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3. 04. 

#13. 이번 달 소식 

라틴알파벳을 풍부하게 만드는 다이어크리틱

『글짜씨 25』 출간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
〈문자와 삽화 -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Hi, Ai! Ai to 세종〉

글자 정보

라틴알파벳을 풍부하게 만드는 다이어크리틱 (feat. AG 초특태명조)

이름과 로고타입에 다이어크리틱이 포함된 브랜드 예시. 왼쪽부터 순서대로 비핸스, 이솝, 에이랜드, 끌로에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라틴알파벳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문자입니다. 영문과 국문을 함께 표기하거나 영문으로만 이름지은 브랜드를 접하는 건 이미 흔한 일입니다. 로고타입을 디자인할 때 영문을 다루다 보면 기본 라틴알파벳 26자 외에도 위나 아래에 ‘뭐’가 달린 글자들도 만나게 되는데요. 이 ‘뭐’는 다이어크리틱(diacritic)으로 분음 부호, 또는 발음 구별 기호라고도 부릅니다. 다이어크리틱은 라틴이나 키릴을 사용하는 언어권과 더불어 베트남까지 다양한 언어권에서 사용합니다. 특정 문자의 더 정확한 발음을 표시하며, 철자와 발음이 같으나 의미가 다른 단어를 구분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영문 로고타입에서 다이어크리틱은 하나의 그래픽 요소로 디자인적 차별성이나 시각적 강조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이어크리틱의 유무에 따라 발음, 의미가 달라져 혼란을 줄 수 있기에 신중히 사용해야 하죠. 


이번 따옴표레터에서는 라틴알파벳에 붙는 다이어크리틱의 종류와 이름을 알아봅니다. 다이어크리틱을 사용하는 방법과 의미는 나라마다 모두 다르므로 부호의 이름과 대표적인 기능, 용처만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A 어큐트, A 그레이브와 O 험갈움라우트

오른쪽 위를 향하는 사선 형태의 부호는 어큐트(acute)라고 합니다. 양음 악센트로 주로 모음에 붙어 강세를 표시합니다. 반대의 형태는 억음 악센트로 그레이브(grave)라고 합니다. 두 개의 어큐트로 이루어진 더블 어큐트(double actue)는 어큐트와 같은 형태이지만 다른 기능을 가진 다이어크리틱입니다. 주로 헝가리어에서 사용되어 헝갈움라우트(hungarumlaut)라고 부르며, ‘헝가리안(Hungarian)’과 ‘움라우트(umlaut)’가 합쳐진 이름입니다. (움라우트는 뒤에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A 서컴플렉스와 C 캐론

위를 향하는 화살표처럼 꺾인 형태의 부호는 곡절 악센트로, 이름은 서컴플렉스(circumflex)입니다. 서컴플렉스를 아래로 뒤집어놓은 형태의 부호는 캐론(caron)이라고 부르며, 자음에 붙는 다이어크리틱입니다.


A 매크론, A 브리브와 A 틸데

또 다른 선 형태 부호를 살펴볼까요? 직선으로 그어진 부호는 매크론(macron)이라고 하며, 길게 이어지는 듯한 형태처럼 모음이 길게 발음되어야 할 때 붙이는 장음 기호입니다. 반대로 짧은 모음을 표시할 땐 아래로 휘어진 곡선 형태의 브리브(breve)를 붙입니다. 그리고 물결표 모양 다이어크리틱의 이름은 생김새 그대로 물결표를 의미하는 틸데(tilde)입니다.


E 닷악센트와 A 움라우트, i 디애러시스

점 형태의 다이어크리틱도 있습니다. 점 한 개의 이름은 문장부호 ‘.’(dot)과 같은 닷(dot)입니다. 다만 발음 부호로서 악센트(accent)를 붙여 구분하며, 글자의 위나 아래에 주로 붙입니다. 두 개의 점을 찍은 것은 움라우트(umlaut), 또는 디애러시스(diaeresis)라고 부릅니다. 움라우트와 디애러시스는 같은 형태지만 전혀 다른 기능을 하는 다이어크리틱입니다. 움라우트는 독일어에서 사용하며, 두 개의 모음이 만났을 때 앞의 모음이 뒤에 오는 모음에 영향을 받아 발음이 변하게 됩니다. 디애러시스는 프랑스어나 스페인어에서 사용되는 부호로, 움라우트와 달리 두 개의 모음이 있을 때 각 음을 모두 발음하도록 하는 분음 표시 역할을 합니다. 


