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비껴가고, 주체를 흐리고
 Season 6  vol 51. 💡2026.5.8.~5.14.

알맹이 빠진 ‘오빠’ 사과문
아프리카에도 번지는 ‘남초 커뮤니티’
6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간 소녀상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5월의 봄 기운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선물 같았던 빨간 날, 잘 보내셨나요? 


이번 플랫레터도 푸릇푸릇하고 신선한 내용을 담았습니다. 지방선거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인지라 유세도 활발하고 정치인들의 말도 넘쳐나는데요. 그 와중에 여당 대표의 발언이 크게 비판받았습니다. 또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소식도 더했습니다. ‘평화의 상징’이 다시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는 반가운 이야기도 있네요.


그럼 이번 주 플랫레터 시작합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하정우 전 청와대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이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에게 “오빠”라고 해보라고 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해당 발언은 둘이 지난 3일 부산 구포시장에서 선거 운동을 하던 중 나왔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한 아동에게 “몇 학년이냐”라고 물은 뒤 “여기 정우 오빠. 오빠 해봐요”라고 말했고,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하정우 전 수석도 “오빠”라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은 즉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야권에서는 “북구 미래를 만들러 왔다는 게 초등학생에게 오빠 소리를 듣는 것이냐. 이게 민생을 살피러 온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소리냐”, “62세 정청래 대표와 50세 하정우 후보가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에게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강요하는 모습은 참 낯뜨겁다” 등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청래 대표는 “구포시장 방문 과정의 상황과 관련하여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어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아이의 부모님께 송구합니다”라고 밝혔고요. 하정우 후보도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며 “상처받으셨을 아이와 부모님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어요.

이러한 사과문을 두고 본질을 비껴갔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중이 논란의 중심에 세운 건 해당 아동이 아니라 정청래 대표와 하정우 후보이니까요. 부적절한 발언으로 아동과 그 보호자에게 상처를 준 주체도 그 둘인 것 같고요.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논평을 내 “사회적 관계에서 오빠라는 호칭은 한국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을 종속적 위치에 두는 남성 중심 권력 구조의 상징으로 비판받아 왔다”며 “비판이 확산하자 정 대표는 ‘아이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상처받았을 아이와 부모님께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이 사과 역시 문제 본질과 멀다”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 차원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당 대표의 사과를 무색하게 하는 발언이 나왔기 때문인데요. 김광민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머릿속이 온통 음란마귀로 차 있으니 섹슈얼하게 들리는 것”, “공부하기 싫어서 페미니즘을 ‘단어 검열 놀이’로 배운 무식의 소치”라며 되레 ‘쉴드’를 치고 나섰어요. 민주연구원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입니다. 

62세, 50세 남성이 손녀뻘 혹은 막내조카뻘 되는 아동에게 ‘오빠’란 호칭을 거론하는 건 성인지 감수성을 떠나 상식과도 많이 어긋나 보입니다. 입주자님은 이 뉴스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남성 우월·여성혐오 정서를 공유하는 온라인 남성 공동체 ‘매노스피어’(manosphere·남성 중심 커뮤니티)가 아프리카에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가디언, CNN, 알자지라 등이 이 현상에 관해 보도하면서 진단과 논의도 조금씩 쌓이고 있더라고요. 플랫 입주자님을 위해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왔습니다. 

아프리카의 매노스피어를 이끄는 이들은 엑스(옛 트위터), 유튜브, 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며 팔로워를 끌어모으고 자신의 팟캐스트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서양에 앤드루 테이트가 있다면 케냐,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도 유사한 인물들이 등장했어요. 이들은 강한 남성성을 추구하며 여성에 적대적이라는 점에서 서양의 매노스피어와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케냐의 아메릭스는 자신을 ‘남성의 건강과 복지’에 관한 생식 건강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한편, “여자에게 잘해주지 말라”, “오늘날 결혼한 남성 80%는 불행하다. 그들은 노예화됐다”, “현대의 여성 중심적인 세계에서 남성은 궁극적인 패배자” 등의 메시지를 퍼뜨립니다. 그의 팔로워는 엑스 230만명·페이스북 16만명에 달합니다. 

