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 가져가면 돈주는 이상한 가게
 오늘의 기후
  
눈오는 날 염화칼슘 제설제는 가로수한테 '독'

요즘처럼 펑펑 눈내리는 날이면 운전자 입장에서는 제설제를 더 빨리, 더 많이 뿌려줬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허나 나무의 입장에서는...염화칼슘 제설제는 가로수에게 독입니다.

"역삼투압 현상을 일으켜서 나무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합니다. 뿌리가 약해지고 잎이 마르죠."

어제 만난 가로수 박사 최진우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의 말이었습니다. 가로수 보호를 위한 다양한 시민활동을 벌여온 최 박사는 내일 아침 눈이 많이 올거라는 일기예보를 보며 걱정했습니다.

"염화칼슘 제설제가 녹으면서 토양의 염분 함량을 높여요. 뿌리 안에 있던 수분이 토양 쪽으로 거꾸로 빠져나오니까 나무가 마르죠. 또 눈을 치우면서 치운 눈을 가로수나 화단에 쌓아두는데, 눈 속에는 염화칼슘이 그득하죠."

실제로 염화칼슘 제설제로 인한 피해는 거의 매년 보고되고 있습니다. 올해 6월만 해도 그랬습니다. 봄이 왔건만 잎도 틔우지 못한채 고사하고 있는 느티나무들...

'인도 밖 나무는 초록빛 잎이 울창하지만, 이 가로수는 잎을 틔우지 못하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습니다. 나무를 되살리기 위해 영양제도 투여해봤지만, 좀처럼 잎을 틔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가 전체 가로수 4만7천여 주를 전수조사한 결과 6%인 3천여 주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원인을 찾아봤더니 가로수를 심은 토양에 염분이 너무 많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YTN, 2022.6.7)

그럼 눈이 와도 제설제를 뿌리면 안되나? 아니요. 찾아봤더니 현실적인 대안은 많았습니다. 우선 염화칼슘 제설제를 친환경 제설제로 바꾸는 방법이 있지만, 자동차 바퀴를 통해 염화칼슘 성분이 여기저기로 옮겨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가로수에 제설제를 막아주는 보호덮개를 설치하거나 볏짚 울타리를 치거나 혹은 우드칩을 까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방지용 보호덮개를 설치하거나 가로수에 볏짚 울타리를 세워놓으면 제설제 차단막 기능을 하여 키 작은 관목들의 고사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가로수 밑에 목재칩을 두껍게 깔면 염화칼슘에 의한 직접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연구' 2013년)

실천에 옮긴 지자체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전주시는 지난 2020년부터 가로수를 보호하는 볏짚 울타리를 기린대로 약 5㎞ 구간에 높이 45센티 미터 가량으로 세우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구도 지난해(2021년)부터 현충원 앞 화단을 비롯해 가로변 띠녹지가 조성된 10개 노선 13㎞ 구간에 볏짚 차단막을 설치해 가로수를 보호합니다.

나무에 진심인 나라 독일 베를린 시에는 지난 2010년부터 아예 시차원에서 염화칼슘 성분 제설제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강력히 통제해왔습니다.

'베를린시는 도로환경미화법과 자연보호법에 따라, 염화칼슘/염화나트륨 제설제를 특정 기후상황이나 담당부서가 허가한 도로구간에서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음. 따라서 염화칼슘/염화나트륨 제설제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최고 1만 유로까지 벌금을 부과함' (서울시 세계도시동향, 2010년)

도심의 가로수는 평소에는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뙤약볕에는 그늘을 주고 황사가 오면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 가로수를 보호하기 위한 볏짚 차단막, 혹은 친환경 제설제...그런 대비를 해온 지자체의 철학이 오늘처럼 눈 많이 오는 날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유심히 볼까요, 지금 다니는 길가 가로수 주변에는 뭐가 있는지.
(아래사진 : 전북 전주시가 지난해부터 설치한 가로수 볏짚 차단막)
쓰레기를 가져가면 돈을 주는 이상한 가게 're100'

“투명 패트병 13개, 알루미늄 캔 5개, 갈색병 3개… 총 380원입니다.”

