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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입모아 말하는 로맨스 어쩌고…… 에 거의 마음이 동하지 않았던 사람들, 아무리 적적해도 연애 예능까지 봐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연애 예능이 공개 됐다. 그것도 아주 제목 값에 충실한. 넷플릭스재팬이 제작한 <오프라인 러브>의 출연진들은 10일간 프랑스 니스에 머무른다. 전체 일정의 첫 날, 스마트폰(과 소지하고 있는 모든 전자기기들)을 반납한다. 출연진들끼리의 만남은 친필 편지를 쓰거나(예시: "유다이 군, 안녕하세요. 저는 마호라고 해요. 내일 오전 11시, 마세나 광장 앞에서 만나서 저랑 점심을 먹으러 가는 거 어때요? 마세나 광장 분수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혹은 지금 대면해서 만나고 있는 사람과 헤어지기 전 다음을 기약하는 약속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스마트폰이 없으니 마세나 광장에 가기 위해 구글지도 앱에 접속할 수는 없다. 이들은 니스의 주요 관광지와 식당이 적힌 프로그램 전용 가이드북에 실린 종이 지도를 보고 목적지까지 찾아가야만 한다. 이것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잘만 살았던 시대의 낭만을 구체화한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오프라인 러브> 제작진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를 눈물 흘리며 보았을 것이다. 1960년대생인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우연히 기차에서 마주친 사람과의 폴인러브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그런 영화를 만들었다. 그리고 연애 예능 <오프라인 러브>는 패널 중 하나로, 아이돌로 시작해 현재는 배우로 활약중인 1960년대생 여성 고이즈미 쿄코를 앉혀놓는 강수를 두었다.*
<오프라인 러브>는 온라인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그것은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지루한 교장 선생님의 훈화말씀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패널과 출연진을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는 '운명'이다. 그런데 그 운명이란 것은 다름 아닌 '같은 날' 들른 '같은 빈티지샵'에서 '같은 코트'를 점찍어둔 두 명의 남성 출연자를 통해 가장 확실한 모양으로 빚어진다. 하필 같은 코트 취향을 가진 남정네들이 일본에서 프랑스 니스까지 먼 길을 날아온 것이다. 코트를 반으로 찢을 수는 없는데!
'운명' 같은 낡은 단어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방식이 놀랍지만, 보는동안 의아한 부분들도 있다. 먼저, 출연진들이 조식부터 저녁 식사까지 매순간 거하게 원하는 것들을 먹고 마신다는 점이다. 대부분 입이 짧지도, 편식을 하지도 않으므로, 이 프로그램의 카테고리는 연애 예능과 음식 예능의 경계에 묘하게 걸쳐져 있다. 한 남성 출연진이 원하는 상대와의 데이트가 불발되어 혼자 들른 식당에서 와인을 글라스가 아닌 바틀로 주문해 칠링까지 하며 적당한 온도로 마지막 잔까지 비우는 걸 보며 나의 의구심은 폭발했다. 가장 큰 물음표는 <오프라인 러브>가 대부분 살면서 한 번도 다른 사람에게 크게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감정의 무균실’ 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만남과 헤어짐, 함께와 혼자를 경험한 출연진들의 전사가 과감하게 생략 됐으므로, 우리는 DM 플러팅이든 헤어진 X의 SNS를 염탐하는 문제든 '온라인 러브'가 그동안 그들에게 어떤 결핍을 주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온라인 러브'의 어떤 부분에서 충족되지 않는 지점이 있으니 '오프라인 러브'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 아이돌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는 배우로 활약중인 고이즈미 쿄코의 최근 출연작은 넷플릭스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다. 고이즈미 쿄코는 갓 사랑에 빠진 10대 딸 '야에'에게 거의 간섭하지 않는 쿨한 엄마 '키하코' 역으로 등장하는데, 딸의 남자친구인 '하루미치'를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 이렇게 선전포고 하는 것 만큼은 잊지 않는다. "야에는 자정 지나기 전에 무조건 집으로 돌려보내. 임신 시키면 내 손에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