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오랜만에 찾아온 기분 좋은 날씨와 함께 낮이나 밤이나 거리를 걷고 싶던 9월이 이제 끝나갑니다. 긴장을 늦을 수 없던 코로나19도 다행히 진정세를 보이는데요. 곧 시작되는 추석 연휴가 큰 변수라고 하니 모두 조심하기 바랍니다. 벌써 다섯 번째 ‘마친배우미’ 소식을 전해드려요. 이번 주인공은 바로 홍찬혁입니다. 한배곳 2기로 입학한 찬혁은 한배곳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밴드 ‘무토MUTO’의 멤버로 활동 중이고, 파티를 기획하는 에마논EMANON의 크루이기도 하며, 일러스트레이션과 영상 작업을 하면서 전시도 병행했어요. 최근에는 미디어아트 그룹 ‘팀노드Team Node’를 결성해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답니다. 찬혁의 작업 이야기와 PaTI에서의 추억을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찬혁,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오늘 전시를 오픈했어요. 그래서 어제까지 전시 준비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찬혁은 전시 이력이 여러 번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전시였어요?
코오롱스포츠 한남동 매장에서 열리는 ‘Are You Going with Me?’란 전시인데요. 거울과 조명이 움직이는 키네틱 미디어아트 작업을 선보였답니다. 제목은 <Nightscape>에요. 
와, 키네틱 작업이라니 굉장하네요.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코오롱스포츠의 매장이 한남동에 새로 생기는데 독특하게 지하 1층이 매장이고 1층은 전시공간으로 계획됐어요. 피크닉을 운영하는 글린트가 이번 전시 기획을 맡았는데 입자필드, 송예환 씨, 그리고 저에게 참여 요청이 왔어요. 코오롱스포츠가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라 사이클, 하이킹, 조깅 등 밖에서 즐기는 스포츠에 관한 키워드를 주된 콘셉트로 삼는 작업이었어요.

팀노드, <Nightscape>, 2020, ‘Are You Going with Me?’ 전시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참여 작가들은 각자 어떻게 접근했나요?
송예환 씨는 인터랙티브 작업, 입자필드는 3D 영상 작업으로 풀어냈고요. 저는 좀 더 큰 스케일로 접근하고 싶어서 미디어 작업을 하는 친구들과 ‘팀노드’라는 팀을 구성해 참여했어요. 코오롱스포츠 한남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둘러보는 게 가장 중요하잖아요. 저희 작업을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지하 1층 매장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래서 폭 3m, 길이 7m에 달하는 직선형 터널을 만들고 실리카겔의 김한주가 만든 음악에 맞춰 복도 좌우에 설치한 거울과 조명이 움직이는 키네틱 미디어아트 작업으로 완성했죠. ‘야경’이라는 제목처럼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이 야경과 바람을 스치며 경험하는 느낌을 물리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죠.
작업에 대한 반응은 어땠어요? 
저희가 예상한 것보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어요. 특히 클라이언트 측의 만족도가 높더라고요. 사실 저희 작업이 이론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걸 실제 공간에 물리적으로 구현해보는 건 처음이라서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도 작업이 무너지는 꿈을 꿀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그래서 작업실에서 프로토 타입을 만들고 작은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테스트를 계속하며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어요. 현장에 작업 설치를 끝내고 플레이를 하는데 결국 단번에 완벽하게 작동해서 통쾌한 느낌과 함께 자신감도 높아졌죠.
정말 축하해요. 팀노드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데 소개를 부탁해도 될까요?
익숙하지 않은 건 당연해요. 이번 전시가 팀노드의 공식적인 첫 번째 작업이거든요. 하하. 제가 미디어아트 관련 작업을 시작한 지는 좀 됐는데 계속 한계를 느끼고 있었어요. 미디어아트를 제대로 하려면 다양한 전문 지식이 필요한데 저 혼자만으론 늘 부족하단 생각이 드니까 원하는 걸 제대로 구현할 엄두를 못 냈어요. 근데 팀노드 구성원들을 만나면서 이제 지원만 충분하다면 마음껏 작업하는 데 문제가 없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이참에 사업자도 만들었어요. 앞으로 팀노드 활동에 집중하고 싶어서요.

