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채권 #베이지북 #은마아파트
2022.10.21 (금)

지난 5월 어린이날 강원도 춘천에 개장한 ‘레고랜드’를 아시나요?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가 만든 레고(LEGO)를 테마로 만든 놀이공원인데요. 덴마크와 영국, 독일,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전 세계에서 10번째 레고랜드가 한국에 조성됐죠.


그런데 레고랜드는 건설 중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지지리 운도 없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예요. 그 결과 완공하는 데만 10년 넘는 세월이 소요됐죠. 게다가 요즘엔 이 레고랜드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혼란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요. 레고랜드가 들어선 강원도가 입장을 바꾸면서 생긴 논란인데요. 사태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혼란을 방지하겠다며 긴급 대책까지 내놓았죠.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전경/자료=레고랜드 코리아

레고랜드는 강원도 품으로

이야기의 시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레고는 덴마크의 장난감 회사가 만들지만, 놀이공원인 레고랜드 사업권은 ‘멀린 엔터테인먼트 그룹’이라는 영국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가 한국에 레고랜드 건설을 추진한 거죠. 레고랜드가 들어서면 관광객이 많이 몰릴 거란 기대감에 당시 여러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유치전에 나섰고요.


결국 2011년에 강원도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권을 따냈어요. 강원도는 이듬해(2012년)에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강원중도개발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착수했죠. 레고랜드가 위치한 곳은 강원도 소유의 땅인데요. 강원도는 이 부지를 100년간 공짜로 빌려주겠다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어요. 신속하게 공사를 마무리하고 2015년에 레고랜드를 개장한다는 계획이었죠.

자료=금융감독원

갑자기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지?

그런데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개장 시기가 늦춰졌어요. 레고랜드를 건설 중이던 2014년에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이 발견된 거죠. 더 발굴해보니까 유적의 크기는 상상 이상이었어요. 한국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유적 중에 규모가 가장 크대요. 발견 당시 학자들은 ‘믿기 어려운 규모의 유적이 발견됐다’라고 흥분하며 선사시대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했죠.


한반도 선사시대를 연구하는 학계엔 큰 축복이었지만, 레고랜드를 건설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 입장에선 난감한 일이었어요. 유적이 훼손되면 안 되니까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레고랜드 건설을 아예 없던 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등장했고요.

레고랜드 건설로 국내 최대 규모의 선사시대 유적들이 파괴된다고 주장하는 포스터/자료=반크

결국 상당 기간 공사는 중단됐어요. 유적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레고랜드 위치를 조금 옮기고, 놀이공원 설계를 바꾸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공사가 재개될 수 있었는데요. 공사는 2017년에 다시 시작됐고, 목표를 바꿔 2020년에 놀이공원을 개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죠.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지만 공교롭게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져버린 거예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데 새로 놀이공원을 개장하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공사 작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고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레고랜드는 처음 계획보다 7년이 늦은 올해 어린이날에야 개장할 수 있었던 거죠.

자료=금융감독원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어요.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그사이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빚이 너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죠. 이번에 문제가 된 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한 증권사로부터 빌린 2050억원이에요.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돈을 빌리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어요. 채권은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차용증’이라고 보면 돼요. 돈을 빌릴 때 ‘이자를 언제, 얼마나 지급할지’, ‘원금은 언제 갚을지’ 같은 조건들을 적어서 약속한 문서인 셈이죠. 채권은 마치 주식처럼 사고팔 수도 있어요.


이 과정에서 ‘레고랜드 공사가 여러 차례 지연됐는데, 이 채권에 투자해도 안전한 거야?’라고 의문을 품는 투자자들이 있었을 텐데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한 강원도가 직접 나서서 보증을 섰어요. ‘혹시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강원도가 나서서 책임질 테니까 안심하고 투자해’라고 설득한 거죠.

