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뮤지엄스튜디오 사무실>
뮤지엄스튜디오: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용기
  • 인터뷰이: 성경, 선미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충현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찍어 남겨본 적이 있나요?

저는 없는데요. 핸드폰 앨범만 봐도 13,746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이 존재하지만, 모두 좋았던 순간에 찍었던 사진들 뿐이에요. 옛날에는 좋았지만 이제는 슬퍼진 사진은 있어도, 정말로 슬펐던 순간을 사진으로 기억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주변에 물어봐도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우리는 왜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 하지 않는 걸까요?

선미
"슬플 때 사진을 찍으면 주변에서 욕을 많이 먹어요. (웃음저희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전 너무 슬펐어요. 할머니랑 같이 살았거든요장지에 갔는데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가 엄청 욕을 먹었던 적이 있어요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제정신이냐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럴 수 있어요저는 너무 슬펐고 몇 장이라도 찍어서 나중에 이 사진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는데 욕을 먹었죠."

<인터뷰 본문 중>

사진을 찍는 행위가 겉에서 보기에는 너무나 이성적이라, 사진을 찍는 순간 진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진짜 슬픔이란 말도 참 이상한데요. '남는 건 사진 뿐'이라는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우리에겐 오히려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용기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충현-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두 분이 만나 팀을 만들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성경
사진을 전공했고 사진 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교육이라는 길을 걷게 되었어요. 사진 교육을 시작한 지는 11년째인데 일을 하다 보니 문화예술교육에도 관심이 생겼고, 작년에 뮤지엄 스튜디오라는 단체를 만들어 수원에 있는 경기상상캠퍼스에 입주했습니다. 뮤지엄 스튜디오는 사진으로 교육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다양한 융복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하는 단체에요. 일반적인 교육사업에서 하지 못하는 것들을 뮤지엄 스튜디오에서 많이 하고 싶고 그런 맥락 속에서 시작했어요. 같은 팀원인 선미와는 학교 선후배 사이입니다.
 
충현
혹시 성함이?
 
성경
안성경입니다. 제가 대표에요 그냥. 대표 아닌 대표. (웃음) 별 의미는 없지만요.
 
선미
일반 강의처럼 짜여진 곳에 가는 게 아니고 저희가 주도적으로 창작해가면서 이것저것 만들고 있어요. 특히 상상캠퍼스에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많다 보니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을 상상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대표님 혼자였고 올해는 제가 같이 하고 있는데 작년에도 사실 같이 일을 많이 해서 비슷해요. 문선미입니다. 저도 사진 강사로 활동하고 있어요.
💭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시나요?
선미
이번에 저희가 난생처음꿈지에서 하는 프로그램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사진 수업이에요. 6-70대 어르신들과 함께하는데 어르신들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적응이 느리시거든요. 본인에게 소중한 사진이나 필름 한 장을 디지털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소중한 기억이나 추억을 디지털로 옮길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수업이에요. ‘예전 사진들, 기억들을 복원한다. 없어지는 것들에 영원성을 찾는다.’라는 컨셉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그간 살면서 배웠다고 느낀 점들 때문에 딱 이 수업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선미
사진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느 날 한 분이 자기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여기 온 게 아니고, 예전 사진을 복원하고 싶어서 오셨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럴 거면 사진 수업에 왜 오신 건가 생각을 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한 장밖에 본인의 어머님 사진을 깨끗하게 복원하고 자식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거죠. 그 말을 들으니까 , 내가 너무 한 가지 생각만 했었구나.’ 생각이 들면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어요. 이번 꿈지 사업 기획을 하면서 제 사연을 들려주고 성경도 좋다고 해서 이렇게 진행하게 되었어요.  