팀노드의 구성원은 저를 포함해서 총 4명이에요. 3명은 모두 연세대학교 디지털아트학과 출신인데요. 그중 가장 어린 친구인 이두연은 아직 학교를 다니면서 어시스턴트 역할을 맡고 있고요. 졸업생인 박성진과 최장우는 각각 프로그래밍과 하드웨어 쪽으로 대단히 재능 있는 친구들입니다. 저는 연출과 비주얼을 맡고 있어요. 근데 분야를 딱딱 나눠서 분업하는 건 아니고요. 다 함께 달라붙어 작업을 구현하면서 그중 자기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집중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럼 이번 코오롱스포츠 한남점 전시로 처음 뭉치게 된 건가요?
서로 알게 된 건 작년 말부터예요. 그리고 실제 함께 작업을 해본 건 지난 7월이었죠. 그때 밴드 무토가 코엑스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무토는 파펑크, 거문고 연구자 박우재, 전자음악가 신범호, 그리고 제가 멤버로 있는 밴드인데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매년 주관하는 ‘문밖의 사람들’이란 행사에 참여했어요. 요즘 미디어아트 씬은 하나의 컴퓨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영상, 조명, 음악 등 모든 요소가 처음부터 끝까지 유기적으로 플레이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원래는 영상이나 조명을 연출할 때 타이밍에 맞춰 콘솔을 컨트롤하며 수동으로 조절하곤 하거든요. 코엑스 공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 미리 프로그래밍을 끝마치고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시스템을 시도했는데, 그때 레이저 프로그래밍 작업에 참여한 친구들이 지금 팀노드 구성원이에요. 
보통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방황하기 쉬운데 찬혁은 다양한 창작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한 게 신기해요. 미디어아트도 그런 다양성의 일환인가요?
사실 저도 졸업하면 일이 자동적으로 들어올 줄 알았거든요? 근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하하. 그래서 계속 여러 방면에서 기회를 찾고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했어요. 전시를 기획해서 친구들에게 제안하고, 공연을 기획하고, VJ를 하고, 그림도 그리고 전시도 하고.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 건 제가 표현하고 싶은 작업을 어떤 매체로 풀어낼 수 있는지 계속 고민하며 찾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드디어 집중하고 싶은 매체를 찾은 것 같아요. 팀노드가 시도하는 미디어아트죠.

요즘 컨템퍼러리 디자인이나 예술 작업을 보면 수사적인 면이 심하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벽에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서 엄청난 가격의 작업이 되는 뉴스는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오거든요. 물론 유명 화가라 다 뜻이 있겠지만...그런 형식으로 작업하는 건 저와 결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아마 대중들도 피로감을 많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이번 코오롱스포츠 전시를 기획하는 쪽에서도 대중에게 너무 난해한 현학적인 작업은 지양해달라고 강조하더라고요.

무토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라인 오프닝 라이브 공연 LED 조명 연출, 2018
그럼 팀노드의 미디어아트는 어떤 특성을 지향하고 있나요?
수사적인 작업이 범람하는 시대에는 오히려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느낄 수 있는 미디어아트가 사람들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박서보 회고전’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분 작업을 보면 굉장한 노동력과 시간이 응집된 느낌이 드는데요. 팀노드가 지향하는 미디어아트도 비슷해요. 개념적인 면을 극대화하며 구현 단계를 쉽게 해결하는 것보다, 고민도 많이 하고 그만큼 물리적으로 들인 시간과 노력의 공이 확연히 보여서 이를 접하는 관람객에게 감탄을 주고 싶어요. 새로운 기술들을 정직하게 표현하는 작업에서 느끼는 자연스러운 경외감 말이죠. 