강원도에 닥친 중요한 변화

하지만 올해 6월 강원도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어요. 전임 강원도지사 임기가 끝나고 새로운 도지사가 선출된 거죠. 그는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레고랜드에 문제가 많다”라는 발언을 했는데요. 예상대로 신규 강원도지사는 취임 후 “레고랜드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겠다”라는 뜻을 밝혔어요. 요즘 경제 위기의 가능성이 크고 지자체인 강원도의 곳간도 넉넉하지 않은데, 만약 레고랜드가 빚을 못 갚는다고 하면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대신 갚아야 하니 그건 곤란하다는 거죠. 게다가 최근 들어 ‘레고랜드 빚이 더 증가하면 결국 파산하는 거 아니야?’라는 우려마저 나오기 시작했고요.


결국 지난달(9월 28일) 강원도지사는 “2050억원을 강원도가 대신 갚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에 대해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을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어요. 사실상 빚을 대신 갚을 생각이 없다고 선언한 건데요.

우리가 안 갚아도 되잖아

일단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되면 빌린 돈을 당분간 갚지 않아도 돼요. 회생절차를 주도하는 법원이 돈을 빌려준 이들에게 돈 갚으란 독촉을 그만하라고 요청하거든요. 일단 살려내는 게 먼저니, 시간을 좀 주라는 거죠. 그리고 기업이 갚아야 하는 빚을 꽤 줄여줘요. 보통 50% 이상을 탕감해준대요. 대신 회생절차를 밟는 기업은 경영을 효율화하고 각종 재산을 팔아서 빚 갚는데 쓸 돈을 마련해야 하고요.


이 과정에서 다른 기업이 나타나 회생절차를 밟는 중인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어요. 경영난을 겪던 기업이긴 하지만 빚이 줄었으니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일 수 있거든요. 결국 강원도는 누군가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인수해 각종 재산을 팔아 그 돈으로 빚을 갚기를 원하는 거죠.

물론 이 경우 강원도를 믿고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요. 당장 받아야 할 돈이 있어도 독촉할 수 없고, 빌려준 돈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돈 빌리기 더 어려워지겠네

강원도 같은 지자체가 각종 사업을 할 때 돈을 조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기도 하고, 예산이 모자라면 세금을 더 걷을 수도 있죠. 혹은 이번 경우처럼 외부에서 돈을 빌려도 되고요.


하지만 강원도를 믿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손실을 볼지도 모르게 된 거예요. 이렇게 되면 앞으로 지자체들이 돈을 빌리긴 쉽지 않아지겠죠. 결국 세금을 더 걷는 방법밖에는 남지 않는 거고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기업들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이번에 강원중도개발공사가 했던 것처럼, 일반 기업들도 채권을 발행해 돈을 빌리는데요. 안 그래도 요즘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을 사들여 돈을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다고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안 할 수는 없어요. 매달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사업을 하려면 여기저기 돈 들어가는 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들에게 돈을 빌려줘야 할 채권 투자자들은 ‘경기가 어렵다면서 지자체도 입장을 바꾸는데, 다른 채권들은 더 위험해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죠.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와요. 레고랜드를 건설할 때 돈을 빌린 것처럼 부동산 개발을 할 때도 대규모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거든요. 요즘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동시에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건설비는 증가하는 중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추가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거나, 갑자기 돈을 갚아야 할 경우가 많아질 수 있는 거죠.


결국 어제(20일) 정부는 채권시장을 안정시키겠다며 긴급 대책을 발표했어요. 1조 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채권을 사들이겠다는 거예요. 강원도 역시 ‘혹시 모르니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빚을 대신 갚아줄 예산을 준비해두겠다’라는 뜻을 밝혔죠. 레고랜드가 촉발한 금융시장 혼란은 과연 진정될 수 있을까요?

★ 3줄 요약 ★
지난 5월 강원도에 개장한 레고랜드는 건설 도중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공하는 데 10년 넘는 세월이 소요됨. 대규모 선사시대 유적지가 발견되는가 하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처음 계획보다 7년 늦은 올해에야 개장할 수 있었음.

문제는 공사 기간이 연장되면서 레고랜드를 건설한 강원중도개발공사의 빚이 많이 증가했다는 것. 채권 중 2050억원에 대해선 강원도가 보증을 섰지만, 지난 6월 취임한 신임 강원도지사는 대신 빚을 갚을 수 없다며 이 회사의 기업회생 신청을 함.

