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 벤치마킹의 허와 실 by jason, KIM
이 글을 읽는 구독자 분들도 벤치마킹이 본인 업무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입니다. 게다가 연말이 다가오고 있으니, 내년 사업계획 수립 또는 인사제도 개편을 위해서 현재 그 비중이 더욱 높아진 상태가 아닐까 추정합니다. 본래 벤치마킹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타사에서 배우는 혁신 기법입니다. 복제나 모방이 아니라, 타사의 제품/서비스/제도를 분석한 후 우리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20여 년간 경험한 벤치마킹은 혁신보다는 단순한 타사 사례 조사에 가까웠습니다.
보통 벤치마킹은 경영진이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봤어?”라고 묻는 말로 시작됩니다. 또,
유난히 벤치마킹을 좋아하고 중시하는 회사와 리더들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컨설팅을 시작했던
시절에는 “삼성은 어떻게 해요?”가 고객들이 가장 자주 물었던
질문이고, 그 후 글로벌 경영이 유행하던 시절에는 “GE는
어떻게 해요?”가 FAQ 1위가 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황당하지만, 모 그룹사에서 GE의 HR에 관한 모든 것을 벤치마킹하라는 프로젝트를 발주한 적도
있습니다. 저도 벤치마킹이 중요하다는 것은 압니다. 벤치마킹 결과는 제도를 변경하거나 새롭게 개편할 때 안전장치가 되어 줍니다.
경영진도 우리보다 더 크고 좋은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면 안심하고 쉽게 결정을 내립니다. 그래서
실무자에게도 벤치마킹은 만능 키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벤치마킹에만
집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창의와 혁신을 외치면서, 벤치마킹이 결국은 복제와 모방을 강요하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제로베이스 사고(zero-based thinking)를
잘하는 인재보다, 여러 회사를 떠돌아다닌 덕분에 인맥이 넓은 구성원이 벤치마킹을 잘해온다고 더 큰 인정을
받는 어이없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가 생각하는 벤치마킹에 관해 사실적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벤치마킹은 HRer의 벤치마킹이니, 주로 인사제도나 시장임금에 관한 벤치마킹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벤치마킹 방법 방법1. 인터넷 검색을 통한 문서, 신문 기사, 홈페이지
조사
제일 쉽고 빠른 간편한 방법입니다. 벤치마킹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누구나 일단 Google부터 여는 것이
보통이죠. 예를 들어, 우리 경쟁사인 A사의 인사제도가 궁금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보통은 A사 홈페이지를 가보지 않나요? 특히 채용 홈페이지에 가면 대강의
인사제도에 관한 내용이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유명 기업을 조사해야 하면 어떻게 하시나요? Apple社가 궁금하다면요? Apple社, 하다못해 스티브 잡스에 관련한 책을 사서 보거나 신문 기사를 검색해서 봅니다. 요즘 핫한 회사라면, 신문 기사만 검색해도 인사제도에 관한 내용이 우르르 나옵니다. 그런
회사라면 최근 이슈까지 신문 기사에서 다루니 쉽게 접근 가능합니다. 제가
이 방법이 나쁘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방법으로 얻어진 정보는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정보가 파편화되어 있거나, 아니면 외부로 노출된 것과 현실이
다른 경우가 상당히 많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사람이나
회사는 좋은 이야기는 밖으로 많이 해도, 나쁜 이야기는 감추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 모 회사가 새롭게 직급체계를 개편한다고 신문에서
떠들어댔습니다. 우선, 그 신문 기사의 내용 자체가 오보였습니다. 기자가 잘못 받아쓴 내용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그 기사가 나간 후
그 직급체계 개편 작업 자체가 취소됐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후속 기사는 한 줄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수많은 HRer가 그 회사의 직급체계가 그렇게 바뀐 줄 알고
있더라고요. 방법2. 발로 뛰는 조사와 직접 인터뷰
앞의 조사 방법이 자기 자리에 앉아 키보드질(?)로 정보를 얻는 것이라면, 이 방법은 발로 뛰어서 사람을 만나
정보를 얻는 것입니다. 머리와 몸이 함께 고생하는 방법이지만, 조사
대상자만 잘 확보한다면 깊이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합니다. 저는 이 벤치마킹 방법을 선호하지만, 이게 또 쉽지는 않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몸이 힘듭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죠. 만나러 가는 데 교통비도 듭니다. 더 큰 문제는 조사 대상자를 아예
확보할 수 없을 때입니다. 내 인맥 내에서 좋은 Interviewee를
찾을 수 있으면 어떻게든 부탁이라도 해보는데, 아예 인맥 안에 없으면 친구의 친구, 사돈의 팔촌까지 동원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러면 상당히 피곤해지죠. 또, 가끔은 애써서 Interviewee를
확보해서 찾아갔는데, 이 분이 아는 것이 별로 없거나, 아니면
아는데도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방법3.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 및 데이터 구입 컨설팅 회사는 이런저런 프로젝트 중에 취득한 정보가 많이
있습니다. 또한, 아예 패널 서베이 같은 형태로 조사를 해서
정리해둔 자료도 있습니다. 이런 자료나 데이터를 구입해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시장임금조사 데이터이죠. 외국계 회사는 이 데이터가
있어야 다음 해 기본급 인상률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구매하더라고요. 이 자료로 벤치마킹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돈만 내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간편할 뿐만 아니라 나름대로 공신력 있는 정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료/데이터에도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합니다. 위에서 제가 말한 단점과 위험성도 이 자료에 그대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해외 유명 기업의 인사제도를 잘 정리해놓은 벤치마킹
보고서가 있다고 칩시다. 해당 컨설팅사의 컨설턴트가 그 기업들에 직접 방문하거나 그 회사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정보를 얻어서 정리한 결과물일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료 조사 결과를 정리한 것일 겁니다. 그러면
귀사에서 직접 조사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좀 세련되게 문서 정리를 한 정도 아닌가요? 벤치마킹 잘하는 꿀팁 1. 벤치마킹 대상 회사와 주제의 선정에 신중하십시오.
