플랫폼 같은 거죠. 많은 것이 오가면서 기회들이 창출되는 공간이잖아요. 우연히 가다가 마주치는 골목 같은 곳. 우연성이 창조로 이어지는. 사업용어로 하면 플랫폼이죠.
💬 어떻게 뒷북이 함께하게 되었나요?
동준 
뒷북을 왜 난생처음꿈지 호외 제작팀으로 섭외했는지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게 좀 있었죠. 여러 가지 피로함 같은 건데, 문화예술교육 씬 혹은 생활문화 씬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의 멘토, 모니터 위원, 이런 사람들의 면면이 그 나물에 그 밥이라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예술단체들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고요. 유진의 계기는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유진 집에서 3번인가 만나서 청년협동조합 뒷북 청년 문화기획 교육 과정을 논의했었잖아요. 아마 그 논의가 없었으면 뒷북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 논의에 대한 기억들이 이런 작업을 맡겨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주었어요. 그때 그 커리큘럼의 의도, 구성해나가는 방향을 보며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에 무리가 없겠다는 신뢰가 생겼죠. 기왕에 뉴페이스로 바꿔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때마침 뒷북이 할 수 있겠는데? 마침 경기문화재단 사업인데 뒷북이 경기도에 있네? 아다리가 맞았죠. (웃음) 유진은 어때요?
<뒷북이 진행한 청년 문화기획 교육과정 포스터와 커리큘럼 일부>
유진
저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이전부터 고민을 하던 것이 있었어요. 지원 사업을 하면 모니터링을 많이 나가거든요. 중간점검도 할 겸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도울 수 있는 게 있는지? 보통 멘토들을 섭외해서 파견을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진행하면 재단이 멘토를 섭외해서 보내기 때문에 선생님 혹은 컨설턴트로 인지를 해요. 전 항상 거기에 의문이 있었거든요. 본인들 프로젝트는 본인들이 제일 잘 알 텐데 컨설턴트가 가서 1-2시간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 깊이를 따라갈 수 있냐 이거죠. 그런 수직적인 형태가 아니라 수평적으로 관계를 가지며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형태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다 코로나 상황이 벌어졌고 만나질 못하게 하니 교류는 필요하고, 간접적으로라도 소식을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모니터링 대신에 기자단을 파견해서 수평적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의 가능성을 돕는 의도로 경기문화재단에 제안했고 진행하게 된 거죠.

동준
그 기획을 수행하는 팀을 뒷북으로 정한 이유도 있을 거잖아요.

유진
음... 저의 섭외 기준은 언제나 같아요. 가장 최근에 만났던 가장 재미있는 사람들. 그때 마침 뒷북과 만나고 있었고, 제일 재밌었고.

충현
자주 만나야겠다. (웃음) 자주 만나서 우리의 재밌는 면모를 보여드려야 해.

유진
의욕이 있었고, 의욕이라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공하자 뭐 이런 의욕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좋다고 한 거죠. 그리고 참여하는 문화예술단체 분들이 연령이 좀 낮은 사람들을 만나봤으면 좋겠다. 이런 것도 있어요. 뉴페이스라기보다는 다양한 세대를 만나봤으면 좋겠는 거죠.

동준
제안은 저희가 했지만 어쨌든 일은 수락한 건 뒷북의 충현과 소똥이에요. 이번 일을 제안받았을 때 어땠나요? 라잎스페이퍼를 통해 두 분이 얻고 싶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나요?

<포즈를 취하는 것이 어려워 사다리에 앉아 두 손 모은 충현>
충현
저의 경우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문화예술에 함께 종사하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 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기이고 저에게 맞는 방식과 재미를 찾아가고 있는데 다른 분들도 다 각자의 삶의 방식과 재미가 있을 거잖아요. 그 외에는 제 커리어 적인 고민도 있었어요. 인터뷰를 업으로서 진행해보는 것이 처음인데 이 일을 잘해두면 앞으로 내가 하는 일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죠. 요즘 아카이빙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기도 하고요. 두 분이 하신 제안이라는 것도 제게는 컸어요.

