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
마음을 두드리는 이야기, 넉넉(Knock Knock)레터 김 피디입니다. 

마치 오븐 속을 거니는 듯 후덥지근한 요즘, 다들 여름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여름휴가 하면 어릴 적 갔던 할아버지, 할머니 집이 떠올라요. 두 분의 집은 정말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라 평소 할 수 없었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거든요.

너른 평상에 앉아 소쿠리 한가득 담긴 옥수수를 먹던 일, 사촌들과 함께 장난삼아 수박 서리를 하다 들켜서 수박을 들고 서서 한참을 울었던 일, 한밤중 모기향을 피우고 바라본 별 헤는 밤. 그리고 하루의 끝에 언제나 저를 보듬던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따뜻한 품까지. 수십 년이 지난 일인데 아직도 선명히 떠올라요.

그때가 유독 그리운 건 아마 언제, 어떻게 찾아가든 똥강아지 왔냐고 맞아주던 그 따스한 분위기가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웃고, 울고, 화내고, 또 행복해했던, 이제는 다시 찾아갈 수 없는 그 옛날 집이 말이죠.

 

오늘은 그 옛날 집처럼 언제나 손님들을 손주처럼 맞아주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아주 멋진 노인들이 있는 곳, 『카페 네버랜드』를 소개하려 해요.

냉혈 공무원 한연주,

사고뭉치 열혈 노인 4인방과 카페를 차리다

무덤덤한 분위기는 아이 하나가 울음을 터트리자 끝이 났다. 아이는 선생님이 눈앞에서 사라진 걸 그제야 알아차리곤 까무러치게 울기 시작했다.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발을 굴렀다. 저 작은 아이의 성대에서 저토록 어마어마한 소음이 생성되다니. 노인들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사태 수습에 나선 건 만영이었다. 그는 우는 아이 바로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이어 뒷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지갑을 꺼냈다. 그러고는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아이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더 큰 소리로 울어 댔다. 만영은 하아, 허공에다 한숨을 내뱉었다. 액수가 적어서 그러나 싶어 5천 원짜리로 바꿔 꺼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연주는 기가 막혔다. 하지만 본인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애야, 그만 좀 울어. 먹히지도 않을 말만 되뇔 뿐이었다. 눈물은 바이러스처럼 전염됐다. 이윽고 두세 명이 덩달아 울기 시작했다. 카페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때 의외의 멤버가 홀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그는 평소 말 없기로 소문난 준섭이었다. 그는 얼마 전 할아버지가 됐다. 곧 또 한 명의 손녀가 더 생길 예정이다. 그는 홀로 남은 집에서 틈틈이 그 역할 연습을 해왔다. 거울을 보고 전래 동화를 낭독해 본다거나, 산토끼 같은 동요에는 간단한 율동까지 곁들여 연습하곤 했다. 그 충실한 노고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준섭은 아이들 앞에서 빙그르르 돌더니 노래 같은 대사를 했다. 마치 뮤지컬 배우라도 되는 양 그랬다.

“여기는 꿈과 희망의 네버랜드! 이곳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는 피터 팬이라고 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광경에 노인들은 다들 입을 쩍 벌렸다. 우는 아이들도 어리둥절해 잠시 눈물을 그쳤다. 준섭은 서둘러 옆에 있던 만영에게 눈짓했다. 눈치 빠른 만영은 눈짓을 알아듣고는 깁스한 손을 크게 휘저었다.

“나는 한쪽 손이 갈고리지만, 네버랜드에서 가장 잘생긴 후크 선장이다!”

만영까지 가세하자 그제야 아이들이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기복도 질세라 배를 부풀렸다.

“안녕? 나는 뱃속에서 똑딱똑딱 시계 소리가 나는 똑딱 악어야! 내 배에 귀를 대볼 용기 있는 친구 있니?”

두 명의 아이가 기복에게 폭 안기다시피 했다. 이어 석재는 날갯짓하며 걸어왔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귀엽고 소중한 팅커벨. 요정이야.”

“할아버지는 남자잖아요. 왜 남자가 팅커벨이에요?”

무지개 어린이집 참새반 아이들이 한꺼번에 깔깔대며 웃었다.


- 『카페 네버랜드』 중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너도 내 나이 돼 보면 안다’는 말을 들어봤을 텐데요.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속으로는 콧방귀를 뀌곤 했습니다. ‘아니,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어. 저건 다 비겁한 변명이야’ 이러면서요. 하지만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삭신이 쑤신다’라는 말의 뜻을 정확히 몸으로 알게 된 이후 옛말은 틀린 게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정말 다르더라고요.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도, 노친네라고 놀리는 어린 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말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너도 내 나이 돼 보면 알아!”

