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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탄생, 브랜드 학습과 경영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님

엔텔러키 브랜드 편집장 권민입니다. 


2002년 결혼기념일, 저는 아내에게 티파니 은목걸이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매장에 들어가 직원에게 가격을 물었습니다. “350만 원입니다.”

저는 되물었습니다. “은이 아닌가요?”

그 시절 은 한 돈이 800원 정도였습니다. 눈앞의 목걸이는 은 10돈도 되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직원이 짧게 답했습니다.

“티파니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브랜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죠.

은값으로만 계산하면 8,000원 남짓한 목걸이였습니다.

그런데 티파니의 가격은 350만 원이었습니다.

그 차이 349만 2,000원이 제가 처음 마주한 브랜드의 힘이었습니다.

재료(본질)보다 의미가 더 큰 가치(비본질)를 갖는 순간, 기능보다 이름이 더 높은 가격을 갖는 순간, 저는 비로소 브랜드가 무엇인지 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브랜드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였습니다. 책보다 먼저 경험이 왔습니다.


브랜드 레터 시즌1 의 주제는 '브랜드의 탄생'입니다.

이 시즌의 편집 방향은 분명합니다. 브랜드를 런칭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브랜드를 어떻게, 어디서, 누구와 시작할 것인가를 함께 다루려 합니다.


이 주제는 이미 [아내가 창업을 한다]와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운다]라는 책을 통해 다룬 바 있습니다. 이번 브랜드 레터에서는 그 연장선에서, 창업을 하기 전에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그리고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알아야 하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나누려 합니다.


브랜드 학습은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질문은 쉽지만 대답은 쉽지 않습니다. 이 질문은 “시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비슷합니다. 누구나 시간을 알고 있지만, 막상 그것이 무엇인지 설명하려면 어려워집니다. “결혼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정의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생활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갑자기 대답이 어려워집니다. “사과는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말할 수 있지만, “사과 맛은 어떤가”라고 물으면 열 사람이 열 가지로 답합니다. 그 차이는 결국 경험에서 나옵니다.


브랜드도 같습니다. 브랜드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브랜드는 비싼 상표, 외제 상표, 가성비 상품, 저가 상품 정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브랜드는 자신의 아이덴티티이자 가치와 연결된 세계입니다. 어떤 사람에게 애플은 비싸고 불편한 제품일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 애플은 자신의 철학을 대변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이처럼 브랜드 경험의 범위가 넓은 이유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기능적 이익, 정서적 이익, 자아표현적 이익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학문적으로만 공부하려 하면, 마치 시간을 물리학으로만 배우는 것 같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됩니다. 시간을 배우기 위해 시인, 철학자, 물리학자, 인류학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게 되듯, 브랜드를 배우기 위해서도 누구에게 배울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나 누구를 선택하든, 자신 안에 브랜드 경험이 충분히 쌓여 있지 않다면 결국 남의 이야기로만 남게 됩니다.


브랜드에 관한 책마다 브랜드의 정의가 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자마다 브랜드를 경험한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브랜드는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브랜드 레터에서 나누고 싶은 것은 “브랜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보다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할 것인가”에 더 가깝습니다.


수영을 배운다고 해서 책만 읽고 곧장 물속에 뛰어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물에 들어가 몸으로만 익히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물 밖에서 자세를 배우고, 물 안에서 몸의 감각을 익히면서 비로소 수영을 배우게 됩니다.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 개념을 이해하고, 그것을 자기 브랜드에 적용해 보며, 다시 현장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이번 『브랜드의 탄생』 꼭지에는 혼자 읽고 끝나는 내용이 아니라, 팀원들이 함께 브랜드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워크숍 질문지를 함께 넣었습니다. 브랜드를 아는 것은 혼자 배울 수 있어도, 브랜드를 적용하고 경영하는 일은 함께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팀원들과 함께 ‘브랜드’, ‘혁신’, ‘가치’, ‘전략’,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각각 정의해 보십시오. 아마 서로 다른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운영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기 브랜드만의 사전을 만드는 일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전은 일반적인 의미 풀이집이 아닙니다. 브랜드에 관한 각자의 지식과 경험을 조율하고, 공유하고, 다시 정의하는 작업입니다.


