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쪄 보면 얼마나 맛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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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두 번째 끼니로그:
가장 단순하고 건강한 조리법, 찜
l 필자
〉 레터 작성 및 편집 : 도토리 에디터
l 목차
〉 도토리 끼니로그 
〉 증기로 조리하면 좋은 이유
〉 채소와 친해지는 요리채널
〉 어글리어스 레시피 : 브로콜리 감자스프와 새우전

배추를 쪄서 15분 만에 만든 중식 채소찜입니다. 새콤달콤한 매력이 돋보이는 요리예요. 혼자서 배추 반 통을 순식간에 해치웠습니다.🤣
도토리 끼니로그
단순하게 먹는 법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건강에도 좋고 마음도 개운해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아주 단순한 음식의 맛을 깊이 느껴보는 것도 좋습니다. 

오늘은 조리법 가운데 우리가 1순위로 마음에 담아두면 좋을 것을 가져왔습니다. 바로 '찜'이에요. 굽거나 튀기는 노력을 굳이 들이지 않아도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같이 한 번 돌아보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채소를 찌기만 해도 맛있다고 하면 믿지 않는 분들도 계실 테지요. 채소 본연의 맛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과한 양념을 하지 않아도 각각의 채소가 가진 맛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답니다. 제 경우에도 채식을 시작하면서 고기 요리에 주로 들어가는 달고 짠 양념을 먹을 기회가 많이 줄었는데, 그 후로 단순하게 조리한 음식들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거든요.

무엇보다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찌는 요리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애쓰지 않는 요리> 저자 다나카 레이코는 모든 요리를 딱 두 단계로만 설명합니다. 찐다, 무친다, 끝. 이런 식이에요. 

싱싱하고 영양가 있는 제철 재료를 잘 고를 줄 안다면 더욱 맛있겠지요. 몸에 좋다는 걸 알지만 조리법이 복잡해 보이는 마, 연근 같은 뿌리 채소도 한번 쪄 보면 아주 다루기 쉽다는 걸 알게 됩니다. 

쪄 먹는 방식의 장점과 적절한 도구를 알아본 후, 두 가지 레시피 영상을 소개합니다. 도토리 에디터가 평소 좋아하는 두 개 유튜브 채널에서 엄선했어요. 살펴보신 후에 마음에 드신다면, 님이 좋아하는 채널도 알려 주세요. 다른 끼니어님들과도 나누겠습니다.

못난이 채소 정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글리어스에서는 이맘때 딱 맛있는 채소, 브로콜리로 만드는 두 가지 요리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렇게 쪄서, 준비해둔 양념만 끼얹으면 훌륭한 요리가 돼요!
찜요리가 좋은 이유
굽거나 복는 요리는 참 맛있지만, 건강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고온에서 장시간 가열하는 요리는 특히 조심해야 해요. 

우선 앞서 끼니로그 후추편에서 살펴본 아크릴아마이드 등 유해물질 논란이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갈변(마이야르) 반응은 음식을 맛있게 만들어주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산물들이 DNA를 손상하고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어요. 만성질환을 유발하고 노화를 앞당기는 '당독소'(최종당화산물) 생성 또한 고온에서 활발히 일어나고요. 

이 문제를 피하려면, 물을 매개로 한 요리와 친해지는 게 좋습니다. 물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아무리 끓여도 100℃를 넘지 않습니다. 볶음이나 구이와 달리 기름을 사용하지 않아서 열량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끼니로그에 몇 번이나 소개한 <소금 지방 산 열>의 저자 사민 노스랏도 찌는 요리를 사랑합니다. 우리가 냉동만두를 찔 때 쓰는 바로 그 방법으로 온갖 재료를 다 조리할 수 있나봐요!

"가스레인지로 찜 요리를 할 경우에는 구멍 뚫린 찜기나 체 위에 채소, 달걀, 쌀, 타말레(옥수수 가루로 만드는 멕시코 전통 찜요리), 생선 등 무엇이든 한 겹으로 담고 통째로 물이 담긴 냄비에 올린 뒤 끓인다. 이때 냄비 뚜껑을 닫아야 증기가 빠져나가지 않고 음식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익힐 수 있다. 정통 모로코식 쿠스쿠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만든다. 즉 찜기에 음식의 향을 더하는 채소와 허브, 향신료를 더하고 맛이 우러나도록 찐다."

당근이나 연근 같은 단단한 채소는 이렇게 먼저 한 번 찐 다음 짧은 시간 동안 살짝만 구워서 맛을 더해도 좋습니다.