<본인의 자리에서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미>
성경
강의를 하다 보면 여러 사람들을 만나니까 끝나고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해요. 내가 참여자들에게 어떤 걸 주었을까. 어떤 날은 좋을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되게 찝찝해요. 찝찝한 날은 뭐가 잘못된 건지, 어떻게 하면 좋았을지 생각을 하고, 다음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자. 이런 변화들을 겪자. 그러면서 경력도 쌓이고 성장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로봇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똑같은 수업을 계속하니까.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권태기 같은 거죠. 그래서 뮤지엄 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사진 말고도 이런저런 전환점을 찾자는 생각을 했고, 뮤지엄 스튜디오에서는 참여자들로 인해서 제가 가지고 있던 표현 방식이나 전문지식이나 고정관념이 깨질 때가 많이 있어요.
 
소똥
어떤 상황에서 그렇게 틀이 깨지던가요?
 
성경
아이들 사진을 보면서 자주 생각해요. 재밌고 순수하고. 애기들은 바닥을 다니니까 바닥에서 많은 걸 찾잖아요. 우리는 그게 신기하지만, 그냥 기어 다니기 때문에 보이는 거거든요. 그런 걸 깨달을 때 놀라고 다시 새롭게 순수하게 다가가야겠다 싶어요. 새로운 걸 발견하고자 한다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연습? 동작?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누워서 바라본다던가. 변화를 준다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뮤지엄스튜디오가 직접 찍은 사진. 바닥에서 찾은 강아지의 모습>
충현
어릴 때, 주차장에 차가 엄청 많잖아요. 근데 제가 항상 기가 막히게 혼자 뛰어가서 차 앞에 서 있더래요. 그게 부모님 입장에서는 신기했던 거죠. 비슷한 차도 많고 번호판을 읽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차를 잘 찾아서 갈까? 했는데 어느 날은 완전 다른 차 앞에 서 있었대요. 알고 보니까, 바퀴 모양이 똑같았다고 하더라고요. 키가 작으니까 다른 건 안 보고 바퀴 모양만 보고 차를 찾았던 거죠. 그 당시에 제가 사진 수업을 들었다면 바퀴를 찍었을 것 같아요.
 
성경
맞아요. 내가 어떻게 시선을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 사전질문지를 통해 뮤지엄 스튜디오는 무질서 속에서의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고 예술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며, 삶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뮤지엄 스튜디오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요?
성경
요즘 되게 멋진 사진을 찍고 싶은 분들이 많아요. sns를 위한 포토존에서 만들어진 사진. 그런데 그런 건 누구나 찍을 수 있어요. 전 사진이라는 것을 만난 순간이 중학생 때였는데 굉장히 평범했거든요. 그때를 계기로 사진을 시작했는데 그 소소한 순간이 제게는 굉장히 설레고 충격적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보통 사진을 멋으로 만나는데 저는 예술로 만난 거죠. 기준이 다른 거예요. 저희는 사실 유명한 사진 스팟을 안 가요. 출사지 있잖아요. 리스트 촥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그런 곳을 원하는데 정작 사진을 찍는 저희는 몰라요. 아세요?
 
선미
이제는 알지만 몰랐죠.
 
성경
그냥 자기만의 시선을 가지고 각자의 일상에서 소재를 찾아내 사진을 찍거든요. 물론 유명한 곳에서 찍은 사진들도 아름답지만 금방 질려요. 똑같은 사진이 너무 많잖아요. 종이 한 장을 찍더라도 어떤 의미이냐에 따라 평생 보고 싶은 사진일 수 있거든요.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이 진정한 아름다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선미
본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사진이라 하면 어려울 수 있는데 사진은 누구나 함께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해요. 문화예술교육에서 사진만 한 것이 없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수업을 하거든요. 글도 못 쓰고 그림도 못 그리더라도 사진은 어느 정도 찍을 수 있는 시대에요. 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도 중요해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인 것 같아요. 사진을 찍으며 행복하고 그 사진을 보면서 할 이야기가 있는 사진.