이번 꼭지에 담긴 질문 리스트는 바로 그 브랜드 사전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브랜드 스토밍이 시작될 것입니다. 브레인스토밍이 아이디어를 모으는 작업이라면, 브랜드 스토밍은 브랜드에 대한 생각과 경험, 기준과 언어를 함께 모으는 작업입니다. 브랜드의 탄생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각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십시오.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가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문에서 이어집니다."

전문을 읽으시려면 아래 버튼을 눌러주세요

아래 편지는 2016년까지 시즌 1 [유니타스브랜드]를 발행하던 시절, 브랜드 현장에 있는 분들의 고민을 받아 쓴 글입니다.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오마주한 형식입니다. 

이제 시즌 2 [엔텔레키 브랜드』로 돌아오면서 이 편지 형식을 다시 시작합니다. 브랜드 현장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브랜드에 관한 고민을 보내주시면 공통된 주제를 모아 편지 형식의 답신으로 나누겠습니다.  entelechybrand@gmail.com로 고민과 함께 나눌 주제를 보내주세요.

박 차장에게

먼저 메일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는 말부터 해야겠군.

알다시피 19년 만에 얻은 한 달 휴식이라, 이번만큼은 마음껏 쉬어 보려 했네. 그래서 넋이 나가도록 쉬는 방법으로, 그동안 나를 붙들고 있던 디지털 족쇄, 곧 휴대폰과 이메일을 전부 꺼버렸지. 그런데 결국 8일 하고도 12시간 만에 다시 붙잡히고 말았군.


자네 메일을 보기 전에 사장님께 먼저 전화를 받았네. 나는 분명 미국 대륙을 횡단 중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뉴저지에 숨어 있는 줄 아셨을까. 나도 그분과 15년을 같이 일했지만, 정말 그 코는 대단해. 혹시 자네가 알려드린 건가. 잡담은 여기까지 하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세.


자네 메일을 읽고 솔직히 말해 화가 났네. 사장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자네에게 화가 났어. 가재는 게 편이라고 말하지는 말게. 이것은 임원으로서 하는 말이 아니야. 자네를 신입사원 때부터 9년 동안 지켜보고 교육해 온 선배로서 하는 말이네.

자네는 브랜드를 지키려다 고객을 잊었어. 그게 내가 화가 난 이유야.


우리는 패션 브랜드 3개와 식품 브랜드 2개를 함께 런칭했지. 기억하지? 2년에 하나꼴로 런칭한 셈이야. 이쯤 되면 브랜드라는 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서로 감은 잡혀야 하지 않겠나.

그러니 다시 한 번 정리해 보세. 자네 말은 이렇지. 사장님께서 우연히 발견한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아르비오 브랜드를 라인 확장해서 들어가자고 하셨고, 자네는 아르비오가 런칭한 지 이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았으니 라인 확장은 오히려 브랜딩의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신규 브랜드 런칭을 주장했다는 것. 맞나?


내가 살면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옳은 것과 옳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었네.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틀린 것과 틀린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지. 지금 자네가 부딪힌 문제가 바로 그거야. 자네도 틀렸고, 사장님도 틀렸네.


자네는 브랜딩 원칙 안에서 싸우고 있고, 사장님은 시장 기회 안에서 싸우고 있어. 그런데 정작 두 사람 모두 같은 것을 빠뜨렸네. 새로운 시장의 고객이 과연 아르비오를 원하는가. 그 질문이 두 사람의 논쟁 어디에도 없었어.


나는 자네에게 메일을 쓰기 전에 사장님께 이렇게 카톡을 드렸어.

"사장님, 라인 확장도 신규 런칭도 지금 당장은 둘 다 틀렸습니다. 새로운 시장의 고객이 아르비오를 선택할 이유가 있는지, 그것을 먼저 확인하기 전까지는요."

사장님은 카톡을 읽고 두 시간 지나서 답신이 왔어.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지.

"그 질문을 나는 왜 하지 않았을까요."


자네도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해보게. 장기를 둘 때 모든 말을 살려 두고 이길 수는 없고, 포를 좋아한다고 해서 포를 끝까지 아껴 가며 둘 수도 없는 법이네. 사장님은 시장을 먼저 보셨고, 자네는 브랜드를 먼저 봤어. 그런데 먼저 봐야 할 것은 고객이었네.만약 처음부터 나와 같이 이 문제를 회의했다면, 나는 자네에게 복잡한 분석표부터 만들지 말고 먼저 이 세 가지를 묻게 했을 걸세.


