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 지리산포럼에 다녀왔어요. 지리산 자락을 눈앞에 두고 세상의 변화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어요. 거대하고 몽실한 산봉우리가 구름이 만드는 그림자에 짙어졌다가 또 어느샌가 반짝 빛나는 모습을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여기까지 온 이유는 충분하다 싶었지만요, 무엇보다도 굽이굽이 연결된 산만큼 든든하게 버티고 선 사람들을 만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길게는 수십 년간 지역개발에 맞선 활동가분들은 지금까지도 자신을 붙드는 어떤 장면에 대해 말했어요. 반달가슴곰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는 분도 있었고, 갯벌 한 가운데에서도 바위에 빼곡히 붙은 생물들이 바스러질까 그 바위를 밟기까지 한참을 망설였다는 분도 있었어요. 기대하고 또 좌절하기를 수없이 반복하고도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힘은 역시 '기억'에 있었나봐요. 저도 앞으로 지리산에서 보낸 시간을 자주 꺼내보게 될 것 같아요. 스쳐 지나갈 때마다 건네던 가벼운 인사, 누군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집중되던 눈빛들과 때때로 홀로 고요한 시간에 빠지던 모습들. 각자 조금은 너덜너덜해진 마음을 안고,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기대하기를 멈추지 않는 저마다 산 같은 사람들을 기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