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2025.11.21 | 952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미라클러님. 제가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온지 조금 있으면 5개월이 되어가는데요. 전반적으로 느린 속도로 흘러가는 미국에 있다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오는 한국에 있으니 지난 5개월이 한달만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떠들썩하던 AI붐과 주식시장 과열이 제가 귀국한 후 우리나라에도 불어닥쳤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 과열의 한 가운데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의 다섯 줄 요약
  1. 메모리 반도체는 냉동피자입니다 
  2. AI 붐으로 HBM 생산이 늘어나자 범용 D램 생산이 줄어들었습니다.
  3. 메모리 반도체 생산과 수요의 격차가 커지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습니다.
  4. 한국 기업들은 메모리 생산 설비에 투자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5. 메모리 부족현상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 기회입니다.
오늘의 레터는 투자의견을 제공하거나 권유하지 않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 주가
단기간에 급등한 이유는

최근에는 꽤 주춤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해도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주가가  파죽지세로 올랐던 것 기억하시나요? 제가 한국에 발을 디딘 2025년6월30일.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9만2000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57만1000원이 되었습니다. 5개월만에 100% 정도 오른 것입니다. 삼성전자도 5만9800원에서 10만600원으로 올랐습니다.


주가가 왜 올랐냐면 이 회사들이 만드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반도체의 가격이 오르니 회사들의 실적도 좋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3분기 까지 누적 매출 64조3200억원, 누적 영업이익 28조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1년간 거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현재 잘 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주가는 오르지 않는데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고 있어요. 왜냐면 내년에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매우 높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피자집에 화덕이 부족해서거든요. 😆

냉동피자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챗GPT로 생성>

웨이퍼가 피자도우 라면?


반도체를 설명하는 여러가지 비유가 있는데, 제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비유는 ‘피자’입니다. 반도체의 재료가 되는 웨이퍼가 동그란 피자모양이기 때문입니다. 도우에 치즈와 토핑을 올려서 잘 구운후에 이를 잘게 쪼개서 파는 것이 반도체다. 이렇게 상상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 피자에도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요. 바로 고객이 토핑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서 만들어지는 '맞춤형 피자'가 있고요. 규격화된 표준으로 대량 생산해서 냉동실에 얼려놓고 파는 '냉동 피자'가 있습니다. 고객이 토핑을 선택해서 만들어지는 맞춤형 피자. 이 피자를 잘 만드는 회사가 바로 세계 1위 파운드리 회사인 TSMC입니다. TSMC가 만드는 피자는 ‘로직 반도체’라고 해서 컴퓨팅 연산(compute)과 같은 매우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합니다. 애플 아이폰에 들어가는 스마트폰 AP, 엔비디아 서버에 들어가는 GPU, 개인용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가 대표적인데요. 이 맞춤형 피자는 해당 고객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맞춤형 피자와 냉동 피자는 한쌍 


반면 냉동실에 얼려 놓고 판매하는 피자는 '맞춤형 피자'에 비하면 단순한데요. 맛도 치즈 피자, 페퍼로니 피자 등 몇가지 종류 밖에 없고 누구든지 사갈 수 있습니다. 냉동실에 얼려 놓으니 재고로 보관하기도 좋죠.


그런데 냉동 피자와 맞춤형 피자사이에는 묘한 제약조건이 존재하는데요. 바로 맞춤형 피자를 먹을 때 반드시 냉동 피자를 함께 먹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맞춤형 피자 1조각을 먹으면, 반드시 냉동 피자도 1조각을 먹어야합니다. 안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소화가 안된다고 해볼까요? 


이는 뭔가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기억(저장)해 놓은 공간이 필요한 컴퓨터의 본질적인 특성때문이죠. 그래서 데이터를 저장해놓는 반도체는 로직 반도체와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라고 부릅니다. 고급 피자 한판을 먹기 위해 반드시 냉동 피자 한판을 먹어야한다면 여러분은 어떠실 것 같으세요?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D램 가격 <BofA, D램익스체인지>


화덕이 많은 가게가 냉동피자 승자가 된다

냉동 피자는 맛이 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가장 싼 피자를 구매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치즈 피자 아니면 페퍼로니 피자라면, 가격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런 이유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요동을 칩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PC를 많이 구매하면 여기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급등합니다. 필요하지도 않은걸 미리 사서 비축해 놓으려고 합니다. 왜냐면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메모리 반도체가 없으면 스마트폰과 PC를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교적 수요예측이 쉬운 맞춤형피자(로직 반도체)에 비해 냉동 피자 가격이 널뛰기를 하는 이유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범용이어서 스마트폰에도 PC에도 서버에도 쓰이기 때문에 수요가 한방향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두가 구매할때는 가격이 폭등하고, 모두가 필요없을 때는 가격이 폭락하죠.


