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감독 루이 푀이야드는 범죄 멜로드라마 <팡토마>, <흡혈귀 강도단>과 같은 1910년대의 연속극(series films)/연쇄극(serial films)을 만든것으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팡토마>는 총 5편이었고 <흡혈귀 강도단>은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요, 둘 다 당시의 센세이셔널한 시리즈 소설들('펄프 픽션'이라고도 하죠😉)에 자주 등장했던 과학과 기술에 대한 대중의 큰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인에 이러한 요소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푀이야드의 영화들은 저번주에 소개했던 <M>(1931)의 감독, 프리츠 랑에게 크게 영향을 끼쳤고 특히나 그의 <마부제 박사> 시리즈의 연출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푀이야드의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은 흔히 "판타지적 사실주의(fantastic realism)"라는 용어와 자주 연결되어 설명됩니다. "판타지적 사실주의"란 아주 차분해보이는 일상생활 아래 믿기지 않는 모험과 범죄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의 연출방식을 말합니다. (요즘 영화들도 예시로 많이 떠오르네요🤔) 더불어서 예를 들자면 만년필같은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이 사실 알고보면 죽음의 도구로 드러나는 것도 "판타지적 사실주의"의 일부라고 볼수 있죠. 또한 "판타지적 사실주의"의 매우 중요한 요소는 근대 기술인데요, 두 영화속에서는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을 과학/기술을 반영한 도구들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대중들은 자신들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기술들이 일상의 모든 부분에 침투하자 위에서 언급했듯이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탐정과 범죄자 모두가 당시의 최첨단 과학과 기술을 사용하며 쫓고 쫓기는 모습이 이 양가적인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수 있을것입니다.
제가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의 장르가 '범죄 멜로드라마'라고 하였는데요, '멜로드라마'와 '과학 기술'은 참 안어울리는 단어같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 둘은 매우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학자는 '멜로드라마'라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교회와 같이 이전에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었던 것들이 더이상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지 못하면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멜로드라마'속에서 과학과 기술은 잃어버린 의미를 찾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같은 영화속에서 범죄자와 탐정이 과학과 기술을 사용하며 대립하는 모습은 멜로드라마의 필수적인 특징인 선과 악 사이의 선명한 대비 그 자체입니다. 또 영화 외적으로도 멜로드라마의 액션/모험 스토리는 근현대 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었다는 점에서도 멜로드라마와 과학/기술은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마 베프>(1996)는 푀이야드의 <흡혈귀 강도단>을 현대의 파리에서 리메이크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