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응접실

💬 전시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관객은 응접실에서 지하철 퍼포먼스 시리즈를 마주합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지하철의 유동적 성격이 응접실과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집안에서 지하철을 타고 있는 듯한 생경한 경험에서 시작해 나머지 ‘공간의 종류들’로 옮겨가는 여정에 관객을 초대하고자 했습니다.

💬 지하철 좌석과 몸 사이 공간을 몸무게만큼의 흙으로 채워 넣는 퍼포먼스 〈As Heavy as My Body〉와, 몸 크기(키, 두 팔의 너비) 만큼의 비닐 박스에 공기를 불어 넣어 지하철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퍼포먼스 〈Air as Experience of a Dimension of Space〉는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떠돈다고 느꼈던 타지 생활에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였습니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이방인의 불안하고 연약한 정체성을 흙과 공기의 물성에 대입해 수행했습니다.

2️⃣ 빈 공간

💬 지하철의 움직이는 풍경과 앰비언스 사운드가 흐르는 공간을 지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간으로 들어섭니다. 사물 사이 빈 공간을 흙과 이미지로 포착한 〈공간의 ‘사이’들: 컵, 병, 의자〉 시리즈와 머릿속 공간을 시각화한 〈문장부호 {    }〉는 제가 일상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작업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하얗고 빈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3️⃣ 안방

💬 안방에서 관객은 공간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집을 짓는 방법에 대한 프로토타입〉을 만납니다. ‘가구처럼 생긴 집’은 전시기간의 반절 동안 ‘설계 도면처럼 각각의 구조가 펼쳐진 모습’으로, 나머지 반절은 ‘모든 요소가 조립된 완연한 가구 혹은 집의 형태’로 전시되었습니다. 관객들이 하나의 집을 짓는 과정을 목격하길 바랐습니다.

💬 시간에 따라 나무가 자신이 위치한 곳에 적응하여 모양을 만들어 나가는 것처럼, 살아있는 존재를 만든다고 생각하며 목재를 하나하나 다듬고 가공했습니다. 마치 목수가 된 것처럼 작업으로 ‘집을 지은’ 셈이죠.

《공간의 종류들 Species of Spaces》는 오랜 해외 체류 후 귀국해 새로운 작업 생태계에 막막하던 때, 작업자로서 느끼는 고립감을 위로하고 활력과 용기를 불어 넣어 준 고마운 전시입니다. 특히 ‘결과보다 과정이 보이는 전시를 보니 같은 작업자로서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라는 관객의 코멘트가 인상 깊었습니다. 덕분에 전시는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지난 8년 동안의 작업물을 모두 쏟아낸 첫 개인전이었기에, 전시를 마무리할 때 ‘이렇게 내 세계를 마음껏 담은 전시를 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걸릴까, 앞으로는 어떤 작업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해나갈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로 확장을 모색하며 연극, 건축, 디자인 분야의 동료들과 공동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7월 초까지는 서울 성신여대 부근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카페를 모방하여 관객에게 ‘커피경험’을 제공하는 전시를 하고 있으니 제 인스타그램 계정 @misty.study 에서 지켜봐 주세요!

🖼️ 미스티 작가의 추천 전시 👉 뮤지엄 산에서 본 《안도 타다오 - 청춘》과 제임스터렐관의 전시를 추천합니다. 강원도 원주로 향하는 여정,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과 스케일 모델, 제임스 터렐의 빛과 공간, 카페테리아의 맛있는 음식과 유려한 풍경이 기억에 남습니다.

미스티(최은주)

보이는, 보이지 않는, 그 사이의 구조들을 발견하여 경험적 형태로 실천하고 실험합니다.

개인전

2022 공간의 종류들, 레인보우큐브, 서울

주요 단체전

2022 인공친구 OS, 파동풍경, 서울

방에서, 사무실에서, 작업실에서 혹은 어딘가로 이동하며 레터를 읽고 있을 님에게도 미스티 작가님의 이야기가 전시장에 온 듯한 색다른 경험을 전해주길 바라요. 저는 편집하는 동안 지하철 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들려왔답니다! 덜커덩덜컹…🚈

🕊️ 이산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