여기에 한 차원 더 고려해야할 것이 생깁니다. 바로 화덕이죠. 피자를 굽는 화덕을 무조건 5년마다 교체해야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가격이 제일 중요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메모리 반도체를 싸게 팔 수 있는 회사는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팹(화덕)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입니다. 생산량이 많아야 가격을 낮춰 1개당 남는 이윤(마진)이 적더라도 전체적으로는 큰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조업의 기본적인 원리!    

 

화덕을 5년 마다 새로운 것으로 교체해야하면 어떨까요?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1위 업체가 화덕을 가장 빨리 교체할 수 있고, 가지고 있는 화덕의 수도 더 늘릴 수 있겠죠? 반면에 돈을 크게 못 벌거나 적자인 회사는 어떨까요? 화덕을 5년마다 교체하는 것마저도 어렵죠. 회사의 문을 닫는게 낫습니다. 

어쩌다 메모리 반도체가 한국의 특산물이 되었을까요? <제미나이로 생성>


메모리 반도체는 한국산이 맛있지

피자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에는 좀 더 복잡해 집니다. 5년마다 신규 투자를 해야하는 팹의 설비투자 비용이 5년마다 2배씩 늘어난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지금은 2배 투자했는데, 5년후에는 또 2배를 투자해야합니다. 팹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투자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한 특성입니다. 


1등마저도 고민이 늘어날 것입니다. 지금은 냉동피자를 사겠다고 사람들이 줄을 서고, 가격을 2배, 3배씩 부르는데 화덕을 새걸로 바꿔야할까요? 화덕을 하나 더 늘려야할까요? 화덕을 갑자기 늘렸는데 아무도 안 사면 1등에게 천문학적인 손실이 쌓일 것이고, 2등이 열심히 돈을 저축해놨다가 나중에 냉동피자 인기가 많을때 화덕을 엄청나게 늘려서 1등이 될 수도 있지않을까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싸게파는 것이 최고인데, 가장 많은 생산능력을 가진 업체가 가장 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이런 복잡한 변수 아래에서 폭등과 폭락의 사이클이 반복되어왔습니다. 한국기업들은 이런 폭력적(?)인 시장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1위와 2위를 나란히 차지해왔습니다. 그 두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앞서 저는 메모리 반도체를 냉동피자라고 비유하면서 맞춤형 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급의 제품인 것처럼 묘사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로직 반도체와 다른 의미로 첨단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이는 단순히 물량 싸움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기술적 경쟁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인공지능(AI)이 피자를 쌓아먹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챗GPT 생성>

적층 피자의 등장
"8개 쌓아서 한번에 먹자"

2015년 피자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개념의 피자가 등장합니다. 맞춤형 피자를 먹을 때 반드시 냉동 피자를 먹어야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특히 어떤 경우에는 매우 많은 냉동 피자를 먹어야하거든요. 특정한 맞춤형 피자의 경우 1조각 먹을 때마다, 냉동 피자 8조각을 먹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이런 생각을 해냅니다. 냉동 피자 8조각을 쌓아서 하나의 피자로 만들자. 그러면 1:8의 비율로 먹어도 매우 빨리 먹을 수 있다! 


요즘 전국민이 다 아는 HBM(고대역폭메모리)는 이처럼 D램을 적층해서 이동하는 데이터의 양을 늘려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피자 8조각을 쌓아서 한번에 먹는다면 배가 터지지 않겠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반도체라는 것이 손톱보다도 작은 것임을 생각해보면, D램 8개를 쌓는다고 해도 그 높이는 현격히 증가하지 않습니다. 😎)


HBM은 AI 학습과 같이 대규모의 데이터가 필요할 때 GPU의 성능을 높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점점 그 쓸모가 늘어났습니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GPU 수요가 폭발하면서 덩달아 HBM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엔비디아에 많은 HBM 공급을 했던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유독 주가가 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반면 공급을 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계속 주가가 부진했죠.

