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7 - 2025.03.03 / 오프라인 러브, 미키17, 트리거
안녕하세요. ㅎㅇ입니다. 임시공휴일이었던 어제는 건너뛰고 하루 지나 인사드려요. 쉬는동안 저는 제 97회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를 보았고, 3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이영애 배우 주연의 <헤다 가블러> 첫공을 예매했습니다. 같은 날 데뷔한 SM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와 스타쉽 신인 걸그룹 '키키'의 MV도 자나깨나 감상중이고요. 그럼 이번호 시작해보겠습니다!

01. 넷플릭스 연프 <오프라인 러브>
02. 영화 <미키17>
03. 디즈니+ 드라마 <트리거>

 01. 

오프라인 러브

#연프 #디지털디톡스 #운명

© netflix


 세상이 입모아 말하는 로맨스 어쩌고에 거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사람들, 아무리 적적해도 연애 예능까지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연애 예능이 공개 됐다. 그것도 아주 제목 값에 충실한. 넷플릭스재팬이 제작한 <오프라인 러브>의 출연진들은 10일간 프랑스 니스에 머무른다. 전체 일정의 첫 날, 스마트폰(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전자기기들)을 반납한다. 출연진들끼리의 만남은 친필 편지를 쓰거나(예시: "유다이 군, 안녕하세요. 저는 마호라고 해요. 내일 오전 11시, 마세나 광장 앞에서 만나서 저랑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거 어때요? 마세나 광장 분수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혹은 지금 대면해서 만나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기 전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마세나 광장에 가기 위해 구글지도 앱에 접속할 수는 없다. 이들은 니스의 주요 관광지와 식당이 적힌 프로그램 전용 가이드북에 실린 종이 지도를 보고 목적지까지 찾아가야만 한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잘만 살았던 시대의 낭만을 구체화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오프라인 러브> 제작진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를 눈물 흘리며 보았을 것이다. 1960년대생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우연히 기차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폴인러브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연애 예능 <오프라인 러브>는 패널 중 하나로, 아이돌로 시작해 현재는 배우로 활약중인 1960년대생 여성 고이즈미 쿄코를 앉혀놓는 강수를 두었다.*


 <오프라인 러브>는 온라인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지루한 교장 선생님의 훈화말씀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패널과 출연진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운명'이다. 그런데 그 운명이란 것은 다름 아닌 '같은 날' 들른 '같은 빈티지샵'에서 '같은 코트'를 점찍어둔 두 명의 남성 출연자를 통해 가장 확실한 모양으로 빚어진다. 하필 같은 코트 취향을 가진 남정네들이 일본에서 프랑스 니스까지 먼 길을 날아온 것이다. 코트를 반으로 찢을 수는 없는데!


 '운명' 같은 낡은 단어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식이 놀랍지만, 보는동안 의아한 부분들도 있다. 먼저, 출연진들이 조식부터 저녁 식사까지 매순간 거하게 원하는 것들을 먹고 마신다는 점이다. 대부분 입이 짧지도, 편식을 하지도 않으므로, 이 프로그램의 카테고리는 연애 예능과 음식 예능의 경계에 묘하게 걸쳐져 있다. 한 남성 출연진이 원하는 상대와의 데이트가 불발되어 혼자 들른 식당에서 와인을 글라스가 아닌 바틀로 주문해 칠링까지 하며 적당한 온도로 마지막 잔까지 비우는 걸 보며 나의 의구심은 폭발했다. 가장 큰 물음표는 <오프라인 러브>가 대부분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감정의 무균실’ 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만남과 헤어짐, 함께와 혼자를 경험한 출연진들의 전사가 과감하게 생략 됐으므로, 우리는 DM 플러팅이든 헤어진 X의 SNS를 염탐하는 문제든 '온라인 러브'가 그동안 그들에게 어떤 결핍을 주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온라인 러브'의 어떤 부분에서 충족되지 않는 지점이 있으니 '오프라인 러브'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 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배우로 활약중인 고이즈미 쿄코의 최근 출연작은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다. 고이즈미 쿄코는 갓 사랑에 빠진 10대 딸 '야에'에게 거의 간섭하지 않는 쿨한 엄마 '키하코' 역으로 등장하는데, 딸의 남자친구인 '하루미치'를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이렇게 선전포고 하는 것 만큼은 잊지 않는다. "야에는 자정 지나기 전에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 임신 시키면 내 손에 죽어."




 02. 

