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라잎스페이퍼는 경기문화재단의 ‘난생처음꿈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18개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18개 단체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아내고자 합니다. 7월 9일부터 9월 17일까지 매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한 데 모여있는 그림자 인형들>
(주)인트리: 그림자극의 무한한 매력을 어떻게 뽐내고 계신가요?
  • 인터뷰이: 경민, 혜림, 행란
  • 인터뷰어: 충현, 소똥
  • 인터뷰 편집: 소똥
인터뷰가 끝난 후에 소똥과 충현은 그림자놀이를 했다.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소똥과 충현의 그림자 인형은 스케이트보드 타듯이 걸어 다녔고, 목소리와 입 모양이 따로 놀았고, 춤을 추듯 정신없이 팔을 움직였다. 어색하고 산만하기 짝이 없었다. 

산만했던 소똥과 충현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혜림이 비추는 조명 아래, 행란과 경민의 그림자들이 뛰놀았다.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입체적이었고 자연스러웠다. 검은 그림자가 이렇게 매력적일 수 있구나. 곧바로 수긍했다.  

"우리나라 그림자극 장르에 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그림자극 연구보고서를 냈어요그랬던 이유는그림자극이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충현과 소똥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자극이 뭐냐고 물어봐요심사를 보러 갈 때도 그림자극에 대해 먼저 설명해요난생처음꿈지사업 심사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그럴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예술팀이 거의 없어요한국 최초의 그림자극단이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극단이고저희도 거기서 처음 배웠어요동아리나 교회 모임에는 존재하지만전문적인 극단으로 운영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림자극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그림자극이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본문 중-

인트리가 조명하고 싶은 그림자는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모두 '그림자'라고 답했다. 인트리는 그림자극이 예술 장르로 자리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극단으로 잘 먹고살기 위한 고민 역시 치열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경민은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혼자만의 꿈을 다른 팀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농담삼아 말했다. 다른 팀원들의 생각이 어떨지 모르지만, 다들 거부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일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소망할 것이다. 경민의 꿈처럼,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어 그림자극의 무한한 매력을 널리 널리 뽐낼 수 있기를 바란다. '잘 먹고 잘사는' 그림자극 할머니. 
   
-소똥-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그림자극을 연습하는 벽 앞에서. 혜림, 행란, 경민>
경민
인트리는 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야기를 그림자극으로 창작해요. 문화다양성이나 유아생명사랑존중극, 미세먼지 예방교육극 같은 사회적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그림자극은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처음 접했어요. 한국에서 제일 큰 그림자극단의 공연을 보고 우리도 그림자극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재미있는 그림자극 말고,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만들고 싶어서 사회적기업이 됐어요. 그림자극 파트도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탈놀이아트라는 교육도 진행하고 있어요.
 
경민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온 케이스에요. 그림자극을 1도 모르면서 그림자극을 시작했어요. 저는 심지어 예술가도 아니고 전공도 아니에요. 15년 정도 일본어 통역사와 일본 기업체 외국어 강사로 일했어요. 대학원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면서 교육컨설턴트로 쭉 일했어요. 유치원에 스마트폰 중독예방 수업을 하러 갔는데 충격을 받아서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교육을 만드는 전공이었기 때문에 준비를 열심히 하고 수업하러 갔어요. 아이들이 절 보자마자 영상 먼저 보여주세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충격이었어요. 열심히 준비했던 영상을 안 보여주고 완전히 새롭게 수업을 진행했어요. 어른들이 무심코 던져준 스마트폰 때문에 아이들이 놓치고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아날로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아날로그적인 것을 채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림자극을 과감히 시작했어요. 그림자극을 선택한 이유는 멋진 예술장르이면서 불편한 장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불편해서 싫다고 거부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생각해보면 상상력이나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을 줄 수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어요.
 
혜림
어쩌다 보니 인트리에서 젊은 피를 담당하고 있어요. 젊은 피 답게 이것저것 다 하고 있어요. 서류작업도 하고, 음향과 조명담당이기도 해요. 원래는 영양사 일을 했었어요. 발달장애인 바리스타 교육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거 하며 지내고 있어요.

