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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에 있었던 미국의 제47대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야. 트럼프가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고 주변에는 트럼프의 가족들과 정치적 동지들이 위치하고 있어. 당연히 트럼프가 마음가는 사람들을 자신과 더 가까운 자리에 배치했을 거야.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이 인터넷을 금융 저장소로 사용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온라인 은행 X.com을 열었어. 피터 틸의 컨피니티,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X.com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결국 두 사람은 단판을 지어버리지.

어떻게 했냐면, 컨피니티와 X.com을 합친 거야. 합병 후 사명은 페이팔로 바꾸고, 대신 경영권은 머스크가 쥐었어. 하지만 페이팔의 초대 CEO에 오른 일론 머스크의 행복은 아쉽게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어. 왜냐하면 머스크와 개발진과의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지.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 운영체제를 “새로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로 바꾸자”고 주장한 반면 페이팔의 개발진들은 기존의 UNIX 운영체제를 포기하지 않았거든. 사건은 머스크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에 발생해. 머스크가 휴가로 잠시 회사를 비운 사이 페이팔 이사회에선 머스크 대신 피터 틸로 CEO를 교체해 버리지. 

페이팔의 2대 CEO에 오른 피터 틸은 2002년 페이팔을 상장시키고 몇 달 후, eBay에게 무려 15억 달러의 금액을 주고 팔아버려. 이 과정에서 페이팔 임직원들은 막대한 부를 얻게 돼.

이렇게 한 순간에 부자가 되었다면 구독자는 어떤 삶을 살 것 같아? 바로 퇴사해버리고, 유유자적 인생을 즐기기? 페이팔 출신 사람들은 달랐어. 이들은 이렇게 얻은 돈을 가지고 창업과 벤처 투자로 불릴 생각을 해. 초기 직원 50명 가운데 38명이 회사를 나갔고, 새로운 기업들을 만들거나 투자에 나선거야.

이들은 서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창업한 기업에 서로 투자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동업을 하면서 상호성장하는 무리를 만들어내. 이들을 두고 우리는 '페이팔 마피아'라고 부르지. 첫번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볼게.

유튜브 최초의 동영상 ‘Me at the Zoo’에 등장하는 바로 이 사람이 유튜브 창업자 중 한명인 자베드 카림이야.

이 외에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우버, 에버노트 등… 현재는 굵직한 서비스로 성장한 기업들의 시작을 보면 페이팔 마피아의 손길을 확인할 수 있어.

페이팔을 팔았던 2002년, 이 즈음에 미국을 뒤 흔들었던 사건이 발생해. 바로 9.11 테러였지. 뼛 속까지 보수주의자인 틸에게 9.11 테러는 특히 더 충격적이었어. 어떻게 하면 안보를 더 강력하게 유지하고 미국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을 한 피터 틸은 페이팔 매각 이후 생긴 자금을 활용해 사업을 탄생시켜. 페이팔에서 사기에 맞서기 위해 사용했던 데이터 분석과 기법을 테러 예측에 접목한 프로젝트, 바로 팔란티어.

피터 틸은 테크 기업과 트럼프 행정부와의 자리를 만들면서 기술 산업과 정치와의 접점을 넓혔고, 일부 인사는 추천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가담했어.

하지만 그 영향었던 걸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엔 부침도 겪었어. 바이든 행정부는 정부 프로젝트를 공급하는 업체가 편중되어 있다면 막겠다고 선언했거든. 국방부와 정보기관으로부터 사업을 많이 따왔던 팔란티어는 집중 견제를 받았지.

이렇게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집중하면 정권이 바뀔 경우에 말짱 꽝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걸 느낀 피터 틸은 이제 공화당 소속의 국회의원으로 활약할 선수들을 키워내기 시작해. 지금 부통령인 JD 밴스가 대표적이야.

JD 밴스는 피터 틸의 미스릴캐피털에서 일을 했고, 피터 틸의 지원을 받아 나리아 캐피털도 함께 창업한 연이 있거든.트럼프에게 밴스를 소개한 것도 피터 틸이야. 흙수저 출신의 자수성가의 아이콘 밴스는 대선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되었고, 백인 노동자들의 표 확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

그 외에도 틸과 함께 ‘제로 투 원’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쓰고, 틸 펠로우십의 이사장이었던 블레이크 마스터스도 피터 틸의 기부금을 기반으로 상원 의원 선거에 나서기도 했어.

피터 틸이 뒤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탄생에 서포트를 했다면, 전면에 나선 건 누가 뭐라해도 일론 머스크일 거야.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옆에서 시선을 강탈했던 건 언제나 일론 머스크였으니까.

위 그래프는 2024 미 대선 후원금 규모야.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일론 머스크의 후원금액이 가장 높아. 2억 9,148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4,275억 원이 넘는 규모지. 참고로 올해 우리나라 소방청 예산이 3,311억 원이야. 참고로 민주당에 가장 많은 후원을 한 테크 기업인은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을 만든 더스틴 모스코비츠, 그리고 아까 언급한 리드 호프먼이야.

사실 머스크는 원래부터 트럼프를 지지한 건 아니었어. 머스크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고, 그래서 당시 조 바이든을 지지하기도 했지.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머스크와 내내 갈등을 벌였다는 거야. 테슬라를 통해 전기자동차의 혁신을 보여주던 머스크를 바이든 정부는 의도적으로 무시했어. 백악관에서 열린 전기자동차 정상회담에서도 GM과 포드 경영진은 초대했지만 머스크는 초대하지 않았지. 국정연설에서도 포드와 GM을 추켜세웠지만 테슬라는 일언반구도 없었어. 그러곤 2024년 대선에서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지.