찌기에 적절한 채소들
<더 푸드 랩> 저자 켄지 로페즈-알토 역시 채소를 조리하는 좋은 방법으로 찌기를 추천합니다. 그는 쪄 먹는 데 적합한 채소로 다음 것들을 꼽았습니다. 

순무, 주키니(애호박), 시금치, 대파, 아스파라거스, 비트, 청경채, 브로콜리, 양배추, 당근, 콜리플라워, 샐러리, 옥수수, 그린빈, 완두콩...

조직이 적당히 단단한 거의 모든 채소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한식에서 자주 쪄서 조리하는 가지는 그만 쏙 빠지고 말았네요! 혹시 물렁한 가지를 싫어하는 끼니어님이라면 켄지의 이 통찰에 동의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켄지는 가지는 굽거나 기름에 지져서 조리할 것을 권했어요. 
물을 쓰지 않고 조리한 한식 배추찜입니다. 왼쪽(위) 사진처럼 채소에 양념을 끼얹어, 뚜껑을 덮고 잠시 끓이면 끝. 이날도 배추 반 통과 팽이버섯 한 줌을 한 자리에서 해치웠습니다. 
채소를 찌는 방법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둔 채소는 대체로 끓는 물에 올린 후 3~6분이면 다 익습니다. 알맞게 익었는지 알기 위해 참조한 레시피대로 타이머를 맞춰도 좋겠지만, 눈과 귀, 코를 활짝 열고 요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겠습니다. 다시 사민 노스랏의 말을 잠시 가져와볼게요.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어떤 나라든, 가정식을 하는 사람이든 전문 요리사든, 혹은 직접 피운 불을 이용하든 휴대용 버너를 이용하든 간에 뛰어난 요리사는 '열원이 아닌 음식에 시선을 고정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훌륭한 요리사는 타이머나 온도계보다 자신의 감각 기관으로 전해진 신호에 집중한다는 것도 배웠다. 소시지가 지글지글 익는 소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귀로 듣고, 보글보글 끓던 액체가 펄펄 끓기 시작하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단단하던 돼지고기 목살이 수시간에 걸쳐 부드럽게 퍼지는 변화를 느끼고, 끓는 물에서 익어가는 면이 알 덴테가 되었는지 맛을 보고 판단한다. 나는 직감적인 요리를 위해서는 이러한 신호에 주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냄비와 종이 호일로 찌기
구멍이 송송 뚫린 찜기가 없어도 재료를 쉽게 찔 수 있습니다. 냄비와 종이 호일만 있으면 됩니다. <애쓰지 않는 요리>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인데요. 종이 호일은 내열이 되면서도 증기는 적절히 통과시켜 찜 요리에 적합합니다. 냄비에 약간의 물을 채우고 종이 호일로 재료를 감싸 냄비 안에 넣은 뒤 뚜껑을 덮어 끓이기만 하면 됩니다.

익는 순서가 다른 여러 재료를 함께 찔 때는, 각각 다른 종이 호일에 따로 담는 것도 가능합니다. 한 냄비에 다같이 찌기 시작해서, 익은 것을 먼저 꺼낸 후 남은 재료를 좀 더 찌면 됩니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
켄지 로페즈-알트가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익히고자 하는 채소를 전자레인지 전용 접시에 한 겹으로 깔아둡니다. 그 위에 젖은 키친 타월을 세 겹 정도 덮습니다. 전자레인지에 넣고 채소가 부드러워지도록, 짧게는 2분30초, 길게는 6분까지 돌립니다.

실리콘으로 된 전자레인지 전용 찜기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번거로운 찜요리를 쉽게 할 수 있어요.

전자레인지용 전용 찜기에 양배추를 쪄봤습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쉬운 채소 요리 고수들
평소 좋아하는 요리 채널 두 곳에서 좋은 채소요리 레시피를 하나씩 가져와 보았습니다. '서정아의 건강밥상''준티비(JUNTV)'입니다. (어쩌면 님께서도 이미 구독하고 계신가요?) 

일주일 내내 행복한 초간단 채소찜
'서정아의 건강밥상' 채널에서는 다양한 채소 요리를 선보입니다. 채소를 씻고 다듬는 과정도 잘 나와있습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기분도 들어요.