유진
이상한 일은 안 맡길 것 같다?

동준
이상한 일을 맡길 것 같다 아냐? (웃음)

충현
이상한 일을 맡길 것 같은데, 이상한 일은 안 맡길 것 같다는 신뢰가 있었죠. 마땅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소똥
저는 올해 낯선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았어요. 거의 뒷북 반경 안에서 생활을 했는데, 그 이유가 한동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피로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큰 기대를 점점 안 하게 되고요. 괜히 만났나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빨리는 그런 만남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처음 충현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게 될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작년까지 뒷북 실무자로 일을 하다 그만두고 올해부터 쭉 쉬고 있었는데 움직이고 싶은 마음도 생겼어요. 이 일이 다시 움직이고 싶게 만든 것 같아요. 라잎스페이퍼를 통해 얻고 싶은 건 응원? 인 것 같아요. 응원하는 것과 받는 것 둘 다. 인터뷰를 진행하면 결국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되더라고요. 응원과 지지를 받는 것이 삶의 큰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응원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응원받고 싶어요.

유진
오랜만에 움직이고 사람들을 만나보니 어떤가요?

소똥
아이러니하게도 사실 저는 낯선 사람들에게서 오는 자극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그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열심히 준비하고 있죠.
💬 인터뷰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할 건가요?
유진
이번 인터뷰에서 의식주생이라는 주제로 단체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고 들었어요. 이 컨셉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이런 컨셉을 선정하게 되었나요?

소똥
처음 이 일을 맡고 각 단체의 이야기를 어떻게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이야기했던 것이 ‘뒷북이 가장 궁금한 것을 물어보자.’였어요. 뒷북이 가장 궁금한 것이 뭔지 생각해보았을 때 먹고 사는 이야기였고요. 의식주생이라는 주제는 저희가 생각하기에 먹고 사는 이야기를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장치입니다.

동준
왜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했나요?

충현
뒷북이 생긴 지 이제 5년이 되었는데, 코로나 시대에서 우리의 가장 큰 화두는 여전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 지에요. 저와 소똥 개인의 화두도 마찬가지고요. 어떻게 먹고 살지? 라는 질문은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고민이기도, 앞으로 살아갈 삶의 태도에 대한 고민이기도 한데요. 저희가 미루어 짐작하기로는,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단체의 가장 큰 화두 또한 먹고 사는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답게 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내가 지향하는 무언가에 닿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하기 위해 문화예술계에 뛰어들고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했겠지요? 그래서 제일 궁금해요. 먹고 사는 이야기.

소똥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해요. 의식주 그리고 생이라는 큰 틀 속에서 각 단체에 맞는 질문들을 구성하고 있어요. 

유진
예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소똥
저희가 인터뷰 진행 시 꼭 하는 필수 질문이 있어요. 몇 가지 미리 말씀드리자면,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등이 있어요. 단체에 맞는 질문들도 준비하지만 그래도 이 질문의 대답이 제일 궁금하고 기대돼요.

동준
라잎스페이퍼라는 이름은 먹는 라이스페이퍼에서 따온 거죠?

충현
앗 맞아요. 라이스(Rice)페이퍼에 ㅍ을 추가해서 라잎스(Life’s)페이퍼가 되었습니다. 말장난이기는 한데, 먹고 사는 이야기를 담는 저희의 인터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정말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이름이고 마음에 들어요.
💬 어떤 관점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나요?
소똥
아까 저희를 섭외한 이유가 수평적 관계에서의 만남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서라고 말씀해주셨잖아요.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여전히 재단의 관계자라고 생각하시고 눈치 보면서 이야기하실 때가 있어요. (웃음) 보통 이런 지원 사업을 하면 관계자들만 만나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희 관계자 아니다. 편하게 얘기해 달라. 따로 돈 받고 있다. 계속 말하고 있죠.

