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27. 신규 입사자는 왜 1년 내에 회사를 떠나는가?
by jason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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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이유: 대이직의 시대
요즘 ‘대이직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라는 말이 있습니다. 펜데믹으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가운데, 직장과 일을 보는 관점도 크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과거보다 이직을 편하게 생각하며, 더 나아가 이직을 개인 경력개발의 주요 수단으로 삼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기업은 좋은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공을 들이는 동시에, 이들이 조기 퇴사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애써 뽑은 인재가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기도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것은 경제적 손실과 더불어 남은 다른 직원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고객으로 함께 일한 글로벌 기업은 HR 관련 KPI로 중요하게 관리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New Hire Retention Rate’, 줄여서 ‘NHRR’이라고 부르는데, 직역하면 ‘신규 입사자의 1년간 잔존율’입니다. 제가 글로벌 본사 직원에게 이 지표를 왜 그렇게 중요하게 보는지 물었더니, “NHRR이 높다는 것은 회사에 여러 측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채용시장에서 그 회사가 평판이 나빠짐은 물론이고, 남아 있는 직원의 만족도도 낮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 설명을 듣고 머리로도 이해가 되고 경험적으로도 공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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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boarding Survey> 서비스 소개
저희 회사는 몇 년 전부터 <Onboarding Survey>라는 서비스를 개발하여 고객사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입사 후 최소한의 적응 기간(2~3개월)이 지난 신규 입사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보통 2~3주 간격) 아주 간단한 설문을 합니다. 문항은 5~6개이며, 쉽고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설문은 100% 모바일로만 이루어지며,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까지 발송됩니다. 각 문항은 [개인 생활], [대인 관계], [직무 만족], [회사 만족]의 4개 카테고리로 나뉩니다 (이 4개 카테고리는 다시 여러 개의 서브 카테고리로 구분되는데, 여기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 결과는 회차마다 개인별로 분석되어 이탈 위험이 감지되는 신규 입사자에 관해 인사팀에 보고합니다. 인사팀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 면담을 하거나, 그 직원의 현업 부서장에게 관리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최근 2년 동안 저희의 이 <Onboarding Survey>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사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분석 가능한 데이터가 쌓였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요즘 신규 입사자들은 왜 조기 퇴사하는지, 조기 퇴사를 막으려면 회사와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다만, 저희의 이 데이터가 다양한 산업, 규모, 지역의 회사에 고르게 분포하지 못하다 보니, 이 결과를 너무 일반화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고민하는 HRer에게 시사점을 드리고 싶어 이 뉴스레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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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Onboarding Survey>의 문항은 경력직과 신입용이 나누어져 있습니다. 물론, 공통문항도 꽤 되지만, 각각의 관리 포인트가 약간 다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4개의 카테고리는 일치하기 때문에 비교 분석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경력직 입사자와 신입 직원의 조기 퇴사 원인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먼저, 경력직 입사자의 조기 퇴사 원인은 명쾌합니다. 이들은 본인이 하는 일(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면 퇴사 가능성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특히, 입사 전에 회사가 약속했던 직무 또는 과업이 아니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엉뚱한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거나, 현재 하는 일이 본인의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위 잡무(雜務)라는 생각이 들면 조기 퇴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사라는 다소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영역 전반에서 부정적인 태도로 돌변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경력직은 이직할 때 연봉 상승을 기대했고, 그런 처우 관련 요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상태로 이직한 것일 테니, 처우 문제로 퇴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이들이 스스로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 개인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도 어린 시절에 종합 컨설팅 회사(소위 '빅펌')으로 이직한 적이 있는데, 당시 PM이 HR 컨설턴트의 직무로 입사한 저에게 단기간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서 코딩을 짜라고 강요하더군요. 그때 3개월 만에 퇴사했던 경험이 있죠.😒)
