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취향은 무엇인가요?

최근 시류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자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졌습니다. 한 번쯤 들어보셨을 "개취(개인 취향)존중"은 시대를 관통하는 유행어가 되어버렸지요. 그런데 언제부턴지 취향이 '좋은 것을 알아보는 눈'이 되면서 특별한 취향을 갖는 것이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취향이 비슷한 이들은 그들만의 모임을 형성해 다른 취향을 가진 이들과 차별화되길 바라지요. 자, 오늘 위클리 지관에서는 취향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지관 서재

💌취향의 정치학(홍성민, 현암사)

#내 취향이 내가 결정한 게 아니라고?

취향은 내가 속한 계급을 말해준다

누군가는 클래식 공연을 보면서 행복에 젖어들지만 다른 누군가는 클래식을 들으면 졸음이 쏟아집니다. 이 음악적 취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구별짓기』의 저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개인의 취향은 계급, 교육, 사회적 인맥 등 문화 자본에 의해 구별된다고 보았습니다. 취향이 단순한 개인의 미적 감각이 아니라 계급을 구별짓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부르디외의 주장은 그를 프랑스 학계를 대표하는 최고 지성인으로 떠오르게 할 만큼 영향력이 대단했지요.

그렇지만 부르디외의 저작은 너무 현학적이고, 놀라우리만큼 방대하며 문체마저 난해하여 좀처럼 읽을 엄두가 나지 않지요.😭 그렇다면 부르디외의 문제의식을 한국 현실에 비추어 해설한 홍성민 교수의 『취향의 정치학』을 먼저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홍성민 교수는 이 책에서 부르디외의 취향에 대한 관점이 칸트의 미학 이론과 대척점에 있다고 짚고 있는데요. 칸트는 모든 사람들은 나이와 신분을 떠나 똑같이 미적 쾌락을 느낄 수 있는 '공통 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미학(취향)의 보편성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지요.

이에 반해 부르디외는 보편적 취향이란 허구이며 취향은 사회적으로 결정된다고 반박합니다. 사람들이 그림이나 자연 풍광을 보면서 느끼는 감성은 출신 배경이나 학력, 계급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죠. 취향이 개인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계급에 의해 형성된다는 부르디외의 주장은 꽤나 인상적이지만 그 뒷맛은 사뭇 씁쓸합니다. 홍성민 교수가 전하는 취향 그 이면에 도사린 섬뜩한 진실 속으로 우리도 한번 따라가볼까요.😊

취향이 타고난 개인적 특성이 아니라는 부르디외

📝"취향은 이데올로기 역할을 한다. 문화 취향의 차이는 개인의 본성으로 설명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러한 이유로 취향의 차이는 개인적이며 자연적인 것으로 오인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경제적, 계급적 차이가 은폐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문화에 대한 취향의 차이는 문화 획득의 차이에서 유래하는데, 출신 가정과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은 문화가 이데올로기 지배를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사실을 웅변하는 것이다."

부르디외 직접 만나볼까

📚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짓기』

홍성민 교수의 가이드로 얼핏 부르디외의 생각을 넘겨 봤다면 이제는 직접 저작을 읽어볼 차례! 부르디외는 취향이라는 소재로 자본주의 사회의 보이지 않는 지배관계를 분석하고 있는데요. 개인의 문화적 취향이 계급, 학력, 혈통에 의해서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광범위한 실증 조사와 통계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성민 교수는 『구별짓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문화와 정치의 상관관계를 논한 8장을 꼽고 있는데요. 이 부분만이라도 꼼꼼히 살펴보면 부르디외의 핵심 주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뭐 다 읽지 못하면 어떤가요. 하드커버 고전은 그저 책꽂이에 꽂힌 것만 관조해도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도 있는 걸요.😆

💌취향의 탄생(톰 밴더빌트, 토네이도)

#우리는 무엇을 왜 선호하게 되는걸까

계급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취향의 무궁무진한 다양성!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르디외는 취향이 계급에 의해 형성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회계층 사이에서도 취향은 다양하게 갈립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취향의 탄생』은 이 물음을 살펴보고 있는 책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왜 좋아하게 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저자는 음식, 영화, 음악, 패션 등 다양한 연구 사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 저자가 찾아낸 결론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우리의 취향은 매우 다양한 상황과 타인의 영향을 받으며, 시시각각 변하기도 하고, 익숙한 것에 취약하며 때로는 정말 우연히 무언가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좋아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기호는 우연과 편견으로 가득하고, 타인적 요인('근사해 보이는 OO가 이걸 좋아해. 나도 이걸 좋아해야지😆'와 같은 모방심리 등)에 꽤나 자주 휘둘리며 때로는 친근하다는 이유로 어떤 것들을 좋아한다고 느낀다는군요.