팀노드 활동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기존에 하던 활동들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앞으로는 팀노드 이름으로 진행하는 미디어아트에 전력을 쏟고 싶어요. 그런데 무토나 에마논은 성격이 다른 영역인 것 같아요. 팀노드 멤버들과의 작업이 무토 공연을 준비하면서 시작된 것처럼, 무토 멤버로서 공연을 준비할 때 팀노드와 협업해 더 멋진 공연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거든요. 파티를 기획하는 에마논도 지금 코로나19 여파로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있지만, 추후 상황이 좋아져서 재개하면 그에 따라 제가 발휘하는 능력도 더 확장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뭔가를 한다, 안 한다 명확하게 말하기보다 팀노드가 지향하는 미디어아트에 집중하며 이와 관련된 프로젝트도 계속 챙기고,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활동한다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에마논 디자인 및 공연 기획, 2017~현재
PaTI 다닐 때부터 미디어아트에 관심 있던 찬혁의 고민이 많이 정리된 것 같아 기쁘네요. 우리 PaTI 시절로 주제를 바꿔볼까요. PaTI는 어떻게 알게 됐어요?
2학년까지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갔는데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게 뭔지 찾고 싶은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자퇴하고 새로운 교육 기관을 찾기 시작했죠. 처음 눈에 들어온 곳은 SADI였어요. 근데 입학은 못했고, 제 고향인 구미로 다시 내려가고 싶지 않아서 대안을 찾다가 PaTI를 알게 되었어요. SADI를 준비하던 홍대 앞 학원에서 매주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디자이너 리서치를 발표했거든요. 그때 어떤 친구가 날개를 소개하면서 PaTI라는 학교가 열었다는 소식도 함께 말한 거예요. 그래서 설명회도 갔다 오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한배곳 2기로 입학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SADI가 아닌 PaTI에서 지낸 걸 다행으로 느껴요. 삶과 작업을 주체적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거든요.
PaTI의 어떤 면이 찬혁의 주체성에 영향을 주었을까요? 
사실 저는 PaTI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약간 흘러가는 대로 살았어요. 소심한 면도 있었고 제 주관이 뚜렷하지 않았거든요. 이런 건 군대에서도 비슷했어요. 근데 PaTI에서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제가 바뀌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작업을 진행한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제 행위를 내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거든요.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면을 키워주는 데 PaTI가 정말 큰 바탕이 되었다고 지금도 생각해요. 이건 사담인데, 제 고향 친구들이 저를 고졸이라고 놀릴 때가 있어요. (웃음) 그럴 때마다 저는 웃으며 넘기는데 속으로는 아쉬울 때가 많아요. 학위 취득 여부보다 본인이 어떤 미래를 지향하고 그에 따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unlimited followers>, 2019
<angel>, 2019
<에마논6> 포스터, 2018
찬혁의 기억에 남는 PaTI 수업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네요. 
하나만 뽑기는 불가능하니까 세 개 정도 말해볼게요. 첫 번째로 떠오르는 건 이에스더 스승의 일러스트레이션 수업, 두 번째는 채병록 스승의 포스터 워크숍, 세 번째는 김태헌 스승의 한글꼴 멋지음입니다. 세 가지 수업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제 취향이 무엇인지 찾아가고 제가 좋아하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발견하는 훈련이 되었어요. 특히 이에스더 스승이 각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아티스트를 추천해 준 적이 있는데 그게 무척 좋았어요. 누군가를 관찰해 취향에 맞는 무엇을 추천하는 건 굉장히 품이 드는 일이잖아요. 그런 정성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고, 추천받은 작가에 대해 생각할 계기도 되었죠. 참고로 저는 무라카미 다카시를 추천받았어요. 김태헌 스승은 한글꼴 작업을 확인하면서 학생들의 생각과 취향을 분석해 주셨는데 진짜 용한 점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채병록 스승의 수업에서 체감한 디테일의 중요성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PaTI를 다니면서 혹 아쉬운 점은 없었나요?