<뮤지엄스튜디오가 직접 찍은 사진.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충현
저는 어제 인터뷰 준비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진이란 게 되게 일상적이잖아요.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찍을 수 있는 게 사진인데, 그러면서도 되게 비일상적인 거예요. 누군가 저를 카메라로 비추면 어색하기도 하고 사진 찍히는 순간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는 점에서요. ‘사진은 되게 일상적이면서 비일상적이네?’라는 생각을 했고, 또 아무렇게나 음식사진을 찍을 수도 있지만, 사진은 엄청 전문적인 작업이기도 하니까 사진이 양면의 무언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록이면서 예술이기도 하다는 점도 그렇고요. 어제 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웠습니다.
💭 충현의 말처럼 사진은 일상적이면서 비일상적이고 전문성 또한 되게 중요한 만큼, 같은 사진을 찍더라도 작가의 성향, 상황, 취향, 관점 등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사진인 것 같습니다. 그 관점과 취향이 포토그래퍼의 전문성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두 분이 요즘 선호하시는 사진의 기술이나 스타일, 관점이 궁금합니다.
선미
저희 둘이 다른 것 같아요. 성경은 광고를 전공했고, 저는 다큐멘터리를 전공했거든요. 그래서 보는 시선도 다르고 좋아하는 사진도 달라요. 같은 사진들을 보면서 전시에 쓸 사진을 골라도 달라요. 선생님은 감각적이고 색감 위주로 본다 치면 저는 객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소똥
객관적이라는 게 뭔가요?
 
선미
구도라던지, 노출이 안 맞으면 안 된다든지. (웃음) 그런데 대표님은 노출이 안 맞아도 의도하는 바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성경
저는 심플하고, 선의 느낌? 형태? 사물의 형태의 선이지만 또 다른 재창조에서 선을 만드는 건데요.
 
충현
저는 이해가 안 됐어요. (웃음)
 
선미
이해가 안 되시죠. 모든 사물들을 선으로 보는 거예요. 면도 하나의 선으로 볼 수 있잖아요. 선의 느낌을 중요시 여기는 거죠.
 
성경
시선. 사진에서 시선의 방향을 선의 느낌으로 만들 수 있는? 결국 심플하고 깨끗한 배경을 좋아해요. 너무 많은 알록달록한 것보다 빛의 느낌이 아주 심플하게 들어간, 하나의 주제가 조용하게 묻어있지만 강한 느낌을 발휘하는 그런 사진이요. 많은 이야기가 담겨진 것보다 작은 점 하나라도 상상하게 할 수 있는 사진, 이미지를 좋아합니다. 최대한 절제된 사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뮤지엄스튜디오가 직접 찍은 사진>
💭 라잎스페이퍼에 실리고 있는 사진들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18개 문화예술단체들의 고유한 모습들을 더 잘 담아낼 수 있을까요?
충현
메일로 보내드렸던 그간의 라잎스페이퍼를 보시면 사진이 있는데, 초반에 찍은 사진들은 정말...
 
소똥
저희가 필름카메라를 써서 찍거든요. 실내에서 플래쉬를 터뜨려야 하는데 충분히 밝다고 생각하고 플래쉬를 안 터뜨리고 찍으니까 엄청 어둡게 나오더라고요.
 
충현
초반 팀들한테는 사과했어요. 죄송합니다.
 
성경
왜 스마트폰으로 안 찍으시고?
 
충현
그게 또 이유가 나름대로 있는데 저희가 사진을 잘 찍지 못하니까 최소한의 느낌이라도 살려보자 해서 필름카메라를 썼거든요. 요새는 좀 나아진 것 같아요.
 
소똥
나아져야지. (웃음)
 
성경
필름이니까 어쩔 수 없죠. 그게 필름카메라 감성 아닐까요?
 
충현
사실 의도와는 무관하게 다행히도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좀 계시더라고요. 그럼에도 저희는 담고 싶은 장면을 담는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싶어요.
 
성경
세팅을 따로 할 수가 없으니까. 최대한 밝은 곳에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필름 400 쓰시죠? 실내에서는 800이나 1600을 써야 되는 상황이에요.
 