55세 김씨는 이날 380포인트를 적립했습니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냥 버리면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소각장으로 향하던 걸 확실하게 재활용한다는 자부심이 있고, 모아지는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바꿔 쓸 수 있어 뿌듯합니다. 쓰레기를 가져가면 돈을 주는 신기한 가게...경기도 성남에서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실화입니다. 시민단체가 기획해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지자체가 정책으로 받고 전국적인 자원순환의 모범사례로 떠올랐습니다. 저는 어제 이 가게를 처음 기획한 김현정 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 가게이름이 're100'이예요. 신기방기

정확한 명칭은 성남자원순환가게 re100이예요. 대문자로 RE100은 재생에너지 100%라는 뜻이잖아요. 저희가 쓰는 소문자 re100은 재활용(recycle) 100%라는 뜻이예요. 지역에서 탄소를 줄여보려는 고민 끝에 시작한 자원순환 운동이죠.

- 시작하시게 된 동기는?

원도심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였어요. 아파트의 경우 비교적 분리수거가 잘되는 편이지만 원도심 지역의 경우 분리수거를 잘하시는 분의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와 뒤섞여 소각장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성남 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도심의 문제이기도 한데 이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시작한거죠.

- 대박 비결은?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자는 캠페인이었다면 이런 호응을 얻지 못했을거예요. 사람들이 몰라서 (분리배출을) 안하는 게 아니거든요. 나 하나 분리배출 잘한다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까? 정말로 재활용에 쓰일까? 섞여서 가면 똑같은 소각용 쓰레기가 되는데 무슨 의미? 이런 의구심 속에 포기하는 분들이 많은거죠.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희는 세가지 생각을 했어요. 우선 '거점'을 만들자. 그리고 깨끗한 재활용품을 가져오면 정확하게 무게를 재서 '인센티브'를 주자. 이렇게 모인 쓰레기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하자. 이를테면 작년(2021년)에 약 100톤 가량의 깨끗한 재활용 쓰레기가 모였어요. 약 106톤 가량의 이산화탄소를 저감한거죠. 올해는 두 배 이상 더 많은 탄소를 저감할 전망이예요. 이렇게 명확한 성과를 수치로 제기하니 지속적인 참여가 되는거죠.

- 수치화된 성과와 눈에 보이는 인센티브....그런데 인센티브는 어떤 재원으로?

저희는 깨끗한 재활용 쓰레기만 받아요. 그걸 재활용 기업이 가져가고 돈으로 지급하는거죠. 지역화폐로 드리니까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돼요 소각되지 않고 자원으로 되살아나니까 탄소배출 감축에도 도움되고요.

(참고) 보상액은?
성남시의 모든 re100가게는 유가 변동에 따라 보상액을 조정합니다. 2021년 08월 28일 기준 1㎏당 알루미늄 캔이 560원, 철캔이 70원, 플라스틱 105∼200원, 중고의류 80원, 서적 70원, 일반 종이 49원 등입니다. 빈 병은 공병보증금과 같은 금액인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 투명페트병 개당 10원을 줍니다.

- 2019년 신흥2동에서 시작된 re100 상점이 성남시 정책이 되면서 현재 17곳이 되었어요. 시민단체에서 시작한 사업이 지자체 정책으로 받아들여진 이유는?

지자체 예산을 절감하고, 쓰레기 정책을 예측가능한 정책으로 기획하는데 re100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얻은 것 같아요. 사실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하루에 얼마나 배출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지자체에는 없었거든요. 왜냐하면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재활용 쓰레기를 민간업자와 바로 계약해서 판매하고 있어요. 통계에 잡히지 않죠. 그러다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나자 지자체에서 수거하라는 민원이 생기고 쓰레기 대란이 나기도 했죠. 이런 일을 겪으면서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인 re100 자원순환가게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쓰레기 재질별로 정확한 통계가 잡히고 이게 쌓이면 예측가능한 정책을 기획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거예요. 그리고 현재 소각비용이 성남의 경우 톤당 8만원이 넘거든요. 재활용 선별율을 높여서 소각장으로 들어가는 쓰레기 양을 줄일 수록 지자체 예산절감 효과가 눈에 보이는거죠.

- 구체적인 절감 효과는?

중국발 쓰레기 대란이 났을 때 성남시 재활용 선별율이 40%대였어요. 그런데 작년에 72%까지 높아졌어요. 그만큼의 소각비용을 절감했고 참여한 시민들에게는 지난해 약 1800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됐죠.

대화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르는 생각하나...'당신의 쓰레기는 얼마입니까?'
현장의 이 소중한 성과를 내년부터는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유하여
경기도 곳곳에서 창의적인 정책들이 나올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야의 팟캐스트] 시골버스가 탄소중립이다
기후레터는 2022년 3월16일 첫발송을 시작으로 매주 화,목 발송합니다. (평일 공휴일은 쉽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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