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기업의 데이터도, 세상의 책도 과거의 기록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걸 긁어모으는 일입니다. 그런데 로봇에게 필요한 데이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람이 접시를 어떻게 집고 물병 뚜껑을 어떻게 여는지 그 동작의 기록은 인터넷 어디에도 쌓여 있지 않으니까요. 없으면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들이 인도로 향하고 있어요.
남부 인도 타밀나두주의
소도시 카루르가 그 현장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데이터를 몸으로 만들어냅니다. 어떤 이들은 집에서 이마에 아이폰을 붙이고 채소를 썰거나 침대를 정리하며 자기 동작을 녹화해 넘기거든요. 로봇이 따라 배울 '사람의 움직임'을, 사람이 직접 찍어 공급하는 겁니다.
로봇을 위한 데이터 수집입니다. 여기에 영상 속 대상을 하나하나 표시하는 라벨링, AI가 제대로 해냈는지 프레임 단위로 확인하는 검수도 더해집니다. 어디에도 없던 데이터를 사람 손으로 채워 넣는 일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브젝트웨이스라는 곳이 대표적인 기업인데요. 이 회사는 2600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그중 300명은 최근 한 달 사이 뽑았습니다. 그만큼 일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데, 숙련 사무직 월급은 210~260달러 선입니다. 인구 44만 명의 소도시에서는 넉넉한 액수라고 해요. 집에서 자기를 녹화하는 작업은 쓸 만한 영상 기준 시간당 2.5달러를 받습니다.
회사의 시험용 주방에서는 카메라를 단 로봇 집게가 접시를 들고 물병 뚜껑을 열어 물을 따르고 음식을 정리하는 장면을 찍어 분석합니다. 같은 작업을 시험용 욕실과 침실에서도 반복합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주변을 설명해 주는 기기용 데이터를 만드는 팀도 있습니다.
왜 하필 인도일까요. 데이터를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하는 시대엔 사람이 많은 곳이 곧 값싸고 빠른 곳이기 때문입니다. 인도에서는 매달 200만 명이 18세가 됩니다. 로봇에게 먹일 데이터를 손으로 찍어낼 인력이 그만큼 쏟아진다는 뜻입니다.
피지컬AI 시대, 인간 데이터를 모아라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 쌓인 글을 읽으며 컸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배워야 하는 건 글이 아니라 몸짓입니다. 접시를 집는 손의 각도, 미끄러운 병뚜껑을 돌릴 때 힘을 어떻게 바꾸는지, 놓쳤을 때 어떻게 잡는지 등 이런 기록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은 인터넷 덕에 차고 넘치지만 로봇 데이터는 정반대입니다. 로봇이 세상과 직접 부딪쳐 하나씩 모아야 하니 쌓이는 양이 애초에 적거든요. 시각과 깊이, 힘과 토크, 촉각 신호를 밀리초 단위로 맞춰 담아야 하는데 그건 긁어올 수도, 시뮬레이션으로 값싸게 지어낼 수도 없습니다. 진짜 세계의 마찰과 미끄러짐, 센서의 잡음은 실제로 해봐야 얻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로봇은 성공만 봐선 안 됩니다. 실패하고 되돌리는 장면까지 익혀야 진짜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시연 하나하나를 실제 환경에서, 한 번에 하나씩 사람이 직접 만들어야 가치가 생깁니다. 다양성도 관건이에요. 부엌도 사람도 제각각이라 한 부엌에서 배운 로봇은 옆집 부엌에서 헤맵니다. 그만큼 사람도, 언어도, 일하는 방식도 다양한 곳이 유리한데 인도가 부상한 배경이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와 구글, 메타 같은 곳들도 저마다 데이터 수집 인프라를 짓고 있습니다. 학습에 쓸 로봇의 실제 동작 기록은 인터넷 영상에 견주면 규모가 몇 자릿수나 작습니다. 휴머노이드의 병목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진단까지 나오고요. 인도에서 뽑아낼 수 있는 규모가 경이롭다는 게 현지 업체들의 말이고요.
역설은 여기 있습니다. 이 일자리는 AI가 아직 못 하는 일이라서 생겼습니다. AI가 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사라진다는 뜻인데요. 인도의 IT 서비스 일자리 최대 150만 개가 AI 때문에 없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로봇에게 데이터를 먹이는 이 손들도 언제든 그 명단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데이터 라벨 작업은 2030년까지 인도 경제에
최대 100억 달러를 보탤 거라고 합니다. 사람이 손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파는 지금의 호황이 정작 그 사람들을 대체할 로봇을 앞당기고 있는 아이러니가 이어지고 있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