소똥
요즘 200 많이 쓰잖아요. 800이나 1600은 써본 적이 없고 꽤 비싸고, 카메라도 정해져 있고 그러다 보니 400으로 했는데...
 
성경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핸드폰은 조절할 수 있는데 그게 필름의 단점이죠. 그래도 매력은 있습니다.
💭 성경님은 중학교 시절의 어느 날, 사진을 통해 큰 감동을 받은 뒤로 사진예술가를 꿈꾸게 되셨다고 하셨습니다. 감동을 주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지금까지 찍으셨던 사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을 소개해주세요.
성경
흑백 필름 찍는 법을 배우고 연대로 처음 출사를 나가서 빗자루가 두 자루가 놓인 있는 사진을 찍었는데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그걸 가지고 학원에 갔는데 알고 보니 다른 작가가 몇십 년 전에 찍은 사진이랑 똑같았어요. 내가 처음인 줄 알았는데 다 비슷하구나 생각했고 실망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자루로 된 그때 찍은 빗자루 사진이 첫 사진이라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선미
저도 중학교 때 사진을 시작했는데, 그 뒤로 쭉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은 사진은 많진 않지만 제가 입시를 준비할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어요. 그때 이제 엄청 고생하면서 한 달 넘게 계속 가서 삼풍백화점을 찍었어요. 제일 마지막에 생존자들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분들 이름이 기억날 정도로 생생해요. 생존자들 병원에 있을 때랑 친해져서 집에서 찍은 사진. 눈빛이나 이런 게 지금도 기억나요. 또 기억에 남는 사진은 대학교 때쯤에는 다큐멘터리 전공이었기 때문에 저는 사회 문제가 있다 하면 찾아갔었어요. 그게 성경과 다른데 성경은 어떤 사회문제가 있으면 작품이나 세트를 만들어서 그 문제를 담았다면 저는 현장으로 갔어요.
 
성경
전공의 차이죠.
 
선미
우리나라에 한창 포장마차가 되게 많았어요. 지금처럼 초상권 이런 게 없어서 그때 포장마차에 가서 술 먹는 손님들 사진을 찍었어요. 그 사진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같이 막 술 먹고 토하고 요리하고 이런 사진들? 사진들 다 찍고 인화하고 그랬거든요.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그 당시에는 혼자 찍고 현상이랑 인화까지 다 하니까 기억 남는 사진들은 그런 사진들이에요. 새록새록 하네요. 되게 열심히 했었던 것 같아요. 이젠 그때처럼은 못 찍을 것 같아요. 이틀 동안 잠도 안 자고 작업하고 그랬는데 이젠 못하죠. (웃음)

<선미가 직접 찍고 인화하여 보관한 삼풍백화점 생존자 사진.>
소똥
다큐멘터리 전공이시면 영상도 많이 찍으셨겠어요.
 
선미
그렇죠. 저희는 졸업할 때 무조건 영상 작품을 내야 했거든요. 혼자 주연, 편집, 연출 다 하면서 했죠. 지금은 너무 좋아져서 그렇게 고생을 할 필요가 없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영상 많이 안 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 상황 시작되면서 영상을 많이 했죠.
 
성경
저희뿐만 아니라 작년에는 다들 영상을 많이 다룬 것 같아요. 다들 전문가가 되셨을 거예요 아마. 아이들도 어른들도요.
 
선미
아이들에게 물어봐야 될 판이에요.
 
소똥
성장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게 다르죠. 아이들에게는 영상을 접하는 게 익숙하잖아요.
💭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에서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뮤지엄스튜디오는 사진을 통해 겉모습의 화려함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SNS가 생긴 뒤로 그 전보다 훨씬 쉽게 서로의 사진을 공유하고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로 인해 변한 것이 있나요? SNS는 뮤지엄 스튜디오가 이야기하는 박물관이 될 수 있을까요?
충현
SNS가 생기기 전에는 사진을 보여주는 행위가 좀 더 조심스럽고 마을을 쓰는 행위였던 것 같은데, SNS가 생긴 뒤로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SNS가 생긴 뒤로 영상을 찍을 때 한 20초 찍고 싶어도 괜히 15초 이내로 찍을 때가 많거든요. 스토리에 올려야 되니까. (웃음)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굉장한 변화에요. 그런 변화들이 사진을 찍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훨씬 크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하고, 궁금해요.
 