특히 이 영상에서는 여러 가지 방법의 채소찜을 소개하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도 한 끼 요리가 된다니 저도 깜짝 놀랐어요. 샐러드 드레싱을 만드는 정도의 노력만 있다면, 찌거나 데친 채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서정아의 건강밥상 SweatPeaPot 갈무리
밥으로 먹는 10분 슈퍼푸드 샐러드
연근, 마, 감자 등을 쉽게 데쳐 조리해 만드는 샐러드입니다. 밥 없이도 든든한 한끼가 될 것 같아요. 넉살 좋은 진행자께서 열심히 조리해 맛있게 드시는 것을 보는 것도 무척 즐겁습니다. 저는 아직 이 레시피를 따라 해 보지 않았지만, 영상에 어느 구독자분이 남긴 댓글이 벌써 공감돼요. "캠핑가서 이걸 해먹었는데 고기 생각이 안 나요~ 샐러드가 너무 너무너무 맛있어서!!!" (아래 사진을 클릭하시면 영상으로 넘어갑니다.👇)

준티비(JUNTV) 갈무리
님은 어떤 요리 채널을 좋아하시나요? 평소 요리하는 데 많이 참고하시거나 영감을 받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책 등을 자유롭게 남겨 주신다면, 다른 끼니어님들과도 공유할게요. 아래 주황색 버튼을 꾹 눌러주세요~!👇
3월 둘째 주 레시피 by 어글리어스
어글리어스는 맛과 영양이 훌륭한 '못난이 친환경 채소'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마케터 성현 님이 간단한 제철 채소 레시피를 매주 2개씩 소개해 드려요.

l 브로콜리 감자스프
  브로콜리 1송이, 감자 3개, 양파 1개, 우유 300ml, 소금, 후추, 파마산치즈

  1. 감자와 양파는 작은 크기로 얇게 썰어주세요.
  2. 브로콜리는 줄기까지 잘게 썰어 준비해주세요. 
  3. 냄비에 버터 1T를 넣고 양파와 감자를 볶아주세요.
  4. 감자가 투명해지면 브로콜리와 물 150ml를 넣고 익혀주세요. 
  5. 브로콜리가 익고 수분이 줄어들면 4의 재료와 300ml를 넣고 곱게 갈아주세요.
  6. 다시 냄비에 넣고 끓이면서 파마산치즈, 소금, 후추로 간 해요.
  7. 뭉근하게 끓인 스프를 곱게 담아 크루통을 곁들이면 완성!

  • 조리시간을 단축하려면 브로콜리를 데쳐서 준비하는 것도 좋아요.
  • 우유 대신 생크림을 넣으면 더 진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어요.
      l 브로콜리 새우전
       재료 브로콜리 1개, 양파 ½ 개, 칵테일새우, 부침가루, 달걀 1개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브로콜리를 살짝 데쳐주세요.
      2. 데친 브로콜리와 양파를 잘 다져서 준비해주세요.
      3. 볼에 부침가루와 물, 달걀, 소금 약간을 넣고 섞어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4. 반죽에 준비해둔 채소를 모두 넣고 섞어주세요.
      5. 달군 팬에 반죽을 한 큰 술씩 올리고 칵테일 새우를 하나 올려주세요.
      6. 새우 위에 약간의 반죽을 더 올리고 새우가 다 익을 때까지 노릇하게 익혀주세요.
      7. 간장, 식초, 물을 1:1:1 비율로 섞은 초간장을 곁들이면 완성!
      든든한 식생활, 단단한 일상
      지난 한 주는 착잡한 소식이 참 많았어요. 전국 곳곳에서 큰 불이 난 소식을 님도 접하셨지요? 마음이 쌔까맣게 타들어 간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저는 지난주 '봄나물' 편을 준비하면서 산에서 채취하는 여러 식재료가 얼마나 귀하고 고마운지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 메일을 보내드리고 며칠 후에 이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불타버린 산에서 다시 송이를 채취하려면 3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해요. 기후변화로 산불, 홍수 등이 잦아지면서 우리의 식탁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주 말씀드린 대로 끼니로그는 슬슬 시즌3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식재료와 조리법을 주로 다른 시즌2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시즌3에서는 이상 기후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식단을 어떻게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가져갈 수 있을 지에 대해 더 본격적으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끼니로그를 구독하시면서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을 아래 '의견과 질문 남기기' 버튼을 꾹 눌러 남겨주세요. 개편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혹시 지난 한 주간 힘든 일이 많으셨더라도 님, 입맛을 잃지 마시고, 영양 충만한 것들을 잘 챙겨 드시길 바라요. 그리고 솟아나는 봄의 기운을 잘 받아 챙기며, 다음 주에 또 만납시다! 
      끼니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상품, 커뮤니티, 서비스, 행사 등이 있다면 stay.balanced.2021@gmail.com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검토 후 도토리 에디터가 연락을 드립니다.
      경향신문 뉴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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