엔비디아 블랙웰 GPU에는 8개의 12단 HBM3E가 들어갑니다. <엔비디아>

적층 피자가 돈 되니 냉동 피자는 찬밥


그런데 2025년 하반기 부터 재미있는 일이 발생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적층 냉동 피자는 한번 쌓아버리면 다시 일반 피자로 못 팝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일반 피자의 8배가격이 아니라 훨씬 비싼 가격에 팔아야합니다. 게다가 이 피자는 다른 곳으로 보내져서 맞춤형 피자와 붙이는 작업을 거쳐서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사실은 만들어질때부터 냉동피자가 아니라 맞춤형 피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반도체의 세계로 돌아오자면, HBM은 GPU와 첨단패키징이라는 것을 통해서 한몸이 되고, 마치 하나의 반도체처럼 작동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던 회사들이 로직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처럼 바뀐 것 입니다. HBM은 최대한 싸게 만들어서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제품이 아니라 고객과 물량과 가격을 협의해서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판매하게됩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높은 가격변동성이 상당히 줄어들게 되죠.


엔비디아와 같은 고객들이 HBM의 가격도 잘 쳐줬기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생산능력의 상당부분을 HBM용으로 돌려놓습니다. 이럴 경우 반대로 HBM이 아닌 일반 냉동피자를 만드는 양이 줄어들게 됩니다.

메모리 가격이 오르니 스마트폰 가격도 오르는 걸까요? TM 사장님 알려주세요! <삼성전자>

갑자기 찾아온 냉동 피자 전성시대


문제는 잠잠하던 냉동 피자에 대한 수요가 2025년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스마트폰, PC, 서버,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데요. 엔비디아의 GPU가 들어가는 AI서버의 경우에는 이중으로 D램이 필요합니다. GPU 옆에 붙이는 HBM에 들어가는 D램이 있고, 서버라면 당연히 필요한 기본 D램이 있어야합니다. 사람들이 '맞춤형 피자와 냉동 피자'를 하나로 합쳐서 판매하는 'AI피자'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냥 냉동 피자도 갑자기 많이 먹기 시작했습니다. 


AI서버의 경우 GPU 옆에 붙이기 위한 HBM(D램 수십개)이 필요하고, 일반 범용 D램도 필요합니다. 또, 메모리 반도체의 일종이면서 D램과는 다른 용도로 쓰이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도 필요합니다. 


치즈 피자와 페퍼로니 피자를 만들던 회사에서 화덕의 생산능력 중 큰 부분을 적층 피자를 만들기 위해서 빼놨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치즈 피자와 페퍼로니 피자를 만들어 달라고 몰려온 셈입니다.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HBM을 넘어 D램과 낸드 메모리로 번진 것이죠.


서버가 아닌 스마트폰과 PC를 만드는 회사들은 이런 수요 급등과 가격 상승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할까요? 당연히 하루라도 빨리 메모리 반도체를 확보해놔야겠다고 생각을 할겁니다. 


최근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등은 이처럼 HBM이라는 제품에 대한 새로운 수요와 AI서버에서 만들어진 통상적인 수요, 그리고 스마트폰과 PC에서 생긴 가수요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황 회장님 적층 피자는 우리 선경피자가 훨씬 맛있어요. <매일경제>

AI피자의 대유행
꼬꼬면인가, 불닭볶음면인가

요즘 전세계적으로 AI 버블에 대한 논쟁이 뜨거운데요. 다시 냉동 피자 가게 주인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요즘 적층 피자와 GPU 피자를 합쳐서 판매하는 'AI 피자'가 대유행이죠. AI 피자를 만드는 대기업 황 회장님이 찾아와서 적층 피자 5만개와 냉동 피자 5만개를 주문합니다. 이번에는 황 회장님 보다는 회사가 작지만 유사한 제품을 만드는 리사 사장님이 찾아와서 적층 피자 1만개와 냉동 피자 1만개를 주문합니다. 그 다음에는 이 피자를 판매하는 대형마트 사장님이 찾아와서 ‘AWS마트 AI 피자’를 판매할테니 적층 피자 1만개와 냉동피자 2만개를 주문합니다. 


지금까지 주문받은 적층 피자는 7만개, 냉동 피자도 7만개. 이를 냉동피자로 환산하면 총 21만개 냉동 피자입니다. 여기에 앞서 세사람을 제외한 기존의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냉동 피자는 20만개. 총 41만개 냉동 피자의 수요가 있는데, 우리가게 화덕이 만들 수 있는 냉동 피자는 30만개 입니다. 피자를 만드는 대로 다 족족 팔릴텐데, 고객들은 다들 피자 가격을 2배로 쳐준다고 하죠.


