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메일에서 서로가 궁금하다던 오늘 제가 이야기 할 '회복' 은 말이죠, 바로 흰 흰 여름이에요.
영장류는 흰자 위를 갖지 않는다고 해요. 경계를 위해, 도망을 위해, 공격을 위해 .. 자신의 주시를 속인다네요. '나는 조금 똑똑한 침팬지인 것만 같아.'라고 자주 말하던 올 봄의 저는 정말 제가 영장류인줄 알았어요.
자꾸만 커지는 마음과 반비례하게 작아지는 마음을 모두 막으려고 애쓰던 봄의 저는요, 중심의 기울기가 망가져서 주시를 속이게 되었어요. 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요.
그런데 제가 믿는 존재의 절대적 약속과, 사랑과, 결론들은 과감히 흰자를 드러내어 저만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거울을 보니 .. 아이 참, 제게도 흰자가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장류가 아니라 인간이란 걸 즉시 깨달았고 또, 주시를 속인다고 마음은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란 것도 알게됐구요. 허허.
'이럴거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나 당신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나 당신의 그 말이 참 무섭습니다." 하고 이야기할 걸 그랬나~' 상상할 만큼 가벼워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6월의 초입에서 다가올, 우리가 지금 지나고 있는 여름에 대해 묘사했어요.
"올 여름은 흰 것이 아주 많겠구나, 흰 흰 여름이 온다."
양 손의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을 두 눈꺼풀에 얹은 뒤, 힘껏 맞닿은 살을 들어올려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 흰자 위를요. 내가 바로 당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당신은 내게 해를 가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알고 있다고 말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 마음껏 흰자를 드러낼 수 있는 여름을 정말 지나고 있어요, 흰 흰 여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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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지금 주시를 속이는 중이신가요?
흐트러진 초점을 못 이기는 척 다시 잡아주세요. (진심론자로서 이 방법 무적권이던데요.)
저는 여러분과 함께 흰 흰 여름을 보내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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