선미
저는 솔직히 SNS를 활발히 하지 않는데, 질문은 많이 받았어요. “어떻게 찍어야 괜찮냐.” 이런 것부터 해서 많이 물어보는데 저는 그냥 사진에 트렌드가 있다. 어떤 사진이 유행인지 봐라.”라는 말을 해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인스타나 페이스북의 사진들이 밝은 분위기였는데 요즘은 어둡고 분위기 있는 게 유행이에요. 또 글이 사진보다 중요도가 높았다면 이제는 글보다 사진 보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내가 찍은 사진이 올라갈 수 있는지 없는지. 저는 그런 얘기 들으면 항상 물어봐요. “사진이 진실일까. 거짓일까? 사진이 거짓말을 할까?” 그러면 아이들은 항상 사진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대답하는데 사실 사진은 거짓말을 하거든요. 되게 중요하고 재밌고 순기능도 있지만 SNS의 안 좋은 부분들에 대해 얘기해줘요. 사진이 악용되는 상황들도 있잖아요. 예전에 있었던 사건의 기사라든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SNS가 활발해지면서 일부러 더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성경
SNS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에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지구 건너편의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단점도 있거든요. SNS는 엄청 화려하고 그런 모습만 보여주니까 나도 화려한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고 핫한 곳에만 가고 화려하지 않으면 정상적이지 않은 삶을 사는 것 같고 그게 SNS가 무서운 이유에요. 선미가 사진은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는데 그 사진들은 다 거짓일 수 있어요. 같은 장면이더라도 되게 화려하게 찍을 수 있거든요. SNS의 화려함을 따라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만의 일상을 담는 법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성경
최근에 문득 생각한 게 사람들 앨범의 삭제된 항목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의 진심이 보이지 않을까 싶거든요.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삭제하게 되니까 재밌을 것 같아요. 잘못 끌어내면 굉장히 예민한 문제이기 때문에, 본인이 가져와서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요. 삭제할 때는 이게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지우는데, 사실은 이게 진짜 내 모습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진이 진짜 즐거운 순간만 간직하고 싶어 하지. 슬픈 순간은 간직하고 싶어 하지 않는 거예요. 그게 또 슬픈 부분 중 하나에요. 긍정적인 모습과 행복을 찾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슬픈 과거를 사진으로 담고 꺼내려고 하지 않거든요.
 
선미
슬플 때 사진을 찍으면 주변에서 욕을 많이 먹어요. (웃음) 저희 할머니 돌아가셨을 때 전 너무 슬펐어요. 할머니랑 같이 살았거든요. 장지에 갔는데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 사진을 찍었다가 엄청 욕을 먹었던 적이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제정신이냐.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럴 수 있어요. 저는 너무 슬펐고 몇 장이라도 찍어서 나중에 이 사진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는데 욕을 먹었죠.
 
성경
작가들 중에는 에이즈 걸린 환자들의 죽는 장면까지 찍는 작가도 있고, 부모님이 죽는 장면을 찍은 작가들도 있는데, 생각해보면 저만 해도 그런 사진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 자체도 슬픈 장면을 담고 싶지 않았어요. 소똥과 충현은 어떠세요?
 
소똥
보통 슬픈 기억들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게 되는데 사진으로 보면 확 이입이 되고 몰입이 되잖아요. 더 우울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것 같아요. 그런 사진을 찍는 용기는 또 다른 용기 같다는 느낌도 들고요.
 
선미
예전에는 사진에 미쳐있어서 그랬는데, 지금은 안 그럴 것 같기도 해요.
 
