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영화는 주인공의 일대기보다 어떤 핵심적인 사건 하나를 다룬다. 그리고 감독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조연들을 등장시킨다. 내가 영화 주인공이라고 상상해 보자. 그럼 내 곁에 등장하는 인물은 누가 될까. 가족?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선배? 애인? 일하다 만난 사람? 그런데 여기서 당연하지만 가슴을 두근대게 하는 점은 아직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정말 중요한 인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떠나보낸 사람들에 대한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진다. 그리고 나에게 찾아와 사건을 일으킬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기대가 된다. 죽기 전까지는 결말을 알 수 없는 나의 영화는 어떤 이야기일까.


-from 채린

📃 오늘의 grds paper

1. music

2. 첫 만남 그리고 이별

3. 걸음코스 #12 숙대입구

4. 우연한 만남

5. 무더운 여름날, 어디서 만날까?

6. grds on feet - depends on who you meet!

music

🎧 Sufjan Stevens - Mystery of Love


만남이란 참 이상하다. 혹시 첫 만남부터 운명이라 느낄 만큼 잘 맞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사실 나는 없다. 오히려 이상하리만큼 안 맞는 사람이 결국엔 내 옆의 소중한 존재들로 자리 잡았다. 그러고는 어느새 입맛도, 취향도, 습관도 비슷해졌다. sufjan stevens의 노래는 여름이 되면 꼭 생각나곤 한다. 이 음악을 들으면 숨이 막힐 것 같은 뙤약볕도 조금은 아름답게 보이고, 초입의 전주는 왠지 모르게 마음을 일렁이게 만든다.

연인과의 관계이든, 친구이든, 직장 동료이든 혹은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든. 누군가를 만나는 건 언제나 찬란하다고 말하고 싶다.

만남 그리고 이별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찾아오는 법,

여러분들의 만남과 이별에는 어떤 스토리가 담겨 있나요?

너의 행복을 책임져 줄게

첫 번째 반려견, 둥이를 무지개다리 너머로 보내고 약 1년간 다른 강아지들을 보러 이집 저집 드나들었다.(냄새를 맡고, 만지고 싶어서) 그러다 둥이 눈빛과 너무 비슷한 유기견을 보았고, 임시 보호 집에 처음 보러 간 날을 잊을 수 없다. 겁에 질린 눈빛과 깊게 팬 눈물 자국. 두려웠던 지난 과거는 잊고 행복한 날들로 채워줄 것을 다짐하며 데리고 온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나 흘렀다니..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많고 많았던 트라우마들을 다 잊게 해주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8살이 된 나의 반려견, 오아야. 끝까지 너와 함께할 테니 지금보다 더 장난꾸러기로 살아가 주렴! 코카스파니엘답게 말이야!😉

- 팀원 J

이별에는 이유가 없다

해석이 되지 않는 이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누가 뭘 어디서부터 잘못한 건지 아무리 기억을 헤집어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과거, 현재, 그보다 더 과거, 그리고 또다시 현재를 빙빙 돌아봐도 남는 건 나의 입장뿐. 고등학교 때부터 정말 친했던 친구는 내가 교환학생을 가면서 연락이 점점 시큰둥해지더니, 갔다 온 이후로 아예 연락이 끊겼다. 오래 사귄 연인과는 그냥 두면 더 커질 균열이 두려워 서로가 서로를 떠났다. 마음이 떠난 사람을 붙잡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깬 순간 이별을 인식한다. 공허함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일이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머릿속에 가득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모든 헤어짐에 이유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렇게 점점 괜찮아질 것이다.

- 팀원 C

걸음코스 #12

오늘의 걸음 코스는 숙대입구입니다. 

대학교 인근인 만큼 활기차고 밝은 매력을 가진 동네인데요.

골목 골목을 누비며 매력적인 공간들을 찾아왔답니다.

*걸음 코스는 아래 링크를 통해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naver.me/xprxBjs3


세월이 묻어나는 가구와 LP, 귀여운 소품들로 채워져 아지트에 온 것만 같다.💿 바이닐 펍답게 음악 선곡이 훌륭한 건 물론이고 분위기가 아늑해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낮에는 푸른 나무를 바라보며 블루베리 파이와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저녁엔 술과 함께 친구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눠도 좋겠다. 요즘 노래에 싫증이 난다면 좋은 올드팝, 재즈를 발견할 수 있는 오오비에 찾아가 보자.

동료의 강력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다케모토는 생각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이었다. 첫입은 상큼 끝 맛은 달콤한 냉우동, 히야시샤브와 먹기 좋은 크기의 항정살이 듬뿍 들어있는 돈토로를 주문했다. 계절에 맞게 무더운 여름, 시원한 우동이 먹고 싶다면 히야시샤브를 추천한다. 다음 방문은 몹시 추운 겨울 따뜻한 우동을 위해 가야지.😋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어떤 의미의 죄책감일지..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왜, 이름이 죄책감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한때 안 가본 독립서점이 없을 만큼 이곳저곳 찾아다녔지만 최근 가장 인상 깊은 곳이 아닐까 싶다.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서점 지기 스스로의 작은 죄책감들을 시작으로 다양하게 큐레이션 되어 있는 책들을 보면 인간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할 죄책감들까지 발견할 수 있다. 앉아서 읽을 공간도 마련돼 있어 구매한 책을 편하게 읽고 갈 수도 있다. 살랑이는 바깥바람을 느끼며 한참을 앉다 있다 와도 좋겠다.

