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자님의 이야기를 보니, 첫 회사 다닐 때 생각이 나네요. 그 때는 정말 갓 대학교에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였는데...🐒 '나 진짜 짤리기 전에 새 회사 알아봐야 하나' 하면서 매일매일 가슴 졸였습니다. 이직을 하신 사연자님은 오죽하실까요.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으로 이직한 케이스라 더 조급한 마음이 들 것 같아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수습은 큰 성과를 바라는 기간이 아니죠. 온보딩 열심히 해서 들어가신 회사와 동기화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습 기간에 큰 성과를 내는 것이 더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나면 수습기간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쪼록 무거운 마음의 짐은 내려 놓으시고, 지금의 수습기간을 마음껏 누리시길 바라겠습니다. 

저도 남부럽지 않은 프로이직러라 뽁뽁이님의 사연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저는 모든 이직 과정에서 과분한 평가를 받은 케이스인데, 그 과정에서 느낀 경험에 따르면 평가에는 성과보다는 기본적인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한 달 만에 꽤 많은 동료들과 친해져서 인적 사항도 파악하고, 동료들과 업무에 대해서도 고민이 느껴지는 깊은 질문을 많이 한다던가, 새로 적응하는 데 있어 굉장히 열의가 있다는 점이 보이면 좋지 않을까요?

제 경험 상, 커리어가 일정 이상 쌓여 루틴 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대부분의 직장인분들은 남에게 디테일한 관심을 쏟지는 않습니다. 하여, 뽁뽁이님께서 좀 더 큰 어필을 하고 싶으시면 기본에 가까운 애티튜드 관리와 내부 네트워크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써서 조직에 보다 스무스하게 녹아드시는 걸 추천드리고, 기본적으로 주어진 업무 외에, 브랜드에 얽힌 과거 히스토리 파악에 추가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인다면 좋은 평가가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답변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저 역시 아직까지는 네임밸류가 제 기준에 초과(?)되는 곳에선 업무해 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재직 중 윤리적 가치나 존재 명분 등 회사와의 핏을 중요시했던 것도 맞습니다. 다만 이런 경험 가운데 몇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당시 제 인사이트로 판단한 회사 평가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인데요, 좋을 거라 생각했던 회사가 엉망인 경우도 있었고, 모두가 나쁘다 하는 회사가 내 역량을 펼치기 너무 좋은 환경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런 점에서 결국 모든 가치 판단은 "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일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얘기에요.

그런 차원에서 요즘 유독 업무 성과나 업무 소화에 대한 스트레스 심한 듯한데,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게 수행하면 스트레스를 제어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호랑이가 사슴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혼나야 되는게 맞지만, 아기늑대가 물소 앞에서 겁먹고 사냥에 실패한 건 격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두 자신을 너무 한계까지 몰아치지 마시고, 가끔은 적당히 뻔뻔한 모습을 보여도 좋으니, 인생을 조금은 멀리 보고 당당한 나만의 페이스로 내 기준을 따라 꾸준하게 성장할 수 있는 지혜를 얻으시길 바라봅니다.

요즘엔 일반적으로 현타온다고 하죠, 저는 분명 마케터로써 브랜드에 대한 해석 권한을 부여받았음에도 막상 결과는 제가 기대한 만큼 돌아오지 않았을 때, 그런 현타같은 감정을 심하게 느꼈어요. 캠페인이 제가 처음 설정한 KPI보다 우월한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소재가 별론데요", "좀 더 트렌디한 느낌이어야 되는데 우리 브랜드가 올드해 보이네요" 라는 대표님의 주관적인 피드백 앞에서 데이터 따윈 맥을 못 추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제 의견보다 대표님 및 임원분들의 피드백을 듬뿍 담아 하하 호호 모두가 기대감에 부푼 캠페인이 박살  나고 우려와 비난의 결과도 모두 내 것이 될 때, 이때도 현타가 심하게 오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일종의 책임을 지고 대처하는 것도 마케터의 책무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렇기에 더더욱 앞선 2번 질문의 답변과 같이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내 기준을 만들어 꾸준하게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역시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