이를 계기로 기업이 빚을 내 사업 자금을 조달하기 더 어려워질 거라는 우려가 커짐. 강원도가 보증한 채권도 안전하지 않은데, 일반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1조 6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먹통 사태 카카오, 피해 보상할 거래요

지난 주말 데이터 센터 화재로 전국적인 ‘먹통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가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밝혔어요. 카카오는 그저께(19일) 대국민 사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서비스 이용자 보상 계획을 수립하고 빠르게 실행하겠다”고 밝혔어요. 피해 상황은 고객 센터가 아닌 별도 신고 채널을 만들어 접수할 예정이래요. 특히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무료 서비스 이용자들에게도 보상할 계획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정해질 것으로 보여요. 이날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먹통 사태’를 사과하며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어요. 공동대표 체제였던 카카오의 두 대표 중 한 명이 물러난 거예요.

 

2050년, 자녀와 함께 사는 가족 20% 미만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출생률이 하락하면서, 2050년이면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이 전체 가구의 20% 미만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어요. 통계청이 어제(20일) 발표한 ‘시도별 장래가구 추계(2020~2050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1.2%였던 1인 가구 비중은 39.6%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자녀 없이 부부만 거주하는 가구도 16.8%에서 23.3%로 비중이 커질 전망이에요. 하지만 부부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가구는 29.3%에서 20% 미만으로 줄어들 거래요.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에요.

 

19년 만에 재건축 심의 통과한 은마아파트

서울 강남 지역의 대표적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어요.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만든 지 약 19년 만이에요. 도시계획위를 통과하기 위해 계획안을 올린 이후로는 5년이고요. 1979년에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4424세대의 대단지여서 재건축 사업의 추진 여부가 큰 관심을 모아왔던 곳이에요. 여러 차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죠. 하지만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사업 추진이 힘을 받기 시작했어요.

 

신임 영국 총리, 44일 만에 사임한대요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한 지 44일 만에 사임하겠다고 밝혔어요. 지난 9월 6일 취임한 트러스 총리는 영국 역사상 가장 빨리 자리에서 물러난 총리라는 오명을 얻게 됐어요. 트러스 총리는 “경제와 국제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러난다”고 말했어요. 그러면서 “다음 주에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에 머물겠다”고 했어요. 후임자가 누군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어요.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해 경제를 부양하겠다며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을 꺼내 들었다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사퇴 압력을 받아왔어요. 결국 얼마 전 감세 정책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요.


영국 총리 사퇴하게 만든 감세안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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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준 “경제 전망 더 비관적”

미국의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는 내용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보고서가 발표됐어요. 연준은 지난 19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 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망이 더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어요. 이번 베이지북은 지난 9월부터 10월 7일까지의 경기 흐름을 평가한 것으로, 다음 달 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활용돼요. 이 보고서에서는 ‘경기침체(recession)’라는 단어가 13회 등장했다고 해요. 10회 언급됐던 9월 베이지북보다 횟수가 늘어났어요.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공포가 더 커진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베이지북이 뭐야?

베이지북(Beige Book)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1년에 8차례 발표하는 미국 경제동향 종합보고서를 일컫는 말이에요. 연준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FRB 산하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기업이 이 보고서를 쓰는데요. 기업인과 경제학자, 시장 전문가의 견해는 물론이고, 미국 각 지역의 산업 생산활동, 소비 동향, 물가, 노동시장 상황 등 모든 경기지표를 조사하고 분석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겨요.

 

그래서 베이지북은 미국의 지역별 경제 상황을 한번에 보여주는 보고서라고 볼 수 있어요. 이 보고서는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정책을 논의할 때 참고하는 자료예요. 보고서의 발표 시기도 FOMC 회의 2주 전이어서 사람들은 이걸 보고 기준금리 인상이나 인하 폭을 예상하기도 해요.

 

미국의 지역별 은행들은 지난 1970년부터 지역별 경제상황을 요약한 보고서를 발간해 왔어요. 원래 이 보고서의 표지 색상은 빨간색이어서 ‘레드북(Red Book)’으로 불렸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레드북이 정책 입안을 위한 참고자료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다가 1983년부터는 공개적으로 발간하는 자료가 됐고, 이때 책 표지 색상이 베이지색으로 바뀌면서 ‘베이지북’으로 불리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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