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퍽퍽해도 몸에 좋답니다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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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좋아하시나요? 매일 먹기엔 퍽퍽하지만, 가끔 먹으면 정말 담백하고 든든한 마치 닭의 ‘퍽퍽살’과 같은 콘텐츠입니다.
그동안 다큐멘터리는 재미없는 것 혹은 중년 어른들이나 보는 고루한 콘텐츠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시대에 돌입하면서, 재밌는 논픽션 콘텐츠를 맛보게 되면서 장르의 인기도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다큐멘터리의 기능과 각기 다른 장르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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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에디터 : 구현모
경제력 * 체력 * 인성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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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야기
1. 고발과 이해 사이 2. 객관적으로 보이는 가장 강력한 주관
3. 계층에 대한 이해: ⟪미스 프레지던트⟫
4. 에너지와 분노에 대한 이해: ⟪노무현입니다⟫
5. 잊혀진 세계사에 대한 이해: ⟪바시르와 왈츠를⟫
6. 산업에 대한 이해: ⟪케이팝 제너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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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예시’ 혹은 ‘증명’ 등의 뜻을 가진 라틴어 도쿠멘툼에서 파생된 프랑스어 도퀴망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현실을 소재로 한 영화의 장르를 의미하나 요즘엔 TV, OTT, 영화를 불문하고 쓰고 있습니다.
다큐멘터리에는 크게 보면 하나의 특징과, 하나의 기능이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보여주기’입니다. 다큐멘터리는 타 장르와 달리 현실에 있는 사건 혹은 현상을 소재로 하며 이를 극화없이 보여주고자 합니다. 카메라 뒤에 있는 감독의 의지는 있으나, 이 의지를 구현하는 방법이 주인공과 악역을 만드는 극화가 아닌 보여주기 방식입니다. 프로도의 관점으로 반지 원정대를 그려내면 영화지만, 이 모두를 3인칭으로 그려내면 ‘다큐 3일 : 반지원정대편’이 되는 거죠.
가장 큰 기능은 ‘고발’입니다. 일반적인 콘텐츠가 유희에 큰 뜻을 두고 있다면, 다큐멘터리는 보여주고 가르치고 알리는 데에 뜻이 있습니다. 이는 ‘보여주기’라는 특징과도 연결됩니다. 보여줄 만한 가치가 있는 장면은 대개 무엇을 바꾸기 위한 사건이라거나 타인들에게 알려져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의 가장 두드러지는 목적은 ‘이해’에 있습니다. 감독이 알리고자 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그 장면 속의 사건을 세상에 알리면, 사회는 영화 속 사건(혹은 사상과 인물) 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새롭게 행동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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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라는 어원, ‘보여주기’라는 기법, ‘현실’이라는 소재 등을 고려하면, 다큐멘터리야 말로 가장 객관적인 장르가 아닌가라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야말로 가장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봐야 하는 콘텐츠입니다.
역사적으로 다큐멘터리는 선전선동의 가장 위대한 도구였습니다. 히틀러는 ‘의지의 승리’라는 나치 선전 다큐를 만들었고, 우리가 훈련소에서 보는 수많은 정훈 영상도 다큐멘터리에 포함됩니다.
우리가 언론사의 뉴스를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듯, 다큐멘터리 역시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다큐멘터리 속 현실 사건에 대한 2차적 조사가 필요합니다. 공동정범을 더 잘 보기 위해선, 용산참사의 기사를 읽어야 하고 액트 오브 킬링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도네시아의 역사를 찾아봐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는 주인공 없이 그저 사건의 나열만 있는 재미없는 장르 같고, 추가로 공부까지 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귀찮은 분야 같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장르보다 제 이해의 지평선을 넓혀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다보면 “대체 저 사람은 왜 그럴까?”라는 말을 속으로 많이 되새기는데, 다큐멘터리는 저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드는 ‘과정’을 훈련시켜 줍니다. 콘텐츠 속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기 때문이죠. 이젠 제 이해에 대한 지평선을 넓혀주고, 콘텐츠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추천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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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에 개봉한 ⟪미스 프레지던트⟫는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인 박정희 및 박근혜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를 다루는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박정희 부녀를 ‘묻지마 지지’하는 ‘박사모’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죠.
박정희 일가에 대한 신화는 왜 만들어졌을까요? 탄핵당한 지금에도 이 신화는 정말 견고할까요?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기사는 많지만, 이만큼 잘 보여주는 영화는 없습니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는 나레이션 하나 없이 그저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의 현재와 과거 언행 그리고 ‘영애’라 불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까지요. 마주할 수 없던 박사모와 간접적으로나마 대화할 수 있던 신선한 체험이었습니다.
