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최대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ChatGPT입니다. 작성하는 데 며칠씩 걸리던 보고서를 ChatGPT로 한 시간 만에 해결했다.  ChatGPT가 복잡한 회계처리 프로그램을 코딩해줬다. 학생들이 ChatGPT로 리포트를 만들어 제출한 게 발각돼 0점 처리됐다 등등. 온통 이 신기한 AI 얘기입니다.

이번 주 <친절한 정치 이야기>는 무슨 얘기를 쓸까 고민하다 저도 ChatGPT 신세를 한번 져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누군지 물었습니다. 이건 사실 오답이 나올 걸 알면서 물은  겁니다. ChatGPT에 입력된 가장 최신 데이터가 2021년 말까지 정보여서 지난 해 우리 대선 결과를 모르는 겁니다. 답은 “문재인 대통령입니다"로 나왔습니다. 

본격적으로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AI가 발전하면 사라질 직업을 물었습니다. 제조업 근로자, 은행원, 회계업무 종사자, 운전기사 같은 답이 나왔습니다. 정치인이 빠졌길래 AI 시대 직업으로서 정치인의 위상을 물었습니다. 답을 볼까요?

긴 설명과 함께 “정치인은 인간의 지각과 감성적인 역할, 정치적 판단력 등에서 AI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습니다"라는 답이었습니다. 그럴 법도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정치를 개선하는 데 AI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물으니 “많다”는 대답이 나왔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유권자 성향 예측, 정책 효용성 검토 등을 통해 정치인들이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지요. 이건 중요한 의미를 가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영역에서 출마여부를 결정하거나 공천 심사를 하는 과정에 합리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을 겁니다.

입법과 정책영역에서도 쓰임새가 있습니다. 특정 법안이나 예산안이 꼭 필요한 것인지, 문제는 없는지 AI가 빅데이터를 이용해 판단할 수 있겠지요. 의회를 감시하는 시민단체나 언론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또는 지역구에 배정을 요청한 예산이 자기 이익 만을 위한 것인지를 검증할 수단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다리 건설을 위해 정부 예산 증액을 요구했는데 그게 꼭 국가 예산을 들여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인지를 AI가 순식간에 판별해 주는 것이죠.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증액해도 되지만 쓸데없이 자기 인기 유지용으로 내놓은 거라면 언론을 통해 공개해서 낭비하지 않게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정치에 AI가 개입할 때 생기는 부작용도 예상됩니다. ChatGPT는 선량들이 유권자 성향을 분석하는데 AI를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AI가 너무 자세하게 유권자 성향을 분석해서 내놓으면 후보들은 나라 살림에 꼭 필요한 것보다 유권자가 당장 원하는 달콤한 공약들만 남발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유권자들에게는 AI가 유용한 도우미가 될 것 같습니다. 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의 성향, 과거 이력 같은 걸 쉽게 파악하고, 그런 데이터를 기초로 이 후보가 당선되면 어떻게 일하게 될지 예측도 해줄 테니까요. 내 성향에 맞는 후보를 AI가 골라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ChatGPT는 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기는 했지만 거의 모든 답에 일관되게 붙은 문구가 있었습니다. “AI가 분석한 데이터가 편향돼 있다면 결과도 편향되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결국 사람이 객관적이고 충분한 데이터를 AI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얘기입니다.

끝으로 혹시나 해서 ChatGPT가 데이터를 갖고 있는 2021년 말을 기점으로 윤석열, 이재명 후보의 대통령 선거 당선 가능성을 물어봤습니다. 가장 ‘정치적인' 답이 돌아오더군요. “당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상황과 여러 가지 외부요인들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은 ChatGPT 덕에 글 쓰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었네요!