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화와 현실 고증 사이에서
 Season 6  vol 34. 💡2026.1.9~1.15.

‘중년 남미새’ 논쟁이 보여주는 것들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AI 시대의 성폭력
‘뼈말라’ 이제 그만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2026년 새해 첫 레터로 인사드려요. 새해를 맞아 플랫레터 디자인이 이아름 기자의 황금손을 거쳐 좀더 귀엽고 상큼하게 바뀌었답니다. 벌써 알아보신 분? 😉✌ 

올 한 해도 플랫레터는 신선하고 다정한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입주자님도 함께 달려주세요~🐎🐎🐎🐎 그럼 이번 주 플랫 레터 시작합니다.


개그우먼 강유미씨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중년 남미새’ 영상이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강유미씨는 남성직원은 살갑게 대하면서 여성직원에게는 날선 모습을 보이는 중년 여성 상사를 연기했는데, 이것이 ‘여성혐오’인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입주자님도 아마 보셨을 수도 있습니다.

먼저 논란이 된 지점은 이 캐릭터가 자신의 아들을 과잉보호하려는 모습이었습니다. “요즘 남자애들이 여자애들 눈치 더 많이 본다”, “학교에서 여자애들이 때리면 같이 때리라고 가르친다” 등 대사가 대표적인데요. 이것을 두고 일부 중년 여성의 모습을 과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실제 여성혐오 피해를 성토하며 ‘아들을 잘 키워야 한다’, ‘갈라치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류의 공감도 이어졌습니다.

(이 영상을 풍자라고 한다면) 풍자에는 ‘조롱’도 자연히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요. ‘남미새’라는 말부터가 ‘남자에 미친 XX’의 약어로 조롱과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 풍자 대상이 여성이라는 것도 분명하고요. 

그 ‘남자에 미친’ 사람이 어쩌다 조롱의 대상이 됐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아들을 가진 중년 여성의 내면화된 여성혐오(여성의 여성혐오)를 보여주는 풍자”라고 분석했고,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자기가 겪는 현실에 대한 폭로이자, 현실에서 성차별이라는 것이 극복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어요. 동시에 중년 여성을 일반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아빠는 어디 가고 또 엄마만 잡도리당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강유미씨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반향도 큰 것 같습니다. 입주자님은 이번 ‘중년 남미새’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초고속인터넷망 보급과 함께 불법촬영물의 온상인 소라넷이 등장했고,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메신저는 성착취물 유포 경로가 됐다. 소형화된 카메라는 동의 없는 촬영에, 이미지 압축과 스트리밍 기술의 진화는 불법촬영물을 퍼뜨리는 데 이용됐다. AI의 발전도 같은 길을 갈까봐 두렵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운영하는 AI 챗봇 그록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록의 AI 이미지 생성 기능은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탑재됐는데요. ‘옷을 벗겨라’, ‘인물의 자세를 성적으로 바꿔라’ 등의 요청은 수행하지 않는 다른 AI와는 달리 그록은 성적 콘텐츠를 허용하면서 이용자를 확장했습니다. 그 결과 합성 사진 대부분은 여성을 성적으로 변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플랫팀장인 남지원 젠더데스크는 칼럼에서 “이렇게 쉽게 장난처럼 성적 허위영상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을 때 가해와 피해의 문턱은 급격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어요. 합성에 활용된 사진은 실존 여성들의 사진일 가능성이 크고, 당사자는 자신의 사진이 성적인 이미지로 활용되는 것을 모를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이 인간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에 관해선 여러 전망이 엇갈립니다. 늘상 그렇듯 규제 속도가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남지원 젠더데스크는 “기술은 가치중립적이라고 하지만 플랫폼이 어떤 기능을 내세우느냐는 전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표현의 자유라는 구호 뒤에 숨어 성착취의 가능성을 방치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기업의 가치판단이며, 디지털 성범죄는 어떻게 보면 나쁜 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이 판단의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일명 ‘음지’ 용어로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의미했던 ‘뼈말라’는 언제부턴가 방송 매체와 기사에 공공연하게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뼈말라’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유명 연예인의 영상이 비공개 처리되는 일도 있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최소한의 선이란 것이 있었는데요.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2024년 중후반부터 연예 매체는 조금의 눈치도 보지 않고 여성 연예인들의 감량을 칭찬하는 의도로 ‘뼈말라’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상황은 모두 다 아는 바”라고 문제를 제기합니다. 

그는 “마름과 아름다움을 동일시하는 언어적 실천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그러니까 괜찮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다), ‘뼈말라’는 거식증을 긍정하는 프로아나의 언어로서 극단적인 신체 통제와 건강 훼손까지 정당화, 아니 이상화한다”며 ‘뼈말라’가 점차 심리적 장벽의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고 우려합니다. ‘뼈말라’가 단순한 유행어나 신조어가 아니라 특정한 모습의 신체를 이상화하는 가치판단을 담고 있다는 것이죠. 