첫째, 새로운 시장의 고객은 지금의 고객보다 우리 브랜드를 더 오래 키워 줄 사람들인가.

둘째, 그들은 지금의 고객보다 더 많은 돈을 기꺼이 지불할 사람들인가.

셋째, 그 시장에서 우리가 최소 3년은 주도권을 쥘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앞에서 시장 매력도에 따른 브랜드 플랫폼 구성이니, 비보조 인지도가 주는 경쟁 시나리오니 하는 것들로 너무 멀리 돌아가지 말게. 물론 나도 자네의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스타일을 좋아하네. 내가 그런 능력이 부족하니 더 부럽기도 하지.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그런 구조의 틀만으로는 고객의 예측 불가능한 욕망을 끝내 다 설명하지 못하네. 이미 우리는 수많은 브랜드가 이유 없이 성공하는 장면을 숱하게 보지 않았나.


우리는 상품을 만들고, 브랜드는 고객이 만드는 거야. 그러니 브랜딩이 헷갈리면 고객에게 돌아가게. 고객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뜻은 아니야. 그들이 아직 말하지 못한 욕구, 아직 의식하지 못한 불만, 이미 품고 있으나 설명하지 못한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형상화해 보라는 거야. 그리고 거기에 우리 브랜드를 슬쩍 끼워 넣는 거지.


사람들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기대하지. 소비자는 정가 6만 원짜리 티셔츠를 입고 품격이 달라지길 바라네. 말이 되나. 안 되지. 그런데 우리는 그것이 말이 되게 만들어야 하네. 브랜드를 위해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위해 브랜드가 존재하기 때문이야.


박 차장, 편지가 좀 길어졌군. 아마 노파심 때문일 거야.

이제 자네도 조직 안에서 브랜딩을 해야 하네. 박 차장이라는 직함으로만 남아 있지 말고, '승리', '치밀함', '유연성' 같은 것으로 상징이 되어야 해. 알다시피 상징은 자네가 혼자 외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고객이 그렇게 느껴야 하지.


그럼 자네의 고객은 누구인가. 사장님? 음, 아주 틀린 말은 아니군. 하지만 그것만은 아닐세. 회사의 모든 사람들이 자네를 보고 있네. 다들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건 인정하자고. 하지만 자네가 늘 나에게 해왔던 태도로 가면 큰 문제는 없을 걸세.


자네는 우리 부서에서 비판보다는 대안을, 문제보다는 해결을, 긍정적인 말보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말해 온 사람이었네. 그거면 충분해. 그냥 하던 대로 하게. 이제 정말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 참고로 내 사표는 만류되었지만, 내 생각은 변함이 없네. 그러니 내가 돌아올 때까지 회사를 지킨다는 식의 낭만적인 상상은 하지 말게. 잘 있게. 자네 아내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

2026년 3월, 뉴저지에서


P.S. 1

두 달 전에 들어온 최대리에 대한 내 의견은 단순하네. 그냥 잘 견뎌보게. 내가 그 친구를 뽑은 이유는 자네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였어. 프로세스와 전략적 접근을 좋아하는 자네 눈에는 그 친구가 꽤 튀어 보이겠지. 그런데 사실, 내가 처음 자네를 봤을 때 자네도 꽤 튀었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자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논리적 분석'이 실제로는 고객의 '변덕스러운 욕망'을 가리는 가장 완벽한 가림막이라는 걸 언제쯤 깨달을 텐가. 뭐, 서두를 필요는 없네. 나도 꽤 늦게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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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문제 해결을 하는 소셜 브랜드는 좋은 일을 하는 브랜드일까요. 아니면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브랜드의 출발점일까요.

한때 사회적 가치, 지속가능성, 포용, 환경 책임 같은 언어는 소셜 기업의 전유물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영리 기업들마저 그 언어를 브랜드의 공식 문법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소셜 기업은 이제 유리해진 것일까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지금은 좋은 의도를 말할 때가 아니라, 필요한 브랜드임을 증명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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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스의 브랜드 편지는 시즌 1 [유니타스브랜드], 시즌 2 [엔텔러키 브랜드], [아내가 창업을 한다], [브랜드의 탄생], [거리에서 브랜드를 배운다]를 비롯해 지금까지 발행한 브랜드 관련 서적과 자료, 그리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작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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