충현
한 번은 한 단체랑 인터뷰하면서 2021년 하반기 계획을 여쭤봤더니 다른 지역에서 하는 것도 있으신데 경기도에서 하는 사업만 얘기하시는 거예요. (웃음)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도...

동준
그 구조가 잘 이해가 안 되죠. 재단 사람도 아니고, 외부 사람이라니 뭐 감독이야? 보통 섭외하면 하이포지션을 섭외한단 말이에요. 경험적으로는 맨날 멘토, 심의위원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와서 모니터링하고 그런 것만 겪어봤으니 이런 형태의 구조가 상상하기 어렵죠.

충현
그래서 인터뷰 나갈 때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 신경을 많이 쓰고 있죠.

동준
그게 되게 어려운 건데... 실제로 다녀보면 어때요? 인터뷰가 결론적으로는 그 사람의 솔직한 마음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질문을 준비하고, 환경을 세팅하고, 말을 건네고 그게 핵심이잖아요.

충현
일단 만나기 전에 최대한 우리가 이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티 내려는 편이에요. (웃음) 기획 취지를 설명하는 메일도 보내고 문자, 전화로 일정도 잡고 원활한 질문지를 구성하기 위한 사전 질문지도 보내요. 사전 질문지를 작성해 주시면 보내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구성해서 인터뷰 전날, 우리가 원하는 인터뷰 흐름, 태도, 바램 등과 함께 보내고 그런 과정을 거치고 있어요. 이렇게 열심히 써서 준비하는 티를 내니까 다들 반응을 해주시더라고요. 한 팀은 사전 질문지를 9장을 써서 보내주셨어요.

동준
오우, 대박인데. 근데 그런 게 참 궁금하긴 해요. 그렇게 열심히 써서 보낼 때 이게 재단에 잘 보이기 위한 마음 때문일까요?

충현
그런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사적인 얘기를 써주시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요즘 자신의 감정과 그 감정이 어디서부터 오는지 등등이요.

유진
우와 진짜 좋다. 그런 것도 공유해주면 좋겠어요.

<아이패드를 보며 회의하는 충현, 소똥>
충현
그래서 그런 이야기들로 최대한 질문지를 구성하려고 해요. 단체가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사업을 하고 그런 내용도 들어가지만 그걸 중심으로 잡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재밌어요. 그냥 인터뷰하면.

소똥
기본적으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이긴 하지만 처음 인터뷰를 시작할 때 우린 이 컨텐츠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동창작자다. 우린 한패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요. 능동적으로 이 인터뷰에 개입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유진
만나게 되는 18개 단체 분들이 충현과 소똥을 어떻게 맞아줬으면 좋겠어요?

충현
저희를 그냥 동료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것이 우리가 모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결국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거든요. 그 고민을 어떤 방법으로 풀어낼 것이냐의 차이지 같은 결에 있다고 생각해요.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같이 욕도 하고, 서로 위로도 하고, 그런 인터뷰를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만으로는 나름대로 성공하고 있다고 느껴요.

동준
오프더레코드 많이 나오겠는데요?

소똥 
맞아요. 맞아요. 비밀이에요. (웃음)

유진
뉴스레터를 받은 독자가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라잎스페이퍼를 읽어줬으면 하나요?

충현
라잎스페이퍼의 제작 목적 자체가 연결성이잖아요. 인터뷰이와 독자가 잘 연결되고 유대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각 팀들이 해주신 이야기를 저희가 잘 풀기만 한다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어요. 매주 뉴스레터 마지막에는 인터뷰한 팀을 응원하거나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을 제안할 수 있는 링크를 넣을 거예요. 서로 응원하고 공감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유진
너무 좋다. 뉴스레터 밑에 링크 넣는 것. 섭외를 한 보람이 있네요.

