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코로나 판타지, 중년 돌싱들의 로맨스, 2021년 중국 영화 리포트 중영본색 18호
2022-01-05
소한 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중국의
1월 1일은 원단절(元旦节)이라고 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음력 1월 1일인 춘절(春节)이 더 큰 명절이지만, 3일간의 휴일이 이어지는 원단절 연휴 또한 극장가에서는 놓칠 수 없는 대목입니다. 중영본색 18호에서는 새해 연휴를 맞아 개봉한 중국의 코로나 판타지 <천과한동옹포니 穿过寒冬拥抱你>와 중년 돌싱들의 로맨스 <애정신화> 두 작품과 2021년 중국 영화 리포트를 소개합니다. 1. 중국의 코로나 판타지 <천과한동옹포니> <천과한동옹포니 穿过寒冬拥抱你>는 지난여름에 개봉한 <중국의사 中国医生>에 이어 코로나 극복을 소재로 하는 중국의 두 번째 블록버스터 작품입니다.
제목의 한글 번역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너를 안을게’ 정도가
되겠습니다. <중국의사>가 코로나 초기 우한 방역의
최전선에 섰던 의료인들의 이야기였다면, <천과한동옹포니>는
우한 봉쇄 당시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
천과한동옹포니> ©더우반 2021년 1월 23일 오전 10시, 우한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우한시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되어 시민들은 발이 묶였고, 마스크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손수건을 얼굴에 두른 사람들이 사재기 대열에 합류합니다. 자정이 넘어가고, 외출이 통제된 우한 시민들은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창밖을 지나는 구급차들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봅니다. 배달원인 아용과 그의 동료들은 지원자(志愿者)라는 완장을 차고 물자 보급을 위해 거리로 나섭니다. 영화는 여러 자원봉사자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전개합니다. △식량
및 필수 물자 보급을 위해 우한시를 누빈 배달원 △영상통화를 활용한 수업으로 무료해 하는 아이들을 달랜
교사 △인력 보충을 위해 병원으로 나선 은퇴한 의사 △의료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한 요리사 △마스크와 소독약을 제공한 시민 등 우한 시민을 위해 힘을 모은 지원자들 덕에
코로나를 극복했다고 말합니다. <천과한동옹포니> 중 간호사 역의 주동우(周冬雨)와 배달원 역의 가령(贾玲) ©더우반 <천과한동옹포니>는
호감형 배우들을 총동원하여 감동의 대서사를 만들어보고자 하였지만, 정작 관객들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중국관객들의 평가는 한마디로 ‘좌불안석’, 감동을 강요하는 작위적인 이야기를 두 시간이나 보고 앉아있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기억조작입니다. 영화는 코로나를 ‘당시에는 고생스러웠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과거’로 치부합니다. 코로나의 비극은 몇몇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무마하고 팬데믹의 모든 역경과 고난은 사랑으로 극복했다고 미화합니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스토리에 현지 관객들마저 코웃음을 치고 있습니다.
