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에서든 ‘생일’은 축복과 기념의 대상이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환희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태어난 순서대로 나이를 먹으며 세상을 살아가지만 언제 죽음을 맞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소설의 주인공 담이는 부모님의 죽음 이후, 타인들의 죽음까지 남은 날짜를 볼 수 있는 ‘죽음의 디데이’ 능력을 갖게 된다. 머리 위에 초록색 링이 떠오른 여자 친구 소미소를 바라보며 담이는 어떤 느낌일까.
가족, 친구, 연인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그 고통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자기가 죽는다는 공포보다 더 깊은 슬픔에 빠지기 때문이다. 주인공 담이는 타인의 죽음을 바라보는 패배감과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자발적 ‘아싸’를 선택한다. 그러다가 소미소를 만나 마음이 차츰 마음이 열리지만, 어느 날 머리 위에 초록색 링을 보고 만다. 이 소설은 환상적 리얼리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현실적 요소를 반영했으나 지극히 현실적이고 직관적이다. 고등학생 주인공 담이가 겪는 죽음과 사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지극히 현실적이다.
인간은 역설적으로 실패를 통해 도전과 성공의 의미를 깨닫고, 타인의 죽음을 통해 자기 삶을 성찰한다. 작가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명백한 진실 앞에서 우리는 겸손해진다. 삶이 유한하다면 오늘,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남은 시간, 죽음의 디데이를 알고 있다면 살아있는 모든 순간을 소중하게 보낼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