미키17

#SF영화 #봉준호 #로버트패티슨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미키(Mickey)’는 얼마나 흔한 이름일까? 매 해 미국에서 출생한 아이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 리스트를 발표하는 미국 사회보장국(SSA)에 따르면, ‘미키’는 1997년까지는 상위 1000위 안에 들 정도로 보편적인 이름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바깥으로 밀려나 공식적으로 순위에 집계되지 않는다.* 이 이름이 미국에 거주하는 밀레니얼 부모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인간 ‘미키 반스’가 복제 인간 ‘미키1’이 되길 선택하고, 꼬박 열여섯 번의 죽음을 겪으며 ‘미키17’ 까지 되어버린 세계.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17>은 정확히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생을 보여준다. 봉준호 감독은 소설(<미키7>)보다 영화에서 주인공을 약 10회 정도 더 죽인 이유를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이는 ‘사회가 한 인간을 성인이라 규정하는 나이’와 연관 되어 있다. 물리적 나이가 어느 눈금을 지나면서 경제활동인구에 속하게 된 미키의 일생은 그가 처음 보는 신규 일감의 연속으로 이루어져있다. 미키는 쉬지 않고 일하지만 새로운 일들이 자꾸만 생겨나기 때문에 결코 숙련된 노동자가 될 수 없다. 숙련된 사망자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아 그런데… 매번의 죽음이 매번 낯설게 느껴지는 데에서 감내해야 하는 고통? 사실, 거기까지 감정 이입을 위한 레이더가 뻗어나가기는 쉽지 않다. 자신과 같은 일을 먼저 해 본 사수도 없고, 일을 분담할 동료도 없다는 것. 나는 정확히 그 지점에서 미키가 처한 괴로움을 나눠지고 싶어진다.


 영화 개봉 주간인 현재 리디 베스트셀러 5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23위에 오를 정도로 원작 소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본다면 봉준호 감독의 과감한 각색 때문에 당황할 수 있다. 나는 소설이 가진 뚜렷한 장점이 영상화 과정에서 다량 유실 됐다고 느꼈다. (물론 유실된 자리를 살뜰하게 다른 것들로 채웠지만.) 가능하다면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 2023년 기준으로, SSA가 공개한 리스트를 보면 미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자 아기 이름 3은 'Liam'(리암) - ‘Noah'(노아) - 'Oliver'(올리버) 순이고, 여자 아기 이름 3은 'Olivia'(올리비아) - 'Emma'(엠마) - 'Charlotte'(샬롯) 순이다.




 03. 

트리거

#한드 #12부작 #탐사보도국 #김혜수

© 디즈니+


 “그런데 말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시사 프로 SBS <그것이 알고싶다>가 방영 1432회를 맞았다. 그리고 디즈니+는 그 어느때보다 음모론과 괴담이 넘쳐나는 2025년 연초에 국내 최초로 방송사 탐사보도국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트리거>를 내놓았다. 드라마 제목과 동명의 시사 프로인 ‘트리거’는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인데, 일단은 여성 메인 PD ‘오소룡’(김혜수)이 어떻게든 굴려보는 중이다. 그가 방송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소룡처럼 눈이 큰 사람에게는 세상의 추악함이 남들보다 1.5배는 더 접수되기 때문인 걸까?


 “사람은 안 변하는 게 아니라 못 변한다고” 믿으며 인간을 싫어하는 대신 동물을 배로 좋아해 <신나는 동물천국>을 연출하고 싶었지만 방송국 윗분들의 외압으로 원치 않게 시사 교양국에 합류하게 된 ‘한도’(정성일), 학벌 콤플렉스로 인한 자격지심과 만년 비정규직으로서의 설움을 안고 사는 ‘강기호’(주종혁) 같은 팀원들을 똘똘 뭉친 주먹밥처럼 만드는 건 어떤 팀장에게든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욕망과 동기가 너무나도 다른 방향을 향해 내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소룡이 이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팀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의 말처럼 “한 놈, 한 놈은 하자투성이지만 팀으론 덤벼 볼 만 하니까.” 그리고 이 팀을 이루는 셋 중 두 사람은 트리거가 취재한 사건의 사망자 유가족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실을 남들 다 보는 앞에서 감정적으로 터뜨리지 않고 둘이 독대하는 장면에서 진솔한 대화로 공유한다. 나는 그 씬을 연출하는 방식이 이 드라마에서 가장 좋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정하고 자극적이고(그래서 좀 보기가 힘들고), 공들여 준비한 탐사 보도 한 번으로 정의가 구현될 리 없으니 속도 쓰리지만, 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가 탁월하다. 검색해도 거의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는 김기량 작가의 극본이다. <트리거>가 추적하는 사건의 큰 줄기인 인기 배우 차성욱 실종사건은 듀스 멤버 김성재 씨의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둔 것처럼 보인다. 올해는 김성재 씨의 30주기이고, SBS 제작본부의 배정훈 PD는 2019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한 방영이 여러번 불발된 ‘김성재 다큐’를 올해 공개를 목표로 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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