경력직의 또 다른 조기 퇴사 원인은 [개인 생활]입니다. 이것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높은 업무량, 야근, 주말 근무로는 조기 퇴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경력직이다 보니, 입사 후 단기간에 본인의 역량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에, 웬만한 고강도 업무는 잘 견뎌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퇴근 후에도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업무 연락 같은 불합리한 관행은 문제가 됩니다. 보통 이런 관행은 그 회사의 조직문화나 업무처리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경력직은 ‘아! 이 회사는 이런 식으로 일하는구나. 계속 이런 식이면 나는 오래 다니기 어렵겠다’라고 생각하고 조기 퇴사를 결정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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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직원은 경력직 입사자에 비해 조기 퇴사 원인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초기 경력자이다 보니 아직 직무 전문성도 낮고, 일과 직장에 대한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경력직이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이것저것 따져본 후 퇴사를 결정하는 것에 비해, 신입 직원은 상대적으로 충동적인 퇴사 결정도 잦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신입 직원의 조기 퇴사 원인을 일반화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HR 관련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은 이런 경우가 적지만, 중견/중소기업에서는 의외로 이런 일이 잦습니다. 입사 전 채용 과정에서 이야기했던 연봉과 입사 후에 말하는 연봉이 다른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이야기한 연봉은 퇴직금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한다던가, 매년 거의 일정하게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그러나 올해는 어떨지 모르는) 성과급을 포함한 총보상을 말했다고 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러면 신입 직원 입장에서는 사기당한 기분이 들겠죠? (실제로, 이런 식의 채용과 연봉 협상은 노무 이슈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러면 신입 직원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면서 몇 개월 다니겠지만, 어느 순간 본인이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 조기 퇴사를 결정합니다. 한마디로, ‘나는 이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신입 직원의 조기 퇴사 원인 1위는 [회사 만족] 중 ‘급여’에 관한 것이고, 단순히 급여가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 합리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급여'의 절대 금액이 아예 중요하지 않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신입 직원은 친구/지인들과 비교를 많이 하고 연봉에서 자존감을 찾는 경우가 있어서, 경쟁력 있는 연봉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신입 직원의 또 다른 조기 퇴사 원인은 [대인 관계]입니다. 대인 관계 중에서도 특히 직상위자(/사수)나 부서장과 관계가 중요합니다. 본인이 부서에서 막내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비슷한 또래의 동료와 관계는 좋습니다. 그런데 상사의 리더십이 부정적이면 조기 퇴사 징후가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특히, 요즘 신입 직원은 Z세대인데 이들은 개인의 성장에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본인의 성장에 무관심하여 기초적인 직무교육이나 OJT조차 해주지 않으면 금방 부적응 상태로 빠지게 됩니다. 심지어 어떤 사수는 귀찮아하면서 텃세까지 부립니다. 그러면 신입 직원의 자존감이 빠르게 하락하겠죠. 이것이 심리적 원인이 되어 조기 퇴사를 유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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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 퇴사를 결정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고백하건대, 저도 20년 경력 중에 여러 번 이직한 ‘프로 이직러(?)’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회사를 다녀본 경험이 지금은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경영하는 데 도움이 되고, 고객사를 상대로 컨설팅이나 자문을 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만, 예전에는 이직할 때마다 내가 왠지 사회 부적응자 같고 인내심이 너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자책하기도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어떨 때는 저의 경력개발을 위해 철저한 계산 하에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또 절반 이상은 정의감에 불타서 욱하는 마음에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퇴사 결정은 사람마다 제각각의 이유로 이루어집니다. 아주 논리적이어서 어떠한 법칙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듯합니다.