이번 칼럼을 보니 비만치료제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며 정상체중인 여성들도 처방을 받는다는 🧵기사가 떠오릅니다.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70대 이상을 제외하면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정작 비만치료제 처방은 여성이 약 70%입니다. 한 의료인은 “외국 연구자들과 얘기하다 보면 한국에선 왜 모델처럼 날씬한 사람이 위고비를 맞고 있냐고 묻는다”고 전했어요. ‘뼈말라’의 대중화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김연서 인턴기자가 준비했습니다. 계급, 젠더, 몸이 병든 노년 여성의 몸을 어떻게 관통하는지에 관한 책입니다. 


🍀🍀🍀🍀🍀


📕디디에 에리봉,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대학교 저학년 시절, 저는 3평 남짓한 하숙방에서 지냈습니다. 방은 턱없이 좁았고 종종 방으로부터 도망치기 일쑤였습니다. 그 작은 방에서 독감에 걸렸던 어느 날이 떠오릅니다. 며칠 동안 꼼짝 없이 좁은 방에 누워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몸이 아프자 신체의 취약함은 곧 정신의 취약함으로 이어졌습니다. 고작 며칠 경험한 ‘병든 사람’의 정체성였지만, 거동의 어려움이 무력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을 때 삶의 감각 또한 쉽게 위축된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습니다.


“어머니는 이전의 삶과 분리되고 거의 모든 사회적·관계적 삶을 빼앗긴 채 빠르게 고립감을 느꼈다. 그녀가 경험한 것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단어는 바로 ‘버림받음(dereliction)’일 것이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저자 디디에 에리봉이 쇠약해진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고, 그의 죽음을 겪은 뒤 쓴 책입니다. 그는 어머니의 노년을 지켜보며 “나이와 신체적 취약성이 형틀, 사슬, ‘감옥’을 구성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단절을 상징하는 요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의 어머니는 거동 불능으로 인해 세계와 적극적으로 관계 맺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냅니다. 노년은 아직 저에게 아득하게만 느껴지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좁은 방에서 병을 앓았던 나날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병든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지속되는 일. 그런 모습도 포함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지며 “자신의 친숙한 세계, 환경, 일상성으로부터 뿌리 뽑힌”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녀의 것이었던 세계와 단절되었지만 그것을 애도할 시간조차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깊은 절망을 겪습니다. 요양원이라는 집단(공간)에 속해 있으면서도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과 사귀는 법을 배워야 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고립을 낳습니다. 저자는 “학대받고 있다”는 어머니의 말 앞에서 개별 행위가 아니라 제도와 환경 자체가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짚습니다. “어머니는 제도가 그녀와 같은 사람들의 조건을 관리하는 방식에 의해 학대받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 책은 애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삶 전반에 놓여 있던 억압과 공포를 외면하지 않습니다.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곁에 어머니가 남아 있었던 것은 큰 부분 공포 때문이었다”는 고백과 “🧵페미사이드에는 나이가 없다”는 문장은 구조적 현실을 드러냅니다. 동시에 어머니는 80대에 새로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노동자 계급 가정에서 태어난 저자는 자신의 뿌리를 부정하듯 집을 떠났고 지식인이 된 뒤 40여 년 만에 어머니와 다시 마주합니다. 그가 선물한 고급 향수를 어머니가 사용하지 않았던 장면은 “우리 사이의 계급적 거리를 은밀하게 알리는 방식”처럼 읽힙니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저자는 자신이 멀리 떠나왔다고 믿었던 그 세계가 결국 자신의 뿌리였음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 죽음은 더욱 깊은 상실로 다가옵니다. 계급, 젠더, 몸, 취약성이라는 여러 층위를 교차시키며 노년이라는 삶의 상태를 사유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 플랫레터 늘 잘 보고 있습니다 요즘 책 ’죽은 다음‘을 읽고 있는데요. 작가분도 본인이 비혼 여성이라고 책속에서 언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에서 ‘20년 경력의 여성 장례지도사’ 인터뷰 얘기를 읽다보니 플랫 온리가 생각났습니다…! “장의사나 시체 닦는 알바를 하는 청년이 젊은 여성 시신에 나쁜 짓을 하려다가 귀신에게 혼쭐이 난다는 내용의 괴담이 인터넷 게시판에 떠돈다”면서 같은 여자인 내가 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는게 정말 인상깊었거든요! 혹시 인터뷰하실 분으로 이 분 어떠신지 조심스럽게 추천드려봅니다ㅎㅎ!! 

👤 레터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습니다. 신청했던 <유령연구> 책을 받아 읽고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꼼꼼히 읽고 한국 사회 내 성매매와 그 역사에 대해 더 드러낼 수 있는 연구하겠습니다. 2026년 새해엔 마음이 따뜻한 순간이 더 많아지길 기원합니다. 늘 응원합니다!

  
👀 From.Flat 

📣 다정한 비평과 아이템 추천까지, 입주자님들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올 한 해도 잘 부탁드려요!  

📣 플랫은 또 복작복작 여러 이벤트와 기획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이곳 저곳에서 입주자님과 만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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