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준비했습니다. 계급, 젠더, 몸이 병든 노년 여성의 몸을 어떻게 관통하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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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대학교 저학년 시절, 저는 3평 남짓한 하숙방에서 지냈습니다. 방은 턱없이 좁았고 종종 방으로부터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독감에 걸렸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며칠 동안 꼼짝 없이 좁은 방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자 신체의 취약함은 곧 정신의 취약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고작 며칠 경험한 ‘병든 사람’의 정체성였지만, 거동의 어려움이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때 삶의 감각 또한 쉽게 위축된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전의 삶과 분리되고 거의 모든 사회적·관계적 삶을 빼앗긴 채 빠르게 고립감을 느꼈다. 그녀가 경험한 것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단어는 바로 ‘버림받음(dereliction)’일 것이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그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책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노년을 지켜보며 “나이와 신체적 취약성이 형틀, 사슬, ‘감옥’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단절을 상징하는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의 어머니는 거동 불능으로 인해 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노년은 아직 저에게 아득하게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좁은 방에서 병을 앓았던 나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병든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지속되는 일. 그런 모습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지며 “자신의 친숙한 세계, 환경, 일상성으로부터 뿌리 뽑힌”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것이었던 세계와 단절되었지만 그것을 애도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절망을 겪습니다. 요양원이라는 집단(공간)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사귀는 법을 배워야 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고립을 낳습니다. 저자는 “학대받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 앞에서 개별 행위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짚습니다. “어머니는 제도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조건을 관리하는 방식에 의해 학대받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애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 전반에 놓여 있던 억압과 공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곁에 어머니가 남아 있었던 것은 큰 부분 공포 때문이었다”는 고백과 “🧵페미사이드에는 나이가 없다”는 문장은 구조적 현실을 드러냅니다. 동시에 어머니는 80대에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듯 집을 떠났고 지식인이 된 뒤 40여 년 만에 어머니와 다시 마주합니다. 그가 선물한 고급 향수를 어머니가 사용하지 않았던 장면은 “우리 사이의 계급적 거리를 은밀하게 알리는 방식”처럼 읽힙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저자는 자신이 멀리 떠나왔다고 믿었던 그 세계가 결국 자신의 뿌리였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죽음은 더욱 깊은 상실로 다가옵니다. 계급, 젠더, 몸, 취약성이라는 여러 층위를 교차시키며 노년이라는 삶의 상태를 사유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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