<젊은 피를 담당하고 있는 혜림>
충현
어쩌다 인트리에 합류하셨어요?
 
혜림
우연치 않은 계기인데요. 경민 대표님이 보험을 할 때가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트레이너였고, 대표님이 트레이닝 받는 역할로 두 분이 만났어요. 그때 제가 일본 워킹홀리데이 중이었어요. 대표님은 일본에서 유학도 하시고 일본어 강사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어머니께서 저희 딸이 일본에 있다고 하니까 대표님도 언제 한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고, 그 이후에 어찌저찌해서 서로 만났어요.
 
경민
혜림은 어쩌다 만났다고 했지만 저는 기다렸어요. (웃음) 우연히 만난 것 같겠지만, 아니었습니다.
 
혜림
일본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후, 붕 떠 있는 시기에 대표님을 만났어요. 대표님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분야는 해볼게요.”라고 말 한 뒤부터 코가 꾀어가지고. (웃음)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트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경민
혜림에게 무한한 재능이 있어요. 혜림은 식품영양학 전공과 무관하게 기계도 잘 다루고, 피아노도 잘 쳐요. 다재다능해요. 예술적 재능을 제가 발굴해줬어요. 심지어 성우도 해요.
 
행란
 ‘내가 20년 이후에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는 중에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알게 되었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 사업 중 하나가 그림자인형극이었어요. 학창 시절에 촌극부에서 활동하기도 했었거든요. 낯가림이 있지만, 연기하는 걸 좋아했었나 봐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그림자인형극 배우로 참여했는데 무대 앞에 안 나가도 되고, 사람들과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 저에게 딱 맞었어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는 그림자인형극이 봉사활동이었어요. 봉사로만 진행하기에는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돈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몇 군데 안 되는 곳에서 소수의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했거든요. 사업을 하면 더 많은 아이들에게 그림자인형극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대표님을 만났어요. 시기와 생각이 맞았어요.
 
충현
이제는 안 맞나요? (웃음)
 
행란
지금도 잘 맞아요. 지금 더 잘 맞네. (웃음) 대표님과 이야기하고 인트리에 합류하게 되었어요.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돈은 아니에요. 내가 즐길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래서 이 일을 하게 된 거죠. 저는 꿈을 이뤘어요.
💭 그림자극이 무한한 매력이 있는 장르라는 것을 널리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림자극의 무한한 매력을 알고 싶습니다. 인트리는 그림자극의 무한한 매력을 어떻게 뽐내고 계신가요?
경민
보통은 그림자를 단면적으로 생각해요. 저희가 그림자 인형을 들고 있을 때는 충현과 소똥은 이렇게 만드나보다.’라고 생각했을 텐데, 빛을 비추는 순간 !’하는 게 있어요. 그게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그냥 보여지는 것 말고, 무언가에 반응해서 또 다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장르가 그림자극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인형극으로 진행하지만, 인형극 외에 바디쉐도우나 핸드쉐도우처럼 다양한 방법들도 있어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하고 나타나서 다르게 표현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혜림
사실 저는 그림자극에 아무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그림자를 비춰서 뭔가 하는 거라고 단면적으로 생각했는데, 인트리에서 그림자극을 직접 보니까 생각의 사고가 깊어지는 느낌이랄까요. '내가 생각했던 게 층이 얇았구나. 더 깊은 세상이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림자라는 자체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행란
그림자극은 움직이는 대로 작품이 되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표현되어지는 것 같아요. 또 그림자는 빛에 따라서 다양하게 보여요. 빛을 가까이서 쏘거나, 멀리서 쏠 때마다 다르게 보여요. 사람도 똑같아요. 사람과의 삶, 살이, 관계와 다르지 않아요. 그래서 인생 같아요. 그림자극을 하다 보면 그런 느낌들이 있어요. 그래서 더 매력적인 거죠.

<그림자의 매력을 뽐내고 있는 인트리>
💭 그림자는 보통 감춰져 있는 영역인데, 그림자극에서는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해 그림자를 이용합니다. 인트리가 조명하고 싶은 그림자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행란
그림자는 희망이에요. 어둠 속에 빛을 비추기 때문에 희망인 거죠. (웃음)
 
충현
그림자는 희망이다.
 
