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레터 87호
2024/8/27
운동과 식이조절로 고지혈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고지혈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역량2-관리기술1

이의철의 직업환경의학과 일터건강관리


이의철

운동을 해도 호전되지 않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최근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도 관리하는데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높아 건강상담을 받으러 온 31세 남성 A씨.


그는 담배도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고, 일주일에 5~6번 운동(근력 70분 + 유산소 20분)을 합니다. 주말엔 일반적인 식사를 하지만 평일엔 엄격하게 식단을 관리합니다. 아침엔 닭가슴살 볶음밥, 양배추, 닭가슴살, 아몬드 9개를 먹습니다. 점심엔 현미밥 130g, 닭가슴살 200g, 아몬드 9개, 토마토, 치즈, 비트즙을 먹습니다. 오후 간식으로 오트밀 50g, 닭가슴살 130g, 아몬드 9개를 먹고, 저녁엔 운동 후 오트밀 50g, 닭가슴살 130g, 아몬드 9개, 김치 등을 먹는다고 합니다.


A씨의 체질량지수는 25, 혈압은 151/91, 총콜레스테롤 212, 중성지방 71, HDL-콜레스테롤 58, LDL-콜레스테롤 145 mg/dL.  과연 A씨에게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A씨의 작년 혈압은 157/86이었고, 총콜레스테롤 235, 중성지방 63, HDL-콜레스테롤 69, LDL-콜레스테롤은 171 mg/dL였습니다.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높은 이유 설명하기


건강상담을 하다 보면 건강관리를 하지 않는 분도 난감하지만, 때로는 나름의 기준으로 철저하게 건강을 관리하는 분을 만나도 난감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A씨의 경우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원칙을 g 단위로 철저히 따르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술과 담배까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본인도 건강진단을 받을 때마다 혈압이 높고 콜레스테롤이 높아 아쉽기도, 살짝 억울하기도 한 상태였습니다. 저탄수화물 원칙을 더욱 밀어붙여 현미밥이나 오트밀까지 끊으라고 조언해야 할까요? 아니면 주말의 일반식사까지도 주중의 패턴과 유사하게 하도록 조언해야 할까요? 아니면 운동량을 더 늘리라고 할까요? 아니면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기준이 과하게 낮으니 크게 신경쓰지 말고 현재의 건강한 생활습관을 계속 유지하라고 조언해야 할까요?


이런 분들에게는 보다 상세히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발생 원인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동물성 단백질, 지방(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단순 당류 과잉섭취에 의해 발생하며, 특히 중성지방이 낮으면서 총콜레스테롤 및 LDL콜레스테롤이 높은 유형의 고지혈증동물성 단백질 과잉 섭취와 더욱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유용할 수 있습니다. (관련된 내용은 저의 지난 3차례의 칼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고지혈증이 동맥경화 및 내피세포기능이상을 유발해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의철의 고지혈증 시리즈 역량 1- 지식 편 다시보기

[오이레터 58호] 고지혈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역량 1- 지식3

[오이레터 44호] 고지혈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역량 1- 지식2

[오이레터 28호] 고지혈증 관리를 위한 생활습관의학 역량 1- 지식1



유사한 사례 공유하기


아울러 닭가슴살이나 달걀 등 동물성 단백질 위주로 식단을 관리하는 다른 분들의 사례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40대 남성 B씨의 사례를 볼까요?


그는 총콜레스테롤 241, 중성지방 70, HDL-콜레스테롤 54, LDL-콜레스테롤 192mg/dL 였습니다. 아침에 미숫가루를 타는 음료를 우유에서 아몬드 음료로 바꾸었습니다. 점심 회사급식 식사 시 100% 현미밥을 먹고, 밥 양만큼의 샐러드를 추가로 먹었습니다. 고기반찬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저녁식사 때 먹는 고기를 두부로 바꾸었습니다.