아기도 어른도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젤라또.🍨 두 가지 맛을 오천 원의 행복으로 즐길 수 있다. 월마다 제철 과일에 맞게 메뉴가 달라지는데, 7월의 맛은 정읍의 "씨 없는 명인 수박"으로 만들어진 수박 소르베다. 요그릭트(한국야쿠르트+그릭요거트) 맛과 함께 주문해, 스푼으로 한입 떠먹으니 상쾌한 여름의 맛이 입안에 퍼진다! 수박화채와 같이 스페셜 메뉴도 등장하니 인스타그램을 참고할 것. 귀엽게 인테리어 되어있는 매장 안에는 몇몇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 더위를 잠시 식히고 갈 수 있다.
우연한 만남

우리는 매일 낯선 이들을 스쳐 지나갑니다.

혹시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이어지는 소중한 인연이 있나요?

마케터 길용의 인연 대학교 친구 F

스페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전 부모님과 캠퍼스를 둘러보러 갔다가 나처럼 구경 온 칠레에서 온 F와 그 가족을 보게 되었다. 첫인상은 나와 딱히 친해질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오리엔테이션 날 만났을 때부터 우연히 계속 붙어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해졌다. 같은 수업을 듣진 않았지만, 학교 바깥에서 축구도 하고 놀러 다니며 어울리게 되었다.
그렇게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던 중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나는 잠시 한국에 돌아왔고 1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마지막 학년을 마무리하러 다시 돌아갔을 때, 학교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고 나와 친하게 지낸 친구들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스페인에 계속 남아있었던 F는 내가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밤늦게까지 졸업논문과 과제와 씨름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그 나이에 당연히 생기는 진로 고민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도 주고받으며 어찌어찌 졸업까지 잘 마무리했다. 이젠 서로 각자의 나라로 돌아갔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날, 어디서 만날까?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비 때문에 소중한 만남을 미룰 수는 없죠!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함께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를 추천할게요. 🤸🏻‍♀️
ⓒ모자이크  
  

친구와 가기 좋은 레코드 숍 & 카페

신당 모자이크


모처럼 맞이한 휴일, 친구와 신당동 곳곳을 탐방해 보자. 신당동의 많은 핫플레이스 중에서도 중고 레코드 숍 겸 카페, 모자이크를 추천한다. 프랑스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 공간은 커피 맛도 훌륭하지만, 커피보다는 LP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곳이다. 바이닐 더미 속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LP를 발견하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다. LP 디깅으로 더위를 잊어 보는 건 어떨지.
연인과 가기 좋은 미술관

더위를 피해 연인과 쾌적한 데이트를 하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많은 이들의 데이트 장소일 테지만,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의 진가는 전시만이 아니다. 교육동 건물 1층에는 현대 미술 서적이 모여 있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구하기 힘든 과거 전시 도록부터 다양한 미술 서적을 열람할 수 있으니, 이참에 연인과 함께 예술 책과 친해져 보자.🤎

여유로운 일요일 오전, 모처럼 모인 가족들과 음악 감상하러 가는 것은 어떨까. 파주에 위치한 카메라타는 벌써 문을 연 지도 26년이 된 음악 감상 공간이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눈을 감고 음악에 몰입한 사람, 음악을 배경 삼아 책을 읽는 사람, 노트에 무언가를 적는 사람 등 각자만의 방식대로 음악을 즐기는 풍경이 펼쳐진다. 차분히 앉아 음악을 듣노라면,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건축과 조경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니, 이곳을 추천한다.🍃

grds on feet

depends on who you meet!

누구와 만나는지에 따라 어떤 신발을 신을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그라더스 제품과 함께한 스타일링을 공유합니다. #grdsonfeet #그라더스온핏

길용🚶🏻‍♂️

SHOES : grds / blucher 12 leather white 


주말에 데이트를 할 때 하루 종일 걸을 때가 많다. 이렇게 많이 걷는 날엔 보통 balmoral 08 crescent black을 신었지만, 무척 더워진 날씨 때문인지 착장에도 시원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고 싶다. 그럴 때 찾게 되는 신발은 blucher 12 white. 깔끔한 실루엣과 갑피에 자연스럽게 잡힌 주름은 가벼운 착장에 디테일을 입혀준다. 천연고무로 된 아웃솔 덕분인지 많이 걸어도 착화감이 편안하다. 신경 쓴 듯 안 쓴듯한 캐주얼한 옷을 입고 데이트를 나서본다!

채린🚶🏻‍♀️

SHOES : grds / slides 03 suede earth grey


주로 여행지에서 밤에 산책을 나갈 때 slides 03을 꺼낸다. 좋아하는 올 화이트 착장에 slides 03 earth grey 컬러가 세련된 멋을 더해준다. 이렇게 가벼운 옷차림에 슬라이드를 신고 느릿느릿 걸으면서 한낮의 열기가 식어가는 도시의 밤공기를 마신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 이때도 시드니 여행 중 동생과 함께 동네를 걷다가 서점을 구경하기도 하고, 시원한 버블티를 한 잔 사 먹고 털레털레 걸어 숙소로 돌아왔다.

전체가 하얗게 비어 있는 화폭 한가운데 요나는 아주 작은 글씨로 단어 하나를 써놓았는데

알아볼 수는 있었지만 과연 그것을 ‘솔리테르solitaire(고독)’라고 읽어야 할지

‘솔리데르solidaire(연대)’라고 읽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 알베르 카뮈, 『요나 혹은 작업중의 예술가 중에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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