행란
그럼요. 그림자는 희망이죠. 그리고 그림자는 과학이에요.
 
충현
그림자는 희망이자 과학이다.
 
행란
인형을 제작하는 과정이나 교육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과학적이에요.
 
경민
일반적으로는 후레쉬를 쏘면서 그림자를 가지고 놀죠. 그런 놀이는 집에서 다들 한 번씩 경험해봤을 겁니다. 그걸 예술적으로 표현한다는 건 쉽게 접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죠. 그 안에는 예술적인 감성이 많이 필요해요. 혜림 선생님이 그림자에 맞는 배경을 그리며 시각효과를 주고, 성우와 배우들은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연극을 하죠. 저희는 인형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지만, 다른 것도 시도하고 싶기는 해요. 인형극의 한 장르로만 볼 것 같아서요. 그림자극의 매력이라기보다는 인형극의 한 장르로만 볼 수 있는 거죠. 그림자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려 고민하고 있어요.
 
경민
우리나라 그림자극 장르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예비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 그림자극 연구보고서를 냈어요. 그랬던 이유는, 그림자극이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에요. 충현과 소똥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림자극이 뭐냐고 물어봐요. 심사를 보러 갈 때도 그림자극에 대해 먼저 설명해요. 난생처음꿈지사업 심사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럴 정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예술팀이 거의 없어요. 한국 최초의 그림자극단이 지금까지 유일하게 생존해있는 극단이고, 저희도 거기서 처음 배웠어요. 동아리나 교회모임에는 존재하지만, 전문적인 극단으로 운영되는 곳이 없기 때문에 그림자극을 많이 알리고 싶어요. 그림자극이 예술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충현
인트리가 조명하고 싶은 그림자는 그림자네요.
 
다같이
맞습니다. 그림자입니다. (웃음
💭 돈을 못 버는 직업이라도 즐거우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회사를 설립했다고 소개해주셨습니다. 늙어서도 일 할 수 있는 곳,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는 것이 새로운 장래 희망이라 소개해주셨습니다. 주식회사의 설립 과정이 궁금합니다.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과 지원이 필요할까요?
경민
일단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는 건 저의 욕심이에요. 그래서 다른 팀원들에게 제 꿈을 강요하고 있어요. (웃음)
 
경민
처음에는 좋은 일 하는 게 목표였어요. 어떤 좋은 일을 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사회적기업을 알게 됐어요. 2018년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밟았어요. 그 이후에는 사회적경제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평택시에 있는 창업지원사업과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지원받았어요.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왔어요. 창업지원을 받을 때부터 지금 팀원들을 만났어요. 2020년에 주식회사로 법인을 설립하고, 21년에 문화체육관광부 경기형 예비사회적기업이 되었어요
 
경민
주식회사로 전환했을 때, 처음에는 비난을 받았어요. "문화예술 하면서 주식회사가 왠 말이냐, 예술을 하면서 돈 벌 생각하지 말라." 이해가 안 되는 건, 제가 처음부터 예술가는 아니었지만, 예술가도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술가는 태생부터 예술 감각을 뿜어낼 수도 있지만, 우리같이 뒤늦게 예술 감각을 발현할 수도 있잖아요. 예술을 통해 좋은 일을 하면 좋은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쨌든 욕을 많이 먹었고 그때 혼란스러웠어요. ‘돈을 벌면 왜 안 되지?’ 저는 회사의 형태를 갖추어야 돈을 버는 것에 욕심을 가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기업을 바라지도 않지만, 저와 직원들이 편하게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는, 그런 욕심은 가지자고 이야기했어요.  

<본인과 직원들이 편하게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버는, 그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경민>
충현
좋은 그림자극 할머니가 되기 위한 방법도 궁금해요.
 