예를 들어볼까요. 커피나 맥주를 처음부터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커피와 맥주를 자주 접하게 되고 쓴맛에 대한 거부감이 조금씩 줄어들게 되지요.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진 쌉싸름한 맛은 친숙성의 원리가 작동하면서 어느덧 기호로 바뀌어 갑니다. 이처럼 저자는 기호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을 다각도로 짚어보며 취향이 단순히 계급의 문제로 귀결될 수 없는 무한한 다양성의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특별해 보이는 자신의 취향이 사실은 그저 우연의 산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취향이 탄생하는 이유

📝"사람들은 좋고 싫고가 진짜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상황에 영향받은 결과(집에 이탈리아 와인을 가져가는 이유는 지금껏 맛본 것 중 최고이기 때문이다)이거나 기대(사람들은 나파 밸리에서 만든 와인이 무조건 뉴저지산 와인보다 좋다고 한다) 때문이다. (중략) 연구원인 예브게니 야코블레프가 강조한 것처럼 러시아인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어디에서나 마실 수 있어 수십 년 동안 보드카에 압도적인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에 제한이 풀리자 젊은 층 사이에서 맥주 소비가 크게 늘었다. 이는 무엇을 시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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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우리의 취향은 어떻게 형성될까?" (널 위한 문화예술)

개인의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주요 학자들의 주장을 흐름별로 살펴보는 영상입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부르디외의 '취향은 계급이다'라는 주장에서부터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선호를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최근의 주장까지 살펴보고 있지요. 이 영상을 보시면 취향에 대한 주요 주장들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이수진, 웅진지식하우스)

#취향 때문에 소외당한 당신을 위해

취향이라는 이름 아래 누구나 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제법 듣는 말입니다. 자신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이들에게 "그거야 당신 생각이지"식의 말로 응수했다가는 타인의 기호를 무시하는 안하무인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한 번쯤 생각해볼 일 입니다. 사실, 취향이라는 그 애매모호한 이름은 얼마나 쉽게 차별과 폭력으로 둔갑하던가요.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소설의 형식을 빌려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기 이별 통보 뒤 잠적한 여자 친구를 찾고 있는 주인공 한이 있습니다. 한은 우연히라도 여자 친구와 마주칠 요량으로 그녀가 즐겨 찾던 고양이 애호가 정기 모임에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고양이 애호가 집단을 반대하고 나서는 '안티 버틀러' 인물 B를 만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의 낙선 운동에까지 참여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개인의 취향이 타인의 취향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취향 때문에 소외 당한 인물들이 펼치는 기괴한 사투는 통쾌하면서도 우리에게 내면화된 배타성과 폭력성을 성찰하게 하지요. 소설 속 상황을 한번 살펴볼까요. 레드 제플린을 잘 모른다고 밴드 멤버들에게 무식하다는 핀잔을 들은 소설 속 김A의 속마음을 들어보시죠.

밴드 멤버 김A의 대사

📝"김A도 그 음악들을 분명히 듣고 알고 있었다. 그는 다만 멤버들의 풀 네임, 그들의 고향, 결성의 뒷이야기, 신화적인 라이브 무대 같은 것을 몰랐을 뿐이다. 그는 점점 자신의 무지와 취향을 숨기게 되었다. 더는 무시 받고 싶지 않았다. 너무 다양한 취향은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몸소 깨닫고 있었다"

그저 취향이 없다는 이유로,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소외되는 그들에게 작가는 한 인물의 대사를 빌어 이렇게 말합니다.