이후 B씨의 총콜레스테롤 196, 중성지방 93, HDL-콜레스테롤 50, LDL-콜레스테롤 127mg/dL 로 호전되었습니다. 이후 B씨는 건강관리에 자신감이 생겨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 더 나은 건강을 위해 근비대를 위한 근력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닭가슴살을 챙겨 먹기 시작했습니다. 1달 후 다시 진행한 검사 결과 총콜레스테롤 210, 중성지방 79, HDL-콜레스테롤 54, LDL-콜레스테롤 140mg/dL로 정상 수준을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 수치는 앞서 소개한 A씨와 매우 유사했습니다.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고, 가공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닭가슴살을 열심히 챙겨 먹으면 고지혈증 수치가 이 정도 수준이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는 설명은 환자에게 위안이 되고,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실험의 동참자 만들기


A씨는 제가 소개한 사례와 설명을 통해 스스로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깨달았습니다. 기존의 식단을 유지하면서 닭가슴살을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해보자는 저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습니다. 오랜 기간 식단을 관리해온 경험과 자기통제력은 단백질을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꾸는 것도 성공하도록 할 것입니다.  A씨는 4주 후 혈액검사를 다시 하기로 약속하고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을 빠져 나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사는 환자를 본인에게 적용되는 실험의 주요 참여자이자 설계자로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환자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호전된 결과를 기대하며 더욱 열심히 변화된 생활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열심히 변화를 실천할 적절한 기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엔 2~4주 정도의 비교적 짧은 추적검사 기간이 적절합니다. 많은 경우, 동기가 부여를 받고 3~4주 정도까지는 건강한 생활습관 실천하지만, 그 이후엔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번의 개입으로 건강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관점이 아니라, 어떤 생활습관이 건강상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긴 과정의 일부로서 생활습관 변화와 검사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을 갖게 되면, 설사 검사 결과가 개선될 때뿐만 아니라 악화될 때도 배울 것이 있습니다. 검사 결과를 악화시키는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롭게 도전을 하고픈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짧은 기간의 변화를 삶의 일부로 만들기


많은 분들은 매년 검사에서 비슷하게 높게 나오는 고지혈증이 단 몇 주만에도 변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아주 흥미로운 사례를 경험했습니다.


3월 25일 회사의 특수건강진단에서 C 씨를 만났습니다. 그는  총콜레스테롤 212, 중성지방 186, HDL-콜레스테롤 56, LDL-콜레스테롤 119mg/dL로 경미한 이상 소견을 보였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4일 후인 3월 29일 진행한 종합검진에서는 총콜레스테롤 262, 중성지방 61, HDL-콜레스테롤 68, LDL-콜레스테롤 181mg/dL로  급격히 악화된 것입니다.


특수건강진단이나 종합검진 둘 중 하나의 검사에 오류가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정도로 큰 차이입니다. 앞선 칼럼에서 콜레스테롤이 단 며칠의 식단 변화에도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듯이, 종합검진 받기 직전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확인했습니다.


확인 결과 C씨는 종합검진에서 대장내시경을 받기 위해 검진 전 이틀간(3월 27~28일) 식이섬유(현미밥, 채소) 섭취를 중단하고, 식사용으로 하루에 달걀을 8개씩 먹었다고 합니다. 이런 선택엔 당연히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주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 결과 이틀간 달걀을 16개 정도 먹으면 LDL-콜레스테롤이 60~70 정도 증가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5월 31일 본인의 평소 식단을 돌아온 후 시행한 검사에서 총콜레스테롤 171, 중성지방 78, HDL-콜레스테롤 50, LDL-콜레스테롤 106mg/dL로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달걀이 콜레스테롤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하게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단 이틀간의 식단 변화로 결과가 큰 폭으로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지속적으로 좋은 검사결과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불필요한 달걀 섭취를 피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을 것입니다.


의사는 이 일련의 과정에서 환자에게 평생 간직해야 할 교훈을 전달하고,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의사의 말 한마디는 생각보다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약보다 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작가소개

이의철 선생님은 LG에너지솔루션 기술연구원 부속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시는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입니다. 국제 생활습관의학 전문의(DipIBLM/KCLM)를 취득하셨고, 대한생활습관의학회 총부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차의과대학 통합의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생활습관의학’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로 <조금씩 천천히, 자연식물식>, <기후미식>이 있고, 공역서로는 <미래를 여는 헬스케어 솔루션>, <자연식물식 솔루션>, <청소년 생활습관의학 안내서>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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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레터 편집팀  oel@ksoem.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