충현
생각해보면 정말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건 있죠. 그땐 좋았는데 지금 보면 되게 슬퍼지는 사진들. 예를 들면 가족사진 찍었는데 가족이 죽었다거나, 연애하면 사진을 엄청 많이 찍으니까.
 
소똥
헤어지고 난 뒤에. (웃음)
 
충현
일종의 단계잖아요. 사진 지우는 거.
 
성경
추억을 지우는 거죠.
 
충현
맞아요. 그런 경우는 있는데 정말 슬픈 순간에 사진을 찍진 않았던 것 같아요. 사진을 찍는 게 겉에서 보기에는 되게 이성적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 상황에 사진을 찍어?’ 이렇지 않을까요?
 
성경
그래서 문제가 되는 사진들도 많이 있었잖아요. 전쟁터에서 아이가 혼자 죽어가고 있는데 찍은 사진이라던가.
 
선미
그게 또 퓰리처상을 받았잖아요. 그래서 더 논란이 됐었고.
 
충현
그런 것 같아요. 저도 만약 그 순간에서 사진 찍는 사람을 봤으면, 미쳤나? 라는 생각을 했을 거예요. 근데 그 사진이 어떻게 보면 굉장히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는 거니까, 그래서 어려워요. 그 아이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선미
그 아이는 결국 죽었어요. 작가도 자살하고. 죄책감 때문에요.
 
성경
어떻게 보면 사진은 행복한 순간을 담아야 하는 게 맞나 봐요. 그래야 사람들이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가고요.

<이야기하고 있는 선미, 성경과 커피 마시는 소똥>
선미
다시 SNS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까 그 질문도 있었죠. SNS는 뮤지엄 스튜디오의 뮤지엄이 될 수 있을까요?
 
성경
, 될 수 있죠. 뮤지엄 스튜디오에서 뮤지엄이라는 것이 큰 의미의 박물관이나 갤러리의 의미보다는 1인 갤러리를 뜻하거든요. 저희가 있는 상상캠퍼스 사무실 안에 1인 갤러리를 만들어드리는 것이 제가 꿈꾸는 사업 중에 하나에요. 그런 의미에서 SNS도 하나하나가 뮤지엄이지 않을까 싶어요. 박물관처럼 영원히 소장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니까요.
 
소똥
전시하거나 남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거대한 전시장이 아니더라도 쉽게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뒷북에서도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해요. 좀 더 개방적으로 본인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성경
맞아요. 그런 중간 역할.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공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전문 작가는 아니더라도 몰두해서 만든 작품들의 값어치를 매겨주고 싶었어요. 우리나라가 작품에 값어치에 대한 인지가 없잖아요. 지인에게 단돈 천원, 만원으로 팔더라도, 값어치를 받는다는 느낌으로 연결해주는 상상을 하고 있어요.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성경
저는 청바지에 티를 많이 입어요. 강사하면서 정장을 입어야 할지 생각도 했었는데 오히려 참가자들이랑 거리가 생길 것 같아요. 사진이 일단 활동이어서 불편한 옷은 잘 안 입어요.
 
선미
저는 그냥 편한데 성경과는 달리 청바지에 티는 안 입어요. (웃음) 편하지만 그래도 격식 있는? 수업할 때 입는 옷이 따로 있어요. 그냥 라운드 티는 안 입는 것 같아요. 원래 어두운색이 많은데 그래도 오늘은 인터뷰한다고 밝은 옷을 입었습니다.
 
성경
원래 입지 않는 옷을 입으면 너무 불편할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오늘도 그냥 편안하게 내 모습 그대로 왔어요.
 
선미
저는 사실 오늘 저다운 복장으로 와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성경이 말을 안 해줘서.
 