그는 매우 공격적으로 선거 유세에 동행하면서 연설을 했고, 엄청난 금액을 후원하면서 말 그대로 물심양면 트럼프를 위해 뛰었어. 그리고 결국 트럼프는 당선되었지.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만 정치권에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야. 지난 2016년에 피터 틸이 주도했던 기술과 정치와의 만남 이후 약 10년 사이에 테크 기업은 점점 로비 자금을 늘려왔거든. 아래 그래프에는 산업군별 로비 자금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나타내 봤어.

미국의 선거 자금과 로비 데이터를 추적하는 비영리단체인 OpenSecrets 자료를 가지고 지난 2004년부터 2024년까지 주요 산업군별로 로비 금액을 정리해봤는데, 테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전자제품 제조업과 인터넷 기업의 흐름을 보면 2016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이후 크게 늘어나는 게 보여.

전자제품 제조업군은 과거엔 4~5위를 차지하다가  현재는 로비 규모 2위로 뛰어 올랐고. 인터넷 산업 역시 빠르게 로비 규모가 늘어나고 있어.

빅테크 기업들이 로비 규모를 늘린 만큼 함께 움직일 로비스트의 규모도 상당해. 메타는 지난해에 역대 최고 금액인 2,443만 달러를 로비로 지출했는데 메타의 로비스트는 2016년 31명에서 2024년 65명으로 배 이상 늘어났어. 이 수치는 미 의회의원 8명당 1명 꼴이야. 아마존은 의원 6명당 1명씩 담당 로비스트가 붙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주요 기업들은 대통령 취임식과 파티나 만찬 같은 행사에 활용하도록 기부금 형태로 대통령에게 선물을 해오고 있어. 2016년 대통령 당선 이후 열린 취임식에서 트럼프는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많은 금액의 기부금을 기업들로 받았어. 그리고 올해 그 기록을 다시 깨 버렸지. 참고로 메타는 단 한 번도 대통령 취임축하 기부를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 기부금 100만 달러를 내기로 했어.

이렇게 보니 왜 앞서 살펴본 취임식에서 왜 빅테크 임원들이 이렇게나 트럼프와 가깝게 위치했는지 조금은 감이 와. 이들은 심지어 트럼프 정부에서 일할 사람들보다도 더 가까운 자리를 배정 받았어.

바이든은 고별 연설에서 미국 내에서 커지는 '과두정'을 경고한 바 있어. 과두정은 2개 이상의 적은 머리가 이끄는 정치 체계를 의미해. 경고 대상을 누구라고 직접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트럼프와 기술 권력을 대표하는 머스크를 겨냥한 말이었을 거야. 혹은 그 뒤에 서 있는 피터 틸을 향한 말이었을지도 모르지.

이미 미국은 트럼프 1기 때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한 바 있어.

스웨덴에 있는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에서는 매년 3월 V-Dem이라는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해. 순항하던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매우 크게 떨어졌지. 0.85에서 0.73으로. 0.73이라는 수치는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인 1976년 미국의 민주주의 지수와 같아. 

1976년은 리처드 닉슨 행정부가 불법 침입, 불법 도청과 같은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무너지고 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가 승계 받았던 때야.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에선 이 때와 비교해서 트럼프 1기 시절에 민주주의가 더 약해졌다고 평가했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사를 탄압하고, 행정부의 권한은 강화하고, 기업과는 더 가까워지고.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적 성격이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 더 강해졌다는 거지.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트럼프 2차 행정부는 지난 1차 때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권위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기업 유착은 더 심해졌고, 행정부 권한은 비대해지고 있지. 게다가 테크 기업의 정치 권력화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라, 이대로 가다간 진짜 미국은  과두정치로 탈바꿈할지도 모르겠어.

일부 학자들은 이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는 교육을 할 수 없다며 미국을 떠나고 있기도 해. 예일대의 세계적인 석학 3명이 동시에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로 옮기겠다고 선언했거든. 이들은 독재와 권위주의, 파시즘을 연구해온 석학들인데, 트럼프 정부의 권위적인 정치 체제 하에서 더 이상 연구를 할 수 없다고 말했어.

미국 학자들의 엑소더스가 본격화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야. 이렇게 가다간 미국도 서서히 망해갈 것라는 우려는 미국 내에 점점 퍼지고 있어.

그래도 정치권에서 가만히 있는 건 아니야.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은 ‘과두정과의 싸움’이라는 이름을 걸고 전국 투어에 나서고 있거든.

버니 샌더스는 많은 시민들을 만나면서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는 트럼프와 머스크를 비판하고 이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이고 있어. 과두정과의 싸움을 해내야 미국 내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거야. 그래야 민주주의도 회복할 수 있다고 믿는 거지.

미국 내에서 기술과 안보를 결부짓는 흐름은 점점 커지고 있어. 그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AI 기술은 중국에게 선두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유로 점점 더 안보와 결합해서 다뤄지고 있지. 이런 흐름이라면 기술 권력과 정치의 거리는 훨씬 더 가까워질 거야.

피터 틸과 일론 머스크 네트워크는 이미 백악관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어. 과연 우리는 기술 과두정을 미국에서 보게 될까? 아니면 버니 샌더스의 말처럼 미국이 과두정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구독자는 어떻게 생각해? 오늘 준비한 오그랲은 여기까지야. 끝까지 읽어줘서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