또 하나 매력적인 이유는 그들을 단순히 ‘멍청하다’고 비난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재자였던 아버지와 탄핵 당한 딸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감독은 ‘무식하다’거나 ‘못 배워서 그렇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감독의 발자국을 쫓아가다보면, 믿음이자 일종의 신앙이 어떻게 생겼는지 꽤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가 곧 연결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감독의 보여주기는 박사모와 시청자를 연결해 새로운 이해를 낳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에 대한 믿음과 종교가 어떻게 생기는지 궁금하시다면, 그들을 인정하진 못하더라도 조금의 이해는 해보고 싶다면, 극단적인 보여주기만으로 어떻게 설득이 가능한지 알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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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와 분노에 대한 이해: ⟪노무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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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사엔 크게 두 가지의 비극이 있습니다.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이고,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입니다. 두 가지 모두 각 정당과 지지자들에게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겨주었죠.
영화 ⟪노무현입니다⟫ 는 지난 2017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인데요, 노무현 대통령의 2000년도 총선부터 2002년 대선 후보 경선까지의 과정을 담았습니다.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 서거까지의 과정은 아주 짤막하게 담았습니다. 노대통령의 생전 촬영 영상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진 그리고 당시 노사모 회원 등 많은 이들의 증언을 담았습니다.
2002년은 한국 역사에서 손꼽힐 정도로 역동적인 해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부터 드라마틱한 대선까지 있었죠. 하지만 벌써 20년이 지난 과거입니다. 지금의 젊은 유권자들은 4050 민주당 지지자들의 향수와 트라우마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추론하고, 감정적으로 결정합니다. 정치적 행위는 가장 고도의 감정적 행위이며, 우리는 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감정은 복잡하고 부정적 감정은 더 복잡합니다. 트라우마와 분노는 향수와 애착과 끈적한 순환고리를 그리기 때문이죠.
개인의 정치적 지지와 별개로, 정치인 노무현이 왜 당대의 센세이션이 되었고 많은 이가 환호했는지 100% 이해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이해 뒤에는 “내가 그 환호하는 군중이었다면, 여러 사건을 거치고 어떤 감정을 가졌을까”라는 상상의 물음표도 펼칠 수 있기에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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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세계사에 대한 이해: ⟪바시르와 왈츠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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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이스라엘 감독 아리 폴만이 만든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입니다. 1982년 팔레스타인 난민촌 학살을 소재로 한 이 다큐멘터리는 앞서 언급한 액트 오브 킬링처럼 가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아리 폴만 감독은 당시 레바논 내전에 참가한 제대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의 트라우마로 인해 일부 기억이 나지 않아, 이를 끼워맞추기 위해 당시 동료를 만나 취재한 기록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다큐멘터리는 1) 당시 취재 영상과 2) 취재원 영상 등 다양한 실사 영상을 기본값으로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끝부분을 제외하곤 100%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 충실하기 위해 만화적인 연출은 최소한으로 했으나 기본적으로 애니메이션입니다.
학살극에 참여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화자가 이끌어가는 스토리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특이성은 마지막을 위한 빌드업입니다. 앞서 말한 이 영화 결말 부분의 실사 장면은 세계가 잊어버린 이 학살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고발입니다. 앞서 만들어낸 스토리가 이 엔딩을 위한 극적인 빌드업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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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전의 한국의 대표 산업은 자동차, 석유화학으로 대표되는 제조 및 중공업이었습니다. 2000년 이후 한국의 대표 산업은 반도체와 콘텐츠(게임, 드라마, 음악 등)가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 산업 중 가장 저평가되어 있는 곳이 게임이라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한국의 고유한 문화가 강렬하게 반영된 곳은 케이팝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케이팝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는 다큐멘터리가 바로 ⟪케이팝 제너레이션⟫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특이하게도 연출 감독 이외에 대중음악 평론가인 차우진과 김윤하 그리고 하박국을 스토리총괄 프로듀서로 참여시켰습니다. 케이팝의 다층적인 의미를 담겠다는 목표를 위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을 자문이자 작가 역할로 모셔온 거죠.
이 다큐멘터리가 의미 있는 이유는 케이팝을 이만큼 깊게 조망한 콘텐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SM의 파리 공연과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하나의 ‘사건’ 수준이었다면, BTS의 빌보드 점령과 블랙핑크의 글로벌 투어 흥행 그리고 뉴진스와 피프티피프티의 돌풍은 케이팝을 단순히 ‘사건’이 아닌 산업적 약진으로 봐야할 이유가 됐습니다. “음반 100만 장이 요즘 가능해?”라는 생각이 드시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합니다.
유럽과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만큼 높은 수준의 문화콘텐츠가 주기적으로 생산되는 나라가 없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싸게 잘’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케이팝만큼은 ‘한국만큼 대중음악 잘 만드는 곳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습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빠순이’라고 비하 받던 팬덤이 어떻게 새로운 콘텐츠 창작자가 되었고, ‘길거리 캐스팅’이 어떻게 연습생 시스템으로 진화했는지 궁금하시다면 꼭 보시길 바랍니다.
다큐멘터리는 참으로 매력적인 장르입니다. 알지 못한 것을 이해하는 데에 이만큼 훌륭한 교보재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만큼 강한 편향에 빠지기도 쉽습니다. 다큐멘터리의 매력에 푹 빠지시되, 비판적인 거리두기를 통해 과몰입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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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구현모>의 코멘트
1980년의 5월은 지나갔지만, 광주의 5월은 잊혀지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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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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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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