저희 회사에 벤치마킹을 의뢰하시는 고객 중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면 저는 의뢰를 거절합니다. 이러면 끝도 없기 때문입니다. 벤치마킹을 잘하려면, 어떤 회사의 어떤 점에 대해 벤치마킹해야 하는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 범위가 좁고 적을수록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10대
기업의 인사제도 전반에 대해 조사해주세요”와 “우리와 같은
동종업계 회사 중 상위 3개 사의 평가제도에 대해 조사해주세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벤치마킹 대상 회사를 선정할 때는 “OO 그룹”처럼 범위를 넓게 잡아서는 안 됩니다. 요즘에는 동일 그룹 내 계열사마다
인사제도가 다 다르므로, 80~90년대처럼 “OO 그룹 전체의
인사제도” 같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제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꼭 동종/유사 업계만 벤치마킹하는 것이
맞는가?”를 생각해보라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동종/유사 업계의 HR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산업의 특성상 자연적으로 그렇게 닮아간 것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주기적으로 모방하다 보니 비슷해지기도 합니다. Excel로 비유하자면 순환 참조의 오류에 빠진
셈이죠. 우리 산업과 다른 아예 이종(異種)의 산업에
있는 회사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생각해보세요. 정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하는 벤치마킹이라면
말이죠. 현대카드가 상품과 디자인을 개발할 때 의도적으로 금융회사를
벤치마킹 대상에서 모두 제외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죠. 현대카드는 미술관, 자동차 회사, 잡지사 등 새로운 마케팅으로 주목받는 완전히 다른
산업의 회사만 벤치마킹해서, 지금의 독특함을 만들어냈습니다. 2. SNS를 활용해서 조사 대상자를 구해보세요.
벤치마킹 주제상 꼭 발로 뛰는 조사를 해야 하는데, 내가 그 회사나 업계에 아는 사람이 없다면 SNS를 활용하세요. 효과를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저희 회사는 이 방법을 꽤 잘 쓰고 있습니다. LinkedIn을
보면 자신의 근무 경력이나 현재 재직 중인 회사 및 부서를 적어놓은 분이 많습니다. 내가 벤치마킹하고
싶은 회사에 현재 재직 중인 분이나 최근에 퇴사한 분에게 DM을 보내보세요. 50~60% 정도의 확률로 회신이 옵니다. 인사제도라는 것이 기밀은
아니다 보니, 어느 정도 오픈해서 잘 설명해주는 분이 많습니다. 3. 화상 회의를 잘 활용하세요. 예전 같으면, 인터뷰를
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에서라도 직접 찾아가서 만나는 것이 예의였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이 대세기도 하지만, Interviewee 입장에서도 너무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상 회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화상 회의를 잘 활용하면, 해외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 또는 현지 직원과도 인터뷰를 할 수
있습니다. 벤치마킹이 엄청나게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이죠. 코로나19 덕분에 화상 회의 시스템에 대중화되어 국경이 없어졌으며, 심리적
거부감도 줄어들었습니다. 4. 실패 사례도 찾으세요.
무조건 좋고 밝은 것만 찾는 것이 벤치마킹이 아닙니다. 저는 반면교사(反面敎師),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을 수 있는 사례를 찾아서 면밀히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HRer 입장에서는 본인이 주장하고 싶은
바나 방향이 있을 테니, 잘되고 있는 우수 사례만 찾아서 보고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은 균형(밸런스)이 중요합니다. 5. 모든 것은 기브앤테이크 벤치마킹에 도움을 준 분들에게 꼭 사례를 하십시오. 여기서 말하는 사례는 꼭 돈, 상품권 같은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저는 벤치마킹에 적극 참여하고 좋은 정보를 제공한 분들에게는 꼭 완성된 벤치마킹 보고서를
공유합니다. 물론, 발주한 고객사의 중요한 정보는 제외한
채 공유 가능한 정보로만 재가공한 버전을 제공하죠. 글을 맺으며… 이 글의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벤치마킹은 기업경영에서 중요한 기법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복제나
모방의 동의어가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삼성이 이렇게 한다고 하니 우리도 이렇게 하자”는 이제 유효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회사마다 산업, 역사, 조직문화, 구성원이 다 다른데, 어떻게
어떤 특정 회사가 롤 모델이 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각 사의 HR과
HRer가 주체적이고 창의적이길 바랍니다. ‘우리만의 것’을 만들고 가꾸는 데 집착하길 바랍니다. 그러므로, 벤치마킹은 벤치마킹이고, 남의 회사 이야기는 참고자료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뛰어넘는 우리 회사만의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해 벤치마킹을 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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