  도대체 왜 그런 거야?


그런 경험을 함에도 어른들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당연해요. 아직 우리는 그 나이까지는 가보지 못했으니까요. 모르는데 어떻게 이해할까요.

‘카페 네버랜드’를 운영하는 공무원, 한연주도 그렇습니다. 승진을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덜컥 채택돼 졸지에 노인들로만 운영하는 카페를 맡게 된 연주.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직원들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포스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계산 실수를 연발하고, 명색이 카페 직원인데 커피도 못 내려, 거기다가 맙소사, 손님과 언성을 높이기까지. 덕분에 하루 매출이 2만 7천 원인데, 이해할 수가 있나요? 연주는 매일 승진은 고사하고 짤리지만 않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발길이 간다


근데 이상하죠. 매번 사고가 터지는 실수투성이 카페, 이상하게도 손님들이 자꾸 찾아옵니다. 처음엔 오지랖이 심하다고 생각했던 어르신들이 이제는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라고, 작은 실수에도 예민했던 반응이 점차 그럴 수 있다고 무던해집니다. 신기하게도 말이죠.

어쩌면 지나치게 완벽이란 말에 갇혀 살던 우리가 그곳에서만큼은 숨통을 트일 수 있어선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툴고 어설퍼도 배우려 하고, 늙는 게 아닌 성장해 나아가려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완벽하지 않은 우리 삶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까요.

오늘 하루 지치고 힘든 일이 있으시다면 바로 『카페 네버랜드』를 방문해보세요. 미류동 주민센터 앞 아기자기한 카페의 문을 열면 마치 손주를 맞이하듯 나를 반겨주는, 정감 넘치는 할아버지들이 당신 마음을 따듯하게 달래 주실 거예요.

  

불편하지만 계속 가고 싶은 편의점

청파동에 자리한 작은 편의점, 그곳에서 일하는 독고와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불편한 편의점』은 소소하지만 정감 넘치는 작품입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로 이렇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단순하게 생각하기’의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주인공 독고는 서울역 노숙자로 기억을 잃은 인물인데요. 말은 좀 더듬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자기 생각은 확실히 밝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오지랖이 좀 심해요. 손님들에게 사사건건 말을 겁니다. 이러면 안 된다.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냐. 남이나 다름없는 편의점 직원이 그렇게 말하니 당연히 손님들은 ‘불편’하죠.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닙니다.

우리는 여러 관계나 상황들을 생각하느라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할 때가 있잖아요. 조금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그 단순함이 때로는 명쾌한 해답일 때가 있더라고요.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의 단순함이 순수함에서 나온 거라면, 『카페 네버랜드』 속 노인들의 단순함은 기나긴 세월로 쌓인 연륜에서 나옵니다. 온갖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속에서 성과를 이뤄내지만, 자신들을 가치를 알아봐 준 사람을 위해 담담히 물러설 줄 아는 진짜 어른들의 모습에서 큰 울림을 받게 되실 거예요.

당신의 맑은 오늘을 선물할 푸릇푸릇 힐링 소설

이번 넉넉레터에서는 고즈넉이엔티의 신간 『카페 네버랜드』에 대해 이야기해봤어요.

냉혈 공무원 연주가 사고뭉치 열혈 노인 4인방과 카페를 운영하며 펼쳐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인물들의 티키타카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요즘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세대갈등의 문제도 뻔하지 않은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죠. 작가님이 어찌나 글을 잘 쓰시는지, 처음에는 왜 저러나 싶은 인물들도 나중에는 미운 정이 들어 자꾸만 보고 싶게 만든답니다. 아마 책장을 덮고 나면 최난영 작가님의 글솜씨에 푹 빠지시게 될 거예요. 우리 동네에도 꽃할배가 운영하는 카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덤이고요.

'불편한' 편의점이나 '꿈' 백화점에는 없는 카페 네버랜드만의 '대망 할배 상담소'가 여러분의 두드림을 기다립니다.

여러분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어른'이 있나요?

 독자님! 오늘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의 두드림에서 소개한 노인 4인방처럼 떠오르는 어르신이 있을까요?
저렇게 되고 싶었던, 혹은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겠다 싶었던 사연이 있다면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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