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찰리입니다.
저번주 토요일까지였던 영화 추천/소개글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구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선정되신 분들께 곧 연락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영화 중 장만옥이 주연으로 출연해서 화제였던 영화, <이마 베프>(1996)를 소개합니다😙
루이 푀이야드와 범죄 멜로드라마 
프랑스 영화감독 루이 푀이야드는 범죄 멜로드라마 <팡토마>, <흡혈귀 강도단>과 같은 1910년대의 연속극(series films)/연쇄극(serial films)을 만든것으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팡토마>는 총 5편이었고 <흡혈귀 강도단>은 1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이 되어있었는데요, 둘 다 당시의 센세이셔널한 시리즈 소설들('펄프 픽션'이라고도 하죠😉)에 자주 등장했던 과학과 기술에 대한 대중의 큰 관심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아서 코난 도일 경의 「셜록 홈즈」 시리즈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원인에 이러한 요소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푀이야드의 영화들은 저번주에 소개했던 <M>(1931)의 감독, 프리츠 랑에게 크게 영향을 끼쳤고 특히나 그의 <마부제 박사> 시리즈의 연출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푀이야드의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은 흔히 "판타지적 사실주의(fantastic realism)"라는 용어와 자주 연결되어 설명됩니다. "판타지적 사실주의"란 아주 차분해보이는 일상생활 아래 믿기지 않는 모험과 범죄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의 연출방식을 말합니다. (요즘 영화들도 예시로 많이 떠오르네요🤔) 더불어서 예를 들자면 만년필같은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물건이 사실 알고보면 죽음의 도구로 드러나는 것도 "판타지적 사실주의"의 일부라고 볼수 있죠. 또한 "판타지적 사실주의"의 매우 중요한 요소는 근대 기술인데요, 두 영화속에서는 당시에는 최첨단이었을 과학/기술을 반영한 도구들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대중들은 자신들이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과학기술들이 일상의 모든 부분에 침투하자 위에서 언급했듯이 경이로움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탐정과 범죄자 모두가 당시의 최첨단 과학과 기술을 사용하며 쫓고 쫓기는 모습이 이 양가적인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볼수 있을것입니다.

제가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의 장르가 '범죄 멜로드라마'라고 하였는데요, '멜로드라마'와 '과학 기술'은 참 안어울리는 단어같다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 둘은 매우 큰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학자는 '멜로드라마'라는 것은 시대가 바뀌고 교회와 같이 이전에 사람들에게 의미를 주었던 것들이 더이상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지 못하면서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멜로드라마'속에서 과학과 기술은 잃어버린 의미를 찾는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팡토마>와 <흡혈귀 강도단>같은 영화속에서 범죄자와 탐정이 과학과 기술을 사용하며 대립하는 모습은 멜로드라마의 필수적인 특징인 선과 악 사이의 선명한 대비 그 자체입니다. 또 영화 외적으로도 멜로드라마의 액션/모험 스토리는 근현대 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사용되었다는 점에서도 멜로드라마와 과학/기술은 매우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마 베프>(1996)는 푀이야드의 <흡혈귀 강도단>을 현대의 파리에서 리메이크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잘 만들어질수 있을까?  
영화는 한 제작사 사무실에서 시작됩니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 사무실에 배우 장만옥이 등장합니다. 장만옥은 리메이크될 <흡혈귀 강도단>의 주연인 '이마 베프'에 캐스팅되어 방금 프랑스에 도착한것입니다. 그녀는 홍콩에서의 영화촬영이 늦어지면서 원래보다 3일이나 늦게 와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사무실의 다른 이들과 영어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녀는 곧 리메이크의 감독 르네 비달을 만나게 되는데요, 비달은 모로코 마라케시의 극장에서 상영하던 <동방삼협>(1992)을 보고 그녀를 캐스팅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설명합니다. 
이후 영화 촬영날에 장만옥은 검은 라텍스 수트를 입고, 영화 촬영은 시작됩니다. 하지만 장만옥과의 영어 소통은 어려우며 스탭들은 서로 싸우고 촬영 또한 감독이 원하는대로 쉽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그날의 촬영 후 찍은 영상들을 다같이 보는데 비달은 이건 '쓰레기'라면서 화를 내며 나갑니다. 영화는 과연 무사히 제작을 마칠수 있을까요?
<이마 베프>(1996)는 경계와 이의 전복에 관한 영화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를 들자면, 1910년대에 만들어졌었던 <흡혈귀 강도단>은 프랑스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속 1990년대에 리메이크하려는 <흡혈귀 강도단>은 '프랑스 영화'라고 할수 있을까요? 주연은 프랑스 배우가 아닌 장만옥이며 영화에 대한 배우와의 소통은 영어로 하고 감독 비달은 장만옥의 캐스팅을 마음먹게 한 <동방삼협>(1992)을 다른곳도 아닌 모로코에서 보았습니다. 이것들 외에도 영화속에는 프랑스가 아닌 각종 문화의 영향을 어렵지 않게 볼수 있습니다. 국가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서로의 문화가 알게모르게 뒤섞이면서 사실상 이전과 같은 '국가 시네마(national cinema)'란 환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속 대사로도 나오지만 우리는 왜 이미 완성된것을 다시 만들려고 할까요? 리메이크라는건 같은 소재를 새로운 렌즈를 통해 보여줄때에 의미가 있는것입니다. 영화속 감독 비달은 자신의 리메이크에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단순히 이미지들 뿐이야, 영혼이 없어"라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것이 주연 배우가 장만옥이긴 하지만 영화촬영 자체는 원작 <흡혈귀 강도단>의 장면들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습니다. 비달이 장만옥을 캐스팅한것도 사실 따지자면 이미 프랑스 여배우가 1910년의 영화에서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기에 또 다른 프랑스 여배우를 캐스팅하는건 "신성 모독"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비달은 가장 프랑스적인것에 누구보다도 집착하는 이였다고 볼수 있습니다. 1910년대의 <흡혈귀 강도단>이 당시의 기준으로 '모던함'을 보여줬다면, 1990년대의 리메이크도 90년대만의 '모던함'을 보여주었어야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비달의 영화는 그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쓰면서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배우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이마 베프>(1996)를 리메이크했다는 소식을 접했는데요, 과연 리메이크에선 어떤 새로운 시선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요즘 날씨도 너무 좋은데 구독자님도 더 더워지기 전에 이 좋은 날씨를 만끽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이마 베프>(1996)는 아쉽게도 현재 OTT에서 보실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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