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트만의 발언을 정리하면, 그는 AI 기술의 발전을 원하지만, 그것이 악용되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또한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AI가 자의식을 갖고 인간을 해치려 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지 않아요. 여기까지는 특별한 게 없어요.
지금부터는 '뇌피셜'이에요. 국내에서 AI를 개발하고 계신 분들을 비롯해 IT업계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이를 기반으로 알트만의 발언을 다시 살펴볼게요(항상 글의 마지막에 도움주신 분들의 성함을 적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행여라도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적지 않도록 할게요😏).
비영리단체가 MS에게 독점 사용권을?
오픈AI는 비영리 단체에요. 그들의 목적은 인류에게 도움을 주는 똑똑한 AI 시스템을 만드는 거에요. 또한 알트만을 비롯해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강력한 AI를 소수의 대기업이 독점하는 것에 반기를 듭니다. 대표적으로 ‘구글’이에요. 이같은 생각이 오픈AI의 창업으로 연결됩니다. 오픈AI처럼 비영리 단체가 강력한 AI 기술을 확보해 사람을 위해 써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한계가 있었어요. 구글보다 앞선 AI를 개발하려면 더 뛰어난 인력과 함께 많은 연구비가 있어야 했어요. ‘돈’이 필요했던거죠. 결국 오픈AI는 자회사인 ‘오픈AI LP’를 설립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0억 달러, 우리 돈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받아요. 머스크는 오픈AI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오픈AI를 떠납니다. 오픈AI의 철학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에요.
지난 4월, MS는 오픈AI와 협약을 체결합니다. MS는 오픈AI에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를 독점 공급하고 챗GPT 등 오픈AI의 핵심 서비스를 애저에서 제공해요 이를 위한 MS의 투자 규모는 130억 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만드는 법은 공개 안하지만 많이 써 줘"
오픈AI는 챗GPT-4를 출시하면서 학습 데이터와 방법, 모델 크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어요. 챗GPT-4와 같은 초거대 AI를 만들 수 있는 정보를 빼버린 거죠. 그러면서 전 세계를 돌며 규제를 이야기합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가 대세가 된 지금, 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 오픈AI가 갑자기 규제를 이야기하며 여러 국가와 대화에 나섭니다. 규제 당국 입장에서는 '땡큐'입니다. 챗GPT가 주목받고 AI 악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규제를 해야 겠는데, 그 AI를 만든 당사자가 "규제합시다"라고 하고 있으니까요. 규제가 만들어지는 순간, 오픈AI는 ‘아니다’라고 할지 모르지만 후발주자들의 기술 개발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에서 알트만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에요. 생성형AI라는 시장을 선점한 오픈AI와 MS가 후발 주자들의 성장을 ‘규제’를 통해 방해한다는 겁니다.
챗GPT-4는 API를 공개합니다. 즉 개발하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겠지만, 이를 마음껏 활용하라는 거죠. 한국에 온 알트만은 국내 벤처 기업이 챗GPT를 연동해 만든 기술이 눈부시다고 칭찬합니다. 미국으로 초대해 지원, 협력하고 싶다고 해요. 챗GPT가 AI 시장을 휩쓸고 있는 지금, 알트먼 입장에서는 챗GPT를 기반으로 좋은 활용 사례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시장 지배적인 관점에서 이득일 겁니다.
"싹을 자르자"
챗GPT가 나오기 전 메타는 비슷한 챗봇인 '블렌더봇'을 출시합니다. 하지만 챗GPT처럼 인기를 끌지 못했어요. 메타의 수석 AI 과학자인 얀 르쿤은 그 이유에 대해 "블렌더봇은 안전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메타가 만든 챗봇이 종교, 인종, 성별 등과 관련해 문제되는 발언을 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구글, 애플,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만든 기술이 사회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만 합니다. 이같은 고려없이 제품을 출시할 경우 비난과 함께 해당 기업, 기술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는 악효과만 얻게 됩니다. 하지만 비영리기구를 표방한 오픈AI는 신경쓰지 않고 과감하게 데이터를 학습시켜요.
대중, 미디어는 거대 기업의 AI가 윤리적인지, 개인정보 문제는 없는지 까다롭게 쳐다봅니다. 문제가 있다면 바로 두들겨 맞죠. 오픈AI는 이 빈틈을 파고들어 챗GPT를 만들었고 AI 시장을 리드하는 위치에 올라서게 돼요. 그리고 시장의 반응이 뜨거움을 깨닫고 곧바로 규제를 꺼냅니다. MS에게 독점권을 준 오픈AI의 지난 행보를 기반으로, 각국의 정부와 규제를 이야기하는 오픈AI의 모습을 선하게만 바라볼 수 있을까요.
국내 IT, AI 업계에 계신 분들이 제게 해주신 말을 짧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알트만은 기업인이다." "알트만은 세상을 달군 AI를 개발해 놓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숨고르기 기간에 그는 챗GPT의 담벼락을 더욱 높이 쌓으려 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