행복한 상황이죠? 😍

AI가 만약 불닭볶음면이면 어떻게 하죠? 

진짜 AI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한다

그런데 고객들이 이런 제안을 합니다. 내년에는 메모리 반도체를 두 배 더 생산해줘. 


냉동 피자 가게 사장님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1번 : 화덕을 더 늘려서 80만개 냉동 피자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을 갖춘다.  

2번 : 일단 최대한 빨리 만들지만 화덕은 더 늘리지 않는다.


1번과 2번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AI피자’ 유행이 얼마나 갈 것인지입니다. AI피자가 ‘꼬꼬면’처럼 잠깐의 유행으로 끝난다면, 2번이 정답. ‘불닭볶음면’처럼 대세가 된다면 1번이 답이죠. 


지금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이런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IT업계에는 꼬꼬면도 붉닭볶음면도 다 나왔습니다. 개인용PC, 스마트폰, 클라우드는 불닭볶음면이었고, VR과 메타버스는 꼬꼬면이었습니다. AI 도 한때는 꼬꼬면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했었죠..! 


반도체를 피자에 대한 비유로 설명하다보니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면이 많은데요. 결국 AI 인프라 투자만큼 AI로 돈을 벌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과거 인터넷과 무선통신망에 대한 투자가 통신요금이나 앱에 대한 소비자의 지출로 이어졌고, 기업 고객들의 IT 지출로 충당되었던 것처럼 AI데이터센터로 돈을 버는 기업들이 얼마나 나오는지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사람들이 AI피자에 열광하고 많이 먹는다고 해도, 1+1 세일과 이벤트로 만들어진 수요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나마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직접 AI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들에 비하면 그 리스크는 덜합니다. 적층 피자와 달리 냉동 피자는 안 팔리면 냉동시켜놓고 나중에 팔면되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는 2번 처럼 화덕을 늘리지 않고 버텨도 된다는 뜻이죠. AI 피자를 소비자들에 팔기 위해 대량으로 구매한 AWS마트나 구글마트가 제일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죠. GPU를 판매하는 엔비디아 같은 회사보다는 이를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AI 버블이 붕괴되었을 때 큰 타격을 볼 수 있습니다. 

높은 반도체 수요에 비해 아직 낮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IC인사이츠>

중국 전자산업 
반도체 독립을 꿈꾸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냉동 피자 사장님에게는 경쟁자가 있습니다. 앞서서 냉동 피자 시장에서는 가장 많은 화덕을 가진 곳이 유리하다고 말씀드렸죠? 한국인이 만든 냉동 피자 가게가 전세계 1위입니다. 그런데 피자를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은 중국인입니다. 왜냐면 전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죠. 그동안 한국 가게가 만든 냉동 피자를 먹던 중국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되죠. 


"내가 왜 한국 피자를 먹어야해?"


사실 이런 생각은 미국 사람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하고 있는데요. 미국의 경우는 '맞춤형 피자'가 미국에 없어서 대만 피자가게 사장님이 미국에 분점을 내는 형태로 합의를 봅니다. 미국은 '냉동피자' 가게가 미국 내에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가장 많이 피자를 먹는 중국 사람들이 억울한 겁니다. 그래서 중국인이 만든 '맞춤형 피자'와 '냉동 피자' 가게가 중국에도 생깁니다. 그런데 화덕을 만드는 미국 회사가 중국에 화덕을 판매하지 않기로 하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 집니다. 중국인 사장님은 직접 피자를 굽는 화덕을 만들기 시작하죠. 그러면서 중국인 고객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더러워서 못 살겠다. 중국 사람은 중국산 피자만 먹자!"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G2의 지정학적 갈등의 무기가 되고 있고, AI라는 기술을 중심으로 경제 및 군사적인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피튀기는 전쟁터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의 반도체 자급화라는 지정학적 갈등에 노출되어있습니다. 

