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친구는 8월 첫째주부터 10월 셋째주까지 3개월간, 매주 금요일 밤 9시에 발송되며 서로와 서현이 번갈아가며 메일을 적습니다. 답장은 자유롭게 보내 주시면 됩니다. 메일 마지막, 하단에 기재된 메일 주소를 통해 남겨 주세요. :)
2024. 06. 03. 

'다큐멘터리는 인간 눈의 진화 중 가장 특이한 점을 흰자위의 존재로 꼽았다. 
고릴라나 침팬지,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는 자신이 어디를 바라보는지 감추기 위해 흰자위를 갖지 않는다. 경계를 위하여, 도망을 위하여, 또는 공격을 위하여 자신의 주시를 속이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만은 흰자위를 통해 내가 어디를,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직하게 드러낸다. 
내가 바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신용목, '재' 中-

절대 오고야 말 것들은 결코 영장류가 아니다. 
절대 약속, 절대 사랑, 어떤 절대적 결론들..
이들은 모두 흰자를 과감히 드러내어 넋놓고 있다보면 골이 시려오기도 한다.

올 여름은 흰 것이 아주 많겠구나,
생각했다.


  오랜만입니다, 서현이에요! 은설이에요. 
 처음 만난 분들도, 오랜만에 만난 분들도 모두모두 반가워요. 우리 서로의 '살아있음의 증인'이 되어주자고 약속하고 헤어진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좋은 기회로 이렇게 여러분을 다시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하답니다.

 지난 주 서로의 메일은 잘 받아보셨나요? 무엇보다 이번 시즌부터는 롤링페이퍼로 (메일 하단에 있어요!) 여러분들의 짧은 답장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잠시나마 우리의 삶이 겹쳐질 수 있다는 게 기대가 돼요. 많이 많이 적어주세요.
이번 시즌에는 제가 더 가까이 다가가려구요, 여러분께요. 희희.


  지난 주 메일에서 서로가 궁금하다던 오늘 제가 이야기 할 '회복' 은 말이죠, 바로 흰 흰 여름이에요.

 영장류는 흰자 위를 갖지 않는다고 해요. 경계를 위해, 도망을 위해, 공격을 위해 .. 자신의 주시를 속인다네요. '나는 조금 똑똑한 침팬지인 것만 같아.'라고 자주 말하던 올 봄의 저는 정말 제가 영장류인줄 알았어요. 
자꾸만 커지는 마음과 반비례하게 작아지는 마음을 모두 막으려고 애쓰던 봄의 저는요, 중심의 기울기가 망가져서 주시를 속이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요.

 그런데 제가 믿는 존재의 절대적 약속과, 사랑과, 결론들은 과감히 흰자를 드러내어 저만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거울을 보니 .. 아이 참, 제게도 흰자가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장류가 아니라 인간이란 걸 즉시 깨달았고 또, 주시를 속인다고 마음은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됐구요. 허허.
'이럴거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 당신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나 당신의 그 말이 참 무섭습니다." 하고 이야기할 걸 그랬나~' 상상할 만큼 가벼워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6월의 초입에서 다가올,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여름에 대해 묘사했어요.

"올 여름은 흰 것이 아주 많겠구나, 흰 흰 여름이 온다." 

 양 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두 눈꺼풀에 얹은 뒤, 힘껏 맞닿은 살을 들어올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흰자 위를요. 내가 바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당신은 내게 해를 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 마음껏 흰자를 드러낼 수 있는 여름을 정말 지나고 있어요, 흰 흰 여름이에요.

*

 혹시 지금 주시를 속이는 중이신가요?
흐트러진 초점을 못 이기는 척 다시 잡아주세요. (진심론자로서 이 방법 무적권이던데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흰 흰 여름을 보내고 싶거든요. 

 맞아요, 제 곡이에요. 막간을 이용한 홍보 맞구요 .. (?)
 8월 4일에 발매된 '부탁'이라는 곡이에요. 이 곡은 오히려 흰자 위를 드러내놓고 썼다가 주시를 (영원히) 속이게 된 곡인데요 .. 비하인드가 궁금하면 thou_comely@naver.com 으로 개인 메일주세요 ㅎㅎ... 

 지난 시즌에 비해 제 글의 무게가 많이 가벼워지지 않았나요?
느리게 꼭 꼭 씹어먹어야 하는 글은 겨울에 어울리고, 대충 씹고 삼켜도 소화가 잘되는 글은 여름에 어울리는 것 같아서요 ㅎㅎㅎ (아님 말구요.)
쨌든, 다시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기뻐요. 시덥잖은 이야기도 좋으니 메일로, 또 아래 롤링페이퍼로 짧은 답변 부탁드릴게요.
'부탁' 곡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도, 흰자 위를 되찾는 여정도 궁금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구요, 다음 메일 때 만나요 !
안녕, 흰 흰 랜선친구들아. 

- 올 여름의 흰자 부자 서현 -

P.S. 이지야, 잘 지내고 있니? 네게 답장하지 못 해 마음에 걸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