여담으로 움라우트는 ‘둘레의 소리(around sound)’라는 의미입니다. 이름은 작가로 유명하지만 언어학자기도 했던 그림 형제 중 형인 야코프 그림(Jacob Grimm)이 독일어로 ‘둘레(um-)’와 ‘소리(laut)’를 뜻하는 말을 합성해 지었다고 하네요.


A 링

고리 형태의 다이어크리틱 링(ring)입니다. 알파벳의 위나 아래에 위치합니다.


A 오고넥, C 시딜러, K 콤마악센트

아래에 위치하는 갈고리 모양의 부호도 있습니다. 한 가지는 오른쪽이 뚫린 것으로, 오고넥(ogonek)이라고 합니다. 오고넥은 비음이나 장음을 표시할 때 붙습니다. 반대로 뒤집힌 갈고리 형태의 이름은 시딜러(cedilla)입니다. 시딜러는 대부분 ‘C’와 결합하며 [K]보다는 [S]와 비슷하게 발음하도록 합니다. 이 시딜러는 쉼표의 형태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콤마(comma)는 닷처럼 문장부호 이름을 그대로 다이어크리틱 이름으로 사용하며, 악센트를 붙여 구분합니다.


다이어크리틱은 단순한 장식 요소가 아닌 타이포그래피에서 글의 내용을 정확하게 판독하게 하는 하나의 독립된 부호입니다. 다이어크리틱을 디지털화할 때는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형태를 따르지만, 디자이너의 미감에 따라 변형하기도 합니다. 단 변형 다이어크리틱의 경우 시각적으로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어도 가독성은 오히려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국어 알파벳이지만 조금 더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고, 읽기 좋은 형태의 글꼴을 선택해 사용한다면 한층 더 섬세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을 하는 데 도움 될 겁니다.


책 소개

『글짜씨 25』 출간

『글짜씨』는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에서 2009년부터 발간한 타이포그래피 학술지입니다. 이번 25호는 ‘접근성’을 주제로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한 시각 예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가능성을 다룹니다.


국내 장애인 관련 법제의 역사를 간략히 정리한 연표에서 시작해 차별과 불평등을 실감한 장애 당사자들의 꾸밈없는 이야기, 장애인을 비롯한 정보 취약 계층이 예술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작업자들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았습니다.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업 디자이너가 배리어프리(barrier-free) 디자인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전시 소식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목소리: 아리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7년간 한글 타이포그래피에 관심을 두고 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며 아모레퍼시픽의 전용 글꼴 ‘아리따’를 제작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아리따’의 여정이 아모레 성수에서 전시된 바 있는데요, 이번에는 신용산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에서 더 큰 규모의 전시가 열립니다.


국내 타이포그래피 작가 7인의 작품과, 현장에서 아리따를 보고 듣고 읽고 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준비돼 있으니 지난 전시회를 놓쳤다면 이번에 꼭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간: 2024년 2월 23일(금)–3월 22일(금)

장소: 아모레퍼시픽그룹 본사 1층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

시간: 10:00–18:00

휴관: 매주 월요일


〈문자와 삽화 - 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북유럽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전시 중입니다. 뒤러는 다양한 책의 삽화를 제작했는데요. 삽화는 글의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그린 특별한 그림으로, 인쇄술이 발달하고 판화가 유행하면서 뒤러도 판화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조적인 역할을 했던 삽화가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하는 과정을 뒤러의 작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림의 밀도가 높고 화려해 실제로 보면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듭니다. 아직 전시를 못 보셨다면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떨까요? 국립세계문자박물관 웹사이트에서 몇몇 작품을 미리 볼 수 있습니다.

기간: 2023년 12월 19일(화)–2024년 3월 31일(일)

장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인천 연수구 센트럴로 217)

시간: 10:00–18:00 (전시 마감 30분 전까지 입장 가능)

휴관: 매주 월요일


〈Hi, Ai! Ai to 세종〉

서울시에서 인공지능을 주제로 진행하는 전시 《Hi, Ai!》가 이번 4회에는 한글을 주제로 〈Ai to 세종〉이라는 미디어월(영상창) 전시를 진행합니다. 민본, 임선아, 문해원 세 명의 작가가 각각 ‘숨’ ‘축하사물’ ‘우주의 오브제’라는 작품으로 참여합니다. 이모지와 한글, 3D 모델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해 각 작가의 뚜렷한 개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광화문광장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접근성 좋은 곳에 위치한 만큼, 광화문광장에 들를 일이 있을 때 꼭 둘러보시면 좋겠습니다.

기간: 2024년 2월 1일(월)–3월 31일(일)
장소: 광화문광장 해치마당 미디어월
시간: 08:0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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