CNN은 2020년 1월1일부터 2024년 3월31일까지 케냐의 매노스피어를 분석한 결과 엑스, 틱톡,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소이 보이(soy boy·남성성이 부족한 남성을 비하하는 표현)’, ‘레드 필(소위 ‘빨간 약’을 먹고 남성이 차별받는 현실에 눈을 떴다는 의미)’ 등의 키워드가 널리 확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여성에게 우호적인 남성을 뜻하는 ‘심프(simp)’는 원래 케냐에서 잘 쓰이지 않았던 단어였음에도 불구하고 2021년 8만건 이상 사용됐고요. 케냐는 2023년 남성 우월주의 관련 단어와 문구 사용 빈도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에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겪는 위협은 피부로 와닿고 있다고 해요. 나이로비의 한 활동가는 내담자들이 ‘예전엔 자상했던 남편이 갑자기 나를 비하하기 시작했으며, 예전엔 안 했던 말을 한다’는 취지로 상담한다고 전했어요. 그가 접한 사례에서 한 남편은 “난 알파 메일이야, 난 왕처럼 대접받아야 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매노스피어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접하며 여성을 보는 관점이 바뀐 사례입니다. “15세 남학생들이 여성을 마치 쓰고 버릴 물건처럼 취급하며 매우 저속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충격받았다”는 전언도 나옵니다. 

그동안 매노스피어란 용어를 비롯해 ‘인셀(비자발적 독신)’ 등의 담론은 주로 북미와 유럽 사회를 대상으로 했는데요. 이제 아시아, 아프리카를 비롯한 그 외 지역에서도 유사한 분석이 나오는 형국입니다. 전세계 매노스피어가 대동소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창비), <소년과 남자들에 대하여>(민음사), <젊은 남성은 왜 분노하는가?>(바다출판사), <남성 판타지>(글항아리) 등이 출판됐어요. 마침 플랫레터에서도 소개드린 책들이네요. 

살짝 말씀드리면, 이 기사의 제목을 어떻게 할지 논의를 많이 했답니다. 참고한 외신 기사에서는 ‘매노스피어’라는 용어가 쓰였지만 이를 한국 독자에게 그대로 내보이면 아직은 이해가 어려울 것 같았거든요. 이리저리 대안을 찾다가 고른 것이 ‘남초 커뮤니티’입니다. 대안 아이디어가 있거든 귀띔해주세요!🤞


6년 가까이 바리케이드에 둘러싸여 있던 ‘평화의 소녀상’이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소녀상은 2011년 12월14일 제10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일명 ‘수요시위’) 당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습니다. 시민들이 매주 소녀상 옆에서 수요시위를 열며 자연스럽게 ‘여성 인권과 전쟁 없는 평화’의 상징으로도 자리잡았습니다. 

그러다 2019년부터 “일본군 ‘위안부’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소녀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경찰은 결국 2020년 6월 소녀상 보호를 위해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고, 시민들은 예전처럼 소녀상 곁에 다가가거나 옆 의자에 앉을 수 없게 됐어요. 

지난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모욕 시위를 주도하던 자가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구속되며 바리케이드 철거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열린 제1751차 수요시위에서 시민들이 직접 바리케이트를 걷어냈습니다. 설치된 지 5년11개월 만입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역사 조작 세력으로부터 소녀상을 보호한다는 명목 아래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본래 취지로 다가갈 수 있게 돼 정말 기쁜 날”이라고 밝혔고, 소녀상을 제작한 김서경·김운석 작가도 현장을 찾았습니다. 김서경 작가는 “혐오와 차별을 일삼는 자들이 와서 또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된다. 당국과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최민서 인턴기자가 소설과 전시를 소개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작품들이라 의미가 깊습니다. 


🍀🍀🍀🍀🍀


📚 김숨, <한 명> & 전시 <눈물의 행동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인 김숨의 장편소설 <한 명>은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2026년 5월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다섯 명뿐입니다. 소설이 그려 낸 시간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습니다.


10년 전인 2016년에 발표된 소설 <한 명>의 화자 ‘그녀’는 위안부였다는 사실을 숨긴 채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도 “창피스러워서, 너무 부끄러워서” 위안부 신고를 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녀가 어쩌다가 만주 위안소로 끌려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또 어떻게 살아남아 돌아오게 되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우연히 TV를 통해 위안부 생존자가 한 명 남았음을 알게 됩니다.


소설은 화자에게 이름을 따로 붙이지 않고 ‘그녀’라고 칭합니다. “군인들이 지어준 이름들까지 합하면 그녀의 이름은 열 개가 넘었다. 그녀의 몸에 다녀갈 때 군인들은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 부르고는 했다.”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 군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곤 했습니다. 여자친구 이름을 붙이거나 어린 소녀에게 ‘작은 꽃’이라는 뜻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찢기고 훼손된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을 다시 호명하기 위해 소설은 이름 대신 대명사 ‘그녀’를 사용합니다. 동시에 이는 특정한 한 명의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름을 빼앗기고 지워져야 했던 수많은 존재를 함께 부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글자를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고, ‘처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 흰 머리를 염색하지 않는 그녀의 삶은 고통을 겪은 모두의 삶과 겹쳐지게 됩니다.


