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지만 강인하고. 차갑지만 또 포근한. 어떤 형용사를 붙여야 할지 헷갈려 난감한 저는 갑자기, 넨시 도자카에 빠졌습니다. 이중적인 매력의 그들은 오히려 그 모든 것이 의도된 바라고 말합니다. 

넨시 도자카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연약하지만 단단합니다. 그래서 굳이 분위기를 잡거나 파티에 참여하여 은근한 섹시함을 뽐내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요. ‘외유내강’, 몸 위로 흐르는 시스루라도 마치 단단한 심장으로 느껴지는 것. 힐끗- 쳐다볼법한 위험한 매력의 그들을, 저는 마치 그리워했듯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란제리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복 신생 브랜드, 넨시 도자카(Nensi Dojaka)의 가을 쇼 룩들을 몇가지 만나볼까 합니다. 

처음 보는 브랜드를 즐기는 방법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의 탄생일화나 디자이너의 철학을 먼저 읽어보는 사람과, 최근 화보나 컬렉션을 훑어보면서 나름의 시각으로 브랜드의 무드를 파악하는 사람. 오늘은 후자에 가까운 이들을 위하여, 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길 넨시 도자카의 이번 FW쇼를 먼저 소개해 드려요.

올해 가을, 모든 이들의 시선이 넨시 도자카를 향해 있었다고. 작년 LVMH 프라이즈의 최종 수상자라는  부푼 기대를 품은 채로요. 그들의 이번 가을 컬렉션은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진심인 런던이, 스스로가 무대가 되어준 것에 뿌듯해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화려하지만 정교하며 또 은은한 에로티시즘까지 발산한 란제리 기반의 룩들. 넨시 도자카의 시그니처인 리본과 스트랩들은 그들의 전문인 이브닝 원피스를 넘어 퍼재킷, 니트웨어 등 여러 아이템에도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컬렉션이었습니다. ‘여성이란 존재를 보다 넓게 바라본 시각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넨시 도자카. 어떤 무드의 브랜드일지, 아래에서 확인해 주시길.

LOOK 1) 여러 개의 스트랩이 어우러져 멋을 내는 드레스. 소재가 벨벳이라는 것부터 유니크한데요. 재미있는 부분은 스크랩을 드레스 바깥으로 연결시켜 아래로 쭉 떨어뜨린 것. 덕분에 특별한 액세서리들이 없어도 임팩트 있으며, 디테일은 충분합니다.

묘한 이중성을 좋아하는 브랜드답게, 시어 소재를 부분적으로 믹스하여 벨벳 소재와 대비되는 느낌을 부여했어요. 스트랩과 통일감 있게 스트랩 샌들힐로 포인트를 준 것은 센스. 모든 액세서리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드레스의 실루엣과 질감, 그리고 디테일에 집중시킨 멋입니다.

LOOK 2) 오프숄더에 가까운 와이드 넥 니트 드레스. 프런트 깊은 슬릿과 스트랩을 활용한 센스가 돋보이는데요. 고스란히 드러나는 실루엣과 핸드워머를 한 듯 길게 떨어지는 소매 기장감, 그리고 밑단에 사이드 슬릿이 섹시하면서도 단아한 느낌입니다.

노출을 해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섹시함, 그리고 노출을 줄이면서 실루엣이나 무드 전달하는 섹시함이 있다면 이 룩은 딱 중간선을 잘 유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오묘하고 매력있죠.

LOOK 3) 푸퍼 재킷, 낸시 도자카의 손을 거치면 역시나 특별해집니다. 크롭한 기장과 밑단의 스트랩이 포인트. 이들로 인해 푸퍼자켓이 줄 수 있는 한계적 무드에서 완전히 탈피한 느낌이에요. 마치 새로운 장르의 옷 같다고나 할까요. 팔 중간부에도 스트랩이 있어 여러 방면으로 스타일링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재킷의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하의는 슬림핏 크롭 턱팬츠로 시크하게. 이너웨어를 생략해서 좀 더 섹슈얼하게 연출할 수 있었음에도 타이트한 이너탑을 매치했어요. 덕분에 블랙 컬러로 통일되어 노출 없이 섹슈얼해진 역설적인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알바니아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넨시 도자카(Nensi Dojaka). 패션계의 대상이라는 LVMH프라이즈를 2021년에 수상하고, 영국 런던에 자신의 이름을 내 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매우 얇고 섬세한 원단과 스트랩으로 비대칭적이고 해체적인 실루엣을 구현해 내는 것이 그들의 특징. 