경민
매출로 따지면 그림자극은 정말 작아요왜냐면 그림자극은 돈보다는 사회적 가치로 얻는 부분이 커요저렴한 비용으로 공연하면 안 된다고 예술가들에게 이야기를 자주 들었어요. 그건 예술시장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맞는 말이죠저렴한 비용으로 공연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비용이 저렴해지면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요그래서 그림자극으로는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요인트리의 다른 한편에는 교육이 있어요교육사업이 금전적인 부분을 매꿔주고 있어요나중에는 그림자극이 더 많은 아이들이 접했으면 좋겠어요저만의 꿈이지만 그림자극 학교를 만들어서 상시로 드나들며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행란
문화예술공연자이면서 문화예술교육자라는 타이틀이 저는 좋아요선생님의 꿈도 있었거든요연기도 하고선생님도 하고. (웃음
💭 그림자의 색도 검정색이지만, 인트리의 단체복도 검정색이라고 소개해주셨습니다. 인트리의 검정색은 무궁무진한 색깔인 것 같습니다. 검정색은 여러분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인트리의 단체 사진>
경민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단체복인데요. 극단을 처음 만들 때 단체복을 빨리 만들고 싶었어요. ‘우리는 하나라는 소속감을 가지고 싶었어요. 연극은 함께 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표현하고 있는 색깔이 검은색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해주는 색이 검은색인 것 같아요.
   
혜림
고등학교 때 방송부 엔지니어였어요. 그때 활동할 때도 검은색 옷을 많이 입기도 했어요.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촬영할 때 검은색 옷을 많이 입잖아요? 숨기 위해 검은색 옷을 입어요. 저보다는 배우들과 그림들이 드러나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를 감추는 의미에서 검은색 옷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경민
단체복을 입으면 딸이 개미 같다고 놀렸는데, 요즘에는 "공연하러 가? 어디가?"라고 말해요. 내 일에 대해 궁금해 해주는 옷이 되었어요. 지금은 저한테 자유로운 복장이자 뿌듯한 복장입니다.

행란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 검정색으로 하나가 되죠. 그림자극에서는 여러 다른 생각들이 모여 하나의 생각으로 작품이 된답니다. 저는 그림자극을 위해 밝은 머리색을 검은색으로까지 바꿨어요. 

(다른 일정이 있어서 행란님은 떠났다.)  
💭 가장 당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인터뷰 할 줄 몰랐던 경민과 행란, 단체복을 입고 온 경민>
경민
예전에는 강사였기 때문에 정장 차림의 옷을 15년 동안 입었어요. 하이힐도 신었고요. 그걸 벗어내기가 어려웠어요. 그 옷을 입었던 시절이 그립지는 않아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요. 그 옷들이 지금은 불편해요. 오늘은 단체복을 입고 왔어요. 이 옷을 입으면 인트리 대표이자 그림자극 하는 사람으로 저를 바라봐줘요. 홍보도 되고요.
 
충현
혜림님은 오늘 당신다운 복장을 입고 와달라는 요청을 알고 계셨나요?
 
혜림
몰랐어요. 사실 제가 인터뷰 자리에 앉아있을 줄 몰랐기 때문에. (웃음) 아마 저도 나다운 복장을 꼽으라면 검은색 옷이 아닐까 싶어요. 영영사 일을 지속하고 있었다면 흰 가운이 저다운 복장이었을 텐데, 그림자극을 하는 지금은 검은색 옷인 것 같아요. 흰색 옷에서 검정 색 옷으로 완전히 바뀌었네요. 그때는 더러워지면 안됐는데, 이제는 드러나면 안 되기 때문에.
 
경민
인터뷰 일정이 연기되기 전에 다들 모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다들 까맣게 입고 왔어요. 한 분만 흰색 옷을 입었어요. 그림자극 수석배우인 서희경님이세요. 저희에게 그림자극을 알려주는 분이에요. 그림자극을 알려줄 수 있는 분이 흔치 않은데, 지금은 감사하게도 저희 직원으로 계세요. 좋은 기회를 얻었죠.

<인트리의 단체 사진>
충현
대표님이 사람들을 섭외하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소똥
해적 선장 같아요루피처럼너 내 동료가 되라!
 
혜림
대표님이 신뢰가 가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웃음낮고 조곤조곤한 목소리.
 
