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가져가면 돈을 주는 이상한 가게 're100'
“투명 패트병 13개, 알루미늄 캔 5개, 갈색병 3개… 총 380원입니다.”
55세 김씨는 이날 380포인트를 적립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냥 버리면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소각장으로 향하던 걸 확실하게 재활용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모아지는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바꿔 쓸 수 있어 뿌듯합니다. 쓰레기를 가져가면 돈을 주는 신기한 가게...경기도 성남에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실화입니다. 시민단체가 기획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지자체가 정책으로 받고 전국적인 자원순환의 모범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제 이 가게를 처음 기획한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가게이름이 're100'이예요. 신기방기
정확한 명칭은 성남자원순환가게 re100이예요. 대문자로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라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쓰는 소문자 re100은 재활용(recycle) 100%라는 뜻이예요. 지역에서 탄소를 줄여보려는 고민 끝에 시작한 자원순환 운동이죠.
- 시작하시게 된 동기는?
원도심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어요. 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분리수거가 잘되는 편이지만 원도심 지역의 경우 분리수거를 잘하시는 분의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소각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성남 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도심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작한거죠.
- 대박 비결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이었다면 이런 호응을 얻지 못했을거예요. 사람들이 몰라서 (분리배출을) 안하는 게 아니거든요. 나 하나 분리배출 잘한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까? 정말로 재활용에 쓰일까? 섞여서 가면 똑같은 소각용 쓰레기가 되는데 무슨 의미? 이런 의구심 속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거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세가지 생각을 했어요. 우선 '거점'을 만들자. 그리고 깨끗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정확하게 무게를 재서 '인센티브'를 주자. 이렇게 모인 쓰레기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자. 이를테면 작년(2021년)에 약 100톤 가량의 깨끗한 재활용 쓰레기가 모였어요. 약 106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한거죠. 올해는 두 배 이상 더 많은 탄소를 저감할 전망이예요. 이렇게 명확한 성과를 수치로 제기하니 지속적인 참여가 되는거죠.
- 수치화된 성과와 눈에 보이는 인센티브....그런데 인센티브는 어떤 재원으로?
저희는 깨끗한 재활용 쓰레기만 받아요. 그걸 재활용 기업이 가져가고 돈으로 지급하는거죠. 지역화폐로 드리니까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돼요 소각되지 않고 자원으로 되살아나니까 탄소배출 감축에도 도움되고요.
(참고) 보상액은? 성남시의 모든 re100가게는 유가 변동에 따라 보상액을 조정합니다. 2021년 08월 28일 기준 1㎏당 알루미늄 캔이 560원, 철캔이 70원, 플라스틱 105∼200원, 중고의류 80원, 서적 70원, 일반 종이 49원 등입니다. 빈 병은 공병보증금과 같은 금액인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 투명페트병 개당 10원을 줍니다.
- 2019년 신흥2동에서 시작된 re100 상점이 성남시 정책이 되면서 현재 17곳이 되었어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 사업이 지자체 정책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지자체 예산을 절감하고, 쓰레기 정책을 예측가능한 정책으로 기획하는데 re100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아요. 사실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하루에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지자체에는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재활용 쓰레기를 민간업자와 바로 계약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죠. 그러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자 지자체에서 수거하라는 민원이 생기고 쓰레기 대란이 나기도 했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인 re100 자원순환가게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쓰레기 재질별로 정확한 통계가 잡히고 이게 쌓이면 예측가능한 정책을 기획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거예요. 그리고 현재 소각비용이 성남의 경우 톤당 8만원이 넘거든요. 재활용 선별율을 높여서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쓰레기 양을 줄일 수록 지자체 예산절감 효과가 눈에 보이는거죠.
- 구체적인 절감 효과는?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났을 때 성남시 재활용 선별율이 40%대였어요. 그런데 작년에 72%까지 높아졌어요. 그만큼의 소각비용을 절감했고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지난해 약 1800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죠.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르는 생각하나...'당신의 쓰레기는 얼마입니까?'
현장의 이 소중한 성과를 내년부터는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하여
경기도 곳곳에서 창의적인 정책들이 나올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