그러나, 저희의 분석 결과를 확대 해석해서 어느 정도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가정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뽑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경력직에는 제대로 된 의미 있는(meaningful) 업무를 주고, 그에 필요한 권한과 자원을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조기 퇴사를 막는 데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입사 전에 약속했던 직무를 갑자기 바꾸거나 ‘직무확대 또는 직무충실화’라는 이상한 명분을 붙여 두 가지 이상의 직무를 시키는 것(예: 인사+총무)은 자제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경력직은 이직 후 새로운 회사와 사람들에게 적응하는 것 이상으로, 본인의 성과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조바심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회사와 리더가 지원해줘야 합니다. 또, 좋은 성과를 냈을 때 인정과 격려를 통해 자존감을 높여줘야 합니다. 학문적으로 ‘합법적 주변 참여(Legitimate Peripheral Particip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 개념을 빌려서 표현하자면, 경력직 입사자가 본인의 일(업무)과 성과를 통해 빨리 ‘온전한 참여자(full participant)’가 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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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경력직은 라이프사이클상 결혼 또는 출산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어느 정도 높은 업무 강도를 견딜 각오와 준비가 되어 있지만, 임계점을 넘어갈 정도로 과도하게 높은 업무 강도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견디기 어렵습니다. 가정도 잘 챙겨야 할 연령대이기 때문이죠. 요즘 트렌드 자체가 일과 삶의 양립을 중요하게 여기기도 하고요. 이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동시에, 그에 따른 반대급부로 너무 심하게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도록 관리해줘야 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도,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온 경력직이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과도한 업무를 주거나, 그동안 그 부서에서 미루어왔던 일을 한꺼번에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경력직 입사자에게 번아웃을 불러오거나, ‘회사와 우리 팀이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구나’라는 텃세를 느끼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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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직원의 조기 퇴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법과 제도를 잘 모르는) 초짜(?) 취급하는 것부터 버려야 합니다. 몇 마디 감언이설로 ‘일단 입사시키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금물입니다. 회사는 신입 직원을 위한 우리 회사의 초봉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정해놓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잘 지키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노무 이슈를 예방하기 위해 근로계약서 및 연봉계약서를 빨리 작성하는 것은 상식이죠. 그리고, 신입 직원이 입사하면 하루라도 빨리 오리엔테이션 또는 설명회를 통해 회사의 인사제도를 잘 알려줄 필요도 있습니다. 신입 직원이 회사의 HR에 대해 갖는 불만의 다수는 오해 또는 무지(無知)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충실한 설명과 정보 공유만으로도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신입 직원은 대인 관계에 예민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 부분에 관해서도 회사가 관리해줘야 합니다. 물론, 신입 직원이 해당 부서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부서장을 교체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각 부서장이 Z세대 신입 직원을 상대할 때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나 예상되는 부정적 행동은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신입 직원의 조기 적응을 위해 멘토링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제도가 잘 작동해서 효과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보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인위적/가식적으로 운영되기 쉬운 멘토링 제도보다 현장에서 좀 더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멘토링처럼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넓은 의미의 Onboarding Program을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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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맺으며...
조기 퇴사는 개인에게 손해입니다. 그렇게 짧은 재직 경험을 이력서에 쓰기도 애매하고 안 쓰자니 또 경력 기간이 비어서 애매하니까요. 조기 퇴사는 회사에도 큰 손해입니다. 우선, 그 직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 그대로 사라집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조기 퇴사할 경우 그 직원이 받던 연봉의 3배가 손실로 남는다고 합니다 (이는 연봉 외에 복지 및 교육 비용에 기회비용까지 다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채용시장에서 회사의 평판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렇게 조기 퇴사한 직원들이 조용하게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습니다. 블라인드나 잡플래닛 같은 곳에 글을 남깁니다. 그리고 이것은 잠재적 지원자들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그로 인해 우수 인재가 우리 회사를 지원하는 횟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결국, 회사는 좋은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니 인건비 부담이 늘어납니다.
이런 금전적 손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조기 퇴사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시사하는 바가 꽤 커서, 지금 재직하는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 역시 하락 추세라고 추정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것은 거의 100%입니다. 옛날 광부들은 탄광으로 일하러 갈 때 항상 카나리아라는 새를 갖고 다녔다고 합니다. 카나리아가 지저귐을 멈추거나 비틀거리는 것으로 가스 누출을 감지했다고 합니다. 카나리아가 가스에 매우 취약해서 극소량의 독성 가스도 느낄 수 있다고 하네요. 어쩌면 신규 입사자는 우리 회사에 오랫동안 쌓인 악습이나 관행에 가장 민감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이들을 카나리아로 생각하여, 이들의 불만이나 퇴사 사유를 진지하게 듣고 문화나 제도를 수정하는 데 좋은 정보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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