YMTC가 만드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는 이미 중국이 반도체 자급의 경로에 접어들었습니다.  <YMTC>

전자산업의 중심이 된 중국

피자를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다는 것은 세계 전자산업의 중심이 중국에 있는 상황을 빗대어 말한 것입니다. 중국은 전세계의 공장으로 스마트폰, PC 등 수많은 전자제품을 제조하는 곳입니다. 애플을 비롯해 수많은 빅테크기업들이 전자제품에 대한 설계나 디자인은 미국에서 하지만 이를 실제 생산하는 것은 중국의 위탁제조업체(EMS)들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이런 위탁제조 과정에서 많은 기술적 노하우가 중국 현지 전자기업들에게 전수됐고, 이 기업들은 이제는 자체 브랜드를 갖추고 전세계에서 미국, 한국, 일본 전자기업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하이센스, TCL, 하이얼, 로보락 등 많은 전자기업들이 대표적입니다. 


중국 전자기업들은 어떤 국가의 메모리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을까요? 바로 한국 기업들의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 메모리를,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팹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 만든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만들어진 반도체의 51%가 중국+홍콩에 수출됩니다. 이 반도체는 애플, 구글, 메타 등의 제품을 위탁제조해주는 중국 기업과 중국의 전자제품 브랜드에게 공급합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는 한국의 악몽


이것이 현재 전세계 전자제품 공급망이 돌아가는 모습인데요. 이것이 지금 한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계속 오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메모리 반도체 부족 상황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는 품질 좋고 믿을 만한 한국 메모리 반도체를 쓰겠지만, 메모리 반도체가 없을 때는 중국산 제품이라도 써야겠죠.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에서는 D램에서는 CXMT(창신메모리), 낸드에서는 YMTC(양쯔메모리)가 유명합니다. 이 회사들은 중국내에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고, 이를 통해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통하지 않았던 '메모리 반도체 국산화'의 논리가 먹혀들어가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과 수익성은 줄어들고, 중국 기업들은 추가 투자를 할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냉동피자 산업은 누가 더 많은 화덕을 갖고있는지로 결정된다고 말씀드렸죠? 중국 기업들은 국내에서 1위만 하면 됩니다. (중)국내 1위를 차지하면 곧 세계 1위가 되고, (중)국내 1위를 차지하면서 구축한 규모의 경제는 해외에서도 막강한 비용 경쟁력이 됩니다. 중국이 전자산업의 중심인 상황에서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를 완전히 자급화 한다는 것은 곧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빼앗긴다는 뜻이 됩니다. 

※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19일 분기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570억1000만달러(약 83조4000억원)를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였던 549억달러를 크게 웃돌았어요. 엔비디아는 4분기에 시장 예상(620억달러)보다 높은 650억달러의 매출을 낼 것이라고 발표. 덕분에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AI 관련주가 올랐어요. 

경쟁사인 인스타그램과 와츠앱을 인수해서 경쟁을 저해했다는 내용으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소송을 진행중이던 메타가 소송에서 승소를 거뒀어요. 2020년 부터 메타의 발목을 잡았던 반독점 소송에서 벗어난 것. 강제로 인스타그램이나 와츠앱을 매각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아마존의 자회사로 웨이모의 경쟁 서비스인 죽스(Zoox)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무료 시범운행을 개시. 가장 많은 웨이모가 운행중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와 본격 경쟁을 벌일 예정. 핸들과 운적석이 있는 차량을 개조한 현재 웨이모와 달리 죽스는 앞뒤가 똑같은 자율주행 전용 차량.  
인사말

냉동피자 얘기에서 시작해서 미중 반도체 갈등으로 이어진 오늘의 이야기가 어떠셨나요? 반도체 산업을 희화화 하려는 의도는 없었음을 다시한번 설명드립니다. 


전자산업을 담당하다보면 AI 라는 거대한 물결과 기술적 변화도, 중국의 부상이라는 지각변동에 비하면 큰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오랜시간 한국 경제를 이끈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우위를 흔들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10년, 20년 후의 우리의 미래와 우리 자녀 세대의 삶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 큰 위협입니다. 


한국의 제조업은 우리가 최빈국가에서 벗어나 세계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부유한 국가가 되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지금 반도체 산업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냉동 피자의 전성시대가 왔기 때문이죠.


우리 부모님들께서 고생을 하시면서 일군 이 피자가게가 앞으로도 계속 잘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맛있는 피자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얼마나 화덕을 설치할지, 피자를 얼마에 팔아야할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이 좋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미라클레터가 도와드립니다. 오늘 레터가 좋으셨다면 주변에 구독 추천! 링크 공유!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멋진 미래를 위해
이덕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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