충현
라잎스페이퍼 인터뷰를 보고 서로 만나고 이야기 나눠보고 싶어지길 바랍니다.

<단독 촬영의 어색함을 애써 웃음으로 무마하는 소똥>
소똥
저는 인터뷰를 하며 놀랐던 게, 다들 생각보다 다른 팀에 대한 관심이 있고 만나서 가벼운 대화를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보통 이렇게 공모사업을 하면 다른 팀에게 다가가는 것이 어렵잖아요. 워크샵을 진행해도 먼저 다가가기에는 미묘한 어색한 공기가 있고요. 저는 라잎스페이퍼가 그 어색한 공기를 덜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 어색하게 명함을 주고받는 것보다도 라잎스페이퍼 이야기가 먼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진
되게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은데 오랫동안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해오면서 늘 그 어색한 공기가 기본값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보통 단체들이 여기가 서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하게 돼요. 욕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접근 방식의 문제인 거죠. 그런데 요즘 그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난생처음꿈지 사업도 그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만들어진 사업이고요. 이번 꿈지를 통해 서로 연결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한 팀만 건져가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라잎스페이퍼의 계획은?

<뒷북 공간 사진>
유진
인터뷰를 통해 결과물이 나오고 메일로 사람들에게 갈 거잖아요. 몇 번 간다고 했죠?

소똥
일주일에 두 개 단체를 소개해요. 매주 금요일 0호인 뒷북을 포함해서 10주 동안 발송될 예정이에요. 7월 9일에서 9월 10일까지!

충현
현재 뉴스레터 제작을 위해 4팀과 인터뷰를 했고 7월 중에 8팀과 추가로 인터뷰 일정이 잡혀있어요.

동준
뉴스레터에 들어가는 사진들은 필름 카메라로 찍는다고 들었는데 인터뷰 당일에 소똥과 충현이 직접 찍나요?

충현
단체 사진은 인터뷰 당일에 직접 찍어요. 촬영을 위해 단체 구성원분들에게 가장 자신다운 복장으로 인터뷰에 참여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있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보고 설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해요. 그리고 당일에 직접 찍는 사진 외에 인터뷰가 끝난 뒤에 1회용 필름 카메라를 하나씩 드리고 있는데요. 그 카메라는 1주일 동안 자유롭게 촬영하신 후 뒷북으로 보내 달라고 부탁드리고 있어요. 초면인 저희가 볼 수 없는 단체의 모습을 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소똥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을 인화해보았는데 저희가 필름 사진을 많이 찍어본 경험이 없어서 많이 어둡게 나왔더라고요. 앞으로는 실내에서 꼭 플래시를 터뜨려야 할 것 같아요. 초반에 인터뷰한 팀들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유진
이번 인터뷰를 통해 각 단체, 개인, 독자들이 연결될 수 있을까요?

충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연결이라는 것이 꼭 만나거나 같이 프로젝트를 해야 연결은 아니잖아요. 이 뉴스레터를 통해 서로의 소식과 고민을 알게 되고 공감하고 유대감을 쌓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연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다가 실제로 만나고 함께 하면 더욱 좋겠지만요.

소똥
18개의 단체 중 적어도 한 팀이, 뉴스레터를 읽고 인터뷰한 팀을 응원하거나 협업을 제안할 수 있는 ‘링크’를 클릭한다면 연결된 것이라 생각해요.

충현 
오프더레코드로 이건 저희끼리 가볍게 한 얘기지만 최근에 동시 접속이 가능한 온라인 전시 플랫폼도 알게 되어서 꿈지 멤버들의 인터뷰 전시장을 만들어볼까 얘기도 했었어요. 아무튼 잘 연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협동조합 뒷북 대담: 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끝.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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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자인: 엄희은 @__heeheeeun
  • 사진: 도로롱 @dororororrr
  • 장소: 청년협동조합 뒷북
  • 인터뷰 발행일: 2021.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