딱 꼽아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점은 없어요. 사실 저희 때는 인프라 구축이 완벽하지 않아서 어떤 일이 돌발적으로 생길 때면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기 보다 저희 힘으로 자체적인 해결을 해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하지만 이런 것도 디자인의 일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단점으로 다가오진 않았어요. 학교에 포스터 놓을 공간이 애매했을 때 어떤 친구는 작업의 일환으로 학교 포스터 거치대를 직접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한 적이 있는데, 이런 게 바로 디자인 아닐까 생각이 들거든요. 게다가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었기에 오히려 저희가 원하는 게 있으면 학교 측에 건의해서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었어요. ‘길 위의 멋짓’도 그런 유에 속하고요.
사회로 나온 지 3년이 지났는데, 지금 PaTI에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PaTI를 다니면서 들었던 말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게 있어요. “초콜릿 포장지를 만들지 말고 초콜릿을 만들어라.” 디자인은 껍데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그 본질적인 면에 대해 생각하는 행위라고 이해했는데요. 우재와 규찬이 만들었던 효자맥주나, 아용이 진행했던 손김건설 프로젝트가 여기에 잘 맞는 예시 같아요. 그리고 가급적 학교 밖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자기의 작업물을 외부에 선보이고 유통하면서 피드백도 받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더 넓은 세상을 체험하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무토 ‘문밖의 사람들’ 라이브 공연 레이저 조명 연출, 2020

AOMG 힙합 오디션 ‘사인히어’ 5R 중 소금의 <어쩌나> 무대 영상 및 조명 연출, 2019
현재로 다시 돌아와서, 지금 가장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아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아까 팀노드의 사업자를 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정말 공격적으로 작업하고 싶어요. 저희가 지향하는 형태는 미디어아트 랩이에요. 의뢰받는 작업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고, 지원 사업에 참여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여러 방향으로 활발히 작업하는 게 목표랍니다. 이번 코오롱스포츠 한남점에 전시한 작업은 폭 3m, 길이 7m 사이즈인데요. 좀 더 스케일을 키우고 싶어요. 사람들이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감탄하고 작업을 경험하며 경외감이 생기는 데에는 크기와 양적인 부분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보거든요. 이렇게 물리적으로 거대한 작업을 시도해보려면 그에 걸맞은 지원이 필요하니 열심히 기회를 찾아 나서야 해요. 
찬혁에게는 마음속으로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있나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지만 제 원래 포부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작업을 설치하고 공연을 다니는 거예요. PaTI 재학 중일 때 무토 공연 투어로 아르헨티나에 간 적이 있어요. 아실지 모르겠는데, 우리나라에서 지구 중심핵을 뚫고 나가면 아르헨티나에 도착해요. 완전히 지구 정반대편인 거죠. 그렇게 낯설고 먼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리 공연을 보여주는 느낌은 굉장히 묘했어요. 지금까지 그런 기회는 한 번밖에 없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하고 낯선 곳에서 작업과 공연을 펼치는 게 꿈이랍니다.

무토 아르헨티나 투어 공연 LED 조명 연출, 2016
벌써 인터뷰도 마무리 단계네요. 마지막으로 찬혁이 못다 한 말을 부탁합니다.
예전 뉴스레터를 보니 PaTI에서의 가장 좋았던 경험에 대한 질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실은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웃음) 저는 졸업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태국 크라비로 떠났는데 그때 숙소 예약을 제가 맡았거든요. 좀 가격이 있는 풀빌라를 선택했는데 처음에는 너무 비싸다고 투덜대던 아이들이 실제 숙소로 들어가니까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4년을 동고동락하면서 싸우고 화해하며 생활하던 친구들과 함께 회포를 푸는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서로 다들 바빠서 다 같이 만날 기회가 흔치 않지만, 가끔 모일 때마다 졸업여행이 참 좋았었다는 말을 늘 주고받아요.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네요. PaTI에서의 생활은 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20.9.29.불날
글: 전종현  |  멋지음·빛박이: 박하얀
Paju Typography Institute Coop.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330 | 031-955-9254 | news@pat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