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9세 발달 장애인 권현미 씨가 지역 사회에서 자립하여 생활하고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그 소중한 기록을 에세이 형태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자립 생활 주택을 떠나 지역 사회에서 나만의 공간을 꾸리고 혼자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서른아홉, 남들은 익숙해질 나이라고 하지만 저에게 혼자 사는 삶은 여전히 매일매일이 새로운 도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방을 치우고 가계부를 쓰며 돈 관리를 하는 일들은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막막함이 밀려오기도 하지만, 다행히 제가 일하는 ‘한사랑’ 식구들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그곳은 제 직장이자, 세상을 연결해 주는 고마운 통로입니다.
요즘 저의 가장 큰 고민은 ‘건강’입니다. 식사 시간을 놓치기도 하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지 못하다 보니 부쩍 늘어난 체중이 걱정됩니다. 사실 저는 조금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몸이거든요. 베체트병과 모야모야병이라는, 조금은 낯설고 어려운 병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처음 몸에 멍이 들고 손이 부어올랐을 때, 직장 동료들의 권유로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았던 날이 떠오릅니다. 큰 병원인 동산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나서야 제 몸 상태를 정확히 알게 되었죠.
하지만 병원에 가는 길은 여전히 제게 높은 벽처럼 느껴집니다. 커다란 병원 안에서 길을 찾는 것도 복잡하고, 무엇보다 차가운 기계(키오스크) 앞에서 무인 발매기를 다루는 일은 늘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왜 그리 어렵고 복잡한지, 설명을 들어도 머릿속이 하얘질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면 직장 동료나 제 남자 친구의 도움을 받곤 합니다. 같은 발달 장애를 가진 남자 친구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지만, 그 친구에게만 온전히 기댈 수는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특히 저희 집에서 병원이 너무 멀어 새벽 일찍 서둘러야 할 때면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누군가 병원 길에 동행해 주고, 의사 선생님의 어려운 말씀을 나에게 맞게 ‘쉬운 설명’으로 들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듭니다.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잊지 않게 챙겨 주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게 도와줄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면 자립 생활이 훨씬 자신 있을 것 같아요.
지원 센터 선생님들은 말씀하십니다. 자립한 이후에도 건강이나 금전 관리 같은 부분에는 지속적인 관심과 점검이 필요하다고요. 사실 저도 제 몸의 통증을 느끼긴 하지만, 이게 얼마나 아픈 건지, 상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건 참 어렵거든요. 치과 치료처럼 무서운 진료는 자꾸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저는 저만의 속도로 이 사회에서 당당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건강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저와 마음을 나누며 꾸준히 도와줄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저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만의 자립’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오늘은 조금 서툴더라도, 내일은 조금 더 건강해질 저의 자립 생활을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