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35. (2023. 10. 19.)

'질문' 없습니까?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지만 기자 회견 현장에서 머뭇거리거나 질문이 없어 재차 확인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곤 한다. 기자뿐만 아니라 ‘질문’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삶의 도구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호기심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명 발달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관찰하고 탐구하는 본능이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지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부모에게 질문하고 쉼 없이 답을 구한다. 사춘기를 지나면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건 아니다. 호기심이 사라지고 질문이 멈추는 순간 인간의 ‘성장’이 멈추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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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다는 것

정준희 지음, 이강훈 그림 | 너머학교 | 2023

  청소년들의 삶에서 중요한 능력과 태도는 무엇일까. 너머학교 출판사의 ‘생각교과서-열린학교’ 시리즈는 좋은 책을 계속 출판하고 있다. 이번에 언론학자 정준희가 쓴 책은 질문의 역할과 종류, 무엇보다 질문의 중요성을 짚어준다. 모든 지식과 정보의 출발은 ‘질문’에서 시작된다.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꿀벌은 밀랍으로 자기 세계를 짓지만, 인간은 말로써, 개념들로써 자기 삶을 만들고 세계를 짓는다.” 즉, 인간 이성의 발달과 논리적, 추상적 사고의 도구는 언어다. 말과 글을 배우고 이를 통해 사물과 세상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문명 발달의 역사다. 질문은 인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다.

  저자는 ‘묻음’이 아니라 ‘물음’을 강조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한 호기심부터, 새로 산 전자기기 작동법까지 모르는 대상을 알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에 가깝다. 호기심을 억누르지 않고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관계와 사물에 대한 태도,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달라진다. 질문할 때 중요한 건 내용과 방법이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같은 질문이라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든, 미래를 준비하든 질문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다.

  질문이 없는 이유는 답을 알고 있거나, 질문을 해도 어떤 답이 나올지 뻔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생각, 낯선 반응이라면 질문을 멈출 이유가 없다. 단순 암기식 공부는 질문이 거의 필요 없다. 물론 이런 공부는 어떤 상황에 적용하거나 변형된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 누군가를 향한 질문, 어떤 일에 대한 의문도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해석과 판단, 다양한 관점의 답을 찾는 과정이 질문의 핵심이다. 저자는 이렇게 중요한 질문이야말로 ‘새로운 지식을 담는 그릇’이라고 정의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들도 새로운 지식을, 자기만의 그릇을 만들어보자.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우선 “질문 있습니다!”라고 외쳐보자. 좋은 질문, 나쁜 질문 따위는 그다음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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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어의 발견

김미형 지음 | 사람in | 2023

  우리는 말과 글을 배워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세상을 살아간다.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공부가 바로 말 공부다. 그런데 이 ‘말’은 다양한 층위를 갖는다. 어떤 말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인격을 평가하고 지식수준을 가늠한다. 인간은 곧 언어로 지은 집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어문화학자 김미형은 이렇게 중요한 말속에 숨은 의미를 드러낸다. 주린이, 틀딱, 맘충, 한남, 결정 장애, 미망인 등은 사회 현상과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말, 차별을 조장하고 혐오하는 말,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말들을 우리는 잘 구별하지 못할 때가 많다. 특히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나이, 성별, 인종, 국적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는 그 자체로 차별인 경우가 많다. 정확한 의미를 인식하지 못하고 내뱉은 차별어는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생각과 인격이 된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는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에 드러나는 법이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말들 사이에 자리 잡은 차별적 시선과 태도는 하루아침에 굳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에겐 ‘섬세한 인식력’이 필요하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 차별하는 사람보다 차별받는 사람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는 없다. 차별의 아픔과 슬픔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일상적인 고통과 슬픔으로 남는다. 차별어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사용하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혹시, 우리가 부주의하게 차별어를 사용해왔다면 지금부터 고쳐 말해야 하지 않을까. 차별어가 무엇인지, 차별어가 왜 위험한지, 차별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까. 이렇게 차별어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타인과 세상을 향한 질문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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