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어색한 표현이지만 난임의 마음은 결국 난임이 가장 잘 안다.

처음 난임 판정을 받고 가장 먼저 느낀 건 막막함이었다. 인터넷 창에 난생처음 ‘난임’이라는 단어를 입력하고, 쏟아지는 정보를 멍하니 바라봤다. 인공수정, 배아 이식, 호르몬 수치…. 전혀 들어보지 못한 용어들이 난무했다. 이 많은 글 중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한참을 헤맸다. 비슷한 경험을 가진 누군가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주변엔 임신 성공 경험자는 있어도 난임 경험자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엄마마저도 너무 쉽게 임신과 출산을 겪은 사람이었다. 위로하려는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긴 했지만, 정작 내가 필요했던 건 위로보다는 이 막막함을 알아줄 진정한 ‘공감’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뜻밖의 난임 동지들을 만났다.

 

첫 번째는 20년 만에 연락 온 중학교 동창이었다. SNS에 시험관 시술 중이라는 글을 올리자 DM이 왔다. 학창 시절에도 친하지 않았고, SNS로만 연결된 사이였지만 그녀는 자신도 어렵게 딸 아이를 가졌기에 나의 글을 보고 용기내 응원을 보낸다고 했다. 본인은 비타민 D 주사를 맞고 임신에 성공했다는 꿀팁을 전해줬다. “나중에 아기 생기면 우리 아이 옷도 선물할게!” 라는 메세지에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다.   

 

두 번째 동지는 뜻밖에도 남성이었다. 회사의 한 남성 동료가 티타임을 요청하며 본인도 의학적으로 난임 판정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본인 때문에 난임 시술을 겪고 있는 본인의 아내를 더 걱정하며 나에게 난임 시술 중인 여성의 마음에 대해 물었다. 

‘아, 나의 남편도 이런 마음으로 날 걱정하고 있겠구나!’ 덕분에 나 역시 나의 남편이 말하지 않았던 속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남성과 이렇게 난임에 대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줄이야. 누군가 우리를 옆에서 봤더라면 아침 방송의 인생 상담 코너 같았을 것이다. 

 

마지막은 나 혼자 절친(?)인 블로거다. 같은 병원을 다니며 블로그에 난임 일상을 공유하는 그녀의 글 속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녀와 나의 동선이 겹치기 때문인데 이식 시술 이후에 착상이 더 잘 되길 바라며 병원 근처 추어탕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는 그녀의 글에서 웃음이 빵 터졌다. 나 역시 같은 장소에서 같은 마음으로 추어탕을 먹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던 사람이지만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해졌다. 얼마 전 그녀의 시술 성공 소식을 들었을 때는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솔직히 조금의 부러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도 들었지만 말이다. 

난임 라이프에서 이렇게 서로 위로받고, 또 위로를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이 위로는 결코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저 “나도 똑같아요.”라는 짧은 한마디가 더 큰 힘을 주기도 한다.

또한 난임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과정'에 대한 공감이다. 난임의 원인과 해결 방법,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마음 편히 먹어’ 같은 말보다는, 

"그 과정이 힘들죠?", "잘 견디고 있어요"처럼 내가 현재 겪고 있는 과정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된다. (마음 편히 먹어라는 말은 특히 피해줬음 좋겠다. 내가 마음을 편히 먹지 못해서 난임이 생긴 것이 아닐 뿐 더러 이미 판정을 받은 이상 어떻게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겠는가!!!!!)

돌이켜보면 난임 판정을 받고 인터넷을 뒤적이던 그때의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건 이런 '난임 동지'였다. 이제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다정한 난임 동지가 되어줄 차례다. 인터넷 창에 처음 '난임'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유쾌한 난임 동지로 남고 싶다.

난임 치료를 하면서 아쉬움이나 답답함, 서운함을 느꼈던 적이 있나요? 병원 내 의료진은 물론 가까운 지인이나 남편, 엄마, 직장동료, 친구가 내 마음 몰라줘서 감정이 북받쳤던 순간. 그 순간 차마 말하지 못했던 한 마디, 아래 버튼을 눌러 꼬미에게 이야기해 주세요. 꼬미가 잘 듣고 다음 회차 뉴스레터로 답장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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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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