일부 관객은 “체제 선전도 선은 지켜야 하지 않나”라며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들도, 우리도 목격한 비극이 너무 많습니다. 특히나 최근 봉쇄로 인하여
아수라장이 된 시안의 현실이 영화 속의 ‘봉쇄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낸 판타지’와 대비되며 더욱 신뢰를 잃었습니다. <천과한동옹포니> 중 노년 커플 ©더우반 코로나는 현재진행형 재난상황입니다. 계속되는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확산세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사망자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팬데믹에 전세계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고, 심신이 지쳤습니다. 여전히 세계는 코로나가 초래한 문제들로 허덕이고 있습니다. 팬데믹이 팔리기 좋은 소재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야기로 장사를 하기에는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해피엔딩의 영화에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유입니다. 2. 믿거나 말거나 중년 돌싱들의 <애정신화> <애정신화> ©더우반 라오바이는 주택가에서 성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중년 남성입니다. 장성한
아들을 둔 돌싱남 라오바이는 홀로 유치원생 딸을 키우는 리에게 푹 빠졌습니다. 갖은 애정공세 끝에 리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데 성공한 라오바이는 맛있는 식사와 근사한 선물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칩니다. 들뜬
마음으로 리를 기다리던 그 때, 그림 수업의 수강생인 글로리아가 찾아와 남편이 실종되었다며 울음을 터뜨립니다. 한 발짝 늦게 도착한 리가 어리둥절하는 사이 이번에는 라오바이의 전 부인 페이가 들이닥치고, 이웃집 남자 라오우까지 합세합니다. 좁은 테이블에 둘러앉은 중년
돌싱 여자 셋, 남자 둘 사이에 어색한 눈빛이 엇갈리고 잔과 잔이 부딪히는 소리에 밤이 깊어갑니다. 값싼 술에 취해 예술을 논하고 로맨스를 상상하는 사이, 묵혀두었던
젊은 날의 연애사가 술상 위에 오르고 믿거나 말거나 애정신화가 시작됩니다. <애정신화> 중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 중년 돌싱들 ©더우반 영화의 백미는 유치한 제목에 있습니다. 라오우는 어느날 술자리에서
이탈리아 유학 시절 유명한 배우와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라오우의 전적을 아는 이들은 이것
또한 거짓말이라는 듯 웃어넘기고, 어떤 이는 ‘너무 아름다워서
진짜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영화는 사랑이 ‘신화’와 같다고 말합니다. 진실과
거짓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으며, 믿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진실이 될 것이라고요. <애정신화> 중 상해의 길거리 카페 ©더우반 <애정신화>는 91년생 여성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감독은 6년간 상해에 살면서 보고 들은 바를 영화에 빼곡히 넣었다며 이 영화를 ‘도시
영화’라고 소개하였습니다. 영화 <애정신화>는 상해를 닮았습니다. 인물들은 상해 골목 어귀의 이국적인 카페와 술집에서 상해 사투리로 사랑과 예술을 논합니다. 세련된 듯 구식인 상해의 중년들은 개방적인 태도로 고리타분한 것을 고민합니다.
관객들은 젊은 감독이 그려낸 매력적인 인물들과 위트있는 이야기, 낭만적인 도시 상해의 조합에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화 평론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중국 로맨스 작품 중 이례적으로 평점 8점을 넘겼습니다. 천편일률적인 중국 로맨스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신선한 작품입니다. 3. 2021년 연말 리포트 지난 연말, 여러 영화 매체들은 2021년
연말 리포트를 공개했습니다. 더우반豆瓣과 1905电影网에서 발행한 2021년 영화 리포트 ©더우반 2021년 전세계 박스오피스는 한화 25.8조 원으로
코로나 이전의 51% 수준까지 회복되었습니다. 중국 박스오피스는 8.5조 원으로 전세계 박스오피스의 33%를 차지했습니다. <장진호 长津湖>, <안녕 리환잉 你好,李焕英>, <당인가탐안3 唐人街探案3> 세 작품이
전세계 박스오피스 top10에 올랐습니다. 지난 해 중국
극장가의 연휴별 박스오피스는 원단절(1월) 13.03억 위안, 춘절(2월) 78.42억
위안, 청명절(4월)
8.2억 위안, 오일당(5월) 16.7억 위안, 국경절(9월) 43.85억 위안으로 예년과 동일하게 춘절의 화제성이 가장 높았습니다. 현지의
영화 리포트가 주목한 포인트는 선전영화가 중국 국내 영화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입니다. 과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품들에 밀렸던 것과 달리 젊은 감각의 주선율 영화들이 세련된 연출과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중국의 젊은 관객층까지 사로잡았습니다. ©1905 지난해 중국의 영화 평론 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 평점이 가장 높았던 중국 국내작품은 애니메이션 <웅사소년 雄狮少年>, 해외작은 디즈니 영화 <소울>입니다. 2021년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한국 영화는 순서대로 <자산어보>, <모가디슈>, <당신 얼굴 앞에서>, <기적>, <남매의 여름밤>입니다. 영화와 드라마를 포함하여 연간 검색률이 가장 높았던
작품 top10에는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마우스>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소한 무렵에는 정초한파라 불리는 강추위가 몰려와 일년 중 가장 추운 시기라고 합니다. 추위에
움츠러드시지 말고 힘찬 연초 보내시기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의 마지막 절기 대한에 돌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발행인 이하오 이메일 주소 lihao29@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