📝"누구에게도 누군가를 차별하고 무시할 권리는 없어요"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소위 '취향존중'이 자칫 자신의 취향에 근거해 타인을 차별 대상으로 보는, 자신의 취향을 숭배하기 때문에 타인의 취향을 배척하는 '구별 짓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할 만큼의 입심 좋은 문장과 그 문장 뒤에 숨은 날선 질문을, 여러분도 만나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아. 소설은 당신의 취향이 아니라고요? 하하. 취향 존중합니다!😌

함께 볼만한 영상 PICK

✅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취향도 없는 나 | 하지현&윤대현의 마음치유책방 (6분)

저는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없는데 그런 제가 이상한 건가요?😰

취향이 없는 것이 고민이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하지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싫고 좋음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전혀 문제될 리 없지만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서 좋아하는 것 하나쯤 가져보면 어떻겠냐고요. 하지현 교수는 문득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라는 책을 소개합니다. MBC기자로 활동했던 이 책의 저자는 MBC가 파업하자 자신이 좋아했던 하루키의 흔적이 담긴 술집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평소 저자가 좋아했던 것들(문학, 음악, 술)이 힘든 파업의 기간 동안 그를 구원해 준 것이지요. 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 생각했던 취향이 흔들리는 삶을 견뎌낼 버팀목이 되어줄 수도 있다면, 그래 그런 이유라면, 하나쯤 나만의 취향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 취향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삶을 위하여 | 카카오 TV (3분)

알고리즘의 시대, 우리의 취향이 도둑맞고 있다!

이동진 평론가는 취향이 지나치게 좁아지도록 미디어 환경이 돌아가는 현실이 요즘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큐레이션이 발달한 요즘에는 유튜브에서 노래 몇 곡만 들으면 알고리즘이 그와 유사한 노래들을 찾아주지요. 그렇게 계속 같은 취향의 것들만 즐기다 보면 결국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이게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거나 내 취향만이 신성한 거라고 믿게 될 수도 있다는군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넓히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정말 좁은 세계 속에서만 살 수 있다고 이동진 평론가는 지적합니다. 자, 이동진 평론가가 전하는 취향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기르는 법,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 취향이 아닌 것과 취향이 없는 것은 다르다_홍진호 서울대 교수│서가명강 (2분)

좋아하는 작가가 없으니 문학과 저는 안 맞는 걸까요?

강연에서 나온 이 질문에 홍진호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이렇게 답합니다. 취향이 아닌 것과 취향이 없는 것은 다르다고요. 취향이 없다는 건 충분히 읽어보지 않았다는 건데요. 취향이 생길 만큼의 문학 작품을 읽어보지 않았으니 어떤 작품을 읽을 때 마음이 더 끌리는지 모를 수밖에 없다는군요. 이럴 때는 일단은 닥치는 대로 읽고, 재미없으면 멈추고, 또 읽고 하면서 나를 확 잡아끄는 작품을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시도해 보는 게 좋다는군요. 이는 문학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자,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관심 갖는 법 함께 알아볼까요?

이런 취향 공동체가 다 있네?😀

✅ 취향을 나누는 사교클럽 <취향관> "서로 연결되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되찾다"

18세기 살롱 문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취향관>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곳은 공간을 기반으로 자신의 취향을 타인과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형태의 살롱 문화를 꿈꾸는 곳인데요. 타인에게 일방적으로 자신의 취향을 과시하는 방식이 아닌, 대화하고 가다듬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합니다. 이곳은 어떻게 운영되는지 간단히 살펴볼까요?😆

🔸취향관은 어떻게 운영되나요?

살롱 모임이나 대화에 참여해도 되고, 고요한 1층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 됩니다. 모임은 매 시즌 주제를 달리하고 6~10명 내외로 소규모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시즌제 멤버십 커뮤니티 운영)

🔸어떤 형태로 대화를 나누나요?

아티스트나 멘토에게 무언가를 배운다기보다는 개인의 취향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방식입니다. 다만 '가이드'라는 중재자가 있어 대화의 길이 옆길로 새는 것을 방지해 주죠. 최근 진행한 모임에서는 사진과 회화, 드로잉 같은 시각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의 취향을 사진이나 그림으로 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취향관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나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자신의 컬러와 취향을 어딘가에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아요. 취향관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하세요!

다른 취향 공동체는 뭐가 있을까?😉

📌[문토] 취향으로 만나는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영화, 전시, 런닝, 등산, 카페 투어 등 평소 즐기던 취향과 관심사를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는 멤버십 커뮤니티. 동호회나 정기적 모임이 부담스러웠다면, 가볍게 만나는 원데이 모임 성격의 문토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공간 틈] 독립 매거진 <딴짓>을 발행하는 딴짓 시스터즈가 만든 공간. 이곳에서 퇴근 후 딴짓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 독립 출판물 워크숍 등이 열린다. 공간은 북 스테이로도 운영하므로 자신을 돌아보는 짧은 여행을 하기에도 좋겠다.

지관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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