처절하고 참혹한 묘사 옆에는 각주가 붙었습니다. 316개나 되는 각주에는 ‘김복동’, ‘강무자’, ‘박두리’, ‘황선순’ 등의 실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한 삶 위에 겹쳐 쓰인 것임을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고 맨 뒤 페이지로 넘겨 이들의 이름을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기록과 증언을 이어붙인 작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각주라는 장치로 이들이 겪은 고통이 허구가 아님을 증명하기도 하는 것처럼요.


“모든 걸 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기억했으면 오늘날까지 살지 못했으리라”는 말과 “어떤 말로도 자신의 고통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 과거에만 멈춰있지 않는 기억은 현재로 이어집니다. 전시 <눈물의 행동들>은 <한 명>을 비롯한 김숨의 위안부 증언 소설을 읽어 내려가는 모임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증언은 과거의 기록으로 고정되지 않고, 지금의 몸을 통과하며 다시 읽히고, 말해지고, 덧쓰인다.”는 전시 서문처럼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은 녹음, 드로잉, 연극, 비디오, 바느질 작업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해집니다.


김복동 할머니의 내복에 혈자리를 새겨 넣은 <진짜 날 사랑했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떠날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한 할머니에게 답장하듯 주희 작가는 내의를 오래 어루만지며 억눌린 분노와 억울함을 풀어주는 혈자리, 마음을 안정시키는 혈자리 등을 실로 새겼습니다. 손끝으로 그 혈자리를 따라가다 보면,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몸의 감각으로 옮겨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은 전시장 내부의 작업물에 직접 손을 대고 만지고, 나무 상자 안에 누워 보석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귀 기울이게 됩니다. 증언과 문헌, 사진 등의 기록을 엮어 직접 각자의 진(Zine. Magazine에서 파생된 말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이 특정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담아내는 독립 출판물)을 만들어볼 수도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직접 진을 만들고, 읽고, 붙이고, 덧쓰며 전시의 일부가 됩니다.


고요한 전시장에는 끊임없이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눈물의 행동들>이라는 전시명 때문인지 이러한 소리가 눈물처럼 느껴졌는데요. 보통 떨어지는 눈물을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만 이곳에서는 눈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전시장을 떠난 뒤에도 소리가 귓가에 남았던 것처럼 슬픔을 듣는 경험은 낯설고도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소설 <한 명>과 전시 <눈물의 행동들>은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의 증언을 담아내는 일에 그치지 않습니다. 멈춰 있던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작동시키며 현재와 연결하게 만듭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역사이자 지금도 다른 형태로 이어지고 있는 폭력이기에, 이 고통에 더욱 더 공감하게 됩니다. <눈물의 행동들> 전시는 5월 23일까지 낙원악기상가 d/p에서 열립니다. 전시를 통해 기억을 공유하고 기록을 보존하며 함께 연루되길 바랍니다.



👤 나라꼴이 나를 꼴페미로 만들어

👤 전라남도 단체장뿐 아니라 기초의원 후보를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전라남도 고흥군에 깃들어 16년을 살며 지켜보노라면, '여성'뿐 아니라 '젊은이'는 아예 없다고 할 만큼 창피합니다.

👤 그러니까 말입니다. 여자들이 탄핵 도와주고 힘 보태주면 뭐합니까. 민주당도 경각심을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할 판에 저러고 있으니.. 그래서 저는 무조건 후보군에 여자분이 계시면 그분에게 투표합니다.

👤 No means no보단 yes means yes가 훨씬 명확하네요

👤 한국은 친밀한 관계(남자친구, 남편)였다고 무죄주고, 칼들고 협박하거나 폭행하지 않았다고 무죄주는 현실이 슬프다. 강간의 죄가 '정조의 죄'였던 시절에서 한걸음도 못나감.

👤 참고로 50명이 법원에 섰지만 영상에서 지젤을 강간한 남자는 총 72명입니다(신분 확인 불가 등 그런 이유로 22명이 제외된 겁니다). 도대체 내가 어떤 악몽 같은 세상에 살고있는건지..."지젤이 약물로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일부 변호인 측에서는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노(no)"라고 말하거나 저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입니다." 개소리를 논리라고 부르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인간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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