성경
나도 생각 많이 안 했어.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이 너야. 알겠지? (웃음)

<밝은 옷을 입은 선미와 편한 옷을 입은 성경>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먹고 살 만 하신가요?
선미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맛있는 거 먹는 걸 좋아는 해요. 제 인생에서 맛있게 먹고, 즐겁게 먹고 이런 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고 하다 보니까 챙겨 먹게 되고,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성경
저는 꼭 식사를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먹는다는 생각은 없고 두 끼 정도는 먹고 한 끼는 든든하게 먹는다는 생각은 있어요. 누군가를 만나서 맛난 걸 먹고 디저트 먹고 대화 나누고 하는 건 너무 좋아요. 혼자서 먹는 건 재미없잖아요. 근데 어느 순간 혼자 먹는 때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먹방을 보면서 먹는 경우가 많아요. 먹방 보면서 먹으면 더 맛있더라고요.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성경
저흰 일 얘기 많이 해요.
 
선미
근데 일 이야기라고 해서 그런 일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같은 활동을 하니까 일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들어주고 공감하는 거예요. “어떻게 일을 하자.” 보다는 이런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들을 많이 나누죠.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것들? 서로 공감해줄 수 있으니까요.
 
성경
최대한 즐겁게 그 순간을 보내려 해요. 저희가 만난 기간이 오래됐다 보니까 오랜만에 만나도 할 얘기가 많고 편해요. 서로 이야기 들어주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같이 여행도 가고 그래요. 서로에게 도움도 되고 공감이 많이 돼요.  
💭 뮤지엄 스튜디오의 하반기 계획과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성경
하반기 계획은 상반기에 짜놓은 스케줄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고 난생처음꿈지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생각의 틀을 깨고 지금까지 했던 사업과는 다르게 많은 기회를 주고 계셔서 잘 마무리해보고 싶죠. 하반기는 마무리하는 단계여서 수업하는 것들에서 전시 같은 걸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많이 할 것 같아요.
 
선미
하반기나 내년 초에 저희 전시 하나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경
맞아요. 전시도 하나 해야죠.
 
소똥
두 분의 전시인가요?
 
선미
. 개인 작품 전시. 하반기가 되니까 지치기도 하고 그래요. 하반기는 실수 없이 마무리 잘하는 쪽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뮤지엄스튜디오가 직접 찍은 사진.>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선미
꿈지 사업 참여하시는 분들 한 번 만났었는데 그때 보니까 다들 젊으시고 아이디어도 좋으시고 그런 분들이 많으셔서 힘내셨으면 좋겠어요.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셔가지고요. 저희도 엄청 오래되진 않았지만 하다 보면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그분들 얘기 들었을 때 새로운 생각도 많이 했고 네트워킹이 잘 되면 서로 잘 이어지고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성경
결국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대화가 공감이 되고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만날 수는 없지만, 마지막에라도 만나서 서로에 대한 경험들 많이 이야기하고 해보고 싶어요.
 
선미
인터뷰에 참여하는 공간서커스 살롱 프로그램을 주변에 소개해서 아는 분이 신청했어요. 서커스 단원이 되는 게 꿈이래요. 근데 진짜 될 것 같아요. 너무 유연하고.
 
성경
분야가 다 다른데 서로 소통해서 도와줄 수 있는 뭔가가 있지 않을까요?
 
선미
저희만 해도 같이하고 싶고 도와주고 싶고 그랬는데 그다음에 만날 기회가 없어서, 해줄 수 있는 게 연결해주는 것밖에 없어요. 나중에라도 만나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소똥
협업도 만나서 해야 하잖아요. 조금씩 여러 번 만나는 게 중요한데 그 꺼리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응원이 중요하죠.
뮤지엄스튜디오 인터뷰: 슬픈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용기. 끝.
님😼

해당 뉴스레터를 읽고 뮤지엄스튜디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작성해주세요!
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인터뷰 기획: 청년협동조합 뒷북 @doitbuk_official
  • 인터뷰 참여: 뮤지엄스튜디오
  • 사진: 안성경, 문선미
  • 장소: 경기상상캠퍼스 뮤지엄스튜디오 사무실
  • 인터뷰 발행일: 202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