경민
저는 진심을 전했다고 생각해요그림자극에 대한 절실함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해야 돼요.”  
💭 올해 새로운 사무실로 이사를 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이사한 공간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공간을 새로 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계획과 상상을 주고받았을 것 같은데, 새로운 공간에서 어떤 것을 꿈꾸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경민
창업하고 이사를 4번 정도 했어요. 평택시사회적경제마을공동체지원센터 사무실에 있는 테이블 한 칸에서 시작했어요. 그때 당시 작은도서관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연습을 작은도서관에서 했어요. 두 번째 장소는 사무실이 이전하면서 저희도 같이 이전했어요. 저희 공간은 사무실 한 칸 그대로였어요. 그래도 회의실이 생겨서 회의는 회의실에서 했어요. 연습은 계속 도서관에서 했고요. 사무실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는 부랴부랴 월세 40만 원 공간에서 1년도 안 지내다가, 사회적기업 공간지원사업을 통해 지금 이 곳에 왔어요. 완전 좋아요.

<현재 공간은 연습공간과 사무공간이 모두 넉넉했다. 햇빛도 넉넉하다.>
충현
왜 평택에 계세요예술하기에는 사실 서울이 좋잖아요평택에 계시는 이유가 있나요?
 
경민
저는 평택사람은 아닌데젊었을 때 평택에서 기반을 다졌어요결혼도 하고아이도 낳고일도 해서 고향 같은 느낌도 있어요반면에 지금은 평택이 개발되기는 했지만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중심만 벗어나면 다 시골이에요저는 여기 있는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평택이 중심이었어요평택에 문화재단이 생겨서 문화재단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을 꼬물꼬물 계획하고 있어요아직 떠날 계획은 없지만떠나보고는 싶어요이사 말고 여행같이예전에 춘천에 그림자극 체험수업을 간 적이 있는데 좋더라고요단원들과 평택 말고 멀리 떠나본 적이 없어서 좋았어요.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경민
팀원 중에 제 기준에는 신기할 정도로 음식을 잘 챙기는 사람이 있어요. 그 선생님과 혜림이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저는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혜림
저는 고등학교를 조리 고등학교로 나왔고,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어요. 음식에 대해서 조금 알다 보니까 해외 식재료나 향신료 같은 걸 이야기하면 대표님에게는 새로운 세계인 거죠.
 
경민
저는 먹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요새는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최근에 팀원들끼리 점심을 같이 먹고 있어요. 주변에 편의점이 있어서 편의점 쇼핑을 자주 하는 편이에요.
 
혜림
먹는다는 행위가 저에게는 반 평생 관심 있었던 분야였어요. 처음에는 맛있게 먹기가 목표였죠. 조리고등학교 다닐 때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게 목표였고요.
 
충현
요리를 진짜 잘하시겠어요.
 
혜림
그냥 해요. (웃음)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다 보니 혼자 요리를 해먹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밀가루 반죽을 TV 스피커에 발라놨어요. (웃음) 그걸 빼겠다고 젓가락 쑤시다 혼났던 기억이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제가 요리에 관심 있다는 걸 엄마가 알고 있는 덕분에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제과제빵을 배웠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제과 자격증을 땄어요. 엄마가 먼저 조리고등학교 진학을 추천해서 고등학교를 조리고등학교로 진학했어요. 대학교는 사실 전문대를 가려고 했지만, 담임선생님이 식품영양학과를 추천해서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했어요. 먹는 거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학과에요. 맛있는 것과 비영양적인 것의 비례관계가 있거든요. 먹는 걸 늘 고민해요. 내가 행복하게 먹을 것인가 몸이 행복한 걸 먹을 것인가. 7년을 공부했지만 답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어려운 평생의 시험과목 같아요.
 
혜림
먹는 거에 얼마나 관심 있냐에 따라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것 같아요. 밥을 먹으면서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하면 내가 나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구나, 생각하게 돼죠.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요리를 하는 동안에는 세상만사 고민하는 잡생각이 없어져서 좋더라고요. 제과제빵 시험시간이 4시간 30분 정도 되는데, 온전히 혼자서 해야 해요. 요리하는 그 시간 동안 오롯이 요리에만 집중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경민
혜림이 가끔씩 빵 만들어서 나눠주는데 맛있어요.
 