16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미우미우 드레스. 지금까지 디자이너 넨시 도자카가 가지고 있다는 그 소중한 드레스는 그녀가 패션에 푹 빠질 정도로 예뻤다고 하지요. 뉴욕에서 란제리를 공부하던 그녀는 결국 '여성복'디자인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센트럴 마틴스에 입학하게 됩니다.

센트럴 세인 마틴에서 여성복 석사과정까지 마친 27세의 넨시 도자카는 학교와 피터 필로토 인턴 생활을 병행했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컬렉션을 만들게 되는데요. 학기 중에 만든 캡슐 컬렉션이, 해외 유명 편집샵 'ssense'에 입점됩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죠. 런던을 거점으로 캡슐 컬렉션을 꾸준히 발표하게 된 것. 

감각적이지만 또 독보적인 그녀의 디자인은 단숨에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입에 올려지며 젠다야, 에밀리 라타즈코 프스키, 벨라 하디드와 같은 모델들이 입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첫 공식 컬렉션을 발표하기도 전에, 이미 패션 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었던 거에요.

패션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은, '란제리 원피스'라는 키워드도 있었지만 결국은 '은근한 섹시함으로 캐주얼하게 입을 수 있다'라는 사실 덕분이었는데요. 리본과 스트랩으로 이어져있는 원피스지만, 몸을 구속하는 '본디지(Bondage)'와는 엄격하게 다르게 느껴진 겁니다. 본디지와 다르게 성적 욕망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유려하고 부드럽기만한 마력에 인플루언서들은 너도나도 팬이 되겠다고 저처했어요.

거리에서 흔히 볼법한 '스트릿' 패션을 고급스러운 하이엔드 패션으로 끌어올린 데는 베트멍의 '뎀나 바잘리아'가 한몫했지요. 그렇다면 속칭 속옷, 이너웨어로 입을 것만 같은 '란제리'를 고급스러운 일상복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가능할까요. 한국에서만 살아왔던 보수적인 에디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으나. 넨시 도자카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언뜻 보면 란제리로 보일 법한 섹시한 드레스들. 단 두 번의 컬렉션을 선보였지만 넨시 도자카의 시그니처가 돼버릴 유약한 '메쉬 소재'와 '리본(스트랩)'으로 선과 굴곡이 가진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몸에 꼭 맞는 미니멀한 실루엣의 드레스들이지만, 동시에 바스트를 가로지르는 스트랩과 컷아웃 디테일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어요. 복잡하면서 센슈얼한 느낌. 

"섬세함. 그것이 오히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요소라는 걸 깨달었어요. 강하지만 가볍고 섬세하며, 정말 아름다운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래서 넨시 도자카는 스스로를 '이중적이다'라고 표현합니다. '힘과 취약성', '강인함과 연약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기 때문이에요. 여성의 본질을 연구하여 과감하고 도전적인 해답으로 내놓겠다는 넨시 도자카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지요.

그러나 완전히 새로워 보이는 그녀의 디자인에도 영감의 원천은 있었으니. 90년대 아카이브에서 늘 흥미를 느낀다고 하는데요. 컷아웃 방식이 독특했던 옛날 의복, 란제리의 불완전함에서 매력을 이끌어 내는 과정이 즐겁다고. 이런 면에선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디자이너가 90년대 앤 드뮐미스터(Ann demeulemeester)와 헬무트랭(Helmut lang)인 데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헬무트랭은 미니멀한 실루엣의 대가이고, 앤 드뮐미스터는 상반된 요소의 조합으로 성별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받는 디자이너였으니. 특히 부드러운 소재와 단단한 소재, 노출과 가림, 그리고 블랙 컬러에 대한 애정 등 앤드뮐미스터의 특징을 은근하게 닮은 모습입니다.

- 다르게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 나서는 분들 

- 섬세하면서 강단있는 멋을 추구하는 분들 

- Nenci Dojaka를 새롭게 등장한 하나의 패션스타일로 즐겨보고 싶은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