충현
혜림님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무엇인가요?
 
혜림
자신 있는 건 없어요. 다 그냥 해요.
 
충현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그냥 다 한다고 하잖아요. 그게 고수의 바이브인 것 같아요. (웃음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혜림과 요새 먹는 거에 재미를 느끼는 경민>
💭 밥을 먹으며, 술과 커피를 마시며 가장 많이 나누는 이야기 주제가 무엇인가요?
혜림
저희끼리 술을 마시지는 않아요. 이야기는 주로 음식 사 온 거에 대한 이야기나 서로의 가족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 같아요.
 
경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밥 먹을 때인 것 같아요.  
💭 난생처음꿈지를 통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경민
아직 난생처음꿈지 수업을 진행하지 못했어요. 대면으로 진행하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어요. 최근에 경기문화재단에서 수업 진행해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어쩔 수 없이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할 것 같아요.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진행하며 저에게 생각의 변화지점이 있었어요. ‘문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어요. 난챙처음꿈지의 첫 수업계획은 경기 꿈의학교 수업계획서와 비슷하게 준비했어요.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했죠. 첫 멘토링 때 동준 멘토님을 만났어요. 저와 같은 전공이더라고요. 멘토링에서 인트리가 하고 싶은 걸 시도해보라는 조언을 받았어요.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저의 질문에 동준 멘토님이 "삶인 것 같아요."라고 답하시더라고요. 그때 생각이 변화한 것 같아요. 교육컨설턴트로써 문화예술교육을 다르게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그러면 "우리 재미있게 해보자. 축제처럼 해보자.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자."라고 팀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충현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시나요?
 
혜림
미지를 개척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 배웠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인쇄 쪽에서 일하는 분과 이야기를 했던 상황이 있었어요. 일하지 않으면 그 분야의 언어를 알 수 없는데, 어쩌다 보니까 제작 일 때문에 그 분야의 언어로 설명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걸 설명했을 때 배웠다고 느꼈어요. 제가 설명할 수 있을 때 배웠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경민
관심이나 호기심이 발동했을 때 배웠다고 생각해요. 몰랐다가 어느 순간 알게 돼서 더 알고 싶어졌을 때, 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 배웠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 인트리 하반기 계획이 궁금합니다. 

<경민의 자리. 대표의 자리임을 알 수 있었다.>
경민
할 게 많죠. 꿈지를 포함한 여러 지원사업들을 마무리해야 하고요. 그림자극 키트를 제작하기 위해 사업개발비를 확보했어요. 교육용 키트가 아니라 일반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그림자극 키트 제작이 가장 중요한 계획인 것 같아요. 유튜브 채널 개설도 계획 중에 있어요
💭 마지막으로 난생처음꿈지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경민
난생처음꿈지 사업을 좋아해요. 이런 지원사업을 본 적이 없고, 공모할 때부터 좋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면접에서도 다른 팀들과 같이 면접을 보더라고요. 다른 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요. 난생처음꿈지를 통해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이 정말 필요해요. 주변에서 사람을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협업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 여러 팀과 협업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경민
사회적기업으로서 예술인의 일자리 창출을 만드는 비전이 있어요. 상생할 수 있는 길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정말 어디에 계신지 모르겠어요. 2년 동안 인형 캐릭터를 그리는 사람을 찾았는데 도무지 못 찾겠더라고요. 서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재능을 다른 곳에서 발현할 수도 있잖아요. 그림책 주제곡을 만들지만 그림자인형극의 주제곡을 만들어볼 수 있는 것처럼, 같이 모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가난한 사람이 예술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러려면 모여야 하고, 누가 뭐 하는지 알아야 하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트리 인터뷰 : 그림자극의 무한한 매력을 어떻게 뽐내고 계신가요? .  
님!

해당 뉴스레터를 읽고 (주)인트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작성해주세요!
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 사진: 소똥
  • 장소: 경기도 평택시 주식회사 인트리 사무실 
  • 인터뷰 발행일: 2021.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